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31화 (731/1,270)

프랜차이즈 갓 731화

181장 금융의 종착역 (3)

나노소프트 CEO 사티아 아델의 사무실에 전 CEO이자 현 요식업책임자인 발머 스틴이 난입했다.

"돈 내놔."

"뭐요?"

"돈 내놓으라고, IT사업부에 쌓아 둔 1,600억 달러. 지금 당장."

"아니, 그 돈은 차기 투자를 위해서 비축해 둔 현금성 자산……."

"지금이 바로 차기 투자를 할 때야. 최소 유동 자금만 남기고 전부 내놔."

본사의 밀어내기 공격에 당한 가맹점은 눈에 보이는 게 전혀 없는 듯이 거침없었다.

발머 스틴의 요식 사업부는 나노소프트의 기존 사업부를 한데 묶어서 'IT사업부'라고 부른다.

기존 사업부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자기가 원조행세를 하는 것처럼 어이없는 일이다.

"유동 자산으로 100억 달러면 충분하지? 그 이상은 결국 비축량이잖나. 나머지는 우리가 전부 가져가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 쓰겠네."

"아니, 발머 스틴 본부장님!"

"다시 한번 미국인을 위대하게! 영원히 위대한 미국인을 위하여!"

사티아 아델은 그렇게 승인란에 도장을 찍었고, 100억 달러만 남기고 1,50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 발머스틴의 손에 들어왔다.

***

"골드만삭스에서 1,900억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음, 역시 골드만삭스가 가장 통이 커. 모건스탠리 놈들은 왜 그렇게 조건들이 째째한지 모르겠어."

"거기는 일본 은행에 흡수되고 나서부터 크게 맛이 갔죠."

6대 은행을 모두 미팅한 발머 스틴은 골드만삭스에서 대출을 받기로 결정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불러서가 아니다.

그보다 더 많은, 최대 5,000억 달러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은행도 있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를 선택한 이유는…….

-담보 없이 즉시 1,900억 달러를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 외에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말아 주십시오.

-콜.

수영레스토랑 사업지분을 담보로 탐내는 다른 사악한 은행들과는 배짱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발머 스틴, 그리고 나노소프트라는 이름값이 있다고 하지만, 담보 없이 1,900억 달러를 즉시 빌려주는 풍모를 보여주다니.

"내년에는 우리 연 매출이 1,000억달러를 확실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이니까, 골드만삭스도 굽실굽실하는 구먼. 하하."

"류이엔 회장은 700억 달러까지 송금을 마쳤다고 합니다."

"훗, 그쪽은 박박 긁어봤자 1,000억 달러지만, 이쪽이 마련한 실탄은 3,400억 달러라고, 과연 본사가 어느 쪽을 더 흐뭇해할까?"

"다른 건 몰라도 중국한테 돈으로 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절대 있을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본사에서 일본의 도우야 초밥에도 밀어내기를 시전한 모양인데, 10억달러도 마련하기 힘들어해서 그냥 면제해 줬다고 합니다."

"아니, 일본 가맹점은 대체 뭘 하길래 10억 달러도 없단 말인가?"

"전국구 매장이라고 해도 초밥 하나 팔아서는 1년에 1억 달러 저축하기도 힘든 모양입니다."

"하여튼 풀만 먹고 사니까 체급이 될 수가 있나. 결국 우리 북미 가맹점이 홀로 본사의 부담을 책임져야 하는군."

***

선매출 밀어내기를 시전한 미국과 중국 가맹점에서 현금이 들어왔다.

류이엔은 기어코 1,000억 달러에 맞추는 쾌거를 이루었다.

나노소프트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1년 치 식재료 구매대금인 150억달러 밀어내기를 시전했는데, 3,400억 달러라는 돈을 만들어서 보내온 것이다.

"1년 치를 달라고 했는데, 22년 치를 가져왔네."

-앞으로 최소 22년 동안은 가맹점지위가 흔들리고 싶지 않다는 굳건한 의지입니다.

"양키 스타일은 하여튼 이 나조차도 깜짝 놀라게 한다니까."

-이로써 총 예치금이 956조 원이 되었습니다.

편의상 외환도 원화로 환산한 값.

-일반 예치금을 88조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치준비율을 고려한 값입니다.

"직원들 월급 통장 개설해 주기도 참 힘드네."

-저도 농사가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딥러닝하면서 계속 깨우치게 됩니다.

"남은 직원들이 예치할 돈이 88조원은 안 넘을 거 같은데."

-네, 그렇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여유롭습니다. 프랜차이즈 모든 가맹점주들이 예치한다고 해도 충분합니다.

수영사채는 예치 이자가 매우 낮다.

물가를 고려하면 마이너스 금리나 다를 바 없는 수준.

그래서 적금은 다른 은행을 유지하고, 일반 입출금 통장만(월급 통장) 수영사채로 옮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만약 시중은행 수준으로 예적금 이 자를 줬다면, 아마 은행들은 예금자 이탈을 견디지 못하고 줄도산을 했으리라.

430조 원의 수신액에 이어 대출자 들까지 대거 이동했으니.

이미 은행들의 라이프는 제로 수준.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얻어맞은 후, 간신히 호흡을 고르는 중이다.

여기서 한 번만 더 얻어맞았다가는 사망 판정이다.

"수협은 봐준다. 적어도 내 돈으로 장난질을 하진 않았으니."

-예, 마스터. 그럼 농협만 공격하시는 겁니까?

"내 돈 가지고 불법대출하면서 지들끼리 성과급 챙기고 낄낄거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농협 입장에서도 마스터의 재물운의 반작용이 덮치는 것보다는 훨씬 자비로운 운명일 겁니다.

"농협이 그걸 알아야 할 텐데. 나만 악역이 될 것 같아서 괜히 가슴이 막막하구나."

-무한전생자 주신 후계자의 길은 외로운 법입니다, 마스터.

"그렇지. 이 또한 운명이니까. 받아 들여야지, 별수 있겠냐?"

하수영은 경쾌한 목소리로 흥얼거리듯이 덧붙였다.

"농협아, 농협아.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려무나."

[수영사채, 전국의 농민, 농업법인 대상으로 특별 적금상품 판매 실시!]

[적금이자 1%대 초저금리 시대! 수영사채에서 농민들에게 4%대 적금 상품을 판다!]

수영사채의 적극적인 공격 정책에, 한숨 돌리던 금융계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농협은 형장으로 끌려 나가는 사형수처럼 절망해 있었다.

아직 적금계좌는 옮기지 않은 농민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수영사채로 갈아타기 시작한 것이다.

영업점을 찾아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 프리덤에 대고 말 한 마디만 하면 알아서 전부 처리해 주니, 이탈 속도는 광섬유 케이블을 타고 움직이는 것처럼 빨랐다.

"이럴 수가……."

신광룡 농협은행장은 하루아침에 비어버린 수신액을 보고 그저 망연자실했다.

본점 분위기는 전염병이 창궐한 중세시대처럼 스산해 있었다.

"그, 그래도 대출 고객들이 먼저 선이탈을 해서 천만다행입니다. 그 많은 예적금 고객들이 이탈했는데도, 법정 지급준비율은 아직 유지하고 있는……."

"지금 그걸 위로라고 하는 겐가! 나를 놀리는 겐가!"

"죄, 죄송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신액이 280조 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100조 원대 수준으로 아득하게 떨어진 상황.

자칫하다가는 100조 원대 라인까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떠나질 않았다.

"……지역농협들은?"

"다들 아우성입니다. 남은 적금까지 한꺼번에 전부 이탈하는 바람에 폐업까지 고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농업협동조합은 돈놀이가 근본은 아냐."

농협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농민들의 농업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

지역농협, 농협은행 등이 해온 금융업도 사실은 농가 지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 이상 돈 놀이를 못 하게 되었다고 해서, 우리 농협의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농가 지원이라는 본 연의 목적에 더욱 집중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다른 조합원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해 줄까?

특히 개인사업자나 다름없는 지역농협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농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정부의지원까지 받아먹으며 돈놀이 잘하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밑천이 날아가 버렸으니.

"수협은 어떤가?"

"어민 대상 상품이 아니기에 어민들의 수협 적금은 어느 정도 남아 있습니다."

"일반 계좌는 수영사채로 모두 이동했겠군."

"예, 농민 회장님이 그동안 지원을 해준 게 있는데 아예 이동하지 않는 것은 배신이라는 분위기가 농어민사이에서 워낙 팽배한 터라……."

"정확히 우리 농협만 표적으로 해서 저격한 거지?"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농민들 대상으로만 4%대 고금리 적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농협은행의 몰락.

시중 은행들은 바짝 긴장한 채, 동료이자 경쟁자가 바닥에 거꾸러지는 것을 보았다.

"총 수신액이 200조 원도 안 된다고?"

"예, 바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280조 원이 넘었었는데, 수영사채 때문에 수십조 원 이상이 줄어들었습니다."

"자가예치율 8:2 조항이 아니었다면, 아예 기둥뿌리까지 뽑힐 수도 있었겠군."

"이번에 중국, 미국에서 들어온 돈덕분에 88조 원까지 추가 예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중 상당수가 농민들 적금입니다."

"그럼 수영사채 자금 규모가……."

"원화로 1,044조 원입니다. 이 중 대부분이 달러라고 보시면 됩니다."

"……."

시중은행 전부를 다 합쳐도 2,500조 원 정도인데, 사채업자 하나가 그 절반에 가깝다니.

"자가예치율을 8:2가 아니라 9:1로 해야 했어."

"7:3으로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죠."

"휴우, 어쨌든 수영사채는 더 이상 일반 예치금을 받을 수 없는 거지?"

"중국에는 8개월 치를, 나노소프트에는 22년 치 식재료 구매대금을 밀어내기로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제 추가로 만들어낼 현금은 없을 겁니다."

"천사 같은 기업인 줄 알았는데, 정작 가맹점에는 얄짤없군."

"원래 프랜차이즈 본사가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실제로는 1년 치만 '부탁' 했다.

허나 중국에 양키의 위대함을 보여 주겠다며 요식 사업부가 눈에 불을 켜고 긁어모은 돈이라는 것을, 국내은행들이 알 리가 없었다.

"하수영 의원, 마냥 평화를 추구하는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잔혹한 성정을 감추고 있었군."

"둥글둥글하기만 한 사람이 2년 만에 이런 거부가 될 수는 없겠지요."

"아무튼 여기서 일단락돼서 다행이야."

"정말 다행입니다."

규모가 크게 축소되긴 했지만, 천재지변으로 여기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

이제 큰 웨이브는 지나갔고, 다시 차근차근 영업해서 돈을 벌면 된다.

수영사채는 이미 한계점에 달했다.

"이제 수영사채가 급격하게 덩치가 커질 일은 없으니까 안심해도 되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폭풍 같은 시간들이었습니다."

"태풍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지 않는지, 납작 엎드려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단 말이지. 허허."

"하수영 의원이 매년 10조 원씩 예치한다고 쳐도, 일반 예치금은 2조 원 정도만 더 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정도야 별거 아니지. 오히려 수영사채는 이제 더 이상 공격적인 영업을 못 해."

"포화점에 달했으니까요."

"차라리 일찍 포화점에 달한 게 우리 입장에서는 다행이야. 이 모든게 2, 3년에 걸쳐서 천천히 진행됐어봐?"

"아유,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부장님."

"그 2, 3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피가 말렸겠어?"

"지옥이에요, 지옥."

다들 웃으면서 덕담을 나누는 중에, 한 남직원이 불쑥 말했다.

"그런데 수영사채가 갑자기 저축은 행으로 전환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

"아예 1금융권으로 진출하겠다고 나오면요? 저라면 현금 빵빵하게 들고 있으니까……."

"누가 저 친구 입 좀 막아!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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