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92화 (692/1,270)

프랜차이즈 갓 692화

173장 대왕님의 다이어리 (4)

올해 80세가 넘은 즈쉬앤은 중국공산당 고위간부 출신이었다.

국가주석, 부주석 같은 직함을 지낸 이력은 없다.

하지만 그의 아들과도 같은 오른팔이 국가 주석을 지낸 적이 있고, 지금도 공산당 내부에서 막대한 인맥과 영향력을 자랑한다.

그만큼 축적한 재산도 엄청나다.

공식적으로 집계할 수 있는 자산만 100억 달러 이상.

하지만 차명을 이용해 해외에 빼돌린 은닉 재산의 규모는 그 50배에 달한다.

당장 한국에서만 해도, 제주도에 사들인 땅이 1,000억 원이 넘는다.

모두 차명, 법인명으로 되어 있어 그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을 뿐.

서울에 보유한 부동산만 다 합쳐도 1조 원이 넘어간다.

그는 지독한 유물 수집가였다.

특히 중국, 한국, 일본이 유물이나 문화재를 몹시 사랑했다.

그는 세 나라 간의 문화재에 어떠한 차별도 두지 않고, 공평하게 사랑했다.

왜냐하면…….

'한국과 일본의 기원은 우리 중화의 제후국, 따라서 두 나라의 문화재 역시 우리 중화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중화의 방계이기 때문에, 문화재에는 국적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즈쉬앤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런 그는 어느 날 묘한 소문을 들었다.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시자의 작업과정이 모두 담긴 진본 서적이 발굴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믿을 수가 없어서 그는 손수 노구를 이끌고 한국, 청담동까지 날아왔다.

그리고 방폭유리창 안에 소중히 보관된 서적을 본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진품이다. 틀림없이 진품이야.'

평생에 걸쳐 문화재를 수집해 온몸.

웬만한 전문가들은 감히 그의 앞에서 고개를 들지도 못할 방대한 지식과 식견, 그리고 혜안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대번에 저 서적이 진품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오직 진짜만이 가질 수 있는 품격, 근원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저것을 위작이라고 감정했다니, 이 나라 문화재청은 대체 어떻게 된 놈들인가 싶었다.

'탄소연대측정? 측정장비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쓰고 있나 보군. 허허, 어리석다. 어리석어…….'

이제 자신은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

그래서인지 문화재, 유물 수집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젊은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왕성한 탐욕을, 유물과 문화재 수집에 쏟고 있었다.

유물에 대한 이 탐욕을 만약 성욕으로 치환한다면.

아마도 수십만 명의 미녀들을 상시거느리고 있어도 부족할 터이다.

그만큼 유물에 대한 탐욕과 집착은 엄청났다.

'감정가는 30억 달러 이상.'

원화로 3조 원.

하지만 감정가라는 것은 경매 시작을 알리는 기준점일 뿐이다.

실제로 희소한 문화재들은 감정가 보다 아득하게 높은 가치로 팔린다.

희소함의 정도, 수집가들의 소유욕, 경쟁심리.

그것들을 반영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오면 적어도 70억 불까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상상 속에서 그 70억 불의 낙찰자는, 바로 자신이었다.

그는 상상 속의 자신마저 이기려고 들었다. 그것이 그의 탐욕이 증명하는 순수함.

"훈민정음 창제일지 서책을 100억불에 사겠소. 그렇게 전해주시오."

"예?"

의원사무실 직원은 늙은 중국인 노인이 들어와서 대뜸 그리 말하자 당황했다.

노인의 복장이 품위가 있고, 네 명의 경호원을 거느리고 있어서 망정이었다.

안 그랬으면 헛소리하는 거라 생각하고 내보냈을 수도.

"약소하지만 신뢰를 나타내기 위한 보증금이라고 생각해주시오."

노인은 명함과 1㎏짜리 금괴까지 내놓고 갔다.

후원회 노인들이 우아하게 부채질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누구지? 왠지 낯이 익은데?"

"즈쉬앤 회장이야. 왕년에 날렸었지. 100억 달러 정도는 충분히 낼만해."

"아, 이름을 말하니 기억났어. 전대 중국 주석이 저 사람 양아들이었지, 아마?"

"한중일 유물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고 하더군. 훈민정음 창제일지라면 아마 목숨을 걸고 수집하려고 할 걸세."

"100억 불이면, 어디 보자……. 0.5 병원선이잖아?"

"아니, 위대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일지가 병원선 반쪽밖에 못하다고?"

"우리 하수영 의원이라면 5병원선이 아니라, 50병원선이라고 해도 절대 팔지 않을 텐데."

"특히 상대가 중국인 수집가라면 더욱 안 팔겠지."

"사실 우리나라 박물관 놈들도 믿을 수가 없어. 한국인 수집가들이 좋은 마음에 기증한 유물들을, 자기들끼리 죄다 몰래 어딘가로 빼돌리고 모른 체 하는 놈들이잖아?"

병원 항모를 세팅하는 데는 200억달러가 든다.

항모값이면 내부 함재기, 시설 등등을 모두 합친 비용.

그래서 후원회에서는 농담처럼 'X 병원선'이라는 숫자 단위가 만들어졌다.

1 병원선은 200억 달러.

10 병원선은 2,000억 달러.

1억 달러는 0.005병원선.

이렇게 우스갯소리로 자기들끼리 치환해서 숫자를 부르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온 구매 희망자 중에서는 가장 세게 불렀네."

"그전 신기록이 얼마였지?"

"0.3병원선인가 그랬을 걸."

"감정가의 대충 두 배를 불렀군. 나쁘지 않은 가격이지만, 0.5 병원선에는 못 미치는군."

"어디 화끈하게 1병원선 부르는 구매희망자는 없는가?"

"즈쉬앤 회장 선에서 이미 다 정리 된 거 같네. 그 양반보다 더 높은 가격 부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 같군."

후원회 노인들은 훈민정음 창제일 지가 팔리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호가가 어디까지 형성되느냐, 그것을 궁금해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 청담의 자랑스러운 국보라면, 그래도 호가로 1병원선 이상은 가볍게 찍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

"누구든지 1병원선 이상을 부른다면 우리 하수영후원회 명예고문 직함을 줄 텐데 말이지."

청담동 후원회 노인정은 오늘도 이렇게 평화롭다.

***

포천 과수원 잣나무 구역 작업이 모두 완료되었다.

어린 잣나무, 청소년 잣나무, 성년잣나무까지 모두 심은 것이다.

외곽 울타리 공사도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제 수영과수원은 허가 없이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요새가 되었다.

공사를 맡은 업체 및 직원들도 모두 만족했다.

"수영그룹 공사는 맡았다 하면 진짜 알짜배기라니까."

"다른 데는 공사비 아끼려고 공기를 어떻게든 앞당기는데, 여기는 그 반대야. 공기를 앞당기려고 어떻게든 돈을 많이 쓴다니까."

공사를 가능한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돈을 아낄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나가는 공사채권 이자, 인건비, 중장비대여비 등등 때문이다.

하지만 하수영이 발주하는 공사는 반대였다.

공사 기한을 최대한 빠르고, 그리고 안전하게 앞당기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쓴다.

인부 1명이면 할 수 있는 일을 4명, 5명을 투입해서 더욱 빨리 끝내고.

굴삭기 1대면 할 수 있는 일을 3대, 4대를 투입하며.

놀고 있는 구역이 없도록 전 구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추진한다.

물론 서로 부딪치거나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안전을 철저히 준수한다.

그래서 공사비는 일반적인 견적에 비해 몇 배가 넘는 수준으로 나온다.

"안전기준을 조금만 널널하게 잡고 했으면 더 빨리 끝났을 건데."

"사고 한 번 나면 그거 수습하느라 공사기간 더 늘어난다는 게 원청의 마인드더라고."

"헐, 그게 정말인가?"

"들었는데, 속도 내자고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나중에 더 느리게 만드는 결과만 낳는다고, 그런 말을 했다던데."

"대단한데, 우리나라에서 건축주가 그런 마인드를 가지기 쉽지 않은데."

과수원 공사는 일체의 하청 없이 진행했다.

프라임건설에서 직접 현장업체들을 일일이 감독, 컨트롤하며 진행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무를 맡은 현장업체들은 두둑하게 대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을 통해 중간에서 사라지는 수수료가 일절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수원 공사대금이 100% 현장업체와 인부들에게 돌아갔으니까.

"근데 여기서 나온 그 고서적이 진품이라면서? 무슨 0.5병원선? 대충 그 정도 가치라던데?"

"0.5 병원선이라는 건 대체 뭐야? 문화재청이 3조 원으로 감정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는데."

"이야, 3조 원이라니…… 근데 이거 유물 하나 더 안 나오나?"

"아직 잣나무 말고 안 헤집은 지역도 저렇게 많으니까. 저기도 파다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우리가 이렇게 빠르고 안전하고 열심히 조림을 잘 했으니, 나중에 또 불러주겠지?"

"이렇게 짧고 굵은 알짜배기 공사는 언제든지 환영인데."

과수원은 크게 포천시, 가평군, 화천군 등에 걸쳐 있다.

토지 소유주들도 지방정부부터 개인들까지 다양했다.

포천시에서 총대를 메고 경기도정부까지 끌어들인 덕분에, 원활한 거래가 가능했다.

잣나무 구역은 대부분 가평군에 걸쳐 있었다.

조리용수 제조를 위해서 지하수를 대대적으로 퍼 올리려고 하자, 가평군청에서 제지를 하고 나섰다.

"생수 사업을 한다고요? 그렇게 지하수를 대량으로 퍼내면 북한강 상수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허가를 내줄 수 없어요."

"아니, 이제 와서 이렇게 나오신다고요?"

"과수원을 한다고 해서 허가를 내줬습니다. 생수제조사업은 안 됩니다. 지하수를 너무 많이 소모합니다."

"과수원을 하는 이유 자체가 잣나무잎을 이용한 식용수상품 제조를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러시면 안 되죠."

박호진 변호사가 해결을 위해서 다시 가평군청을 상대하러 나섰다.

박호진 변호사는 여차하면 도정부까지 이 일에 끌어 들여 삼자구도를 만들 셈이었다.

하수영은 보고를 받고 하하 웃기만 했다.

"시골 텃세로군요. 원래 귀농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제가 서락산에 처음 농장 차렸을 때도 한번 크게 앓고 지나갔죠."

"군청 차원에서 이런 시골 텃세를 부린다는 말입니까?"

"원래 시골 인심이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걱정 마세요. 이 건은 제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죠."

***

하수영은 직접 가평군수를 만나러 갔다.

설마 하수영이 직접 방문할 줄 몰랐던 가평군수는 당황해서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군수님, 하수영입니다."

"……의원님, 반가워요."

"오늘 저는 강남구 기초의원이 아니라 한 명의 과수원 농민이자, 농협협동조합원으로서 왔습니다."

농민이라는 지위를 내걸자 군수의 얼굴에 심한 압박감이 거렸다.

그러고 보니 하수영이 농민이라는 사실을 잠시 머릿속에서 치워두고 있었다.

청담동 부동산 재벌, 식품재벌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인가 보다.

"가평농협은행, 군농협, 축산농협, 산림조합, 그리고 수많은 농민들이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군수님, 다음 재선에 성공하셔야지요?"

"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겁니까?"

"상수원에 악영향은 절대 주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지속 가능한 균형적인 발전을 선호합니다. 조리용수사업을 끝내 방해하신다면……."

하수영은 잠시 말을 흐린 뒤 덧붙였다.

"지금 가평군에 투입한 람보르기니 트랙터, 시콜스키 소방헬기를 모두 빼서 다른 지역으로 배치할 겁니다. 저도 저를 거부하는 지역에 굳이 매달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그건 안 되오!"

"그럼 결정을 하시죠."

결국 군수는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포천시와 화천군은 애초에 하수영한테 매우 협조적이었다.

퍼낸 지하수는 대형 탱크에 담겨서 생수제조공장으로 운송되었다.

발주를 받은 생수제조공장은 과수원에서 채집한 잣잎을 일정 시간 이상 동안 섞은 뒤, 개별 포장을 시작했다.

하수영은 시제품을 들고 서해호텔김효산 주방장을 찾아갔다.

"아! 의원님!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오늘은 손님이 아니라 납품업체로서 왔습니다."

"납품업체라니요. 저희 레스토랑이야말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영그룹 식재료를 구매해서 쓰고 있는 걸요. 그런데 그건 뭡니까?"

"특별한 가문의 비법으로 만든 조리용수입니다. 서해호텔에서 한 번 써보시고 평을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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