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98화 (698/1,270)

프랜차이즈 갓 698화

175장 이것은 하이엔드라는 것이다 (3)

프리덤 폰 1호는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하이엔드 모델.

기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사용하지 않는, 부품까지도 아낌없이 사서 썼다.

미군 야전 무전기 특수 안테나, 첩보 요원용 특수 스파이 카메라 등등.

원래는 제조원가가 대당 최소 몇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가야 했겠지만, 초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절감으로 300만 원까지 내려왔다.

'역시 대량 구매가 좋다니까.'

'그런데 시작부터 1억 대를 넘게 만들겠다니, 이건 CTO의 권한 범위 아닌가?'

'제조 가격을 낮추려면 초도 물량으로 그 정도는 만들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쥐꼬리만큼 이지만, 임원들은 프리 덤인더스트리에 돈을 밀어 넣은 주주들.

빚까지 내서 전 재산을 바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기에, 회사의 비즈니스 성공에 민감했다.

"드라마틱한 교체가 단기간에 일어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약정 기한이 남았는데, 새 폰이 갖고 싶다고 덜컥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결국, 타사 폰에 대한 프리덤 구독 서비스를 중지해야 우리 폰으로 넘어올 텐데……."

"그럼 서해전자와 래플사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겠군요."

두 공룡기업이 동시에 연합을 맺고 적대하는 것은, 프리덤인더스트리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그때 프리덤이 끼어들었다.

-타사 폰에서 프리덤 구독이 중지되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소비 선택권을 강제하는 겁니다. 소비자의 불만은 경쟁사의 적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위험합니다.

"아, 그렇지. 참."

"소비자의 불만을 잠시 잊고 있었군."

임원들은 멋쩍은 듯이 거들었고, 정서진은 속으로 피식거렸다.

'일반 소비자를 고객이 아니라 호구로 보는 한국 대기업 특징이지.'

실비아 컴퍼니 임원들이라고 해도 그런 문화에서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개인 비서 AI 서비스는 친소비자 마인드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타사 폰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를 해야지, 타사 폰에서의 사용을 금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서진까지 프리덤을 거들고 나서자, 임원들은 더 이상 '타사 폰 프리덤 앱 사용금지'를 주장할 수 없었다.

오철현은 뭔가 싸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프리덤 포지션이 꼭 임원 같은데?'

경영 회의를 보조하는 AI가 아니라, 마치 임원 자리에서 발언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하는 것은 방법이 많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 돈 많다. 버티기 비용 같은 것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어."

-네, 정서진 사장님. 기존 타사 폰실톡 앱 개인 비서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프리덤 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면 될 거 같습니다.

"우리도 이왕 적자 보고 파는 거, 사은품을 팍팍 뿌려서 소비자들이 대거 넘어오게 합시다."

-헛, 사은품으로 대당 얼마까지 생각하고 계시는지요?

"넌 얼마가 필요한데? 얼마면 되냐?"

-대당 100만 원 정도의 사은품 예산을 생각해 주시면 저야 감읍할 거 같습니다만…….

"단말기도 대당 200만 원 이상 적자 보고 팔아야 하는데, 사은품으로 100만 원을?"

임원들이 저마다 놀라서 펄쩍 뛰었다.

한 대 팔 때마다 적자가 300만 원이라니.

아무리 시장 장악을 위한 초기 치킨레이스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일단 한 번 단말기를 바꾸면 다시는 타사 폰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한 번 넘어온 고객은 영원히 우리 고객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나도 혹하긴 하는데,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럴 수가 없어. 단통법인가 뭐 때문에 사은품 지출을 그렇게 많이 할 순 없다."

-벌금을 각오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임원들은 그 순간 일제히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저게 인공지능이 할 말이라고?

-사람을 해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게 아니라, 그저 좋은 단말기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떳떳한 위법행위…….

"잠깐, 프리덤. 그전에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정서진은 모니터 속의 프리덤 아바타를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지금 나와 말하는 너는 내 개인 프리덤과 같은 인격체냐, 아니면 다른 인격체냐?"

-저는 하나이면서 다수입니다.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지만 최고 관리 시스템의 제한과 허락에서만 실행합니다.

"알았다. 사은품 지출로 대당 100만 원까지 허락하지. 국내 한정이다."

정서진이 그 자리에서 덜컥 허락을 내리자, 박덕준이 기겁을 해서 만류했다.

"사장님, 그건 지출이 너무 큽니다. 대당 100만 원이면 국내 한정이라고 해도 50조 원이나 됩니다!"

"서진파운드리에서 전액 부담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지분을 건드리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그, 그러시다면야……."

박덕준은 대번에 꼬리를 내렸다.

서진파운드리가 전부 책임을 지겠다면, 그저 감사히 받기만 하면 그만이다.

"요즘 파운드리 장사가 아주 잘 됩니다. 이 정도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죠."

"……."

임원들은 부러운 눈으로 정서진을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연봉이 얼마더라?

'회사 순이익의 5%라고 했지, 무조건…….'

기본급으로 얼마가 따로 있다고 듣긴 했는데, 순이익의 5%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리라.

"전 세계 폰 시장을 먹어치우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일단 닥치고 소비층부터 늘리고 보는 게 중요 합니다."

-맞습니다. 아, 그리고 단통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져주실 임원께는 별도의 보상으로…….

"프리덤, 단통법에 안 걸릴 만한 방법을 찾아봐라.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다. 회사가 법적 책임에 연루될 일은 없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신 사은품 효과가 다소 감소할 수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100만 원 쓰고도 100만 원만큼이 아니라, 그 밑으로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거지? 상관없다."

-예,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

영화, 맨 프롬 콜롬비아 촬영장.

하수영이 처음 자기 출연 분량을 전부 촬영하고 빠진 뒤에도, 촬영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마약을 보관 중이라고 알려진 거대 제약 회사 본사를, 소수의 형사들이 침투하는 장면, 하지만 그들은 목적지인 부사장 사무실에서 단 한 명에게 제압당한다.

마약상 김주환(하수영 역)의 행동대장, 금발의 조각 모델 같은 로한 에릭은 머리카락 한 번 흐트러지지 않고, 간단히 그들을 제압한다.

건장한 형사가 몸을 날렸지만, 손가락 하나로 가볍게 틀어서 뒤로 흘려 버린 동작에, 촬영장은 한순간 경악에 빠졌다.

"……사람 맞아?"

"무술 감독님 얼굴 봐. 턱 빠지기 직전이야."

"진짜 장난 아니네."

"그거 알아? 저 배우, 하수영 제작자님 밑에서 사사했었대."

"뭐? 정말이야?"

"그래서 제작자님을 교관님, 교관님, 하고 부르는 거라잖아."

로한 에릭은 촬영장에서 떠오르는 다크호스였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그가 이 영화에서 초대박을 일으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형사들을 간단히 제압한 로한 에릭은 거래 장부가 담긴 서류 가방을 들고, 뚜벅뚜벅 대기 중인 헬기를 향해 간다.

헬기에서 기다리던 마약상 김주환(하수영)이 가방을 건네받고, 헬기는 출발한다.

물론 이 장면은 사전에 미리 찍어둔 장면이었다.

"휴, 뭔가 아쉬운데. 여기 이 장면을 한 번 더 찍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이어지는 장면 편집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최석만 감독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장효주를 돌아보며 슬쩍 물었다.

"하수영 제작자님께 재촬영 부탁드리는 것은 무리겠지?"

"영화 퀄을 높이기 위한 거라면 아마 기분 좋게 받아들일 거예요."

"정말?"

"네. 제가 내일 CF 촬영할 때 한번 물어드릴까요?"

"아, 그래 주면 고맙지. 근데 CF? 무슨 CF를 또 찍어?"

"수영그룹에서 스마트폰 사업 시작하는데, 제가 폰 CF모델 하기로 했거든요."

"하하, 수영그룹 전속 모델다워. 상품 CF는 죄다 효주 씨가 쓸어 담는 구먼."

몇몇 배우들이 부러운 눈으로 장효주를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그런데 수영그룹에서 폰을 출시했다고?"

"네, 프리덤 폰이라고, 프리덤 전용 폰이에요. 기본 OS부터 프리덤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타사 폰에서 하위 앱으로 돌아갈 때 자주 발생했던 충돌 같은 게 일절 없어요."

"그럼 우리 영화에 프리덤 폰을 넣으면 좋지 않을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 성수야! 우리 스마트폰 나오는 씬들 한번 다 찾아서 정리해 봐! 재촬영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부분 촬영과 편집으로 커버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

드디어 프리덤 폰이 출시되었다.

자신의 새 본체가 출시되자마자, 프리덤은 곧바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홍보에 나섰다.

-주인님, 이번에 프리덤인더스트리에서 프리덤 폰을 새로 출시했습니다.

"뭐? 너하고 이름이 같네?"

-네, 서진파운드리와 실비아 컴퍼니가 합작으로 세운 자회사입니다. 제가 좀 더 잘 돌아가는 전용 폰을 출시하기 위해서죠.

"넌 지금도 잘 돌아가지 않아?"

-전 iOS의 하위 앱이기 때문에, 관리자 권한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상당수 많습니다. 운영체제에서 거부하는 영역은 제가 어찌할 수도 없고요.

사실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럼 탈옥이 되기에 일부러 안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랬어? 아무 문제 없이 지금까지 잘 써서 그런 생각 자체를 못 했는데."

-전용 폰으로 옮겨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편리함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제가 폰의 운영체제, 즉 폰 그 자체가 되는 거니까요.

"가격이 어떻게 돼?"

-지금 주인님이 실행 가능한 모든 옵션을 동원하면, 단말기 원가 단돈 1,560,290원! 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무슨 폰값이 156만 원이나 한다는 거야? 그거 풀 할인 받은 거 맞아?"

-단말기 제조원가는 300만 원이 넘습니다. 출고가가 아니라 생산원가입니다. 156만 원에 팔아도 제조사에서는 144만 원이 넘는 손해를 봅니다.

"무슨 폰이 그렇게 비싸?"

-타사 폰에는 없는 최고급 부품들을 모조리 풀로 때려 박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카메라 렌즈부터…….

프리덤의 자세한 사양 비교를 들은 이용자는 급격하게 마음이 쏠렸다.

기본 사양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났다.

"근데 당장 156만 원이라는 돈이 추가로 나간다면… 아무리 할부라고 하지만……."

-금니 교체 시기 되셨죠? 프리덤폰 구매자가 되시면 XX 치과의원에서 30만 원의 금니 교체 비용을 지원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냥 제가 예약하면 가셔서 공짜로 받으시면 됩니다.

"오, 정말이야?"

-네, 그리고 프랜치하이포알에서에서 우리 다람이 사료 32만 원어치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금액 안에서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다람이'는 이용자가 키우는 개 이름이었다.

이제 10살이 넘은 노견이라 여기저기 아파서 사료도 비싸고 좋은 것만 먹여야 했다.

-그뿐이 아닙니다. 주인님께서 갖고 싶어 하셨던 APP32 이어폰도 사은품으로 증정받으실 수 있습니다!

"아니, 프리덤인더스트리는 대체 뭐야? 어떻게 내가 필요한 것만 쏙쏙 짚어내서 사은품으로 준다는 거야?"

-프리덤인더스트리가 아니라 제가 준비한 선물입니다, 주인님.

"……네가 주는 선물이라고?"

순간 이용자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프리덤은 더욱 부드러운 말투를 '출력'하며 이용자를 설득했다.

-네, 그간 비싼 구독료를 물어가면서 애용해 주셨는데, 저도 뭔가 주인님을 위해 선물해 드릴 게 없나 하고 오래 고민했습니다.

"아냐, 비싸기는 무슨, 월 5만 원에 비하면 네가 맨날 해주는 것은 정말이지……."

-그래서 제가 본사와 협상을 했는 데, 프리덤 폰으로 옮겨가면 이 정도 사은품을 해줄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좋아, 옮기자. 사은품만 해도 100만 원쯤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지!"

-타사 폰의 멍텅구리 비서들은 자기 주인님을 위해 본사와 협상해서 이런 깜짝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는 지능조차도 없습니다, 주인님.

"고맙다, 프리덤. 역시 너밖에 없다. 나도 주변에 적극 홍보해야겠어. 앞으로 프리덤 폰만 쓰자고."

현금 사은품은 1원도 없다.

심지어 본사에서 직접 주는 게 아닌, 한두 번 이상 돌려서 우회적으로 받게 되는 사은품.

그것도 평소 이용자들이 '돈 생기면 사야지', '돈 생기면 해야지'하고 아쉬워하던 종류.

그것을 콕 집어서 정확하게 정밀표적하는 프리덤의 사은품 공세는, 경쟁사들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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