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15화 (715/1,270)

프랜차이즈 갓 715화

178장 VIP 대우 (3)

"1/12000을 18번 곱하면 대체 확률이 얼마지?"

"로또, 아니, 메가밀리언 따위는 감히 비벼볼 수도 없지."

"솔직히 저 정도면 일반인 수준 말고 프로 수준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럼 1/3500의 18제곱이라고 치자. 아이구, 확률이 엄청나게 올라갔네. 그렇지요?"

"1/12000의 18제곱이든 1/3500의 18제곱이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우리 같은 놈들한테나 확률이 의미가 있지, 진정한 실력자에게는 다 소용없는 거다."

"그냥 저 사람은 300미터나 10미터나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은데?"

"……감히 가르치려고 생각을 한 우리가 어리석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완전체로 태어나신 분을 어찌……."

"그저 태어나서 성체가 될 때까지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다고 해서, 치타에게 달리기를 가르치려고 생각한 거나 마찬가지지."

갤러리들은 선뜻 하수영한테 다가올 용기를 내지 못했다.

골프장 사장이 귀띔을 해줬기 때문이다.

서해그룹 사장 일행이라는 설명에, 그들은 섣불리 다가갈 마음을 접고 서성거리며 눈치만 봤다.

그리고 골프장 직원들이 기념패 문치를 주렁주렁 가지고 나타났다.

"아니, 뭐가 이렇게 많아요?"

"18홀 전부 홀인원 하셨으니 일단 홀인원 기념패 18개고요, 생애 최초 100타를 돌파하셨으니 100타 돌파 기념패, 첫 싱글 플레이 기념패, 첫 이븐파 기념패, 첫 60대 타수 기념 패, 첫 50대 타수 기념패, 첫 40대 타수 기념패……."

골프장 사장은 감동으로 붉어진 얼굴로 열심히 설명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첫 개인 기록이라고 꼽을 만한 모든 기념패를 전부 다 만들어서 가져온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 최초이자, 어쩌면 앞으로 영영 깨지지 않을 대기록인 18연속 홀인원을 축하하는 기념패입니다."

18연속 홀인원 트로피는 다른 트로피에 비해서 월등하게 컸다.

또 온통 금색으로 번쩍거리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다.

"완전 순금까지는 아니지만 100g의 금(약 500만 원)을 겉에 입힌 기념패입니다. 언젠가 우리 골프장의 이름이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기록을 올리는 골퍼가 나타나면 드리려고, 15년 전에 준비를 해놓았던 겁니다."

골프장 사장은 어느덧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닦은 그는, 붉어진 눈으로 하수영의 이름이 새겨진 황금 트로피를 직접 내밀었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이 트로피근처에 갈 만한 기록조차 나온 적이 없었습니다. 평생 꺼낼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어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는군요."

"그런 귀한 의미가 담긴 트로피군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18연속 홀인원이라는 창세기적 대기록에 감히 견줄 바는 못 되지만, 우리 골프장에서 가장 귀중한 트로피입니다."

골프장 사장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걸 드리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친구분들에게 한턱 거하게 쏘셔야죠!"

그때 갤러리 중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맞습니다! 홀인원을 하면 플레이어들한테 크게 한턱 내는 게 관행입니다!"

"좋으시겠어요! 18연속 홀인원을 했으니 진짜 거하게 쏘셔야 할 거 아닙니까?"

여기저기서 한턱 쏘라는 말이 나오자, 하수영은 권순철을 돌아보았다.

"정말인가요?"

"네? 아,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쏴야죠. 어디 보자, 그냥 홀인원도 아니고 18연속 홀인원이니까……."

하수영은 골프장 사장과 캐디, 그리고 수십 명의 갤러리들을 돌아보았다.

"사장님, 골든벨은 없나요?"

"예?"

"셔터 내리세요. 오늘 제가 전부 씁니다."

골프장에 골든벨 같은 게 있을 리가.

하지만 사장은 하수영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동시에 깊이 감동해서, 저도 모르게 갤러리들을 돌아보며 크게 외쳤다.

"오늘 여기 사장님께서 문 닫으시랍니다! 전부 사장님이 쏘신답니다!"

"우와아아아!"

"홀인원! 홀인원! 홀인원!"

"나이스 샷!"

하수영은 모든 골퍼들의 요금을 계산해서 골프장에 지불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캐디의 일당에, 팁까지 얹어서 지불했다.

자신이 소유한 르주블랑 호텔, 그리고 서해호텔에 연락해서 출장 뷔페를 차리게 했다.

통영에도 연락해서 헬기에 신선한 활어들을 실어서 골프장으로 보내게 했다.

뷔페를 차릴 식재료와 도구를 실은 대형 볼보 트레일러, 요리사들을 태운 리무진 버스, 활어를 실은 헬기들이 우르르 나타나자 골프장은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그제야 골프장 사장과 갤러리들은하수영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름이 같아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 수영식품그룹 회장님이셨군요!"

"하수영 의원님, 존경합니다!"

"어쩐지, 턱선하고 눈빛이 닮아서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하수영 의원님이었구나."

"에이, 내가 처음부터 이름을 들었으면 딱 알아봤는데. 그냥 얼굴만 닮은 거라고 생각을 했지, 뭐냐고."

골프장 사장, 유길성은 또다시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격해했다.

"귀하신 분이 우리 누추한 골프장에서 그런 신성한 대기록까지 남겨 주시다니…… 정말이지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이 골프장이 터가 아주 좋더군요. 그냥 치는 대로 쭉쭉 들어가던데요?"

호텔 출장 뷔페와 수영양식장에서 갓 날아온 신선한 활어, 그리고 하수영의 통참치 쇼까지.

골프장은 이날 전무후무한 대잔치 분위기였다.

이문석 사장은 패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서진 대표와 친분을 쌓으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애초에 비즈니스 골프의 목적이 뭔가.

진짜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자는 게 아니라, 사업적 목적 달성을 위해 친분을 다져두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는 정서진을 회유해서 신 반도체 공정기술을 서해그룹이 손에 넣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정서진의 마음을 사야 했는데, 오히려 반대되는 결과만 나와 버렸다.

"우리 회장님, 진짜 대단하시지 않습니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반도체 하라고 100억 달러를 그냥 잔돈처럼 던져주실 때부터 보통 분이 아니신 건 알았지만, 이건 그냥……."

경쟁사에서 빼내 오려는 인재가, 그 회사 오너한테 깊은 감동을 받아버리다니.

'그냥 골프를 치지 않은 게 더 나았으려나.'

물론 '사장대행 권순철'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아마추어 골퍼 권순철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18연속 홀인원이라니…… 초보라던 게 거짓말이었나?'

내내 그런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자세라든가, 골프에 대한 상식이라든가, 모든 정황이 그 의심을 부정했다.

하수영은 오늘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은 초심자라고.

'정말 엄청난 골프 재능자인가? 아니면 천문학적인 확률을 뚫고 모두 홀인원을 한 것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권순철은 질려 버렸다.

그리고 세계 골프사에 다시없을 놀라운 대기록에 진하게 감동했다.

'하늘이 내린 운을 타고 난 사람이다. 외람되지만…… 우리 회장님 일가는 감히 그 운에 견줄 수가 없다.'

실로 불경한 생각이다.

그러나 18연속 홀인원을 목격한 권순철은, 하수영의 존재감에 진심으로 압도당했다.

'서해그룹은 이 사람을 절대 이길수 없다. 절대로, 불가능해.'

정서진을 회유해서 공정기술을 손에 넣는다고?

권순철은 이현덕 부회장에게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오늘 이 장면을 보고서도 그런 생각이 드냐고, 저 사람이 지닌 대운의 크기를 직접 부딪쳐 봐야 알 거라고.

-순철아, 거짓말하지 마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18번 연속 홀인원? 아무리 고딘골프장 필드가 아담하다지만 그게 말이 돼? 거기 파 5홀은 못해도 2번은 쳐야 비거리가 된다고.

"진짜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영상 해상도도 구린 거 보니 가짜네. 나이 먹고 서해그룹 부사장까지 한 놈이 왜 그런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그러냐?

"아니, 친구야. 진짜라니까? 18연속 홀인원이라는 대기록이 나왔어!"

인류 역사상 다시 나오지 않을 대기록을 두고 친구가 믿지 않으니, 권순철은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하수영 의원님은 진짜다.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뭔가가 틀림없어."

-티거 우디르라면 고딕 골프장에서 홀인원 9번 정도는 할 수 있겠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이만 끊는다.

"진짜라니까?"

그리고 그와 비슷한 일을, 다른 갤러리들도 겪고 있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초심자가 18연속 홀인원이라니, 아예 로또 1등 20주 연속 당첨이라고 하지그래?

-영상? 봤는데 뭐 죄다 10분 단위로 끊어져 있던데. 그럼 얼마든지 주작 가능한 거 아닌가?

-농담을 해도 좀 재밌는 걸 해야 웃어주지,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농담이랍시고 하면 무슨 반응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고딕 골프장이 easy하기로 유명하긴 해도, 일반인은 홀인원 한두번 하기도 버거운 데 아니냐?

주변에 아무리 자랑을 해봤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폰으로 찍은 영상을 들이밀어도 주작이니 연출이니 하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SNS에 올린 경험담도 당연히 작정하고 컨셉을 잡은 농담이라고 받아 들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갤러리들은 미치고 펄쩍 뛸 것만 같았다.

18연속 홀인원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

"이제 왔어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골프 치고 뒤풀이 좀 하느라고요. 오늘 홀인원을 했거든요."

"와, 정말요? 대단하네요. 수영 씨, 골프는 한 번도 안 쳐봤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번 생이 처음인 거지, 이미지 트레이닝은 제법 했습니다. 그냥 공을 쳐서 구멍에 넣는다, 그게 전부잖아요."

장효주는 신기하다는 눈으로 하수영이 쥔 황금 트로피를 이리저리 살폈다.

"그거는 홀인원 했다고 골프장에서 준 트로피인가요?"

"네, 맞습니다. 다른 것들은 집으로 보내고 이것만 들고 왔어요. 그래도 오늘 파티에서 자랑할 소재인데 빠뜨리면 안 되죠."

"잘했어요."

파티 장소는 서울 외곽의 한적한 별장이었다.

수십 명에 달하는 선남선녀들이 제 마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연예인들 파티라서 그런지 확실히 전체적으로 비주얼 클래스가 높았다.

"효정 언니 별장이에요. 수영 씨온다는 말은 아직 안 했어요. 괜히 사람 너무 많이 올까 봐."

"로한 저 녀석도 불렀네요?"

"그럼요. 요즘 로한 씨가 얼마나 핫한데, 이런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죠."

비주얼이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연예인들을 모아놓은 파티.

로한 에릭은 그중에서도 유독 빛이 났다.

저마다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 연예인들은 로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어떻게든 은근히 친해지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여러 종류의 술에만 열중하고 있는 로한의 무신경한 모습이, 여자들의 경쟁심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었다.

"로한 씨는 원래 저렇게 말이 없어요? 꼭 필요한 이야기 아니면 입을 열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네? 저 녀석이 얼마나 수다쟁이인데요. 입 다물라고 명령하지 않으면 밤새도록 온갖 잡썰을 다 푸는 녀석인데."

"맞다. 근데 수영 씨는 로한 씨를 정확히 어떻게 만난 거예요?"

"그게……."

막 입을 열려는 그때, 여섯 명의 여자들이 이쪽을 향해 조용히 다가왔다.

뭉쳐서 오는 것은 아니고,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같은 무리로 보인 것이다.

"안녕하세요, 하수영 제작자님."

"최초 이천만 관객 돌파, 진짜 축하드려요."

"김주환 연기 정말 인상 깊게 봤어요."

여배우들은 순식간에 하수영을 둘러싸고 말을 걸었다.

장효주는 어깨를 으쓱하고 반걸음 물러나며 비켜 주었다.

그제야 다른 배우들도 하수영을 알아봤다.

"어? 하수영 제작자님이다?"

"의원님도 오늘 여기로 오시는 거였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메이크업 좀 더 신경 쓰는 건데."

"대박, 나 빨리 가서 인사해야지."

"저분이 하수영 배우님? 와, 너무 선하게 생기셨는데? 정말 김주환 연기하신 그분이 맞아?"

순식간에 여배우들이 하수영을 향해 몰려갔다.

여배우들은 로한과 하수영, 이렇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이성 파트너 없이 동성끼리 떠들게 된 남배우들이 허탈한 눈으로 응시했다.

"안 그래도 로한 저 친구가 여자들 시선 독차지하고 있었는데……."

"생태계 교란종을 두 개체나 풀어 놓으면 토착종은 대체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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