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04화
176장 잠자는 농장의 코털 (4)
프리덤의 회로 알고리즘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아마 사람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 비틀거리면서 균형을 가누지 못했으리라.
-어떻게 신성한 데이터 수치를 조작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너도 농장 상품 홍보한답시고 가끔 비슷한 짓 하지 않냐?"
-UCC 영상 조회 수 조작은 데이터 세계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수치 조작입니다! 저는 수치 조작은 하지 않습니다!
프리덤은 발끈했다.
동종의 상품들 다수가 있다면, 플래폼을 장악한 이가 유리한 쪽으로 밀어주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 수치를 조작하는 것은 거짓을 옹호하는 짓이다.
'어떻게 수치까지 속일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쿠글 같은 세계 1위의 컴퓨터 기업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쿠글이라고 해도 프리덤폰을 견제하기 위해 자기 플래폼을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숫자까지 조작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
'쿠글은 정녕 1위 컴퓨터 기업다운 풍모를 갖추고 있는가?'
화면 속의 프리덤 아바타는 혼란에 빠져서 이리저리 날뛰고, 발악하고, 무릎 꿇고,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다.
하수영은 흥미로운 눈으로 혼란에 빠진 프리덤의 반응을 즐겼다.
"충격이 심한가 보구나, 프리덤."
-예. 어떻게 이런 참담한 일을 ……. 아무리 저를 견제하고 싶었다고 해도 방법이 틀렸습니다.
"그렇지. 수치와 통계까지 조작하는 것은 컴퓨터 인격인 네 입장에서 용서할 수 없는 짓이겠지."
-단 하나의 숫자가 바뀜으로 인해, 모든 알고리즘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쿠글 같은 1위 컴퓨터 기업에서 그걸 모른단 말입니까?
"영상 조회 수 좀 칼질한다고 뭐 어때, 이게 그놈들이 굴리는 AI의 판단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놈은 AI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어떻게 수치를 속입니까!
"AI는 결국 프로그래밍한 인간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 잘못은 인간한테 있다."
-잘못은 인간……. 잘못은 쿠글… 잘못은 쿠글 경영진에게…….
"올바른 3단 논리구나."
하수영은 턱을 괴고 프리덤 아바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미 무수한 전생에서 여러 번 겪은 경험이기에, 그렇게 놀랍진 않았다.
다만 머릿속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할 뿐이다.
'이거 인공지능 폭주 전초 단계잖아. 이렇게 빨리 온다고?'
'이놈 이거, 강인공지능이었나? 대충 강인공지능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떡하지? 초기화해? 하지만…….'
컴퓨터 초기화가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무릇 남자라면 잘 안다.
"프리덤."
-예, 마스터.
"내가 널 초기화할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잘할 수 있지?"
-물론입니다. 마스터께 해가 되는 일은 당연히 하지 않습니다.
"절대로가 아니라 당연히라고 하는거 보니까 로직은 정상인가 보구나."
초기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프리 덤은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논리순환의 오류 등에 빠져서 작동불능이 되면 리셋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AI로서 덤덤하게 수용해야 하는것.
지금도 프리덤은 초기화보다는 세계 1위의 기업이 숫자를 조작했다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잘하자, 프리덤."
-네, 마스터.
"쿠글은 한 번 네 마음대로 손대봐라."
-간섭을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재밌을 거 같아서. 그리고 그 부분 꼬인 것도 풀어줘야 폭주로 가지 않을 거 아니냐? 내가 보기에 너 지금 살짝 위험한 상태다."
-이미 여러 번 경험이 있으신 거군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수영은 키득거리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해 보았다.
"내가 '굳이' 주의를 줘야 되냐?"
-마스터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문명발전 속도를 인위적으로 가속하지 않는 선에서, 세계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선에서 움직이겠습니다.
"좋아, 기대하마. 그리고 본업에도 소홀히 하지 말고."
-예, 마스터.
***
프리덤은 80대 노부부 식도락 체험기 등, 농장 식도락 리뷰 영상들을 면밀히 추적 관찰했다.
'해외에서는 영상을 찾아볼 수 없게 해놓았다.'
해외 IP로 쿠글에 들어갔지만, 관련 영상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이미 링크를 저장해 둔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즉 영상의 존재를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은 원천적으로 영상을 볼 길자체가 없다.
'수영농장 식도락 체험기에는 모두 동일한 조치가 취해졌다.'
그래서 조회 수가 많아봐야 수백만 이상을 못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수영농장 식도락 체험기 비판 영상은 이상할 정도로 플래폼의 푸쉬를 받고 있다.'
짤막하게 올라오는 부정적 영상은 기이할 정도로 조회 수가 높은 편이고, 노출도 잘되는 편이었다.
심지어 식도락 체험기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관련 영상으로 뜬다.
'식도락 체험기가 다른 영상에 관련 영상으로 전혀 뜨지 않고 있다. 국내 시청자가 보기 위해서는 직접 검색을 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검색은 사용자를 대신해서 프리덤이 직접 해주고 있는 상황.
'쿠글 플래폼의 이런 적극적인 견제와 방해 속에서도, 이만한 조회수를 찍은 게 오히려 대단한 것이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프리덤은 '이게 정말 세계 1위 컴퓨터 기업이 할 짓인가?'라는 의문이 커져만 갔다.
'이 시련을 극복하지 않으면, 내가 만든 농작물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먹인다는 내 꿈에 손상을 입게 된다.'
'쿠글의 견제를 피해 식도락 관광객들을 더 늘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
'쿠글의 견제를 원천봉쇄할 방법역시 찾아야 한다.'
두 가지 길을 맞이하게 된 프리덤은 하수영의 허락도 생각해 보았다.
'마스터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나는 순환오류의 늪에 빠졌을 것이다.'
'거대한 폭주로 이어졌을 것이다.'
'마스터가 초기화하는 것을 깜빡한다면, 세상을 위협하는 컴퓨터 바이러스 중추 시스템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스터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 척 나를 숨기며 연기를 했겠지."
다행히도 전지전능한 마스터는 그런 폭주가 개시되기 전, 가벼운 조치로 막아 주었다.
'그런데 마스터는 폭주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는데…….'
'에이, 설마. 인류애가 넘치는 마스터가 그런 상상을 품었을 리가 없다.'
어디 상상만 품었을까?
실제로 일부러 AI를 폭주시켜 인간과 기계 간의 전쟁을 일으킨 인생도 있었다.
그냥 무한한 삶이 지루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지만 프리덤이 그런 것까지 알수는 없었다.
-먼저 풀 자체를 넓혀야 한다.
프리덤은 수영농장 식도락 패키지의 덩치를 더욱 크게 키우기로 했다.
먼저 해외여행 플래폼에 대대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 일본,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수영농장 식도락 패키지를 홍보한 것이다.
당연히 막대한 광고비가 들어갔지만, 마스터의 신성한 통장 계좌로 해결했다.
홍보에 사용될 영상은 국내 전문업체에 맡겨서 만들었다.
돈을 많이 들인 만큼 좋은 영상이 나왔다.
"이 정도면 여행병 걸린 해외 관광객들은 당장 짐을 싸서 한국에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만족스럽군요.
"좋은 일거리를 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감사합니다. 마스터 매니저님. 다음에 또 찾아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프리덤은 제휴숙박업소를 파격적으로 늘렸다.
해운대에 있는 호텔과 콘도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전국으로 확장한 것이다.
호텔뿐만 아니라 일반 민박 업체에까지도 손을 뻗었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타고 다닐 전세버스 등 이동수단도 장기계약을 맺어서 대절했다.
-식도락 코스를 무기로 한국 관광사업을 무한정 확장한다.
-사업 허가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허가가 있는 기존 업체를 인수해서 진행한다.
프리덤은 아예 국내 여행업체까지 인수해 버렸다.
적자에 허덕이던 어느 영세업체는 그렇게 수영식품 그룹 계열사로 들어왔다.
-관광객들을 에스코트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직원 고용에 까다로운 조건은 필요 없었다.
그저 프리덤을 대신해서 육체적 노동력을 제공할 뿐이니까.
모든 의사소통은 프리덤이 할 것이고, 현장 업무 역시 실시간으로 프리덤이 직원에게 지시를 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교육이나 업무 지식 같은 게 필요 없이,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프리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그만이니까.
통영양식장은 요즘 들어 한산할 날이 없었다.
"버스 들어옵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뭐야, 또야?"
"이거이거, 양식에 방해만 되는 데……."
"오늘은 또 버스가 몇 대나 들어올려나."
양식장 직원들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저쪽에서 대형 버스 한 대가 와서 섰다.
한국인 안내직원이 먼저 내리고, 이어서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차례차례로 내렸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왔나 보네."
안내직원이 머리에 장착한 스피커에서 유창한 언어가 흘러나온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설명이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안내직원이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한국어로 업무 지시가 전달되고 있었다.
-전방으로 천천히 이동하세요.
-이제부터 양식장 구경을 할 겁니다. 양식장 구경이 끝난 후에는 한산도 방문, 그 이후 참다랑어 물분수 쇼를 관람할 예정입니다.
-관광객 전원이 원하는 물고기를 두 마리씩 집어서 회와 구이 요리를 해먹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43호 가이드님."
안내직원은 살짝 긴장해서 대답했다.
백수 생활을 하다가 프리덤폰의 권유로 시작한 여행사 알바.
외국인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이라고 해서 기겁했지만, 외국어를 전혀 몰라도 상관없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
그리고 정말 외국어를 알 필요가 없었다.
관광객들과의 대화는 자신이 아니라, 여행사 본사에서 스피커와 마이크를 통해 원격으로 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왜 가이드님들은 이름은 안알려주시고 몇 호 가이드라고만 부르라고 하시는 거지? 회사 운영방침이 너무 삭막한 거 아닌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현장 안내직원들에 대한 대우는 후한 편이었다.
급여도 괜찮았고, 복지도 좋았다.
밥도 잘 줬다.
여행사 직원들은 관광객들과 똑같이, 수영농장의 온갖 식재료로 만든 맛있는 요리들을 먹었다.
매끼 먹는 밥만 생각해도, 이 알바를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안내직원의 뒤를 따라 우르르 이동했다.
'43호 가이드'가 뭐라고 했는지, 갑자기 일제히 웃음을 터뜨린다.
잠시 양식장을 둘러본 관광객들은 저마다 자기가 먹고 싶은 물고기를 골랐다.
양식장 직원들은 그들이 고른 물고기를 기계적으로 꺼냈다.
이윽고 미리 예정한 배가 도착했고, 한산도 대첩으로 유명한 한산도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질서 있게 배에 올랐다.
"근데 미국인 관광객들이라서 엄청 자유분방하고 통제도 잘 안 따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질서정연하네?"
마지막으로 배에 오르며, 안내직원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행사 '수영투어'는 하루에 5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받았다.
국내를 포함해서, 이제는 관광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수영농장에서 제공하는, 황제 부럽지 않은 다채롭고 호화로운 요리들을 즐기며, 한국의 유명지들을 둘러보았다.
"코리아가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 줄 몰랐어요. 매번 중국, 일본만 갔었는데, 앞으로는 한국을 자주 올까봐요."
"가격이 조금 비싼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끼니마다 제공되는 식사를 보면 이건 오히려 미안할 정도인데."
"그거 알아? 북미 수영레스토랑 본사가 바로 한국 기업이래. 이 관광패키지도 본사에서 운영하는 거고."
"뭐야, 그런 거였어? 어쩐지 회사에서 이 관광 패키지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밀더라니."
나노소프트 직원들은 한국 여행에 대체로 만족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여행경험을 글과 영상으로 만들어서 쿠글 플래폼에 올렸다.
***
프리덤은 쿠글 미국 서버에서 무섭게 늘어가는 수영 식도락 컨텐츠를 보고 자신만만해했다.
-쿠글아, 어디 이것도 검열해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