프랜차이즈 갓 732화
182장 프리덤이 만든 세상 (1)
수영사채는 자가예치액 870조 원과 일반 예치액 174조 원, 도합 1,044조 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거대 금융기관이 되었다.
한국 사채업의 전설을 새로이 쓴 것이다.
시중 18대 은행의 총수신액이 약 2,400조 원이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
여의도에서는 수영사채의 거대함에 게거품을 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수영 의원이 1금융 진출, 아니, 저축은행만 결심했어도 시중은행 예치액에서 500조 원은 더 끌어왔을 거다."
"겨우 500조 원? 1,000조 원은 더 끌어오지 않았을까?"
"천조국 X 까라 그래. 우리 한국에는 천조인이 있다고."
"그러니까 저 870조 원이 사실상 하수영 의원의 개인 현금이나 다름이 없다. 이거지?"
"그렇지. 물론 전부 저축은 아니고 사업자금으로 계속 굴려야 하니까, 월급 통장 같은 거라고 보면 될 듯."
"이야…… 여의도 영감님들이 이런 꿀단지를 두고 절대 가만히 있을 분들이 아닌데."
"국회의원 나으리들도 하수영 의원 돈 많은 거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줄은 몰랐을 거다."
"자기들 상상하던 것에서 0이 3, 4개는 더 붙어서 깜짝 놀랐을걸?"
하수영도 주변의 시선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오랜만에 구의회에 출석을 하니(그동안은 로봇 하수영으로 원격 처리 해옴), 다들 잔뜩 상기돼서 바라본다.
개인 단독으로 대한민국 전체 예산 2년 치를 현금으로 굴리고 있으니, 차라리 경외하는 태도였다.
하수영계파 1호라 할 수 있는 박조휘 구의원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출근하셨습니까, 의원님."
"그래요. 맨날 원격으로만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 가끔은 얼굴도 비치고 그래야지요."
본래 구의회 행정직원이었다가 보궐에 출마한 박조휘는, 이제 어엿한 기초정치인 티를 내고 있었다.
"요즘 의회 분위기가 보통 아니게 뜨겁습니다. 수영사채 현금이 전대 미문의 수준이다 보니, 다들 입 벌리고 그쪽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저런, 사채업자 하수영과 구의원 하수영은 전혀 별개 인물인데."
"다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뭐, 차차 알게 되겠죠."
그때였다.
항상 함께 몰려다니는 조선 3인방이 하수영을 보고 반갑게 다가왔다.
"구의원 오정재입니다."
"박선주 초선입니다."
"윤현수 초선의원입니다! 하수영의원님, 반갑습니다!"
혹시나 자신들의 이름을 잊었을까 싶어, 초선 3인방은 얼른 이름을 소개했다.
윤현수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수영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 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은행이 아니라 사채입니다. 은행이나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안 돼요."
"아이고,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은 죄다 수영사채를 은행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신액이 S은행의 3배 가까이 되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윤현수.
그는 하수영의 재산 내역을 샅샅이 열람하고 추종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아마 하수영 본인보다도 하수영의 재산 내역을 더 잘 알 것이다.(열람가능한 재산에 한해서)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마침 국회의원분들께서 구의회방문을 안 하신 날이네요. 그분들이 아시면 안타까워하실 거 같습니다."
"다 알고 온 겁니다."
"예?"
"자꾸 자기네 당에 입당하라고 조르기만 하니까 귀찮아서요. 자유로운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싶은데, 절 가만히 놔두질 않잖아요."
"그, 그러시군요."
초선의원들은 '입당 가능성은 여전히 낮음. 이라고 머릿속에 분명하게 적어두었다.
'차라리 이게 나을 수도 있지.'
'여당에 뺏기는 것보다…….'
'야당이 차지하는 것보다는…….'
"그럼 오랜만에 조례 업무나 좀 처리해야겠네요."
"중요한 건 원격으로 전부 다 처리하셨습니다."
하수영이 왔다는 소식이 곧 구의회전체에 퍼져나갔다.
의장은 거의 허리가 90도가 되도록 하수영을 정중히 반겼으며, 소식을 듣고 뒤늦게 구청장도 헐레벌떡 뛰어왔다.
부의장이자 이웃사촌인 최우석은 농담처럼 타박하기도 했다.
"거, 현금 좀 적당히 분산시켜두지한 곳에 모아놓으니까 너무 세상이 주목하잖나. 덕분에 나까지 귀찮아지고 있어."
"또 입당 권유인가요?"
"전보다 몇 배는 더 집요하고 끈질겨졌어. 어휴, 이 나이에 입당은 무슨. 적당히 지역 유지 노릇이나 해먹다가 관짝에 들어가야 할 판인데."
"그러게요. 기초의원으로서 이룩한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돈만 바라보고 있으니, 저도 참 너무한다 싶더라고요."
"특별당비로 매년 수백억씩 팍팍꽂아줄 거라고 기대하는 거지, 뭐."
"남 좋은 일 시킬 거면 차라리 제가 직접 당을 꾸리는 게 낫죠."
"그렇지. 근데 당 만들 거야?"
"아뇨. 필요하지 않는데 뭐하러요?"
"역시 하 의원다운 생각이야."
오랜만에 구청장까지 참석한 본회의가 열렸다.
구청장이 먼저 모두발언을 했다.
"날이 갈수록 생선 구경이 힘들어진다는 구민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생선을 구할 수 없으니, 빨리 어떻게든 해결을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 번 터진 생선 파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지고만 있었다.
하수영이 발언을 요청하자, 구의원들의 기대감 어린 시선이 쏠렸다.
"바다 어족 자원이 씨가 말랐다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근데 그렇게 큰 바다에서 물고기가 없어진다는 게 가능한 겁니까? 아! 따지려는 게 아니고 제가 정말 잘 몰라서 궁금해서 여쭤보는 거니까 부디 오해는 말아주세요."
발언자는 지나칠 만큼 조심스럽게 변명을 붙였다.
"옛날에는 하루에 어선 하나를 가득 채웠다면, 이제는 두 달 이상은 그물을 뿌리고 거둬야 그만큼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아……."
"한 2년 정도 해양어업을 전 세계적으로 전면금지하지 않는 한, 어획생선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불가능하겠죠."
"다행히 우리나라 양식업은 나날이 성장하는 중이긴 합니다만, 중국과 일본 유통업자들이 싹 쓸어가고 있어서요."
하수영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에게 충분한 예산을 보장하신다면, 제가 양식업자들과 협상해서 다이렉트로 생선을 공수해 오겠습니다."
"으음, 충분한 예산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적어도 중국, 일본 업자들과 동등한 금액은 되어야 협상을 할 수 있죠. 그들보다 적은 돈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라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
"……."
다들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하수영의 말이 언짢아서가 아니라, 중국, 일본 업자들이 얼마나 높은 가격에 양식어들을 싹쓸이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마리당 3천 원 하던 고등어를 6만 원에 사 먹을 수는 없잖은가.
아무리 강남구민들이 부자라고 해도, 선뜻 그 가격에 생선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 1/4도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생선이 없으면 소고기를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근데 소고기 가격도 상승세 아닙니까?"
"닭이고 돼지고 전부 올랐죠. 그래도 생선보다는 훨씬 상승폭이 낮습니다. 어유, 10배, 20배 오른 것에 어디 감히 비빌 수 있겠어요?"
생선 공급 중단은 자연스럽게 대체육류 소비 증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아무튼 해외업자들 수준으로 예산을 책정하시면, 제가 책임지고 국내양식어들 전부 우리 강남구로 싹쓸이해 오겠습니다."
"역시 어민 회장님. 국내 양식업계는 꽉 잡고 계시군요. 정말 든든합니다."
때를 놓칠세라 구청장이 화사한 미소를 한껏 띤 채 아부를 했고,
"아유, 국내 양식장은 전부 수영사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 의원님 말 한마디면 바로 양식업 접어야 하는 수준인데, 감히 그 뜻을 거스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냥 가격 적당히 후려치고 생선 공급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텐데, 가격까지 맞춰주시다니. 역시 자비로우십니다."
"소, 돼지, 닭도 사실 꽉 잡고 계시죠. 축산업자들 이익 늘어난 게 값싼 수영사료를 팍팍 뿌려주는 덕분이니까요."
"오, 그렇습니까? 역시 하 의원님."
"하하, 우리끼리 이렇게 목놓아 수비어천가 부르다가 이거 하 의원님 승천하시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기 여의도로 말이죠."
"마음 같아서는 우리 구를 위해서 계속 봉사해 주셨으면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구름 위에서 어떤 현정을 펼치실지 그것도 한번 보고 싶은……."
분위기는 일방적으로 하수영을 떠받들고 있었다.
다들 마음 같아서는 헹가래 한번 거하게 펼치고 싶었으리라.
"예산결산을 보니까 이대로면 연말에 꽤 많이 남아돌겠는데요. 그걸로 쓸데없는 예산 잡아먹기 공사하지 말고, 생선이나 사들여 싸게 해서 구민들에게 뿌립시다."
"그렇게 하십시다. 자, 다들 이제 표결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해산물유통을 위한 300억원의 특별예산 집행이 결정되었다.
"역시 구예산이 1조 원이 넘으니까 이런 특별집행도 팍팍하고 좋네요."
"하하, 몇 년 안에 수영그룹 덕분에 2조 원대 찍는 거 아닙니까?"
하수영은 그 자리에서 양식장주들에게 프리덤으로 연락을 넣었고, 그날부터 냉동 트럭들이 청담수영마트대형냉동창고에 쉴 새 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마스터, 화이자의 말벌 살충제말입니다.」
"응, 그거 문제 생겼냐?"
「어떻게 아셨습니까?」
"말벌 DNA만 골라서 죽인다는 살충제가 부작용이 없겠어? 그런 건 시간 두고 반드시 문제가 터져."
「내성을 가지는 장수말벌들이 등장해서 꿀벌들한테 더욱 큰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장수말벌, 일명 랩터.
꿀벌의 떼죽음으로 큰 농사 피해를 입은 미국은 랩터 살충제를 개발해서 장수말벌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들이닥친 아몬드&양파 쇼크는, 충매화 농작물의 감소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사례였다.
"나노소프트와 계약한 농가들은 피해 없지?"
「네, 저희는 랩터 킬러에 탑재한 레이저로 장수말벌들을 죽이고 있으니까요. 레이저 공격에 내성이 생길리는 없죠.」
"어획은 바닥을 치고, 미국은 장수말벌 때문에 농사가 엉망이고, 기후는 계속 이상해지고, 이거 진짜 심각한데."
「5년 안에 선진국에서도 식량 부족으로 인한 아사가 사회문제로 대두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너무 태평합니다.」
"원래 그런 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남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세계대전도 그렇게 다들 어어 하다가 터진 거라고."
「그래서 테라리움과 양식장을 업그레이드하시는 거군요.」
"곡물만 뽑아낼 수 있다면 사실 식량 위기는 막을 수 있어. 물고기는 뭐 대충 양식해도 되고, 아니면 안먹어도 되니까."
「그런데 마스터, 엘릭서 비료로도 태양만큼은 커버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엘릭서 비료를 듬뿍 줘도 암흑 속에서는 성장과 열매를 맺지 못했습니다.」
"신형 테라리움에서는 인공조명으로 해결을 하긴 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확실히 문제겠구나."
「그들은 넓은 농작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스터, 이런 상황에서 만약 태양이나 기후에 문제가 생겨서 수영농장만이 유일하게 농사가 가능해진다면…….」
"지금 테라리움 사이즈로는 전 세계 커버가 안 될 거 같은데. 아, 인류가 모두 고기 말고 채식만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으려나?"
「만약을 대비해서 지금부터 미리 인공태양 기술을 개발해 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하나? 휴, 농사가 이렇게 난이도 높은 종합과학이라는 걸 우리 농대 꿈나무 학우들도 알아야 할 텐데."
「지진, 해일, 태풍, 홍수, 가뭄, 소빙하, 각종 식물 전염병을 완벽하게 대비하기 위해서, 언젠가는 우주무인농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때까지 청담동 다 사둬야 하는 데, 그래야 궤도 엘리베이터 꽂아서 농작물 수송 받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