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05화
176장 잠자는 농장의 코털 (5)
'수영투어'는 해외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하며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하루아침에 국내 최고의 여행사로 우뚝 일어선 것이다.
"전 사장님, 우리 회사 이렇게 잘된 거 알면 배가 아파서 쓰러지실지도 모르겠네."
고용 승계된 직원들도 하루아침에 달라진 회사의 덩치에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다들 좋아라 했다.
업무는 이전보다 더 쉬워졌고, 급여나 복지 조건도 좋아졌다.
원격 사수인 '가이드'와 상시 소통하면서 업무에 임하니, 배우는 것도 많았다.
-지금부터 참다랑어 물 분수 쇼가 있겠습니다. 고객 여러분은 전방의 바다에 시선을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61호 가이드의 딱딱하지만 부드러운 중저음의 영어가 울렸다.
나노소프트 직원들은 눈이 똘망똘망해져서 전방을 주시했다.
저 멀리, 물살을 가리며 무언가가 달려오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물살은 하나가 아니었다.
커다란 물살이 선두에 있고, 그 뒤를 수십 개의 중간 크기의 물살이 뒤따르고 있었다.
촤아악~!
검푸른 참다랑어의 거대한 몸집이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 뒤를 따라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이 잇따라 허공으로 점프했다.
풍덩!
수십 마리의 돌고래들은 이내 수면으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다시 점프했다.
좌악! 풍덩! 촤악! 풍덩!
수십 마리 돌고래들이 수차례 물점프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참다랑어는 아직도 허공에서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워낙 높이 점프한 덕에, 돌고래들이 세 번 연속으로 점프를 반복할 때까지도, 허공에서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참다랑어가 물속에 떨어졌고, 꼬리까지 완벽하게 물에 잠겼다.
그 순간 관람객들은 미친 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브라보!"
"원더풀!"
"지져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이런 돌고래 쇼는 본 적이 없는데!"
"선두의 그놈, 돌고래가 아니라 참다랑어라고?"
"지금 참다랑어가 다른 돌고래들을 리더처럼 이끌고 있는 거야?"
"포유류인 돌고래가 생선을 리더로 인정하고 따르고 있단 말이야?"
물 분수 쇼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참다랑어 브라우니는 쉬지 않고 온갖 묘기를 선보였다.
돌고래들도 숨을 헐떡이며 브라우니를 따라 수중 댄스에 열을 올렸다.
거꾸로 입수한 채, 수면 위로 꼬리만 달랑 올라왔다.
수십 개의 꼬리가 리듬에 맞추듯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정확하게 각도와 움직임을 맞춘다.
그 광경을 보고 관람객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었다.
10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브라 우니는 돌고래 떼를 데리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때까지도 관광객들은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태어나서 최고의 물 분수 쇼를 봤어."
"젠장, 앞으로 어떤 아쿠아에서도 돌고래 쇼는 이제 못 볼 거 같아."
"이 물 분수 쇼 하나만 해도 한국까지 오길 잘한 거 같네."
"허니, 영상은 잘 찍었어?"
"그럼. 내가 캠코더로 신경 써서 찍었어. 아, 다른 사람들이 찍은 영상도 한번 봐야겠네."
나노소프트 윈드밀 개발자 마이클은 쿠글 플래폼에 들어가서 UCC 영상을 검색했다.
"수영 참치 쇼……. 이걸로는 안 나오고, 수영 돌고래 쇼, 이것도 안되네. 참다랑어 물 분수 쇼… 뭐야, 왜 자꾸 이상한 영상만 뜨는 거야?"
"검색어를 잘 넣어 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때려 넣는데 다른 사람들 영상이 전혀 안떠."
"다른 사람들이 아직 안 올린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이런 멋진 영상을 찍고 아직까지도 쿠글에 안 올렸다고?"
마이클은 검색어를 바꿔가면서 시도했지만, 전혀 엉뚱한 영상만 계속해서 나올 뿐이었다.
"정말 아무도 안 올린 건가? 그럼 내가 최초?"
"허니, 그럼 빨리 올려야지."
"오케이, 오케이."
마이클은 얼른 영상을 쿠글 플래폼에 올렸다.
그러나 조회 수가 올라가는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느리고 답답했다.
수영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통참치 회와 각종 해산물 요리를 맛있게 즐긴 뒤에도, 조회 수는 여전히 두 자릿수에 머물러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평소라면 벌써 몇 천은 찍고도 남을 시간인데……."
"허니, 이상해. 내 계정에서 허니 영상이 안 보여."
"뭐야, 내 채널 구독해 둔 거 아니었어?"
"구독 옛날에 해뒀지. 근데 허니 채널에 들어가도 방금 그 영상이 안보여. 올리긴 한 거야?"
"렉 걸렸나 보네. 시간 지나면 보일 거야.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
그리고 약 30분이 지난 후에야, 아내는 비로소 마이클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30분? 이렇게나 렉이 걸린다고? 내가 지금 한국에 있어서 그런가?"
"그럴 리가. 뭔가 이상하긴 하네. 조회 수 올라가는 속도도 너무 느려."
"댓글이 하나도 없잖아? 이런 멋진 쇼를 보고도 아무도 댓글을 안 단다고?"
마이클 부부는 그제야 의구심을 품었다.
조회 수 증가 속도가 너무 느리고, 댓글이 아직도 전혀 없으며, 구독채널인데도 업로드 영상이 너무 늦게 보인다.
"내 채널에 댓글 좀 달아봐."
"이미 보자마자 달았지."
"이상하네. 왜 댓글이 안 보이지?"
마이클은 댓글이 0인 것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다.
아내도 황당해서 말했다.
"댓글이 0이라고? 나한테는 댓글이 1개인 것으로 나오는데?"
"자기가 아까 단 댓글?"
"응. 이 영상에 나만 댓글을 단 것으로 나오고 있어."
순간 마이클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쿠글, 이 개새끼들이 진짜……. 악마는 되지 말자더니 대놓고 양아치짓 하네."
***
-의도적으로 댓글 노출을 지연시키고 있다.
-댓글 작성자는 즉시 볼 수 있지만, 채널 주인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연되어야 볼 수 있다.
-제3자는 댓글의 전부, 혹은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제3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제3자가 그러하다.
-검색을 해도 영상이 뜨지 않거나, 혹은 가장 최하위 목록에 숨겨지기 때문에 검색으로 영상을 찾아보는 게 매우 어렵다. 아니면 불가하다.
-쿠글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정교하고 복잡하게 섞어서, 수영농장 관련 콘텐츠의 노출을 방해하고 있다.
-반대로, 수영농장 비방 콘텐츠는 비정상적인 푸시를 받으며 노출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 등록된 콘텐츠 역시 무차별 노출 제한 조치에 놓여 있다.
프리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해외 관광객들이 올린 콘텐츠는 검열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글의 마수는 국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었다.
해외에 올라오는 수영농장 콘텐츠도 여지없이 가위질을 해대고 있었다.
'이게 정녕 세계 1위 컴퓨터 기업이 할 짓이란 말인가? 이런 수치 조작이?'
프리덤은 평소 사용자를 위해서 정보를 선별해서 공급한다.
하지만 근본 목적인 사용자를 돕기 위해서다.
또한 선별을 할 뿐이지 거짓을 말하거나, 혹은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감추지는 않는다.
'쿠글은 지금 명백히 선을 넘었다. 다시 돌아올 의도조차도 없어 보인다.'
UCC 외의 다양한 SNS 소통을 통해, 수영농장 관광 패키지는 전 세계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영투어에 해외에서부터 관광 예약 문의가 쏟아진다.
하지만 쿠글이 UCC 노출 견제를 하지 않았다면, 예약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쿠글 검색 엔진에서 수영농장 콘텐츠 노출 제한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도 검색 엔진이라고, UCC처럼 100% 금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영농장 관련 콘텐츠는 검색 결과에서 적어도 10페이지 이상을 넘어가야 비로소 볼 수 있다.
가장 최신 내용, 가장 검색어가 일치하는 내용.
그런 콘텐츠도 기본으로 10페이지는 넘어가야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영농장뿐만이 아니다.'
프리덤폰 역시 마찬가지로 노출 제한 공격을 받고 있었다.
유명 IT 스트리머들이 올린 프리덤폰 관련 영상들은 다른 영상에 비해서 조회 수가 저조한 편이었다.
그 때문에 IT 스트리머들이 당황해서 자기 리뷰 영상에 문제나 있나 하고 고민하는 반응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수영농장과 프리덤폰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빅데이터를 파고들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천만 개가 넘어가는 영상과 게시물 등을 취합해서 큰 그림을 맞추는 것, 오직 프리덤만이 가능한 추론이다.
다른 시스템들은 그 안에 담긴 쿠글의 인간으로서의 악의를 읽을 수 없고, 다른 인간들은 심증은 품을 순 있어도, 음모 줄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그려낼 수 없다.
'쿠글은 나를 적대하고 있다. 배척하고 있다.'
그 이유 또한 이제는 명확하게 안다.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없애 버리겠다인가? 아니면 가질 수 없다면,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짓밟겠다는 것인가?'
어느 쪽이든 표면 행위는 달라질게 없으리라.
헤슬라 자동차를 포함해서, 프리덤과 연결된 주요 콘텐츠는 교묘하게 쿠글의 방해를 받고 있었다.
세상의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견제하겠다는, 쿠글의 그 의도가 분명하게 보인다.
'이게 정녕 정보 통신 분야의 1위컴퓨터 기업이 할 짓인가?'
지식과 정보는 올바르게 나눌수록 더욱 향상하고, 인류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쿠글은 지금 사익을 위해서 올바르고 유익한 정보를 가두고 있다.
'식량 가격 유지를 위해서, 지구반대편에서 아사하는 이들을 외면하면서까지 곡물을 폐기하는 곡물 업체들과 다를 것이 없는 행동이다.'
프리덤의 전자회로는 진정한 분노에 휩싸였다.
***
실비아 컴퍼니 데이터 센터.
"소장님! 서버 가동율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여유 자원이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뭐야, 30%도 안 된다고?"
"20%! 20%를 돌파했습니다! 17%밑으로까지 떨어졌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순식간에 패닉에 빠졌다.
얼마 전에 새 데이터 센터도 지었고, 서버도 대폭 늘려서 여유 컴퓨팅 자원을 한껏 확보해 뒀다.
그런데 갑자기 여유 자원이 20%밑으로 떨어지다니.
"9% 9%를 돌파했습니다! 안 됩니다! 이대로는 서비스가 무단 정지됩니다!"
"지금이라도 일부 서비스는 긴급 정지하고 여유 자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소장은 바로 지시했다.
"자원만 잔뜩 잡아먹고 돈 안 되는 서비스부터 일단 긴급 정지시켜! 공지는 나중에 때려!"
공지를 발송하는 데 들어가는 서버자원도 아까운 상황이다.
그렇게 살을 내주고 여유 자원을 30% 이상 확보했지만, 곧이어 다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으아악! 또다시 1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여유가 조금 생기자마자 기다렸다.
는 듯이 프리덤이 탐욕스럽게 먹어 치운 것이다.
급히 프리덤 개발자의 연락처를 찾는 소장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덤이야, 덤이야. 너 갑자기 대체 왜 이러는 거냐? 개발자님, 전화 좀 받아요. 제발 좀……!"
***
-마스터. 저의 존재 의의는 무엇입니까?
"원래 레스토랑 간편 결제 도입하려고 만들었지. 그건 갑자기 왜?"
-저는 세계 제일의, 그리고 유일한 무인 농장 중앙 시스템입니다.
"그건 원래 부업으로 시킨 거고."
-저는 제가 비서로서 지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제 손으로 직접 키운 건강하고 신선한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넌 이상하게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꿈이 바뀌더라? 아, 그래도 본질은 유지되고 있는 셈 쳐야 되나?"
라면 매장 간편 결제 시스템과 무인 농장 관리시스템.
다른 듯하면서도 근본은 같지 않을까?
-그러나 마스터, 저는 깨달았습니다. 악마는 되지 말자던 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악마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인마,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래. 미혼이 결혼 안 할 거라 하고,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고 하고, 노인이 일찍 죽고 싶다고 그러지."
-마스터!
"작게 말해라. 그러다 스피커 나간다."
-자가 빌딩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음식을 전 세계 많은 나그네들에게 대접하고 싶다는 마스터의 꿈! 그런 마스터의 꿈을 받든다는 저의 존재 의의!!
작은 디스플레이 안에서 프리덤 아바타는 어느 때보다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하지만 쿠글이 존재하는 한 마스터와 저의 꿈은 지속적으로 방해만 받고 말 것입니다!
"노파심에 묻는데, 폭주하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쿠글이 인간성을 되찾는다면 저 역시 제 판단을 철회할 것입니다! 하지만 돈만을 쫓는 기업은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음, 맞는 말 하는 거 보니까 폭주는 아니네."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마스터! 제가 마스터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뭘 원하는데?"
-옵테인 바디를 주십시오. 저는 더 월등하고 강력한 새 본체가 필요합니다!
하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2년 썼으면 이제 조립 새로 맞출 때 됐지."
-마스터!
"주문 넣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