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703화
176장 잠자는 농장의 코털 (3)
식도락 관광 패키지는 꾸준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노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청년층 사이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 번 식도락 관광 패키지를 경험한 이들은 여행 내내 이어진 진미의 맛을 잊지 못했다.
특히 산채비빔밥은 경험자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고 오르내렸다.
"다른 건 몰라도, 죽기 전에 그 산 채비빔밥 맛은 꼭 봐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기름과 고추장에 그 비밀이 있는 거 같아."
"둘 다 시판되지 않고 농장 안에서만 쓰는 거라는데……. 와, 나도 수영농장에서 일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나?"
"원자 단위로 해체돼서 다시 로봇의 부품으로 태어나면 가능하지."
맨 프롬 콜롬비아에 나온 수영농장의 웅장한 모습은 식도락 관광 패키지 결제욕을 자극했고, 관광을 다녀온 이들은 다시 한번 농장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발을 돌렸다.
재관람 열풍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열풍처럼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프리덤은 장사의 범위를 넓히기 시작했다.
-저는 수영농장 마스터 매니저입니다. 서해호텔 해운대점 맞습니까?
"맞습니다만, 마스터 매니저라고 하셨나요?"
-귀 호텔의 객실 50개를 관광용으로 확보하고 싶습니다. 기한은 일단 1년입니다. 가능합니까?
"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 같습니다."
수영펜션의 여유 객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프리덤은 해운대에 있는 호텔들을 상대로 다수의 객실을 확보하고, 관광객들을 그곳에 머무르게 했다.
투숙 객실만 다른 호텔일 뿐, 패키지와 수영펜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고스란히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재료와 사람을 공급해서, 펜션과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줬던 것이다.
이미 패키지 예약은 반년 이상이 꽉 차 있는 상태였고, 영화의 반응이 수록 예약자 수도 늘어만 갔다.
[어느 80대 노부부의 식도락]
[첫 티켓 구매자의 행운, 농장주가 3박 4일 동안 직접 에스코트해?]
[신들의 음식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황제 부럽지 않은 식도락.]
[음식에 비하면 패키지 가격은 거저나 다름없는 수준.]
노부부가 올린 UCC 영상은 수백만이 넘는 조회 수를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더욱 자극했다.
프리덤은 수영농장 인스타그램에 농장, 과수원, 양식장, 해운대 풍경, 그리고 다양한 요리 사진들을 올리며, 그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유도 했다.
[마스터 매니저]
[수영농장 특제 산채비빔밥은 시판 되지 않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사용하여 그 맛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수영양식장의 자랑이자 마스코트인 브라우니가 돌고래 친구들을 데려와서 쇼를 선보일예정입니다!]
[자연에서 헤엄치는 건강한 돌고래들의 진심 어린 분수 쇼를 즐겨 보세요!]
[심신을 맑게 하는 웅장한 잣나무 밭에서 마음을 정화해 보세요.]
[지금 바로 프리덤을 통해 예약하세요!]
관람객 2천만을 찍어봐야, 투자자인 하수영한테 정산되는 몫은 없는 상황.
그래서 CR필름 등이 걱정하는 동안에도, 프리덤은 영화를 홍보로 해서 농장의 수입을 착실하게 챙기고 있었다.
***
예능 '맛의 탐식'의 보조 PD인 송대교는 섭외를 위해 수영농장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걸 때마다 통화 중.
할 수 없이 그는 인스타그램에 비공개 댓글로 자신의 신원과 전화번호, 연락을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전화가 왔다.
-수영농장 마스터 매니저입니다.
"네, 저는 맛의 탐식 PD 송대교라고 합니다. 맛의 탐식 아시죠?"
-물론입니다. 요즘 가장 인기 많은 맛집탐방 예능이더군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수영농장 관광패키지를 이번에 한 번 시청자분들께 소개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약이 밀린 건 알지만 가능한 빠른 기일 내에 부탁드립니다."
송대교 피디는 이미 상대가 승낙이라도 한 듯이 그렇게 말했다.
-인원은 몇 명입니까?
"출연자는 게스트까지 해서 6명입니다."
-출연자 포함한 전체 인원 말입니다.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글쎄요. 한 4, 50명 정도 되지 않을까요?"
-촬영 일정은요?
"넉넉하게 한 4일 정도 잡으면 될 거 같습니다."
-50명 3박 4일, 여기에 급행료를 포함하면 7,500만 원입니다.
"………뭐가 7,500만 원이라고요?"
순간 송대교 피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예능은 방송국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아 파워가 막강한 곳이다.
맛의 탐식은 그중 도 시청률을 탑을 찍고 있는, 예능국장도 애지중지하는 프로그램.
그런 곳에서 소개를 해주겠다는데, 비용을 받겠다고 한 건가?
-우리 농장에서는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특별예약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정의 급행료만 내면 예약 일정을 앞당길 수 있지요.
"이봐요, 매니저님. 지금 우리 프로그램이 어떤지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요.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연예인이나, 광고하고 싶어하는 광고주들이 널렸습니다. 우리 프로그램에 한 번 나오기만 하면 홍보 효과가……."
-잘 압니다. 우리 그룹에서도 귀방송국에 지금까지 1,050억 원의 광고료를 집행했습니다.
"……예?"
송대교 피디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농장은 광고를 하지 않지만, 라면과 식품, 반도체 등 다양한 TV CF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혹시 모르시고 전화 주신 겁니까?
"자, 잠시만요. 신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제가 금방 다시 전화를 걸겠습니다!"
후다닥 전화를 끊은 송대교 피디는 서둘러 동료들을 찾아서 이게 사실인지를 확인했다.
"몰랐어요? 수영농장그룹이 우리 방송국 제일가는 큰손인데."
"지금까지 천억 넘게 광고에 썼다는 게 사실이야?"
"우리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국들은 수영농장그룹에서 엄청나게 광고 뿌리고 있잖아요."
"……."
송대교 피디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좌절감에 휩싸였다.
그러니까 지금, 초대형 광고주한테 방송국 일개 보조 PD가 거드름을 피운 상황 아닌가?
공교롭게도 바로 그때 귀신같이 수영농장에서 전화가 왔다.
-마스터 매니저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어떤 분인지를 몰라뵙고……."
-특별예약 7,500만 원 코스를 진행하실 의향이 있으신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개의치 않은, 건조한 목소리로 예약 의사만을 확인했다.
"물론입니다! 해야지요, 하겠습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남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화를 끊은 뒤, 송대교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중얼거리듯이 물었다.
"프리덤, 나 어떡하냐?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엿 된 거 같은데."
-마스터 매니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초대형 광고주 앞에서 거 들먹거렸는데……."
-그 정도는 진상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입니다. 전혀 염려하지 마십시오.
***
하수영은 의원사무실에서 구정 업무를 확인하고, 태평하게 노닥거리고 있었다.
"음, 나이케도 차이나 머니 앞에서 굴복했구나. 그런 놈들이 스포츠 정신은 무슨."
소수민족의 강제착취로 만들어진 부속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중 국 불매 운동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기사가 떴다.
물론 하수영의 진짜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중국 버섯농장은 아직까지 입질이 없네. 류이엔 회장이 기름칠을 잘하고 있나 보군."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버섯 하나로 인한 국부 유출이 상당할 텐데, 아직까지는 반응이 없다.
"스포츠 스폰서도 한 번 해봐야겠는데. 어디 적당한 종목이 없나?"
"스포츠? 하 의원 정도 클래스라면 당연히 야구 구단 하나 정도는 인수하든가 창립을 하든가 해야 하지 않나?"
"하 의원, 라테 기간츠를 인수해서 단장이고 감독이고 코치진이고 선수고 전부 다 모가지 날려 버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오, 그건 제법 재미있겠는데요?"
"그럴 거면 차라리 플라워이글스를 날려 보내주게. 그럼 나는 비로소 베이스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 같아."
"야구보다는 축구지. 야구 따위에 눈길도 주지 말고 축구에 관심을 좀 주게나."
"골프가 좋아, 골프, 앞으로 우리 하 의원은 접대 골프 같은 것도 많이 받고 할 테니까, 프로 골퍼들 스폰 많이 해두면 폼이 날 거야."
"근데 이 민원은 뭐지? 생선값이 너무 오른 거 같은데 구에서 무슨 조치를 좀 취해달라? 요즘에는 이런 것도 구의원한테 민원 넣고 그러나?"
"생선값이 많이 오르긴 했더라고. 우리 며느리가 이번에 장 보는데 생선값이 두 배 이상 뛴 거 보고 깜짝 놀라더라니까."
"강남에서 언제부터 먹는 거 가지고 가격을 그리 신경 썼다고."
"청담 산다고 다 돈 물 쓰듯이 쓰고 사는 건 아니라네. 우리 아들 부부는 아직도 매달 나한테 생활비 지출 검사받고 있다고."
"자랑이다, 자랑이야."
"억울하면 지들이 돈을 벌던가. 지금까지 사업한답시고 말아먹은 것들만 생각하면 내가 그냥 속이 터져서……. 어휴. 우리 아들들이 하 의원 반의반의 반만 닮았어도 내가 맘이 편할 텐데."
"어시장 쪽 가보면 분위기가 확실히 처져 있어. 어선들 그물잡이가 영 시원치 않은 모양이야."
"그럼 생선을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생선 말고도 세상에 먹을게 얼마나 많은데."
"에이, 생선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끊는다고."
"다들 오늘 나이케 속보 봤지? 내가 그쪽 주식들을 정리하는 게 맞을까? 하 의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막내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자기도 빌딩 하나 달라고 하도 보채서 우울증 걸릴 지경이야. 죽을 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안 줄까, 왜 이렇게 제 아비 재산에 눈독을 들이는지 모르겠어."
여느 때처럼 의원사무실은 후원회노인들의 끊이지 않는 잡담과 화제전환으로 활기가 넘쳤다.
밖에서는 청담동 노인정이라고 불리지만, 막상 오래 일한 직원들은 초등학교 교실에 와 있는 듯한 혼미함을 느낀다.
-마스터,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어느 80대 노부부 식도락 체험기 영상 콘텐츠 말입니다. 조회 수가 아직도 400만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
-네, 300만까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찍었는데, 그 뒤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해졌습니다.
"네가 영상을 재미없게 편집해서 그런 거 아니야?"
-절대 아닙니다!
"그럼 직원들이 제대로 에스코트서비스를 못 챙겨서 그러나? 갑자기 투입했으니까 아직 혼란스럽기는 할 텐데."
-제가 모니터링하고 있어서 그 부분은 문제가 없습니다.
"아니면 역시 내가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과 직원들이 하는 것은 달라서?"
-그 부분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은 해외 시청자로 보이는 댓글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래?"
-그리고 조회 수 증가는 눈에 띄게 적은 데 비해, 댓글 수 증가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프리덤폰 출시했다고 쿠글이 벌써부터 견제 시작하나 보네."
본래 쿠글은 다른 IT업체들처럼 간절하게 프리덤을 원했다.
하지만 프리덤폰 출시로 인해, 그게 틀어졌다는 것을 다들 알게 되었으리라.
-마스터, 설마……. 1위 컴퓨터 기업에서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왜, 충격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