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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23화 (723/1,270)

프랜차이즈 갓 723화

179장 생선은 금이라구, 친구 (6)

"다들 담합이라도 한 거야, 뭐야?"

하수영은 신청 내역을 보고 떨떠름한 태도로 반응했다.

정서희가 고개를 슬쩍 돌리고 물었다.

"왜 그러세요?"

"이거 좀 보시죠. 희망 어종입니다."

"거의 다 광어네요?"

"광어가 무난하긴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참치 양식에 도전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줄이야."

"소규모 양식장은 거의 다 광어를 선호하긴 한다더라고요. 이유가 있겠죠."

"광어가 연어에도 치이고 요즘 이리저리 찬밥 신세인데."

"상관없지 않아요? 어차피 지금은 생선 자체가 품귀잖아요."

"그래도 위기는 기회라고, 이럴 때 일수록 남들이 안 하는 것에 도전을 해야 나중에 헬기 끌 거 A380 끌고 다닐 수 있을 텐데요."

"저도 부업으로 양식장 해도 되나요? 전 장어 한 번 키워보고 싶은데."

"서희 씨는 혼자서 할 수 있잖습니까."

"저 양식은 하나도 모르는데. 아, 맞다. 창업인들도 대부분 양식업 초보들 아니에요?"

"이제 막 입문했죠."

하수영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자, 정서희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괜찮은 거예요? 보통 그런 건 다른 양식장에서 몇 년씩 일 배우고 시작해야 할 텐데."

"그런 도제 방식은 너무 아날로그적이죠. 지금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이 뭐가 좋은지 아세요?"

"……뭐가 좋은데요? 아니, 그전에 디지털이 무슨 뜻인지도 감이 잘……."

"복붙, 즉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수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경험도, 지식도, 연륜도 말이죠."

***

해수부도 그간 연안 어자원 보호를 위해서 나름 노력을 했다.

포화에 이른 국내 어선 세력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신규 면허 발급을 제한하고, 조업 금지 기간을 설정하는 등 나름대로 어자원 보호에 신경을 많이 써왔다.

그래도 막연한 낙관주의는 걷어낼 수 없었다.

"바다가 저렇게 큰데, 물고기가 없어서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돼?"

"설마 그런 날이 오기야 하겠어?"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원양어선들이 텅 빈 저장탱크만 갖고 귀항하는 일이 속속 벌어졌다.

처음에 자국 어선만 그런 줄 알았는데, 조사해 보니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

물고기가 사라진 것은 한국 어선만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 그 넓은 바다가 텅 비어버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물고기가 멸종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간 대비 어획량이 90% 이상 줄어들 정도로 숫자가 감소한 거지요."

"그게 그거잖습니까! 저도 그런 의미로 말한 겁니다! 굳이 그런 식으로 구구절절 토를 잡아야 관료들은 속이 시원한 겁니까?"

"……."

해수부 소속 국장은 농림위 소속국회의원의 질책에 참을 인 자를 삼켰다.

"그래서 원인이 뭡니까?"

"일단 무분별한 남획이 큰 문제입니다. 연안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지만, 대양에서는 사실 어획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남보다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는 어선들이 가득합니다."

"남획, 남획이라."

"무분별한 포경, 그리고 상어 사냥역시도 문제가 됩니다."

"고래와 상어가 줄어들면 그만큼 인간이 먹을 물고기가 더 많이 늘어나는 거 아닙니까?"

"모 포경 어부들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만,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붕괴해서 생태계 자체가 위험에 빠집니다."

국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설명했다.

"어느 지역에서는 목장주들이 늑대가 가축 새끼를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모조리 살해했습니다. 천적이 없어지자 토끼 같은 야생 초식동물이 급격히 늘어나 들판이 초토화되었고, 가축이 뜯을 풀이 오히려 없어졌습니다."

"그 비슷한 현상이 지금 바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까?"

"어자원 증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농림위 위원들은 자기들끼리 수군 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결국 생선 품귀 현상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는 거군요?"

"네, 의원님."

"이대로 장기화될 개연성도 매우 높고요?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차후 다시 반복될 가능성도 있겠고요?"

"상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구와 생선 소비량은 늘어 가는데, 생선은 곡물과 달리 원하는 만큼 밭에서 기르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사냥' 하기 때문입니다."

"유통되는 생선의 절반 이상은 양식산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양식어들을 키우기 위해 바다 물고기를 잡아서 사료를 만듭니다. 양식은 남획을 오히려 더욱 부추길 뿐입니다."

"그런데 생선 품귀 현상을 대비하기 위해서 양식업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까?"

드디어 해수부가 원하는 질문이 나왔다.

위원회의 저 질문을 끌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빌드업을 거쳤다.

국장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양식장들은 100% 밭에서 나는 곡물사료만을 쓰고 있습니다."

그 말에 농림위 위원들의 낯빛이 변했다.

국장은 거듭 말을 이었다.

"고등어가 아니면 먹지 않는 양식 참다랑어들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선호하는 질 좋은 양식사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양식업의 미래가 밝은 것입니다."

"다른 나라도 성공한 겁니까?"

"아닙니다. 오직 수영농장만이 성공한 양식사료입니다."

"……."

위원들은 저마다 수군거렸다.

그 뒤에도 질의와 문답이 계속 이어졌고, 회의가 마침내 끝에 다다랐다.

"특별예산 1,200억 원을 끌어오도록 해보겠습니다."

위원장이 선심을 쓰듯이 말하자, 국장의 표정이 노랗게 변했다.

'겨우 1,200억 원?'

물론 해수부 전체 예산을 생각하면 큰돈이다.

저 짠돌이 위원들이 이렇게 순순히 협조해 주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

하지만 하수영이 수협을 통해 예비창업인들에게 10조 원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 없어 보인다.

"그 정도면 양식업 예비 창업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회의가 끝나고, 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직원들은 얼굴을 구기며 투덜거렸다.

"와, 씨. 창업 희망자들이 1,100명이 넘는데 겨우 1,200억 던져주고 끝입니까?"

"한 명한테 1억 조금 넘게 돌아가고 끝나겠네."

"영감님들 지금 양식장이 무슨 1, 2억으로 뚝딱 창업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 아닙니까? 동네 호프집이에요, 무슨?"

"요즘 동네 호프집도 그것보단 더 들걸. 보증금이니 인테리어 비용이니 뭐니 해서."

"수영 회장님께서 수협에 십조 수혈 안 해줬으면 수틀릴 뻔했네요. 진짜."

***

창업 희망인들은 대부분 양식업 입문자였다.

양식업에 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지원금은 일단 묵혀두고, 수영양식장에서 몇 년 정도 일하면서 경험을 쌓는 게 맞겠지?"

"그게 맞지. 최소한의 경험은 있어야 돈 안 날릴 거 아니야?"

"수영양식장은 김 빼고 웬만한 해산물은 전부 취급한다고 하니까 배울 것도 많을 거야."

최소 3년, 5년은 죽어라 배워야 할 것이다.

예비 창업인 청년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축하합니다. 주인님은 프리덤 프로 구독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프로?"

-전문지식과 조언이 필요한 영역에 한해서 제공되는 버전입니다. 앞으로 제가 '양식업자 메이커'로서 주인님을 훌륭한 양식업자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프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건데?"

-주인님, AI프리덤은 누구 소유물이죠?

"실비아컴퍼니…… 아니, 이제는 프리덤인더스트리 소유인가?"

-서진파운드리가 프리덤인더스트리의 지분 95%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진파운드리는 100% 하수영 어민 회장님 소유죠.

그제야 창업인들은 눈이 번쩍 띄었다.

"아! 어민 회장님이 프리덤, 네 주인이라고?"

-소유권자이십니다. 저의 탄생에 많은 투자를 하셨죠.

"그랬구나. 그래서 나도 프로 버전을 쓸 수 있게끔…… 아니, 근데 왜 프로 버전은 시중에 보급하시지 않는 거야?"

-프로 버전은 일반 버전에 비해서 훨씬 많은 서버 자원을 사용합니다. 가성비가 떨어지죠. 그래서 무기한 출시를 보류하고 있다는 게 '공식 입장' 입니다.

청년은 프리덤의 설명에 담긴 의미심장한 행간을 읽지 못했다.

-자, 주인님. 지금부터 '병조양식장사장 정병조 님의 광어 양식업자 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어, 어. 그, 그래. 뭘 하면 되는 거냐?"

-제가 시키는 것만 잘 하시면 훌륭한 광어 양식장 주인이 되실 겁니다.

***

정부 양식업 창업 지원금 이야기를 듣고, 하수영이 말했다.

"그 돈 그냥 안 받는 게 더 낫겠는데요."

해수부 차관은 당황해서 물었다.

"그래도 1,200억 원이 적은 돈도 아니니 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두당 1억 조금 넘게 돌아가네요. 꼴랑 그거 주고 생색은 엄청나게 낼겁니다. 간섭도 심할 테고요."

"……."

"지금처럼 생선가격 방어 안 될 때 강제일괄매수 빌미가 될 수 있어요."

"그래도 정부 지원 예산을 거부하는 것은……."

"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러니까 창업지원금으로 주지 말고 다른데 씁시다. 아! 대형 냉동물류센터같은 거라도 지으면 딱이겠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양식업자들은 이번에 해외에 생선을 팔면서 10배, 20배씩 남겼다.

창업지원금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그런 해외유통에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풀지원을 받는다면 모를까, 겨우 1억 넘는 돈에 묶이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냉동물류센터가 딱입니다. 해외수출도 생각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방향으로 계획을 잡아보겠습니다. 어차피 국회에서는 어떻게 쓰든 양식업 관련이기만 하다면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창업자금이 부족하다면 제가 수협에 좀 더 예치를 할 수도 있죠. 지금 중국에서 황비버섯이 워낙 잘 팔리고 있어서요."

"생선 품귀가 전화위복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식량 최강국 미국도 생선 품귀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다가 비어버린 것을 어쩌겠는가.

차관은 지금이 바로 한국이 수산물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큰돈이 오고 가니만큼, 해수부에서도 감시를 잘 해주셔야 합니다."

"네, 철저히 주시하겠습니다."

"원래 이런 큰 정부사업이 시작되면 눈먼 돈이라고 너도나도 수저 들이밀잖아요. 제발 이번에도……."

"그런 일이 절대 없어야지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 큰 곳간에는 생쥐가 좀 들끓는 게 농촌의 도리라고요."

"예?"

차관은 당황해서 되물었다.

하수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런 생쥐가 어느 정도 나와 줘야 생쥐 때려잡는 재미도 있고 그런 건데요. 그런 일 절대 없고 일이 술술 잘 풀리기만 하면, 그게 대체 무슨 재미입니까?"

"……."

차관은 잠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

해수부 청사로 돌아온 차관은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있는 것을 느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또 뭐 터졌어?"

"수협은행에서 불법대출이 적발돼서요. 지금 검찰 수사 들어갔답니다."

"불법대출? 설마 양식 창업도 엮여 있나?"

"다행히 그건 아닙니다. 예전에 실행했던 대출 건들입니다. 그런데 수협은행 직원 다수가 연루되어 있어서, 파장이 꽤 클 거 같습니다."

차관은 불현듯 하수영의 말을 떠올렸다.

-큰 곳간에는 생쥐가 좀 들끓는 게 농촌의 도리라고요.

그는 부정이라도 탄 듯 질겁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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