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706화 (706/1,270)

프랜차이즈 갓 706화

176장 잠자는 농장의 코털 (6)

CPU의 황제 기업, 윈텔.

지금은 PC CPU 시장에서 천재 CEO를 앞세운 ADM에 다소 밀리고 있지만, 서버 등 B2B 시장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지위를 자랑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다.

ADM의 급성장으로 인해, 윈텔은 PC 시장에서 뒤처질 뻔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애물단지였던 옵테인이 한방을 터뜨리면서 윈텔은 다시금 앞서 나갈 수 있었다.

"래플사는 올 한해 옵테인 랙북 판매량을 2,200만 대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진파운드리가 옵테인 제조 가격을 떨어뜨려 준 덕분입니다."

"래플사에서 자꾸 항의가 들어옵니다. 왜 이렇게 제품을 빨리빨리 주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고객사의 요구는 겸허히 받아들여야지요. 이거 TSMC를 더욱 닦달해야겠군요."

"맞습니다. 서진파운드리 같은 '슈퍼 을'을 재촉할 순 없는 법이죠."

래플사는 D램과 SSD를 모두 빼버리고, 과감히 옵테인으로만 채워 넣은 신 랙북 모델을 출시했다.

옵테인은 D램과 SSD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내부 공간의 여유가 늘어나고, 설계가 더 간단해졌으며, 성능은 더욱 상승했다.

"그 바람에 랙북이 더 비싸지긴 했지만, 그래도 래플 소비자들은 돈과 감성이 넘치니까 다행이군요."

옵테인의 유일한 단점은 비싸다는것.

그래도 예전에는 대중화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쌌더라면.

이제는 고급화 전략은 가능할 정도로 가격이 다운되었다.

서진파운드리가 생산가격을 낮추고, 래플사가 고급화 노트북을 만들어서 풀었다.

윈텔의 입장에서는 절묘한 운명의 교차점인 셈.

"2,200만 대라……. 1테라짜리 모듈 2,200만 개면 적어도 300억 불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올 연말 보너스 잔치가 기다려집니다."

그렇게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하수영이 윈텔에 연락을 취했다.

갑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슈퍼을 오너의 연락에 윈텔은 사뭇 긴장했다.

"네, 패트린입니다."

-제가 컴 좀 하나 새로 조립을 하려고 하는데, 부품이 필요해서요. 주문 가능할까요?

"아, 컴을 조립하시는군요."

패트린은 속으로 다소 떨떠름했다.

하지만 상대는 슈퍼 을인 서진파운 드리의 주인, 그는 사근사근 웃음을 잃지 않고 반응했다.

"우리 윈텔의 CPU와 옵테인이 필요하신 거죠? 원하시는 만큼의 부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각각 100개 정도 넉넉하게 싸주면 무리는 없겠지?

아무리 윈텔이 고객이라고 하지만, 상대는 슈퍼 을인 만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아, 정말요? 옵테인 1테라짜리가 1,400불 정도 한다고 들은 거 같은데, 14억 불어치를 그냥 주신다고요?

"14억 불? 옵테인 100만 개가 필요하신 겁니까?"

패트린은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어느덧 다른 임원들도 숨을 죽이고 통화 내용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체 컴퓨터 몇 대를 조립하려고 하시기에……."

-1대입니다. 슈퍼컴퓨터 새로 조립하려고요.

"그, 그렇습니까?"

패트린은 이제야 왜 자신에게 직접 연락을 했는지 납득이 갔다.

하긴, 개인용 컴퓨터 하나 조립하는 데 윈텔 CEO한테 직접 연락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CPU는 필요하지 않으신 겁니까?"

-CPU는 ADM에서 구매하려고요.

"그건……."

-ADM도 윈텔도 우리 서진파운드리의 고객사인데, 한 곳에서만 몰빵해서 주문하면 ADM에서 서운하지 않겠습니까? 제 입장도 고려해 주세요.

"이해합니다."

패트린은 못내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럼 GPU는 엔비도에서 구매하시겠군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도 윈텔에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습니다. 우리 서진파운드리의 가장 큰 고객사이시니까요.

"감사드립니다."

-아무튼, 옵테인 1테라짜리 슈퍼컴용으로 제작해서 100만 개 일단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엔비도와 ADM도 각각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슈퍼컴퓨터용 GPU와 CPU 발주요청을 받은 것.

일단 기쁘게 제안을 수락했지만, 세 기업은 약간의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서진파운드리의 고객사인가? 서진파운드리가 우리의 고객사인가?"

파운드리는 결국 돈 받고 남의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것.

즉 주문 업체는 서진파운드리의 고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진파운드리(의오너)가 거꾸로 천문학적인 수준의 부품을 발주했다.

"하드웨어 스펙만 보면 후가쿠 짓밟는 엄청난 놈을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일단 엑사급 슈퍼컴을 만들려는 것은 확실한 거 같은데."

"우리 회사에 발주한 양을 보면, 대충 총 부품값만 100억 달러 가까이 되지 않을까요?"

***

-마스터, 마스터!

"아, 또 왜? 필요한 것들은 얼추다 산 거 같은데."

-HDD가 빠졌습니다!

"HDD? 그딴 느려 터진 플래터는 어디다 쓰게? 그냥 옵테인으로 3중 백업 시스템 구축하는 게 더 낫다."

3중 백업을 하면 데이터가 손실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단점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 그거 딱 하나뿐이다.

-3중 백업은 당연히 할 겁니다. 여기에 별도로 HDD 백업까지 해서 4중 백업을 하고 싶습니다.

"흠."

-전쟁, 지진, 테러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최후까지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HDD 백업이 필요합니다.

"그냥 자기테이프를 쓰지 그래?"

-앗, 그것도 사도 됩니까? 너무 중복이 될 거 같아서 그것까지는 말씀을 안 드렸는데.

"이놈아, 네 창조주가 피땀 흘려 키운 작물 팔아서 모은 돈을 그렇게 함부로 낭비하면 쓰냐?"

하수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너무 느려. 자기테이프는 됐고, HDD 백업만 추가해, 성역 깔아두면 수명은 큰 문제 없을 거다. 적어도 50년은 하드가 고장 안 날 거야."

-알겠습니다!

"지금 주문해도 그거 다 도착하려면 시간 한참 걸린다. 조립하고 세팅도 다 하려면……. 어휴, 올해 안에는 어림도 없겠네."

-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2년 넘게 기다렸는데 그깟 몇 개월을 더 못 기다리겠습니까!

"이게 몇 개월에 될 만한 게 아니잖아. 주문한 부품이 몇 개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개발 중인 여러 대학, 국가기관, 연구소들이 들었으면 억울해서 가슴을 쳤을 것이다.

"주요 부품들은 얼추 주문했고, 이제 케이스나 골라 보자. 뭐가 마음에 드냐?"

-저는 IBM의 그 메탈 감성이 마음에 듭니다.

"IBM 좋지. 근데 정작 나노소프트에는 아무것도 안 챙겨 줬네. 그래도 프랜차이즈 가맹점인데 나중에 서운하다고 하는 거 아닌지 몰라."

-요즘 나노소프트 기업용 클라우드로 꽤 잘나갑니다. 조립과 초기 세팅을 맡겨 보는 건 어떨까요?

"조립은 내가 수작업으로 직접 하려고 했는데."

-어, 정말이십니까? 감격했습니다.

마스터.

"그런 거 남한테 맡기면 은근슬쩍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일본 스파이들이 그 안에 끼어들어서 온다고. 나노소프트는 그거 못 걸러."

-아, 그렇군요.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새로 조립하길 잘한 거 같네. 그 정도도 미리 생각 안 하다니."

그게 아니라 그저 새 바디를 얻는다는 설렘에 마스터의 기분을 맞춰 준 것이지만, 프리덤은 그냥 넘어갔다.

***

미 워싱턴, 의회.

상원 의회에서는 최근 들어 수영식품 그룹의 미국 진출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노소프트의 수영레스토랑 연 매출이 1,000억 달러를 확실하게 돌파할 예정입니다."

"그중 영업 이익은 300억 달러 정도로 집계된다고 하는군요."

"그 절반인 150억 달러를 한국 본사에서 프랜차이즈 로열티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일개 음식점 하나가 한 해에 150억 달러의 이익금을 벌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세금을 매기기 전의 가격이다.

"맥날드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군요."

"오히려 맥날드는 수영레스토랑 때문에 북미 매출이 심각하게 떨어졌죠. 폐업하는 매장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의원님들, 150억 불은 미국 영업이익을 가맹점과 절반으로 나눈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수영레스토랑은 나노소프트에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상원 의원들은 저마다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발언한 젊은 의원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연 매출이 1,000억 불이라 가정하면, 수영레스토랑 본사는 재료비로 150억 불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영업 이익 300억 불의 절반인 150억 불을 가져간다?"

"바로 그렇습니다."

"그 재료비 150억 불은 ……."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기에 우리 미 국세청이 손을 댈 수가 없죠. 그리고 한국은 농작물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세금이 없다니요?"

상원 의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150억 불이라는 매출에 세금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사실입니다. 한국은 식량 작물 재배에 한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상한선은 있을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만 세금이 없고, 여기서부터는 부과한다라는……."

"전혀 없습니다. 150억 달러든, 1,500억 달러든, 그게 식량 작물이라면 세금을 한 푼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허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세법 체계가 있나."

상원 의원들은 기가 찬다는 듯이 저마다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한국은 땅이 좁아서 식량 자급자족이 어렵고, 농가 인구가 나날이 줄어 가고 있습니다."

"아, 그럼 국가 식량 자주권 확보차원에서……."

"네, 농가 소득에 세금을 면제해 줘야겠죠. 한국은 연 소득 100만 불이 넘는 농가가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법이 있는 거군요."

이제야 이해가 갔다.

입법자들은 '설마 우리나라에서 조단위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나오겠어?'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법을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찍이 한 번 그런 시도가 있었는 데,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흐지 부지됐습니다."

"누가 봐도 수영농가 하나만을 제격하는 법안이라서, 정치인들도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수영농가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다양하게 사회에 환원하는 것들도 많다 보니, 섣불리 칼을 대기가 조심스러운 거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국에 식재료 팔아서 150억 달러 이상을 버는데, 거기에 세금 한 푼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중국에 세운 황비버섯 농장은 중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지요?"

그거야 중국에서 발생하는 수입이기에 중국 세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미 의회가 그런 점까지 배려해 줘야 할 이유는 없다.

"황비버섯은 기호작물이니 식량 안보에 그리 큰 위협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10년 안에 중국 정부가 농장을 먹어 치울 것이라고 봅니다."

"중국이야 그런 점에서 원체 믿을 수 없는 국가니까."

"나노소프트 사티아 아델 CEO를 청문회에서 그렇게 털었는데도, 여전히 변함이 없군요."

"식품 부문 무역 수지가 지나치게 한국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지금 북미 마트에서는 수영한우가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수준입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묘하게 혀를 중독시키는 그 육질의 맛이, 크……."

"……."

"……."

다들 무언의 시선으로 바라보자, 입맛을 다시던 상원 의원은 멋쩍어서 시선을 피했다.

"아무튼, 나노소프트를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습니다. 의회 차원에서 제재 방침을 추진해야 합니다."

"적어도 본사와 가맹점의 이익 배분을 지금의 5:5에서 8:2 정도로 변경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번 돈은, 미국에 다시 쓰여야 합니다!"

최초 발언자는 격앙되는 의원들의 분위기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보좌관이 잰걸음으로 다가와서 귓속말을 건넸다.

"상원 의원님, 수영레스토랑 본사가 미 계좌의 모든 돈을 인출했습니다."

"그래? 잘됐군. 그걸 빌미로 이번에는 발머 스틴 본부장 청문회를 진 행하고, 수익 배분 조정을 밀어붙이면 되겠어."

"전액 인출해서 미국산 제품을 쇼핑했습니다."

"……뭐?"

"윈텔, ADM, 엔비도, IBM 등 여러 기업에서 컴퓨터 부품을 샀습니다."

"……한 푼도 빠짐없이 전부?"

"네, 그러고도 모자라서 중국 버섯농장에서 번 돈 일부를 미국에 송금한 거 같습니다."

상원 의원은 수영농장과 나노소프트를 제재해야 한다고 눈에 불을 켜는, 십수 명의 동료 의원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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