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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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688화

172장 통조림을 얻다 (2)

전남원은 직감적으로 전성렬이 남원그룹의 현 상황을 노리고 전화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온 나라가 떠들썩한 이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때를 틈타서 뭔가 전리품을 얻겠다는 계산이리라.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참치 통조림 사업이 어떤 사업인가?

지금의 남원그룹을 있게 만든 기반이자, 근본이며, 알파이다.

그런데 그 사업을 매각하겠냐고 대뜸 묻다니.

생각 같아서는 '계획 없다' 라고 쏘아붙이고 끊고 싶었다.

하지만 1억 2,000만 달러라는 거 액의 과징금이 눈앞에 아른거려, 차마 그러지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미국에서 책정한 과징금이다.

세계 최강 대국이 내리는 징벌.

남원그룹이 미국에 기반이 전혀 없다면 또 모르지만, 그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통조림 사업이라니…….'

참치 통조림이야말로 그룹의 핵심이다.

그룹이 분해되는 최후의 그 날까지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할.

"그건 곤란하군요. 전 사장님도 알겠지만, 통조림 가공사업은 우리 그룹의 핵심입니다. 애초에 남에게 팔게 아닙니다."

-참다랑어 캔이 지금은 없어서 못팔지, 공급이 안정되면 참치 캔 시장을 장악할 겁니다. 그 전에 먼저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전남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무래도 경영진에서 제대로 보고를 올리지 않는 모양 같습니다. 회장님의 눈과 귀를 막고 있군요.

"전 사장? 지금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책임을 지고 안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적어도 내후년이 되면 우리 회사는 참다랑어 캔을 연간 5억 개이상씩 찍어낼 예정입니다만.

"연간 5억 개 이상이라고 했습니까?"

-저희는 남원그룹이 참치 캔 사업을 축소할 계획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죄송합니다.

일단 통화는 찜찜하게 마무리되었다.

전남원 회장은 어이가 없어서 전화기를 바라만 보다가, 얼른 비서를 연결했다.

"통조림 사업부, 지금 당장 올라오라고 해!"

얼마 지나지 않아 6명의 경영진이 회장실로 우르르 올라왔다.

전남원 회장은 서슬 퍼런 눈으로 바라보다가 물었다.

"전형기 상무가 요즘 사고 친 거 있나?"

"회장님?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지금 아주 해괴한 이야기를 들었어. 내가 참치 캔 사업에서 조만간 철수할 예정이지 않느냐고, 난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왜 밖에서 그런 이야기가 들려왔을까?"

경영진은 아차 하면서 안색이 굳었다.

동시에 누가 회장한테 그런 망언을 했을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프라임컴퍼니? 아냐, 거기서 왜 굳이 그런 말로 회장님을 자극하겠어?'

'시조참치 녀석들인가?'

'또 환경단체 녀석들 아니야? 하여간에 그놈들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어!'

"임자들, 내 앞에서 있는 그대로 고해야 할 거야. 형기가 무슨 사고 친 거 있어, 없어?"

"……."

그들은 순간 번뇌에 빠졌다.

강력한 경쟁자인 참다랑어 통조림위탁가공을 맡아준 것을 사고 쳤다고 해야 할까?

참다랑어 캔 때문에 남원참치 점유율은 80%대에서 60%대 아래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참다랑어 캔의 공급이 원활하기만 했다면, 남원참치는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사업 추이를 훑어본 전남원 회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아니, 참치 캔 점유율이 왜 이래? 60%까지 떨어지는 게 말이 되는 일이야!"

"일시적인 주춤 현상입니다. 회장님. 그다음 달에는 다시 70% 후반으로 금방 치솟았……."

"쭉 80% 이상 점유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렇게 뚝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나! 설명을 해봐, 설명을!"

결국 통조림 사업부 책임자, 권순사장이 부들부들 떨면서 나서서 모든 것을 설명했다.

다 듣고 난 전남원 회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참다랑어 캔 이야기는 나도 들었어. 그런데 결국 소량만 찍어내는 프리미엄이라면서? 그게 우리 참치 캔 매출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준다고?"

"회장님, 그게……."

임원들은 한 명씩 나서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낱낱이 듣고 난 전남원 회장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2,900원이라는 가격이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 쭉 그 가격으로 간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아니, 임자들, 그것도 모르고 그럼 통조림 발주를 날름 받은 거야?"

"참다랑어 캔 가격을 당연히 개당만 원대 이상으로 책정할 것으로 생각해서……."

"누가? 형기가?"

"……."

"……."

"맞구먼. 형기가 그랬어. 임자들도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을 테고, 하긴, 나라도 그렇겠어. 참다랑어 캔을 그 가격에 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생각도 못 했겠지."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 참치 캔사업, 앞으로 어떨 거라고 보나?"

권순 사장이 눈을 질끈 감고 나섰다.

"힘듭니다."

"왜?"

면박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정확한 근거를 대라는 이야기다.

"지금 수영양식장에서는 수천만 마리의 치어가 자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양식 사료도 수영농장에서 100% 조달하고 있어, 먹이값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치어 수천만 마리? 그게 가당키나한 이야기인가?"

"자연 참지 몇 마리가 먹이에 홀려 양식장에 알을 깠는데, 그 치어들이 대부분 죽지 않고 성장했습니다."

본래 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은 천마리에 한 마리 될까 말까 하다.

태어나자마자 서로 잡아먹고, 또 천적한테 죽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이가 풍부하고 안전한 수영양식장에서는 그럴 일이 없었다.

"정말 내후년에는 연간 참다랑어 캔 수억 개씩 찍어내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지금도 참다랑어 캔을 맛본 사람들이 일반 다랑어 참치 캔은 먹을 게 못 된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

"그 물량이 쏟아지면 우리 남원참치 캔은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됩니다. 가격을 1,000원 정도로 내려서 저가 통조림 시장을 노려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매출도 대폭 줄어들겠지요."

"그걸 왜 형기한테, 내 손주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나?"

"설명했지만……."

"아아, 됐어. 권 사장만 남고 다들 물러가 봐."

전남원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임원들은 권순 사장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회장실에서 물러났다.

권순 사장은 무려 3시간이 넘도록 회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회장실에서는 단 한 번도 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점이 경영진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고래고래 화를 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면, 마음이라도 놓였을 텐데.

원래 실컷 소리 지르던 사람이 조용하면 더 무서운 것 아니겠는가.

5시간이 지나서야 권순 사장이 회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한쪽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셔츠 브이넥에는 말라붙은 핏자국도 보였다.

아마 면담 중에 회장님이 주먹으로 얼굴 몇 대 친 모양이다.

"전형기 상무더러…… 지금 바로 회장실로 올라가라고 해."

"네?"

"지금 바로!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어서!"

"아! 네! 알겠습니다!"

임원 한 명이 서둘러 전형기 상무한테 상황을 알려주러 갔다.

"통조림 가공사업은 프라임컴퍼니에 매각한다. 회장님 결정이야."

"결국 매각하는 겁니까?"

"어차피 2년 뒤에 터질 고름, 지금 미리 짜낸다고 생각해, 안 그래도 큰돈이 필요한 상황 아닌가."

미국 정부에 내야 할 과징금.

1,200억 원을 만들어내려면 알짜배기 사업체를 정리해야 한다.

권순 사장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회장님, 참치 어획량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미 통조림가격을 인상했습니다. 5년 뒤에는 우리 통조림 가격이 참다랑어 캔 가격과 비슷해질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야?

-수영농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기름을 퍼내듯이 곡물을 땅에서 찍어 냅니다. 참다랑어 캔을 2,900원에 팔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으윽! 대체 다들 뭐했어!

-전 세계적으로 어획량 감소가 크게 문제 되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정리하고, 우리도 양식업으로 전 환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하, 우리가 양식업을 언제 해봤다고? 참다랑어 양식이라도 하자는 거야?

-지금 우리 그룹의 통조림은 더 이상 미래가 없습니다, 회장님.

통조림 사업은 결국 프라임컴퍼니에 잡아먹힌다.

그것이 권순 사장이 본 미래였다.

하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오히려 잘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제값 받고 과감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 아닌가.

나중에 참치 통조림 사업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팔려고 하면, 헐값으로 후려쳐서 받아야 했을 테니.

물론 지금이라고 온전한 제값을 받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전 세계적인 어획량 감소 추이를 보면, 그쪽은 이제 미래가 없어.'

원양선단이 대양에 체류하는 기간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바꿔 봐도 소용이 없다.

어군탐지기 빅데이터를 보면, 바다에 물고기 자체가 줄어들었다.

당연히 인간의 무분별한 어업 남용 때문이겠지.

권순 사장은 정서희를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지금 남원그룹이 처한 상황을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까.

***

"형기 오빠가 나올 줄 알았는데, 권 사장님께서 나오셨네요."

정서희가 사교적인 웃음으로 말을 꺼냈다.

"전 상무는 지금 다른 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요. 이 건은 내가 맡기로 했습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봐요, 권 사장님."

그렇게 협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처럼 진전이 없었다.

정서희는 식품공장만을 원한 반면, 남원그룹에서는 일괄인수를 원했기 때문이다.

통조림 공장을 팔면, 지금 가진 원양선단은 의미가 없어진다.

미국에 압류당한 15척을 제외해도, 25척의 원양어선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참치어선은 사겠다는 회사가 많을 거잖아요. 국내에 없으면 해외에서 라도요. 일본에서도 매수 희망자가 넘쳐날 텐데요."

"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우리로서는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게 절실합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어업을 하지 않아요. 100% 양식업에 의존하고 있죠."

"양식장 먹이로 쓸 생선을 조달하려면……."

"100% 곡물 사료를 쓰는 거 아시잖아요."

권순은 선단까지 넘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가격을 받아내기 위해 우는 소리를 냈을 뿐이다.

그 결과,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통조림 공장뿐만 아니라, 물류 인프라 등 관련 사업체까지 모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럼 바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볼까요?"

실무진, 변호사 검토도 안 거치고 곧바로 도장을 찍으려고 하자, 권순은 기겁했다.

"그래도 실무 협상팀한테 한 번 맡긴 다음에……."

"이미 실시간으로 실무진과 논의를 끝냈거든요. 알겠어요. 권 사장님은 그럼 천천히 검토를 마치고 연락 주세요."

프리덤 프로 버전 덕분에 실시간으로 완벽한 계약서 초안을 즉시 준비할 수 있었다.

그걸 모르는 권순은 정서희가 너무 무모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프라임컴퍼니 입장에서 이건 정서희가 현장 전결로 처리할 사이즈밖에 안 되는지, 혼란스러웠다.

통조림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남원그룹은 남아 있는 원양어선을 넘길 매수자를 찾아 나섰다.

국내 최대 통조림 공장을 손에 넣은 프라임컴퍼니는 다시 일본 양식 참치를 주문했다.

하수영은 포천에 서울 크기의 농지를 확보하고, 과수원 세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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