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27화
180장 수영금융지주 (4)
사채업자한테 사실상 1인 은행의 자격을 부여하는 특별법.
총자본을 10조 원 이상 유지해야 하며.
예치금의 80% 이상이 자기 돈이어야 한다.
즉 일반 예치금을 1억씩 받을 때마다 본인도 4억을 추가로 예치해야 한다.
예치금을 받는 데 엄격한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그 대신 일반 은행에 준하는 자격과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긴급 통과에도 큰 반론이 없었던 것은, '누가 그 돈 가지고 그런 손해 보는 짓을 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다른 식으로 굴리는 게 본인에게 훨씬 이익이니까.
국회 협의가 이뤄졌고, 초고속으로 모든 절차가 진행되었다.
수영사채는 사채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종로에서 현금 수백억, 수천억씩 굴리는 큰손 전주들은 하수영의 기행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그런 큰돈을 왜 그런 식으로 굴리는 거야? 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하나는 확실히 알겠군. 이자 생각해서 돈놀이하는 친구는 절대 아니야."
"청담동 졸부 중에서 그런 친구가 나오다니, 허허……."
"아, 어제! 최우석이가 너희 종로에는 이런 부자 없지 않느냐고 약올리는데 정말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더라고! 술맛만 다 버렸지 뭐냐고!"
"이거 종로 현금부자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우리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
종로 현금 부자들.
그들은 주로 당장 급전이 필요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높은 이율에 현금을 빌려주며 돈을 번다.
또한 해외 비자금 국내 환전에 가담하며, 높은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그들 전부의 돈을 모은다면, 10조원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지금 굴리는 돈 다 빼서 모아야 되잖아?"
"우리들 여유 현금만 모아서는 턱도 없을 건데? 전 재산 싹 긁어와야지."
"뭐하러 잘 굴리는 돈 회수해서 그짓 해? 그거 하면 지금보다 돈 더 버나? 어림도 없지."
"괜히 우리 돈주머니 현황만 노출되잖아. 됐어, 난 안 해."
"하수영이 그놈은 젊어서 돈이 많으니 그런 미친 짓도 해보는 거지, 걔도 나이 들면 다 똑같애져."
"나도 소싯적에는 저렇게 멋있는 척하는 걸 좋아했었지. 저것도 다 한때라고."
"잠시 거쳐 가는 관문이지, 끌끌……."
종로 현금부자들은 젊은 나이에만 부릴 수 있는 호승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하수영의 배포만큼은 인정했다.
"진짜 대단한 친구인 건 맞아."
"사실 우리들 다 합쳐도 그 친구 자산에는 안 되지 않나?"
"에이, 설마 그 정도까지야 되겠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중국 버섯농장으로 하루에 수천억씩 들어온다고 하던데……."
"하루에 수천억? 말도 안 되는 돈이야. 수십억이라면 모를까."
***
수영사채는 빠르게 업무를 시작했다.
먼저 한국은행, 그리고 미국은행에 환거래 계좌를 개설했다.
또한 수영그룹의 이름으로 예치된 모든 현금을 수영사채로 옮겼다.
수영농장,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오일, 프라임건설, 서진파운드리, 수영레스토랑 등등 전부 거래 계좌를 수영사채로 바꿨다.
"프라임건설 유동자산이 50조 원인데, 그게 우리 수영사채에 입금됐으니 회장님이 200조 원을 추가로 예치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냐. 그 50조 원은 우리 회장님 돈으로 봐. 그런 조항이 있거든."
"아, 그래요?"
"프라임건설이 100% 서진파운드리 거고, 서진파운드리가 100% 회장님 거니까, 사실상 회장님 예치금으로 본다는 거지."
"그럼 프라임컴퍼니와 프라임오일은요? 그건 회장님 100% 소유가 아니던데."
"지분 80% 이상의 법인의 예치금은 회장님 예치금으로 본다고 하더라고, 뭐, 그게 이치에도 맞지 않아?"
"진짜 수영사채 하나만을 위한 법안이네요. 특혜 논란만 안 나오면 좋겠어요."
"나올 것도 없지. 손해 보는 예금주들이 없을 테니까. 이자율이야 어차피 기존 이자제한 정책 받을 테고."
"그래도 엄연한 사채업이니까 연 20%까지는 받을 수 있죠?"
"법리적으로는 그렇지."
서진파운드리, 프라임오일, 프라임건설, 등등 범수영그룹이 전부 거래계좌 변경을 완료했다.
모두 하수영의 예치액으로 간주하는 돈이었다.
수영사채는 순식간에 예치액으로 1위 은행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주요 예치 내역은 다음과 같다.
수영양식 50억 원.
수영사료 60억 원.
수영레스토랑 900억 원.
수영목장 900억 원.
프라임웰빙 1,800억 원.
수영치킨 3,000억 원.
청담수영마트 4,000억 원.
청담수영병원 1조 2,000억 원.
그리고 2,100억 '달러'의 서진파운드리와, 프라임오일, 프라임건설, 프라임웰빙, 수영농장, 프라임컴퍼니, 프리덤인더스트리 등등 초대형 예치 회사들까지 합치면.
430조 원이 넘는다.
물론 이것은 법인계좌 일반 현금을 예치한 것으로, 실제 순 보유현금은 아니다.
거래처에 지급해야 하는 돈도 있고, 부가세 등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도 있으며, 대금결제를 위해 대기 중인 현금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실시간 예치액이 400조 원이하로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 확실했다.
모든 수영그룹 계열사가 수영사채에 월급통장을 맡기자, 그 규모에 언론과 여론을 호들갑을 떨었다.
-미친, 한 개인이 430조 원을 쥐고 있다고? 자산이 아니라 현금으로만? 맙소사!
-아니, 저건 수영그룹 계열사들의 현재 법인계좌에 든 돈을 나타내는 거지, 순수 보유한 현금이라고는 보기 어려운데…….
-말 그렇게 어렵게 하지 말고! 아무튼 수영그룹이 저만큼 현금 들고 있다는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그게 참…… 아유, 됐다. 됐어! 말을 말자!
-어쨌든 매우 놀랍다. 한 개인 사채업자가 430조 원을 굴리고 있다니…… 아직도 안 믿어진다. 이게 가능하긴 한 거야?
-프라임컴퍼니, 수영농장 모두 분발해야겠다. 막내뻘인 서진파운드리한테 얼마나 큰 차이로 뒤처지고 있는 거야?
-서진파운드리는 판매대금은 미리 선불로 모두 땡겨 받아서 그래. 수영농장도 그만큼 선불로 땡겨받으면 오히려 역전할걸?
-그래?
-지금 반도체 바이어들은 웃돈, 선금을 얹어주면서까지 캐파를 확보하고 싶어서 난리니까.
-반도체 국제 시장 규모가 600조원이 넘으니까, 서진파운드리가 파운드리로 싹쓸이한다 치면 대충 일년에 300조 원은 먹지 않을까?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 전부 팹리스로 전환하고 생산은 서진파운드리 혼자서 하면, 진짜 연 매출 300조 원이 꿈만은 아니겠네.
-미국에 반도체 만들어 팔고, 중국에 식재료 팔고…… 진짜 어마어마하구나.
-웅슴이 가장해진다.
-허탈해서 말도 안 나옴. 우리나라 진짜 최고 부자는 따로 있었네.
-이창영 회장 은닉 재산 다 합쳐도 상대가 안 될 듯.
-그런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돈만 많고 권력은 없으면 여기저기서 견제 들어오고 할 텐데. 하수영 의원이 법조계에 돈 뿌렸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본 거 같아.
-돈 많은 스폰서 원하는 검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건수만 잡으려고 벼른다는 이야기가 서초구에 돌던데.
-현금만 430조 원이다. 우리 같은 범인이 감히 걱정할 분이 아니야. 알아서 잘 대처하시겠지.
-금융 관련 주가 폭락 드디어 멈췄다. 수영그룹 현찰 인출이 이제야 다 끝났구나. 지독한 하락세였다. 혁헉…….
-근데 하수영 의원님은 코인 안하시나?
-코인을 했으니까 저렇게 돈을 벌었지. 코인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됨?
-미친놈아. 저거 전부 농사지어서 번 돈인데 무슨 개소리를.
"달콤한 이율, 치명적 담보권, 무너져가는 널 뒤로 한 채 집행한다. 널 유혹하는 나의 통장은, 널 버린 은행을 대신하는 차가운 복수."
하수영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휴민타워에 들어서고 있었다.
"난 그대를 추심하는, 금융의 종착역 수영사채. 내게 빨대를 꽂아, 노예가 되고 싶지? 청담의 미스테리, 펀더멘탈!"
"……."
"……."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황금색으로 도배한 정장은 이제 익숙해졌다.
대놓고 졸부 티를 내지만, 졸부라고 웃어넘기기에 너무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으니, 오히려 그것도 자신감이자 멋으로 보일 정도.
그러나 하수영을 반기려던 직원들은 그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
'지금 저거 무슨 노래야?'
'어디서 많이…… 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옛날에 불렀던 노래였나?'
'아니, 그걸 개사를 저렇게…….'
"난 그대를 추심하는, 청담동 농사꾼 수영사채! 나의 추심을 피한 채 무잘 잊지 않는, 자본주의! 상처 난 현찰! 수영사채!"
"……."
"……."
"아, 다들 일찍들 출근하셨네요?"
하수영이 직원들을 둘러보고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회장님. 출근해서 업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첫 정식 영업일입니다."
그동안은 회사 체제를 정비하고, 수영그룹의 거래계좌를 한 곳으로 모으는 기간이었다.
오늘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 업무가 시작된다.
당연히 대출이 주가 될 것이다.
"영업점을 실제로 찾아오시는 분들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잘 케어해 주세요."
"예, 회장님."
"오늘은 기념적인 첫날이니만큼 제도 여기에서 지켜보겠습니다. 부담은 갖지 마시고 업무에 집중하세요.
그래도 부담은 가지시겠지만."
"하, 하하……."
"어차피 수영사채하고 제 의원사무실하고 같은 층에서 마주보고 있습니다. 빨리 익숙해지는 게 직원들에게도 나을 겁니다."
그렇게 9시가 되고, 영업이 시작되었다.
직원들은 나름대로 잔뜩 긴장해서 대비했지만, 첫 손님이 찾아온 것은 9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저어,대출을 하려고 왔는데요……."
"혹시 프리덤 구독 서비스를 쓰시나요? 아니면 프리덤폰을 사용하시나요?"
"네? 프리덤폰은 안 쓰지만 프리덤구독은 썼었어요. 이번 달은 결제를 아직 안 해서 며칠째 작동을 안 하고 있구요."
"프리덤을 구독해서 권한 승인을 해주시면, 다음부터는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든 업무가 가능해 지십니다, 고객님."
"아, 그래요? 주변 말 듣고 대전에서 여기까지 힘들게 올라왔는데……."
"일단 오셨으니 오늘은 저희가 체리해드리겠습니다. 다음부터는 프리덤 구독하시고 편안하게 자택에서 업무 보시는 게 나으실 거예요."
"고맙습니다."
첫 고객이다 보니, 본점장이 직접 나서서 대출 업무를 처리했다.
"이 조항은 뭔데 이렇게 굵고 크게 써져 있는 거예요?"
[……성실히 채무 변제에 임할 것을, 하수영 유니버스 앞에 이름을 걸고 엄숙하게 서약합니다.]
"내용 그대로 성실히 채무 변제에 임하신다는 조항입니다. 표현이 일반 표준계약서와는 조금 떨어져 있긴 하죠?"
"대출계약서에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처음 봤네요."
"잠시만요, 고객님. 지금 보니까 S 은행과 농협에 각각 3,000만 원, 4,500만 원의 대출이 있으시네요?"
"……네. 문제가 될까요? 혹시 대출이 안 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지금 고객님이 원하시는 대출이 2,000만 원이잖아요? 두 은행의 대출을 대환하는 조건으로 저희가 9,500만 원을 대출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이자가 싸서…… 사실 거기서 더는 대출이 안 돼서 2금융권 알아보다가 여기로 온 거거든요."
"대환을 하시면 대환금액인 7,500만 원은 18개월 무이자, 향후 연 0.5%로 해드려요. 나머지 2,000만 원도 0.9%로 해드리고요."
고객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
"수영사채로 대출 합치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여기에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럼 모든 것은 저희 지점에서 알아서 처리해 드릴 테니, 이대로 자택으로 돌아가셔서 마음 편히 결과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진짜 대출이율이 1%도 안 되는 건 처음 봤어요."
"네, 고객님께서 평소 수영라면과 수영 참치캔을 사랑해 주신 게 우대 이율에 반영이 돼서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