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14화
178장 VIP 대우 (2)
권순철 사장대행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그가 하수영을 대면하는 것은 처음.
하지만 어떤 인물인지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각막이 말라 버릴 때까지 읽었으며, 뇌혈관이 뒤틀리기 직전까지 외웠다.
'회장님보다 더 큰 부자. 식품 하나만으로 재벌이 된 사람.'
이창영 회장의 개인 자산은 약 28조 원.
공개된 자산이며, 은닉 자산과 비자금까지 합치면 훨씬 높다.
권순철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40조 원은 넘지 않을까 추정한다.
'부동산만 10조 원 이상, 프라임컴퍼니 지분만 17조 원, 북미 수영레스토랑 수익만 연 3,000억 원 이상, 여기에 수영치킨, 프라임오일…….'
주요 자산 내역을 옮기만 해도 눈알이 핑글핑글 돌아가는 것만 같다.
'병원이 보유한 항모 2척 가치만 40조 원 이상…….'
그리고 서진파운드리.
전문가들은 서진파운드리의 연간 평균 매출이 안정적으로 250조 원이상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매출이 약 600조 원이니, 1/3 이상을 혼자 먹어치우는 셈.
'중국 황비버섯 농장에서 떨어지는 돈이 그렇게 어마어마하다지.'
지금까지 열거한 것만 해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인데, 14억 중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식재료가 그 모든 것을 압도한다.
중국 세금, 류이엔 회장의 몫을 제외하고, 하수영의 예상 수익은 연간 100조 원 이상.
14억 인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황비버섯을 찾기 때문이다.
재계에 몸을 담은 입장에서, 권순철한테 하수영은 존재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정서진을 단속하러 오셨을리는 없을 테고, 우리 회사가 이번에 연달아 대량 발주를 해서 관심이 생기신 건가?'
서해전자를 위협하는 경쟁사의 오너.
하지만 권순철은 저도 모르게 속마음에서부터 깍듯하게 하수영을 대하고 있었다.
"골프가 아예 처음이신 겁니까, 의원님?"
"네, 골프채 오늘 처음 잡아본다니까요."
"우리 정 대표님은 몇 타나 치시는지……?"
"99타가 최고 기록입니다."
"오, 100의 벽을 깨셨군요."
"이제 겨우 사람 노릇 하는 수준이죠."
정서진은 겸손한 듯 말했지만, 권순철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디서 99타가 감히 싱글 플레이어 앞에서 사람 행세를 하지?'
"권 사장님께서는 81타까지 치신다고 들었습니다."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80타가 제 최고 기록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대단하십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접대 골프를 다녔는지, 99타 쩌리 따위가 감히 알아?
권순철은 으스대는 기분이 들었다.
한 명의 입문자와 한 명의 쪼렙앞에서 오늘 싱글 플레이어의 위엄(81타 이내로 치는 자)을 제대로 보여주리라.
골프는 18홀을 돌면서 친 타수를 합쳐서 적은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각 홀의 기준타수를 모두 합치면 72타, 이는 '네가 정말 열심히 잘한다면 72번 쳐서 18홀을 모두 넣을 수 있어.'라는 의미.
물론 프로 선수는 다르다.
언더파(72타 밑)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선수들은 58타, 59타의 경이적인 점수를 남긴다.
"그럼 제가 먼저 치겠습니다."
"저는 입문자니까 가장 마지막에 쳐도 되죠?"
"편한 대로 하십시오. 오늘 바람이 제법 거세네요. 이런 날에는 바람을 잘 타게끔 공을 높이 올려서……."
권순철은 부드럽게 채를 휘둘렀다.
높이 떠오른 공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날아갔다.
거의 100미터 넘게 날아간 공은 홀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져 착지했다.
"바람이 좋아서 너무 잘 날아가는군요. 정 대표님, 힘 조절을 잘못하시면 홀을 지나칠 수도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서진이 나섰고, 그는 힘차게 채를 휘둘렀다.
그러나 제대로 맞지 않은 탓인지, 공은 50미터 정도를 날아가서 특떨어졌다.
권순철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하수영에게 다가갔다.
"의원님, 제가 자세를 잡아드리겠습니다. 자, 여기 다리를 이렇게 벌리시고……."
"이렇게요?"
"네, 좋습니다. 그리고 어깨와 손목은 이렇게……."
권순철은 그렇게 몇 분 정도 자세를 잡아준 뒤 물러났다.
하수영의 준비 동작은 정서진이 보기에도 어설퍼 보였다.
골프 캐디들도 속으로 하품을 했다.
'더블파 나오겠지?'
'144타까지만 안 갔으면 좋겠는데. 108번뇌로 끝냈으면.'
'되게 젊어 보이는데 의원님이라고? 국회의원은 아닌 거 같고, 군의원 뭐 그런 걸까?'
획!
어설픈 동작으로 하수영이 채를 휘둘렀고, 공은 힘차게 쭉쭉 뻗어 나갔다.
"오, 나이스 샷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시원한 탄도 궤적에 권순철은 박수를 쳤다.
그러다가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어어? 어어어?"
골프공이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홀 깃발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툭!
골프공은 마치 농구의 스위시(링에 닿지 않고 공이 들어가는 것)를 연상케 하듯, 땅에 한 번도 닿지 않고 정확하게 홀의 구멍으로 들어갔다.
"나, 나이스 샷!"
"브라보!"
"원더풀입니다!"
정서진은 물론이고, 캐디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힘차게 물개박수를 쳤다.
권순철은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박수를 쳤다.
"대, 대단합니다! 나이스 샷! 아니, 의원님? 골프 정말 처음 치시는 거 맞습니까?"
"처음 맞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도, 이것은……."
간혹 초보자가 첫 파3홀(기준 3타수인 홀)을 5번 만에 넣는 경우도 있다.
그것만 해도 충분한 초심자의 운.
그런데 첫 타부터 홀인원이라고?
그것도 땅에 전혀 닿지 않고, 다이렉트로 홀에 들어갔다고?
캐디가 재빨리 나서서 말했다.
"고객님, 첫 홀인원을 축하드립니다. 저희 골프장에서는 홀인원을 기록하신 고객님들께 당일 기념패를 만들어서 증정해 드리고 있습니다."
"하수영이라고 적어주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앞으로 골프계의 신성이 되시겠어요."
"놀라운 재능을 가지셨어요."
캐디들은 진심으로 축하를 했다.
아무리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도, 땅에 닿지 않고 홀인원을 했다는 것은 천문학적인 확률.
"그럼 전 이제 뭘 하나요? 다음 홀로 가나요?"
"아, 아닙니다. 남은 플레이어가 모두 홀에 들어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정말 기본 룰도 모르는 초보자인데, 저런 말도 안 되는 홀인원을 했다고?
1홀이 끝났다.
정서진은 5타, 권순철은 3타를 기록했다.
"의원님, 아까의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먼저 치시죠."
"그럴까요?"
하수영은 다시 자세를 잡았고, 여전히 뭔가 엉성했다.
그리고 힘차게 쭉 뻗어 나가는 공!
툭, 데구르르…….
"나, 나이스 샷!"
"대단하세요! 우와, 말도 안 돼!"
"와, 2연속 홀인원이라고? 고객님, 정말 골프 처음 치시는 거 맞으세요?"
"이건 프로 선수들도 진짜 평생 한번 할까 말까 한 기록인데."
"아마추어 홀인원 확률이 1/12,000인데, 그걸 두 번 연속 성공했으니까……."
권순철은 이번에는 아까보다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가까스로 평온을 찾은 그는 경직된 얼굴을 억지로 웃어 보이며 축하해 주었다.
"의원님, 대단하십니다. 1억 4,400만 분의 1의 확률로 연속 홀인원을 성공하셨군요."
"실패할 확률이 그렇다는 건가요?"
"네? 그럴 리가요. 당연히 성공시킬 확률……."
"툭 치기만 했는데도 들어가서 생각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로 들으니까 이해가 되네요. 1억 4,400만 분의 1씩이나 되다니."
"……?"
권순철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반면 정서진은 확률로 설명을 들으니까 오히려 납득한 얼굴이 되었다.
'1억 4,400만 분의 1의 확률은 회장님께 있어서 100%나 마찬가지지.'
캐디들은 골프장의 대기록이 나왔다며 서로 얼싸안고 좋아서 난리였다.
금세 소문이 퍼졌는지, 다른 골프팀들이 프로,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구경하러 왔다.
심지어 골프장 사장도 모든 업무를 내팽개치고 구경하러 왔다.
"아마추어가 연속 홀인원이라고?"
"오늘 골프 처음 치는 거래. 연습이고 뭐고 아예 골프채 처음 만져본 대."
"아니, 근데 그게 가능해?"
"티거 우디르급 재능을 타고 난 사람인가?"
그중 프로 선수나 코치들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하수영을 주시했다.
"음, 나이가 무척 젊은데."
"잘만 하면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골프대회를 뒤흔들 신동이 나올 수도……."
그리고 3번째 홀.
설마 이번에도 홀인원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미 2연속 홀인원만 해도 오늘 하루 골프 운은 다 끌어다 쓴 거지."
"오늘 하루가 아니라 한 10년치 운은 다 끌어모은 거 아니야?"
"아냐. 재능이 예사롭지 않아. 홀인 원은 몰라도 이글은 충분히 나올 거 같은데."
"오늘 골프채 처음 잡는 초심자가 파5홀에서 이글이 나오는 것도 대단한 거지. 기준 5타수 홀을 3타 만에 넣는 거잖아."
"이번 홀은 거리가 꽤 돼서 아마추어는 비거리가 웬만큼 나와야 더블보기라도 노려볼 수 있는데, 초심자는 아무래도 비거리에서……."
획!
하수영은 초심자 특유의 엉성한 포즈로 골프채를 휘둘렀고, 시원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멀리 뻗었다.
"우와……."
"멀리도 날아간다."
"뭐, 뭐야? 어디까지 가는 거야, 저거?"
"설마? 설마?"
"가나요?"
"갑니까?"
"가세요!"
"으아아아아! 나이스 샷! 나이스샷!"
쌍안경으로 홀을 보고 있던 코치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3연속 홀인원입니다!"
"대단합니다! 대단해요!"
"와, 정말 악마의 재능입니다. 저런 재능 보유자가 골프를 하지 않는 건 말이 안 돼요!"
"경기 끝나면 당장 제안을 해야겠어."
골프 코치들은 군침을 흘리며 하수영을 핥을 듯이 노려보았다.
권순철은 더 이상 골프를 칠 의욕을 잃었다.
반면 정서진은 자기 기록보다 벌써 2타수나 적게 나왔기에, 좋은 흐름에 만족하고 있었다.
관객(갤러리)들은 둘의 차례를 전혀 눈여겨보지 않았다.
오히려 대기록의 흐름에 방해만 된다고 속으로는 귀찮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내는 것은 비매너 갤러리나 하는 짓.
그들은 참을성 있게 두 사람을 기다려주고, 격려도 해주었다.
"간다. 가자. 갑시다. 가세요!"
"우와아아! 나이스샷! 나이스샷!"
"아니, 이게 말이 돼? 여기 필드가 아무리 쉬운 코스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정말 악마의 재능이다. 엉성한 저런 자세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내는데, 제대로 트레이닝을 받으면 과연 어떨까?"
그러나 5번째 홀, 6번째 홀, 7번째 홀이 점점 이어지면서, 갤러리들은 말을 잃어갔다.
"7연속 홀인원?"
"이거 세계 신기록 아니야?"
"혹시 골프공에 유도 장치 붙여놓은 거 아니지?"
권순철은 전의를 상실했고, 정서진은 평소보다 좋은 흐름에 만족했으며, 하수영은 설렁설렁 골프채를 휘둘렀고, 갤러리들은 기적이 목도하는 신자들처럼 얼이 빠져 있었다.
"골프 너무 쉬운데요. 이래서야 프로 대회에서 변별력을 가릴 수 있긴 한가요?"
"……."
권순철은 유쾌하게 웃는 하수영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