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21화 (721/1,270)

프랜차이즈 갓 721화

179장 생선은 금이라구, 친구 (4)

차관은 멋들어진 싸인이 된 프리덤폰을 얼떨떨한 기분으로 돌려받았다.

"제가 경영을 하진 않지만, 제 회사에서 열심히 만든 폰입니다. 비록 부품 하나 생산 안 하고 짜깁기한 모델이지만, 그래도 성능 하나는 괜찮으니 앞으로도 마음껏 애용해 주세요."

"네? 짜깁기라고 하셨습니까?"

"그럼요. 하드웨어는 여기저기서 부품 사와서 조립만 한 겁니다. 그래도 다음 모델부터는 주요 부품들은 자체적으로 만들 예정이라네요."

"앗, 저도 프리덤폰인데 혹시 그럼 저도 싸인해 주실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이리 주세요."

여기저기서 프리덤폰을 내밀었고, 하수영은 한껏 흐뭇해져서 싸인을 해주었다.

어민 세금제도 지원 이야기 때문에 딱딱해졌던 분위기가, 덕분에 부드러워졌다.

"어업 소득은 아무래도 해양자원보호 문제와 연관돼 있어서 세제 혜택을 마음껏 남발하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습니다."

"일단 양식업만이라도 지원을 해주세요. 양식업이 부흥할수록 해양 자원 보호에 유리할 거 아닙니까?"

"그 이야기도 줄곧 나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양식업도 결국 어업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족 보호의 필요성을 인지하면, 그럼 양식어들을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양식장 사료는 어획으로 낚은 물고기들을 갈아서 만들지요. 양식 연어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서 수십마리, 수백 마리의 물고기들이 투입됩니다. 그래서 양식업 보호가 해양자원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에이, 그건 옛날 일이고요."

"예? 그게 무슨……?"

"해수부가 정보 업데이트가 많이 늦네요. 우리나라 양식장 대부분은 지금 수영사료를 쓰고 있습니다. 수영농장에서 곡물로 만든 사료지요."

"그, 그렇습니까?"

차관은 당황해서 머뭇거렸고, 수협회장도 아차 싶은 얼굴이 되었다.

"실무진에서 제대로 일을 제대로 안 하나 보군요. 철밥통 공무원들이 뭐 다 그렇죠. 그래도 해수부 2인자께서 아직까지도 그 사실을 모르셨다는 건 조금 의외입니다."

차관은 창피해서 얼굴을 제대로 들수가 없었다.

곡물로 만든 양식사료의 존재는 알았지만, 국내 양식장 대부분이 이미 쓰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들었다.

'내가 돌아가는 대로 이것들을 그냥……!'

차관은 속으로 이를 갈면서 내리갈 굼을 결심했다.

하수영 앞에서 이게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

생선 가격은 날이 갈수록 더욱 증가했다.

지상파 저녁 뉴스에서는 텅 빈 생선 보관탱크를 쓸쓸히 보여주는 어선박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획 상태가 심각함을 알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어획량이 90% 이상 감소함에 따라, 생선 가격의 폭등세는 당분간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돈이 있어도 생선을 사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팔 생선이 없어 문을 닫고 휴업하는 생선가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해양자원을 보호하라는 채식주의자들의 시위가 불붙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내 양식장 출하어들을 대상으로 일괄매수를 선언했습니다.

(정부관계자)

-……생선을 비싸게 매수해서 싸게 유통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전한 가격으로 생선을 드실 수 있도록…….

-중국, 일본 유통업자들이 국내 양식장을 대상으로 생선 싹쓸이에 들어갔습니다. 익명의 양식장주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정부 일괄매수를 반대하는 양식장주)

"원래 킬로당 14,000원 받고 팔았어요. 그런데 중국 유통업자들이 와서 킬로당 20만 원 돈을 주겠다고 하는 거예요."

"기자님이라면 중국 업자한테 그 돈 받고 팔겠어요, 아니면 정부에 5만 원 돈 받고 팔겠어요?"

"국민 식탁 걱정? 솔직히 생선 안먹는다고 굶어 죽거나 영양 결핍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은 식량난이 아니라 그냥 생선난인 거지."

"시장논리 따라가야지. 양식업자들은 돈 좀 벌면 안 됩니까?"

(분노한 생선 애호가 소비자)

"양식장 하는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인 거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생선이 없으면 밥을 제대로 못 먹는 데, 돈 좀 쳐준다고 해외에 몽땅 팔아버리는 게 말이 되나요?"

(생선 폭등에 무관심한 소비자)

"저는 비린내 때문에 생선을 안 먹는지라 관심 없습니다. 가격이 안정되든 말든 알 바 아니에요."

"생선 수요가 다른 육류로 쏠림으로 인해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이 덩달아 상승하는 것도 상관없으신가요?"

"아, 그래요? 아이고, 어쩐지 고깃값이 이유 없이 다시 올라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처음으로 얼굴 모자이크를 한 사람이 나타나자, 정서희가 가볍게 탄성을 냈다.

"어? 저거 수영 씨 아니에요?"

"그런 거 같아. 인터뷰 많이 했다더니 드디어 나왔군."

"양손에 금색 롤렉스 차고 인터뷰하는 사람은 수영 씨뿐이죠."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대형 양식장주)

"저는 양식어들을 정부에 팔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양식장주분들이 비싸게 해외에 파는 것을 비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대형 목장주)

"생선이 없으면 소고기를 먹으면 됩니다. 여러분, 소고기 많이 드세요. 이거 모자이크 처리하지 말고 똑바로 내보내셔야 합니다?"

"요즘 소고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우리 목장은 출하는 안 하고 머릿수 확보에만 열중해서, 수입이라고 할 게 없지만요."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어민)

"어업소득도 농업처럼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어촌을 보호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나라의 어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자국 식량산업을 철저히 보호해야 다가오는 식량위기에서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대체 인터뷰를 몇 탕을 뛴 거죠?"

"음, 부계정으로도 인터뷰를 좀 했다더니, 그게 이 뜻이었군."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통조림 관계자)

"참다랑어 통조림 가격은 유지됩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무공해 청정 참다랑어 참치캔을 드셔 보세요."

"생선이 없다? 그럼 참치를 드시면 됩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 (삐!)참치에서는 생선애호가 분들을 위해서 참다랑어 캔 2+1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익방송 광고제한 규정에 따라 상호는 음소거 처리를 했습니다.]

"참다랑어 캔 파는 회사는 우리뿐인데, 굳이 음소거를 하나요?"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수협 조합원)

"수협과 해수부 관계자를 만나서 정식으로 항의민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국구 시위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우리 모두 여의도에 모입시다!"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농협 조합원)

"저는 농민입니다. 곡물이나 생선이나 획득 방식만 다를 뿐, 둘 다 똑같은 필수식량인데 왜 어업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짠지 모르겠어요."

"사실 바다에 나가는 것은 매번 목숨 걸고 나가는 건데, 오히려 혜택을 더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민 여러분들, 파이팅입니다."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식품업종사자)

"사실 지속가능한 어업이란 없어요. 30년 전에 비해서 잡히는 물고기의 양은 1/100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바다는 텅 비어 있어요."

"전 지금의 생선 폭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어족 멸종의 티핑포인트라고 봅니다. 혹시 최근에 상어한테 습격당했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중국의 샥스핀 시장에 한 번 가보시면 한 해에 얼마나 많은 상어들이 사냥당하는지를 보고 크게 놀라실 겁니다."

"그 중국 소비자들이 요즘 광어와 장어의 맛을 알아버렸어요. 광어, 장어 애호가분들은 이제 바짝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니까 라면을 많이 드세요. 라면은 아무리 많이 드셔도 생선처럼 부족할 일이 없습니다."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반도체 투자자)

"반도체와 어업이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하실 분들도 있을 텐데요. 사실 반도체의 발전은 어업은 물론이고 모든 식량산업의 발전을 눈부시게 끌어올렸습니다."

"농업용 중장비에 얼마나 많은 첨단 반도체 부품이 들어가는지 알면 아마 놀라실 겁니다. 대형 어선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IT 기업, 컴퓨터 기업들도 이제는 진지하게 미래식량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삐!)소프트가 레스토랑 사업에 진출한 게 바로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죠. PC 운영체제와 클라우드 서비스로 막대한 매출을 올린 (삐!)소프트는 이제, 레스토랑 사업부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정유 관계자)

"식량은 여러분들의 생각 이상으로 기름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을 아십니까?"

"경운기, 이양기, 트랙터, 콤바인, 그리고 어선은 전부 기름으로 굴러갑니다. 만약 기름이 없다면, 전 세계 식량 생산능력은 지금의 100만 분의 1 이하로 감소할 겁니다."

"미국은 약 300만 개의 농장이 비행기로 농약을 살포합니다. 개당 평균 면적이 50만 평이 넓어요."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 인스턴트 만능식품 제조업 관계자)

"신(삐!)는 최고의 먹거리입니다. 모든 식량을 통틀어 환경오염을 가장 압도적으로 최소화하며, 보관이길고 간편하고, 영양 균형 면에서도 완벽 그 자체죠."

"80억 인류가 딱 하루 한 끼만 신두로 때운다면, 1, 2년 안에 바다는 되살아날 겁니다."

"아, 어차피 신(뻐!) 모르는 사람 없는데, 굳이 음소거 처리 해야 돼요?"

(얼굴, 음성을 모자이크한 익명의사료제조업 관계자)

"전 세계인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양식산입니다. 그런데 양식어들은 대부분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사료를 먹이며 키우죠."

"부분적으로 배합사료를 급여하지만, 소화율이 낮아서 별로입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릅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완벽한 곡물 양식사료를 만들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양식장에서 우리 양식사료를 사용한다면, 바다는 금방 다시 되살아날 겁니다."

(강남구 초선 기초의원 하수영)

"작년, 그리고 재작년 이상기후 때문에 전국의 농가가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부 비축미마저 모두 못쓰게 되어서 당장 나라에 먹을 쌀한 톨 없는 상황이었죠."

-기자 :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그런데 왜 이슈가 되지 않았죠?

"국내 모 농가에서 급히 쌀을 재배해서 수확기에 맞춰 풀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생선 폭등은 식량위기의 전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자 : 이상기후가 농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칠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식량위기는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인류는 마음껏 기름과 전기를 쓰고, 소고기를 섭취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졌죠."

-기자 : 소고기와 온실가스가 무슨 상관인가요?

"목장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생각보다 엄청나거든요. 소의 방귀와 대변에서 메탄가스가 나오는데, 이게 온실가스 중에서도 보온효과가 더 강합니다."

-기자 : 그럼 방법이 없을까요?

"인류 전체가 모든 종류의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만이 해결책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합니다. 어자원 증발은 식량위기의 티핑 포인트라고 한 모 식품종사자의 말에,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기자 : 기초정치인이신데도 범세계적인 현안에 관심이 깊으시군요. 놀랐습니다. 혹시 좀 더 큰 정치 무대 진출을 꿈꾸고 계신가요?

"제가 생계 때문에 자영업을 따로 하고 있어서 기초의원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

정서희가 전성렬을 돌아보며 말했다.

"실루엣만 봐도 수영 씨가 멀티 인터뷰한 거 딱 알아보겠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전부 다른 사람인 줄 알겠어. 주장이 서로 충돌하잖아."

"그만큼 그때그때 자기 역할에 충실하는 거죠."

화면은 어느덧 여의도 앞을 비추고 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어민, 양식장주등 어업종사자들이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어촌 보호를 외치고 있었다.

-생선 파동은 어촌을 보호하지 않은 실책이 드디어 터진 것이다!

-어촌을 보호하라!

-국회는 어업관련특별세금제도법을 제정하라!

-우리는 언제나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간다!

-10년간 양식장 하면서 목구멍에 풀칠만 했다! 이제 돈 좀 벌어보려고 하니까 강제 일괄 매수가 웬 말이냐!

가장 선두에는 높이가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깃대를 휘두르고 있는 하수영이 있었다.

깃대에는 가로세로 8미터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깃발이 달려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 무거워 보인다.

성인 여럿이 달려들어야 겨우 들까 말까 한 무게.

그런데 하수영은 그것을 한 손으로, 쉬지 않고 힘차게 휘두르고 있었다.

확성기를 쓰지 않았는데도, 확성기를 씹어 먹을 듯이 쩌렁쩌렁하게 크게 울린다.

-정부는 식량위기를 대비하라! 정부는 식량위기를 대비하라!

"……하 사장, 힘이 정말 좋구만. 저러니 5타짜리 홀을 한 방에 넣었지."

"가벼운 특수소재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정말 힘이 세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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