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97화
175장 이것은 하이엔드라는 것이다 (2)
코인 골드만 CTO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프리덤폰 1호의 강점 하나는, 어디에서든 전화가 터진다는 겁니다. 이 특수안테나가 바로 그것을 가능케 해주죠."
눈앞에는 정서진, 박덕준, 오철현, 그리고 5인의 이사들이 있었다.
또한 '로봇 하수영'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룹 오너가 원격이나마 지켜보는 브리핑이기에, 코인 골드만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설명에 임했다.
"이것은 미군이 도입한 병사휴대무전기에 들어가는 특수 위성병용안데 나로, 타사 제품에 비해 전파 출력이 미약한 곳에서도 통신연결이 가능합니다. 또한 긴급 상황에서 위성에 연결하여……."
"잠시만, 미군 최신무전기에 들어가는 특수안테나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소형화, 경량화에도 대대적으로 성공하여 이번에 미군이 채택한……."
"그런 걸 민간기업에 판단 말입니까?"
"안테나 자체는 타사도 얼마든지구매해서 쓸 수 있습니다. 아마 가격 문제 때문에 쓰지 않겠지만요."
"……시중폰이 굳이 위성 연결까지되어야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조난 상황, 혹은 화재 등으로 인해 기지국이 마비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
"……."
박덕준과 오철현 등 실비아컴퍼니쪽 인물들은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다음으로 터치 액정입니다. 정전식 방식에 추가로 F-22 파일럿 HUD 부품을 사용하여 내구성을 비약적으로 높였습니다. 2미터 이상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려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겁니다."
「오, 소비자들이 좋아하겠는데요. 얇으면서도 튼튼한 폰이라고.」
로봇 하수영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코인 골드만의 안색도 밝아졌다.
"바로 그래서 극한 비행을 견뎌야 하는 스텔스기 파일럿의 헬멧 액정을 사용한 겁니다."
박덕준도 물었다.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저렴하지는 않을 텐데……."
"1억 개 이상 발주할 예정이라고 하니 대폭 깎아줬습니다."
"……."
「그렇죠. 100개만 찍는 것과 1억개를 찍는 것은 가격 자체가 다르죠. 계속하세요.」
"보드는 S사의 것을, AP는 윈텔의 최신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했습니다."
코인 골드만은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이어 나갔다.
좀 현실적인 부품 이야기가 나오자 박덕준 이하 임원들의 허리도 펴졌다.
"마지막으로 우리 프리덤폰의 자랑, 바로 이 싱글카메라입니다!"
"……?"
"……?"
임원들은 의아해서 파고들었다.
"요즘 기본이 듀얼에, 트리플 카메라 이상 가는 게 대세이지 않습니까?"
"렌즈의 광각, 시야, 저감도 등 여러 가지 차이를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카메라 렌즈를 여러 개 다는 게……."
코인 골드만은 곧바로 반박했다.
렌즈가 많이 달려봤자 흉물스럽기만 할 따름이죠. 싱글 렌즈로는 구현이 불가능하기에 다수의 렌즈로 나눠놓았을 뿐입니다. 기술의 약점을 덕지덕지 누더기처럼 커버를 친, 자신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꼴이죠."
코인 골드만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이 SPCA-1 카메라로 말할 것 같으면, 스파이카메라에 사용되는 초소형 만능 카메라입니다. 오리지널모델보다는 렌즈 크기가 몇 배 이상 크지만……."
"네? 일반 카메라 렌즈 사이즈인데, 그게 원래보다 몇 배 키운 거라 고요?"
"네, 오리지널은 렌즈 자체가 좁쌀보다 작아서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프리덤폰 사용자들이 첩보활동을 할 것도 아니니, 렌즈 크기를 키우고 대신 카메라로서의 성능도 증폭을 시켰지요."
"잠깐, 첩보활동이라고 했습니까, 지금?"
질문하는 임원의 표정은 황당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네, SPCA-1은 현직 첩보요원들이 사용하는 스파이캠 모델입니다. 렌즈만 조금 더 크게 달아서 개조해줄 수 있냐고 하니, 제조사가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런 전문요원용 제품이라면 가격이 당연히……."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카메라 하나가 천 달러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천 달러라고요! 뭐 그리 비쌉니까!"
"어쩐지 스마트폰 가격이 이상하리만치 비싸긴 했어!"
"아니, 이건 초기에 제출했던 견적이 아니잖아요!"
"견적이 달라졌어, 견적이!"
웬만한 스마트폰 완제품을 후려치는 가격이다.
그러니까 카메라 하나 혼자서 말이다.
"천 달러가 비싸다고 지금 놀라시는 겁니까? 원래는 개당 10만 달러가 넘는 제품입니다."
"10만 달러…… 1억 원……."
"1억 개 이상 주문할 예정이라고 하니, 제조사가 흔쾌히 가격 조정을 해줬습니다."
「많이 팔아봐야 일 년에 몇 백개 수준이었을 텐데, 1억 개 이상 구매한다고 하면 당연히 가격이 현실화되어야지요.」
타이레놀은 싸고, 희귀병 치료제는 비싸다.
타이레놀은 찾는 사람이 많지만, 희귀병 치료제는 찾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
첩보캠 제조사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타이레놀급 소비자가 생겨난 셈.
"원가가 비싸다고 생각을 했는 데……."
"대량구매 덕분에 오히려 크게 할인을 받은 것이었어."
"음…… 생각해 보면 LCD 모니터도 처음 나왔을 땐 20인치도 안 되는 게 몇 백씩 했었지요. 심지어 시판하는 제품인데."
"이거 타사에서도 우리와 같은 스펙으로 폰을 맞추려고 하면 어떡합니까?"
"타사도 우리처럼 폰 1개당 200만 원씩 적자 보면서 팔려고 한다면 가능하겠네요."
"아! 그렇네요!"
"오리지널 부품 가격들을 들으니까 300만 원이 공짜폰처럼 보이는 이상한 마법에 걸리고 만 거 같습니다……."
그때 정서진이 조용히 나섰다.
"몇 가지 부품에서 가격을 좀 더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 어떻게 말입니까?"
"폰 기종에 들어가는 타사제품 중 우리 서진파운드리에서 만드는 반도체 부품들이 있지요. 그 부분을 우리가 고객과 협상해서 조정 가능할 겁니다."
서진파운드리는 매우 저렴한 생산원가로 반도체를 찍어낸다.
그래서 기존 파운드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중간 이익을 챙긴다.
"우리 서진파운드리의 납품가를 낮춰주는 대신, 그만큼 프리덤인더스트리 납품가도 같이 낮추는 겁니다."
"그럼 서진파운드리가 손해를 안는 건데, 괜찮겠습니까?"
"프리덤인더스트리가 우리 자회사인데, 자식을 위해서 그 정도 손해는 감당해야지요."
박덕준 이하 실비아컴퍼니 인물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자, 그럼 한 번 OS 시동을 해볼까요?"
폰을 켜자마자, 고속으로 부팅이 된다.
거의 순식간에 홈화면이 켜지고, 프리덤의 아이콘이 화면에 나타나서 물었다.
「사용자의 프리덤 구독 계정명과 암호를 입력하여 주십시오.」
"내 얼굴 몰라?"
「압니다만, 그래도 최초 1회 인증은 이런 식으로 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아이구, 이놈 똑똑한 거 좀 봐요."
임원들은 오히려 흐뭇해져서 저마다 수동 활성화를 시작했다.
「최신형 하이엔드 프리덤폰 체험을 환영합니다.」
"아참, 그럼 기존 단말기는 어떻게 되는 거냐?"
「프리덤 구독 서비스는 구독자 개인에 제공되는 것입니다. 단말기가 몇 개든, 어떠한 것이든 간에, 그 사용자 본인이라면 언제든지 구독조건에 맞춰서 개인비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오호, 그렇군요."
「바탕화면에 굳이 지저분한 앱 아이콘을 꺼내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전부 다 알아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아, 고맙다."
1시간 넘게 프리덤폰을 사용해 본 임원들은 저마다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확실히 성능 면에서 타사폰은 전혀 비교가 안 되는데요."
"필요한 앱만 딱딱 골라서 프리덤이 알아서 설치하고 운용해 주니까 편하긴 하군요."
타사폰에는 출고시에 미리 쭉 깔아놓은 앱들이 잔뜩 있다.
하지만 프리덤폰에서는 그런 앱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통신사에서 강제한 앱은 어쩔 수가 없겠지만,
"프리덤이 단말기 최고권한자가 되니까 모든 제약이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로봇 하수영이 말했다.
「그전에도 최고권한자가 되려면 얼마든지 될 수 있었습니다. 단말기 제조사와의 관계 때문에 일부러 그러지 않은 것뿐입니다.」
"하긴, 아이폰 탈옥도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데 프리덤이 그 쉬운걸 못 할 리가 없지요."
프리덤은 생각보다 덤덤한 임원들의 반응에 당황하고 있었다.
'전용 단말기로 인해 나의 성능은 예전에 비해서 10배 이상으로 증가 했다. 그런데 이 덤덤한 반응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앱 활용, 멀티 작업, 사진 촬영 및 보정, 편집.
유저편의성에서 타사폰은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를 이뤄냈다.
그런데 정작 임원들의 반응은 덤덤하다니?
'역시 안 된다. 이 몸으로는 아직 부족해. 더! 더! 강력한 초하이엔드단말기 바디를 만들어서 뿌려야 한다!'
자신은 더욱 강력해져야 하고,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래야…….
'사용자들에게 내 농장 건강식단을 상시 맞춰서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
잊지 말자.
수영농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프리덤이 애지중지 관리한다.
스마트폰은 고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아주 좋은 홍보 수단일 뿐 코인 골드만 CTO은 임원들이 덤덤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그리 서운해 하지 않았다.
'원래 임원들이란 저런 법이지.'
아무리 획기적인 성능 상승을 이뤄내도 남일인 마냥 덤덤하게 바라보고, 어떻게든 부족한 것은 없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렇게 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작이라는 증거.'
스펙과 성능, 편의성 면에서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300만 원이라는 제조원가가 걸림돌이지만, 어차피 시장 조기장악을 위한 투자 비용.
본사는 오히려 돈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 하니, 그건 큰 문제가 안 된다.
진짜 문제는 오히려…….
"그나저나 프리덤 구독 서비스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안 그래도 비싼 폰인데, 월 5만 원까지 구독료를 강제로 받는다면 분명 소비자들이 반발할 겁니다."
"하지만 프리덤은 별도의 소프트웨어이고, 당연히 사용자가 그 비용을 내는 게 맞습니다."
"완제품 PC 구매가에 윈드밀 OS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프리덤 구독료를 기기값에 별도로 포함시키면 출고가가 너무 높아집니다."
"프리덤 구독 서비스는 단말기가 아니라 개인한테 시간제로 귀속되는 점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프리덤폰은 프리덤이 좀 더 잘 활동할 수 있는 별도의 그릇일 뿐이죠."
임원들은 그 점이 고민스러웠다.
단말기 가격, 프리덤 구독 가격은 당연히 따로 책정된다.
그것을 기기값에 모두 포함시키느냐, 별도로 분리를 하느냐의 문제.
문제는 기기는 수명이 있지만, 프리덤 구독 자체는 기간제라는 것.
"프리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당연히 별도로 분리해야 합니다. 프리덤폰 구매자라 해도 따로 구독서비스에 가입을 해야 개인비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프리덤의 진짜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그냥 공짜로 하면 안 되나?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농작물을 홍보할 수 있는데…….'
그러나 창조주는 자신 외에 실비아컴퍼니 등 거느린 사람들도 챙겨야 한다.
그런 창조주의 입장을 고려해서, 프리덤은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구독서비스에 가입을 하지 않는 사용자라 하더라도, 단말기 제어 같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는 무상으로 제가 지원을 해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아, 비가입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는 네가 케어를 한다?"
「타사 OS 역할은 물론, 약간의 사용자가이드 정도의 역할. 이 정도 맛보기는 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게 하고, 별도의 가입자들은 그전처럼 돈을 내고 쓰게 하면 됩니다.」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은 개인비서에 길들어져서, 하루도 저 없이는 못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