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22화
179장 생선은 금이라구, 친구 (5)
하수영은 농협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수협 조합원이다.
전국의 농민, 어민치고 하수영의지원을 받지 않은 이는 드물다.
기계장비, 유류, 비료, 사료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왔다.
그래서 농어민들 사이에서 하수영의 위상은 농협 회장, 수협 회장을 능가한다.
"어민 회장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회장님이 날 보셨어! 더! 더 깃발을 크게 흔들어라!"
"목소리를 높여! 어민 회장님이 함께하실 때! 우리의 의지를 정부에 보여줘야 한다!"
"오늘만큼은 물대포 걱정 없이 마음껏 시위를 해보입시더!"
원래 국회의사당 앞은 시위가 잦다.
시위에 익숙해진 여의도 주민들은 보통 눈살도 찌푸리지 않고 지나치는 게 다반사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행인들은 지나가다 말고 발걸음을 멈춘 채 시위대 선두에 시선을 빼앗겼다.
"우와…… 무슨 깃발이 저렇게 커?"
"아니, 저걸 지금 한 명이 혼자서 들고 휘두르는 거야? 깃 무게만 수십 킬로그램은 나갈 거 같은데?"
깃대 무게만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깃발을 혼자, 그것도 한 손으로 휘두르는 하수영의 모습은 행인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그때였다.
국회의사당 정문이 열리면서, 정장의 중년 남자 몇몇이 밖으로 나왔다.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이 나왔어!"
"역시! 우리 어민 회장님이 행차하시니 엉덩이 무거운 정치인 양반들도 어쩔 수가 없군!"
시위대 대표와 국회의원 간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
여야를 막론하고, 긴장한 눈으로 하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의도를 핫하게 만드는 기초정치인.
양당에서는 서로 하수영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수영이 중앙정치에 뜻이 없어서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저 사람이 강남구의원 하수영'농산물 팔아서 지금 현금만 수십조 원 이상이라고 하던데…….'
'우리 당으로 모시기만 하면 당 재정살림 걱정 따위는 더 이상 없겠지.'
어디 정치자금뿐일까.
전국에 6만 개가 넘는 치킨, 레스토랑, 참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으며.
200만 농민, 20만 어민의 표까지 긁어모을 수 있다.
가맹점과 여러 회사까지 다 합치면, 혼자서 300만 표 이상을 긁어모으는 셈.
이 정도면 걸어 다니는 1인 정당수준이다.
"우리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농가의 식량작물 소득세 비과세와 같은 대우를 해주십시오."
"하지만 생선은 필수식량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요."
"잘됐네요. 비식량작물은 연 10억까지는 비과세죠? 우리도 그런 대우를 해주시면 되겠네요."
"그것은……."
몇 시간에 걸친 장거리 협상 끝에, 결국 여야는 어민 대표단 앞에서 약속을 해주었다.
[여야, 어민 대표단과 극적인 타결!]
[소득세 비과세 확장 법안 발의 약속!]
[어촌 보호 확대 약속!]
10년 이상 계류 중이던 어촌 세제혜택 법안이 고속 전진을 시작했다.
비식량작물처럼 연 10억 원까지는 소득세를 면해준다는 내용.
물론 일정 규모 이상의 원양어업법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여야가 이처럼 빠르게 처리해 준 것은, 나름대로 속셈이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밀어줬는데, 하수영 의원이 나중에 우리를 좋게 보겠지?'
'여당 발목 잡느라고 어민세제법 통과 늦어지면 우리를 나쁘게 보겠지?'
정쟁과 이견 없는 화합에는 그런 이면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정부는 생선을 시세에 맞춰서 매수를 해주기로 했다.
기존에 시세보다 낮게 매입한 생선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보전을 해주기로 했다.
생선가격이 10배 이상 올랐지만, 막상 생선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심각한 출혈을 동반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게 더 걱정인 거지. 그만큼 생선이 씨가 말랐다는 소리니까."
"양식장주들 절반 이상은 이미 중국, 일본에 팔아넘겨서 우리 정부가 더 사들일 만한 양도 없습니다."
"진짜 생선이 금보다 더 귀하네요."
생선은 여전히 귀하고, 시중에서 보기 힘들었다.
생선 애호가들은 '이게 나라냐?'라며 깊은 탄식을 터뜨리곤 했다.
그리고 작은 반전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오히려 양호한 겁니다. 엄청 선방하고 있어요."
"이게 어딜 봐서 양호해? 그리고 지금 생선 부족한 건 나라를 막론하고 다 똑같지."
"그렇지 않아요. 지금 해외에서는 양식장에서 양식어들 폐사율이 치솟고 있습니다."
"양식어들이 왜 폐사를 해?"
"양식 사료 8, 90% 이상이 대구같은 물고기 갈아서 만드는 건데, 지금 사람 먹을 물고기도 제대로 못잡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아, 그렇네."
"어쩔 수 없이 곡물로 만든 배합사료 비중을 높이고 있긴 한데, 그것만 주면 양식어들이 제대로 살기 힘들죠."
생사료 먹이가 부족해서 양식어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사료에서 만든 곡물사료는 참다랑어들도 좋아라 먹는 것들이라, 양식어들이 입맛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행히 전국의 모든 양식장에서 부족함 없이 저렴하게 쓸 수 있고요. 사료 체제 전환이 일찍 이뤄진 게 정말 다행입니다. 해수부가 진짜 큰일을 해줬습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이 그저 손 놓고 보기만 했던 해수부는 얼떨결에 그렇게 칭찬을 들었다.
수영사료는 하수영이 만들었지만, 전국 양식장 보급에는 해수부가 중 재를 했다고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이다.
생선 폭등은 소비자들에게는 고통의 시즌이지만, 양식장주들에게는 인생에 한 번 터질까 말까 한 잭팟이었다.
너도나도 돈을 싸짊어지고 와서 생선을 팔아달라고 애걸을 하는 판국이니.
"중국 업자한테 킬로당 30만 원돈받고 팔았어. 거의 21배는 남겨 먹었네."
"나도 일본에 팔았는데, 계산해 보니까 15배는 남겨 먹은 거 같아."
"매일 요즘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금방 건물 올리겠는데."
"우리 아들이 회사 그만두고 양식장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오더라고. 양식장 일이라면 질겁을 하던 놈이 말이야."
"나도 친척들이 요즘 양식장 어떠냐고, 창업하려 한다고 이것저것 많이 묻더라."
생선 폭등은 양식장 창업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특히 젊은층이 오히려 양식장 창업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프리덤, 내가 양식장 창업에 관심이 좀 있는데, 네 생각은 어때?"
-비전이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생선은 언제 어디에서든 인기 있는 식재료이니까요.
"근데 생선 부족이 일시적인 현상 일까 그게 걱정인 거지."
-해양 어업은 비전이 없습니다. 어자원이 회복될 만큼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하는데, 전 지구적 합의와 감시, 단속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언제고 터질 일이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어."
-전 양식업 창업을 강력 추천합니다.
"그런데 양식장 창업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지?"
-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협에서 저리로 대출을 해줄 겁니다. 이율은 0.9% 정도입니다.
"뭐? 이율이 1%도 안 된다고? 그게 가능해?"
-이 모든 게 하수영 어민 회장님의 위대한 리더십 덕분이죠. 그분을 찬양하시면 됩니다.
"하수영 어민 회장님이 또 뭔가를 해주셨구나."
***
수협 회장은 처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0조 원을 추가로 예치하신단 말씀이십니까?"
"네, 대신 자라나는 꿈나무 양식장주들을 위해서만 써주십시오."
"아, 무슨 의도이신지 이해했습니다."
"저는 이자를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수협은행도 최소한의 이자만 받았으면 합니다. 1%를 넘기지 않았으면 하네요."
"신생 수협 조합원들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자를 받지 않아도 전혀 아깝지 않지요. 전국의 수협조합원들을 대신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협 회장은 감격하면서도, 현찰이 그렇게나 많구나 하고 놀라워했다.
'농협은행에만 쌀 판 돈 20조 원넘게 예치해서 이자로 농민들 지원하고 계신다는데…… 대체 현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계신 거지?'
"중국 사람들 황비버섯 사랑이 대단하네요. 어떻게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매일 찾는지. 덕분에 급전 모자랄 일은 없어서 좋습니다."
"아, 중국 농장 수익이 엄청난가 봅니다."
"중국 업자들이 우리나라 들어와서 생선들도 싹 긁어갔다던데, 그 동네도 생선이 부족해서 난리인가 봅니다."
"하하…… 우리나라가 제일 선방하고 있긴 합니다. 모두 수영사료 덕분입니다."
***
수협은 양식장 창업준비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양식장 창업에 필요한 자금과 지식, 정보 등을 수협에서 일체 지원한다.
그러자 천 명이 넘는 창업희망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부분이 30대의 청년들이었고, 심지어 20대도 섞여 있었다.
[수협 양식장 창업희망자 설명회]
-장소 : 서울시 르주블랑 호텔
-강사 : 하수영 수협명예회장
전국의 양식장 창업희망자들이 설명회가 열리는 호텔을 찾아 몰려들었다.
그 숫자는 무려 1,100명 이상.
"그거 알아? 여기 호텔도 하수영어민 회장님 거라고 하더라."
"와, 그게 정말이에요? 진짜 돈 많으신가 보다."
"나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으로 버는 것만 일 년에 300억 달러라던데? 식재료 팔아서 150억 달러, 프랜차이즈 수익 배분으로 150억 달러, 이렇게."
"대박."
"중국 버섯 농장으로 버는 것도 장난 아니라잖아. 버섯 팔아서 일 년에 100조 원이 넘을 거라던데."
"중국 사람들 황비버섯 사랑이 장난 아닌가 보다. 근데 그러면 공산당에서 뺏으려고 들지 않을까?"
"쉿, 하수영 어민 회장님 들어오신다."
다들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간이의자에 빽빽하게 앉은 창업희망자들은 단상으로 오르는 하수영의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모두 집중했다.
온몸을 휘감고 있는 황금색 복장은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청강생들에게 기묘한 위압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하수영입니다. 수협과 제가 협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한 적막이 이어졌다.
"창업자금은 수협에서 초저리로 대출을 해줄 겁니다. 물론 수협은 제 예치금으로 대출지원자금을 만들었죠."
하수영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결국 본질적으로는 제 돈이라는 건데, 그래서 아마 장사가 망하진 않을 겁니다. 열심히 하시다 보면 나중에 개인헬기 한두 대 정도는 끌고 다닐 수 있을 거예요."
"……?"
"……?"
"헬기하면 시콜스키죠. 제가 그 회사와 친하니까 나중에 문의할 게 생기면 연락 주세요."
"……?"
"……?"
"그리고 아시죠? 연 10억 원까지는 세금을 안 냅니다. 여러분 모두 열심히 일해서 보란 듯이 최고세율로 세금을 내도록 합시다."
스크린에는 수영농장에서 자라는 곡물들이 나타났다.
"원래 양식장 운영비의 40% 이상은 사룟값이었습니다. 지금은 10%이하로 줄어들었죠. 제가 사료를 싸게 팔고, 생사료를 더 이상 구매할 필요가 없어서입니다."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들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이니까, 향후 5년간은 사룟값을 원가만 받겠습니다. 완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죠? 참, 김 양식에 관심 있으신 분은 나중에 절 따로 찾아오세요. 요즘 제가 그쪽에 흥미가 생겨서."
그리고 하수영은 단상에서 내려갔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아 모든 설명이 끝나자 청강생들은 당황해서 술렁거렸다.
"뭐야, 이게 끝이야?"
"분명 핵심은 딱딱 전부 전달하시긴 했지만…… 이게 전부라고?"
"진짜 가시는데? 아, 수협 회장 올라오려나 보다."
"수협은행장도 저기 앉아 있네."
당황한 안색으로 단상에 올라온 수협 회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입을 열었다.
"오늘 수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시면서 창업지원 신청하세요. 그러면 바로 수협은행에서 대출을 해줄 겁니다. 당연히 수협계좌도 만드셔야 합니다."
천여 명이 넘는 젊은 양식장주들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