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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716화 (716/1,270)

프랜차이즈 갓 716화

178장 VIP 대우 (4)

혼자 있는 장효주를 향해, 주효정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여기서 혼자 뭐해? 수영 씨는?"

"저기. 꽃밭에서 신이 나서 자기 오늘 홀인원 트로피 자랑하는 중."

"홀인원이면 자랑할 만하지. 골프좀 치나 봐?"

"클럽도 오늘 처음 잡아봤다."

"와, 진짜? 수영 씨는 비기너스 럭키도 무시무시하게 적용되는구나."

주효정은 옆에 앉아 다리를 꼬며, 즐거워 보이는 하수영을 멀리 응시했다.

"수영 씨도, 로한 씨도 아주 인기 쟁이네. 역시 이 중에서 가장 돈 많은 남자와 가장 잘생긴 남자다워."

"언니, 로한 씨한테 관심 있어? 요즘 좀 친하게 지내려는 거 같던데."

"이번에 영화 잘됐잖아. 친해두면 두고두고 좋은 거지."

"잘되기는, 투자 수익은 아직도 마이너스인데."

"제작비를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야? 헐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 몇 개는 찍을 돈을 한꺼번에 때려 넣었잖아."

"해외에서 잘 팔려야 수영 씨도 투자 수익 좀 건질 텐데."

"그래야지. 이게 잘되어야 수영 씨가 다음 영화에도 크게 쏠 거 아니야?"

하수영은 쉬지 않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대충 느끼기에는 농사가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지에 관해서 설교를 하는 듯하다.

보통은 몇 초 만에 흥미를 잃고 나가떨어질 만한 주제.

하지만 여배우들은 정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들 눈도장 찍으려고 열심히구나."

"언니처럼 셀프 CF나 셀프 출연이 안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래."

"너는 마음만 먹으면 CF 내정배우도 다 밀어내고 어떤 자리든 꿰찰수 있잖아. 난 그게 안 돼서 내 돈들여서 CF 찍는 거야."

효원식품의 오너인 주효정은 연예인 중에서는 톱을 꼽는 부자다.

자기 회사 CF는 자기가 직접 찍기도 한다.

"이만 가서 빼와. 세정이 저년, 저 러다가 오늘 수영 씨 집에 쳐들어갈 기세네."

"그래야겠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수영은 거리낌 없이 배우들과 어울렸다.

자신을 의원, 제작자, 혹은 배우등등 어떻게 부르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을 어려워하는 남자 배우들에게는 스스로 먼저 다가가서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리기도 했다.

"주량이 장난 아니신데."

"잔 채워지면 그냥 바로 비워 버리시네. 어마어마하다."

"진짜 이십 대 초반 맞아?"

그리고 하수영도 배우들과 어울리면서 알게 되었다.

"병원 홍보 CF에 출연하셨었군요. 우리 재단 모델이셨네요."

"재단에서 기회를 주신 덕분입니다. 꼭 한 번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몰라봐서 제가 민망하네요. 광고개별 집행까지 일일이 제가 챙기지는 않아서요."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경제와 문화 발전을 위해 이리저리 바쁘신 분이잖아요."

알고 보니 배우들은 전부 하수영과 직, 간접적으로 얽혀 있었다.

서진파운드리나 병원 CF에 출연했었거나, 하수영이 투자한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거나, 백화점 골든 트러플 서비스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거나.

"미디어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릴 생각입니다."

하수영의 말에 그를 중심으로 둘러 앉은 배우들은 다들 좋아라 했다.

장효주가 새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영관 때문이죠?"

"맞아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놈들이 버는 거 보고 안 되겠다 싶더군요. 제가 그런 건 못 참죠."

"그런데 전국에 극장 인프라 까는 것은 하루아침에는 안 될 테고…… 혹시 인수를 생각하고 계세요?"

흰 피부가 특징인 여배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요. 그냥 현질로 인수해 버리는 것은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요?"

재미?

순간 다들 비슷한 물음표를 표정에 떠올렸다.

"아무튼 맨 프롬 콜롬비아 2는 1과는 조금 다를 겁니다."

"어머, 그럼 2 제작이 확정된 건가요?"

"네, 그렇게 속편을 시사하고 끝냈는데 당연히 제작해야지요."

배우들은 다들 기쁜 낯빛을 띠었다.

투자자이자 제작자인 그가 확정을 이야기했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제작되는 것은, 한국 미디어 토양 발전에 매우 유익한 일. 당연히 배우들에게도 간접적인 이익이다.

자기들이 발 딛고 있는 생태계가 비옥해지는 전개이니까.

"1은 제가 중간에 끼어들어 간 터라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전투씬도 소품이나 배경에서 너무 빈티가 줄줄 흘렀고요."

"……."

이 순간 다들 같은 생각을 품었다.

그게 빈티가 흐르는 연출이었다고?

항공모함이 나오고, 슈퍼카 수십대를 때려 부수고, 전차 군단이 나오는 마약 범죄 영화가?

"2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제작비, 규모, 배경 모든 면에서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공개 오디션에 꼭 참여해 주세요."

"혹시 공개 오디션은 언제부터 열리나요?"

"늦어도 한두 달 안으로는 오디션시작해야죠. 그래야 주연배우들 일정 킵할 수 있으니까요."

"네? 벌써요?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시나리오는 이미 나왔습니다."

배우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달라졌다.

"실종된 김주환이 살아 돌아와서 서해, 아니, 유성그룹 이창영 회장한테 복수하고 그룹을 무너뜨리는 내용이죠."

"아! 그럼 2부는 김주환이 주인공인가요?"

하수영이 끄덕였고, 주효정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시나리오 수영 씨가 쓴 거예요?"

"네, 맞습니다. 제가 썼습니다."

정확히는 하수영이 아니라 프리덤이 썼다.

빅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뮬레이션을 통해, 1부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 가장 큰 흥미와 재미, 감동을 느낄 만한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짜맞췄다.

"와, 대박. 불멸의 이순신 소설화 이후에 처음으로 영화 시나리오에 도전하시는 거 아닌가요?"

"뭐, 그렇죠. 생각보다 쉽던데요."

당연하지.

재밌게 쓰라고 지시를 하는 게 전부였으니,

"완전 황금 시나리오네요. 제작자님이 손수 쓰신 시나리오면 대체 가치가……."

"정확히 6억 8,723만 5,941원짜리 시나리오죠."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인 숫자가 딱 나오는 거예요?"

"제가 계산을 해보니 이 시나리오가치가 그 정도쯤 되더라고요. 물론 물리적인 영역입니다."

"……?"

배우들은 그 이유를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프리덤이 시나리오를 만드는 연산과정에서 소모한 전기료라는 것을.

***

권순철은 전 반도체 사장 이문석을 찾았다.

자신의 경험을 그와 공유해서 조언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암 투병 한다더니, 병원 문턱에도 가지 않았잖아?"

투병은커녕, 이문석은 마이애미에서 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어쩐지 그 좋은 청담수영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미국으로 간 것부터 이상했다."

당시에는 하수영과 서먹해서 청담수영병원을 찾지 않고 미국으로 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암은 핑계였고 그냥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서 한량 생활 중이다.

당연히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혹시 서진파운드리로 이직하기로한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권순철은 이문석과 직접 부딪치기로 했다.

"저 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 주십쇼."

연락을 내키지 않아 하던 이문석은 통화하자마자 다짜고짜 권순철이 들이박자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적당히 시간 지나면 완치를 이유로 다시 복귀하려고 했죠? 어차피 시간도 지났고, 그룹에 돌아올 자리도 없을 테니, 서진파운드리로 간다고 해도 부회장님이 그렇게까지 노여워하진 않을 거라는 계산도 있었을 테고요."

-……하나 틀렸어. 서진파운드리가 아니라 TSMC로 가기로 했어.

"왜 서해전자를 버린 겁니까? 설마 우리 반도체 사업부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 겁니까?"

-…….

"좋습니다. 저부터 솔직해지죠. 물필요 여부, 생산단가에서 우리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됩니다. 무엇보다 하수영 의원이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정말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권순철은 얼마 전 자신이 골프장에서 겪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제가 미신 같은 건 안 믿지만, 사람이 타고나는 운이라는 게 정말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도저히 이런 사람은 상대하고 싶지 않더군요. 아, 사장님도 당연히 안 믿으시죠?"

그날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은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골프장에 있었던 이들만 답답해서 미칠 지경.

당시 관람했던 선수와 코치들은 한국 골프계에 엄청난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믿네.

"……믿는다고요? 진심입니까?"

-서진파운드리의 반도체 공정기술은 내 과학, 기술적 지식을 완전히 벗어난 수준이었어. 자세히는 말할 수 없으니 이해하게.

"……."

-이것만 말해주지. 자네 판단이 옳아. 서진파운드리가 있는 한, 서해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미래가 없어.

이문석의 말이 빨라졌다.

-아니, 전 세계 반도체 공장의 미래가 없어. 결국 모두 팹리스로 가게 될 거고, 반도체 생산은 서진파운드리가 독점하게 될 거야.

시장보호를 위해 열악한 가성비를 무릅쓰고 공장을 유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네가 원한다면 TSMC에 자리를 마련해 주지.

"그 정도로 신뢰를 얻은 겁니까?"

-신뢰라니. 서해전자의 고급 인력을 빼오는 일이라면 의원님은 두말않고 승인하실 거야. 필요에 의한 조치지.

"……그렇군요."

-권 부사장, 내가 분명히 말해두지만, 의원님은 정말 무서운 분이라네. 자네가 누구를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무섭고, 잔혹하신 분이야.

권순철은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항상 맑게 웃고 다니는, 조금 가벼워 보이는 그 사람이 그렇게 무섭다고?

이문석이 허튼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기에, 권순철은 바짝 긴장이 되었다.

"만약 방해가 되면…… 치워질 수도 있다는 겁니까?"

-무서운 분이라네.

그것은 긍정이었다.

대놓고 긍정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문석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권순철은 이리저리왔다 갔다 하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 골프채에 만약 얻어맞기라도 한다면…….'

파5홀을 한 방에 넣어버린 골프채다. 비공인 세계 신기록.

한 방에 뼈가 가루가 돼서 죽지 않을까?

'젠장, 사장 자리는 포기해야겠군. 아니, 반도체 사업부에서 빨리 탈출을 해야 해.'

정서진을 데려오거나, 공정기술을 빼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미 판단했다.

또한 서해전자 반도체 공장은 이제 미래가 없을 게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룹 오너 일가의 분노는, 현 반도체 사업부의 수장인 자신에게 쏠리게 될 것이다.

"곧 선장이 될 줄 알고 좋아했는 데, 전임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간 건 이유가 있던 거야. 망할."

***

서진파운드리는 2차 납품을 완료한 후, 3차, 4차 파운드리 물량을 추가로 수주했다.

"서해전자 공장 상황이 정말 안 좋은가 보구나, 프리덤."

-경기도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수원시가 공업용수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상수원에 문제가 큰가 본데. 비라도 오면 좀 나으려나? 그러고 보니 요즘 비가 거의 안 왔지?"

-비가 온다고 해도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합니다.

진짜 원인은 바로 과수원 성역이 지하에서 물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곧 경기도정부에서 서해전자에 최후 중재를 할 것 같습니다.

"최후 중재?"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회사에 계속 생산을 맡기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용으로요. 우리 공장은 물이 필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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