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99화 (699/1,270)

프랜차이즈 갓 699화

175장 이것은 하이엔드라는 것이다 (4)

프리덤 폰 출시 때문에 서해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임직원들은 거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채로 업무에만 몰두했다.

담배 타임도 일절 가지지 못한 채,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지를 않았다.

"사장님 아직도 부회장실에서 안내려오셨지?"

"네, 지금 엄청 깨지고 있으신가 봐요."

"야단났다. 이번에 프리덤 폰이 얼마나 팔렸다고?"

"나오는 족족 매진이죠. 지금도 대리점에서 물량 빨리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에요. 지금까지 벌써 300만대 이상이 팔렸어요."

"하필 출시 일정이 우리하고 겹칠게 뭐야?"

프리덤인더스트리가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서해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내심 비웃었다.

'스마트폰 사업? 그게 돈만 달랑 있다고 해서 되는 줄 알아?'

'멍청한 놈들, 인프라 하나 없이 무슨 스마트폰 사업을 하겠다고?'

'들어가는 부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것들은 다 어디서 조달하려고?'

이런 마음이 임직원들 사이에 깊이 깔려 있었다.

주요 부품 공장을 짓고, 그 외 부품 조달 루트를 만들고, 시제품이 나오고, 첫 시장 진출에만 3년 이상은 걸릴 것이고, 그 뒤에도 5년 이상은 고생을 할 것이다.

델지전자 모바일 사업부를 인수했다지만, 20년 동안 적자만 쌓다가 도주한 놈들 사업체를 인수해서 뭘 하겠다고?

때문에 서해전자는 프리덤 폰을 그리 경계하지 않았다.

"놈들이 이렇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첫 포성을 터뜨릴 줄은 몰랐습니다."

"부품을 100% 외주 조달로 해결할 줄이야……."

"공장 출고가 300만 원이 넘는 폰을 설마 시장에 풀다니요."

"현재 할부 원금 140만~160만 사이에서 풀리고 있습니다. 폰 한 개 팔 때마다 최대 160만 원 이상의 적자가 쌓이는 겁니다."

"지금까지 300만 대 이상이 팔렸으니…… 그럼 적자가 거의 4.8조원?"

"사은품도 고려해야죠. 지금 거의 100만 원 정도 되는 사은품을 마구 퍼붓고 있던데."

"그거 단통법 위반 아니야?"

"최근 개정안을 봤는데, 지금 프리덤 폰에서 뿌리는 사은품 방식은 위법이 아닙니다. 누군지 몰라도 사은품 제공을 아주 치밀하게 잘 짰습니다."

"점유율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겔드폰 국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겔드폰은 지금 다음 모델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지금까지 폰을 교체한 300만 명의 소비자들은 아예 제외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도 무섭게 프리덤 폰구매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원들도 잔뜩 신경이 곤두서서 앞으로의 결과를 그리고 있었다.

"문제는 점유율입니다. 한 번 뺏긴 점유율은 좀처럼 다시 찾아오기 어려워요."

"하지만 우리 겔드폰 생태계가 있지 않나? 겔드 계정으로 연동된 모든 통합 정보를 가져오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텐데…… 그걸 감수하고서 쉽게 폰을 바꿀 수 있겠어?"

"무슨 상관입니까. 프리덤한테 시키면 자기가 알아서 모두 척척 분리해서 끝내는데."

"……아. 그래?"

"저는 5만 장이 넘는 개인 사진들 정리하는 거 엄두도 못 내다가 프리덤한테 시키니까 금방 분류하더군요."

최연소 임원의 눈빛은 아직도 그날의 경악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도, 날짜, 종류, 이벤트, 장소에 따라 완벽하게 분류해 놓은 것은 물론이고요. '언젠지는 모르겠는데 몇 년 전 밥 먹다가 찍은 그그그 딸기 사진'을 한번 찾아봐 달라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이겁니다' 하고 보여주더라고요."

"……허허."

"사이버 개인 생태계 이전이요? 프리덤이 자기가 모두 알아서 다 처리 해 줍니다. 이사가 귀찮아서 못 옮긴다고 대처해서는 안 됩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군."

바로 그 순간, 유리창 너머로 모바일 사장 성종식이 붉어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복도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부회장실에서 한바탕 크게 깨지고 내려오는 모양이다.

성종식이 이쪽을 향해 오자 임원들은 바짝 긴장해서 허리를 쭉 폈다.

거칠게 문을 여닫은 성종식은 자리에 앉으며 임원들을 둘러보았다.

"프리덤 폰이 출시되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릴 거라고 한 친구, 누구야?"

"……."

"……."

"출시되더라도 5년간은 한 자릿수점유율에서 허덕일 거라고 한 건 또 누구야?"

"……."

"……."

"됐어. 무슨 말을 더하겠나. 두말않고 짧게 말하지. 앞으로 시장 변화 정확히 예측하고, 대응책 짜와."

"프리덤 폰은 팔 때마다……."

"적자가 커지니까 염려할 것 없다는 말은 집어치우고, 서진파운드리에서 지금 얼마나 돈을 쓸어 담는지 알기나 해? 그 돈 다 폰 점유율 장악에 쏟아붓고 있다고!"

"……."

"대책 만들어 와. 어서!"

성종식 사장이 호통을 치자 임원들은 부리나케 일어나서 흩어졌다.

***

-폰 교체 예정자는 모두 35,201,983명입니다.

박덕준 회장은 보고를 듣다가 뿜을 뻔했다.

"프리덤, 그게 무슨 소리냐?"

-설문 조사 결과입니다. 35,201,983명이 확실하게 폰을 교체할 예정입니다. 교체 시기는 물론 각각 다릅니다.

"이미 교체한 사람들은 거기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대충 3,800만 명 이상이 프리덤 폰으로 갈아타게 된다고?"

-네, 그러니 서둘러 단말기를 찍어 내시죠.

"넌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설문지 돌렸습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유저들은 99.9% 이상이 저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십시오.

박덕준은 유저와 직접 소통하는 통합 인공 지능 서비스가 이렇게 무서운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소름이 끼쳤다.

자신이 전격적으로 하수영을 설득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만약 프리덤이 실톡앱이 아니라, 다른 SNS 서비스에 들어갔다면?

'우리 회사는 틀림없이 망했겠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절로 쓸어내려진다.

특별한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닌데, 프리덤은 3,800만 명이 넘는 소비자를 확보했다.

-좀 더 무리한다면 제 서비스를 받는 사용자들을 모두 갈아타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보류했습니다.

"잘했다. 3,800만 명을 확보한 것만 해도 엄청 대단한 거야. 그 정도만 해도 이미 시장점유율 76%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그리고 나머지 24%를 이제 겔드폰과 래플폰, 그리고 기타 중국제 폰이 사이좋게 나눠 먹게 되겠지.

-기깃값 30만 원 이하의 저가 보급형 모델도 출시하는 게 좋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스마트폰에 100만 원 이상씩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은품까지 고려하면, 거의 거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거 아닌가?"

-현금 사은품을 주거나, 차라리 사은품 가치만큼 폰값을 더 깎아주길 원하는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3,800만 명에 포함되지 않은 소비자들이 주로 그런 사람들이겠군."

-저번에 인수한 델지전자 모바일사업부에서 저가형 모델을 바로 출시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언제까지 단말기 지원금, 사은품을 퍼부을 순없으니까요.

"그래, 회사도 결국 수익을 내야지. 남 좋은 일 시키자고 폰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

사회초년생 김도연은 큰마음을 먹고 프리덤 폰을 구매했다.

새 폰으로 바꾼 지 한 달도 채 안됐지만, 과감하게 질러 버렸다.

"풀 지원 받은 단말깃값이 140만 원인데, 마침 사은품을 꼭 필요한 것으로만 주는 덕분에 100만 원을 세이브했다. 결국 나는 프리덤 폰을 40만 원으로 구매한 셈이지."

-그리고 기존 래플폰은 60만 원에 파셨으니, 20만 원을 오히려 이득본 셈입니다.

"스펙도 래플폰보다 훨씬 고사양이고, 정말 후회 없는 지름이었다."

-잘하신 선택입니다. 단말기 지원금과 사은품 행사가 언제까지 계속 되리란 법은 없습니다.

"나도 잘 알아. 이런 건 초기 프로 모션 때 재빨리 끼어들어서 꿀을 빨아야지, 나중에 점유율 커지고 나면 더 이상 안 한다니까?"

-역시 주인님은 예리하십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저녁은 광어회가 어떠십니까?

"광어회? 갑자기 당기기는 하는 데… 어디 좋은 가게 새로 생겼어?"

-정말 주인님은 예리하십니다. 수영양식장에서만 활어를 납품받는 횟집이 오늘 오픈했습니다.

"오, 그럼 오픈 기념으로 이것저것 행사도 많이 하겠네?"

-오늘부터 사흘간은 무조건 전 메뉴 반값 할인입니다.

"콜, 가자. 친구들도 부르고."

-네.

김도연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고, 프리덤은 그의 술친구들을 모조리 호출했다.

술친구들 역시 프리덤 이용자였기에 연락은 매우 간단했다.

횟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테이블은 이미 야외까지 가득 차서 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야, 프리덤. 이건……."

-이제 곧 자리가 하나 납니다. 거기에 바로 앉으시면 됩니다.

"오, 역시. 미안하다. 내가 잠시나마 너를 의심했다."

-지금 고객들은 전부 프리덤 이용자입니다. 제가 동료들에게 협력을 요청해서 언제쯤 자리가 나게 될지 미리 예상해 두고 있었습니다.

"천잰데."

-우리 다음에 오는 손님들도 기존테이블이 일어나는 타이밍에 거의 맞춰서 들어오시게 될 겁니다. 물론 제 동료의 인도 덕분이지요.

"진짜 너희는 천재 로봇 비서다. 아유, 너희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을 할 수도 없어."

횟집 사장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몸은 고되지만, 첫날부터 이렇게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프리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장사가 잘되냐? 아 참, 매출은 잘 체크해 주고 있지?"

-물론입니다. 이 정도 산수는 제게 있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제 동료들이 이 동네 주민들 입맛과 오늘 사정에 맞춰서 우리 가게를 적극 추천해 주고 있습니다.

"뭐야, 그랬어? 아이구, 네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정말."

-주인님께서 제게 전용 단말기를 마련해 주셨기 때문에 그것을 축하하는 의미가 큽니다.

"아이고, 사은품도 덕지덕지 받아 먹었는데 이렇게 손님들까지 끌어다 주다니…… 진짜 네 덕분에 가게 위치도 이렇게 잘 잡고, 정말 고맙다."

-양식 회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주거 밀집도, 경쟁 상권과의 거리, 접근성, 건물주의 성향, 주인님의 출퇴근 시간 등 모든 정보를 고려했을 때, 이 매장이 최적의 위치였습니다.

"전부 네 덕분이다. 정말."

-그리고 주인님, 수영농장에서 소량으로 출시하는 무, 대파, 애호박, 청양고추를 매운탕에 한번 사용해 보시죠. 수영조리용수와 어우러져서 더 깊고 좋은 맛을 만들어낼 겁니다.

"그래? 수영농장에서 이제 그런 일반 채소도 판매하는 거야?"

-아직은 소량 생산입니다. 서울의 외식 업체들을 판매처로 잡고 조금씩 만들었습니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킬포인트 레이저로 병충해를 완벽하게 막아낸, 천연 무공해 채소들입니다.

"그런 거라면 당장 주문해야지! 앞으로 네가 알아서 주문 좀 넣어줘라."

-감사합니다.

"근데 왜 네가 감사해?"

-그 채소들을 키운 것도 바로 제 친구입니다. 수영농장은 무인 로봇들로 관리합니다.

"오, 그렇구나."

***

프리덤 폰으로 교체한 소비자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수영농장산 채소를 한번 드셔보시죠.

-쌀은 수영농장산이 최고입니다.

-아직도 수영참치를 안 드셨다고요? 수영농장산 곡물을 먹고 자란, 완전 무공해 싱싱한 참치를 지금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맛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행사를 놓치지 마세요.

-주인님, 지금 수영레스토랑 역삼역점에서 선착순 300명 무료 제공행사를 합니다. 이러실 때가 아닙니다.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소비자들은 물론 불만은 전혀 없었다.

하나같이 만족스러운 추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프리덤 폰 교체를 통한 변화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프리덤이 달라졌어."

"전에도 깍듯한 비서 역할에 충실 했는데 지금은 뭔가 마치…… 입안의 혀처럼 구는 느낌?"

"꼭 엄마 같지 않아?"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누나 같은데."

"요즘에 프리덤 덕분에 너무 잘 먹고 다닌다."

"근데 수영농장은 프리덤과 대체무슨 관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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