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86화 (686/1,270)

프랜차이즈 갓 686화

171장 전략 식품 자원 (6)

"요리용 물이라고요?"

정서희는 하수영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궁금했다.

-네, 빵 반죽을 만들고, 밥을 짓고, 국 요리를 하고, 스프를 만들고, 하여튼 대부분의 요리에는 거의 다 물이 들어가니까요.

기름에 튀기거나 불에 바로 굽는 조리법이라면 모를까, 거의 반드시 물이 들어간다.

"라면하고도 진짜 안성맞춤이겠네요."

-바로 그렇죠.

"그럼 요리에 쓰면 맛을 더 좋게 만들어주는, 그런 특별한 조리용수를 개발하신 건가요?"

-네.

정서희는 속으로 감탄했다.

'어떻게 그런 물을 만들었을까?'

"감이 안 잡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리 맛을 더 좋게 해주는 거예요? 그런 물은 또 어떻게 만들고요?"

-엘릭서 드링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제조법은 좀 다르지만요. 아무튼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마케팅해서 판매할 것인지 생각을 해보세요.

"아참, 가격은 어느 정도로 하실 건가요?"

효능만 확실하다면 가격부터 이미지, 포장까지 모든 것을 고급화해도 잘 팔릴 것이다.

엘릭서 드링크, 그 작은 병이 개당 1.5만 원임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을 생각했다.

-손해 보고 팔 겁니다.

"손해 보고 판다고요?"

-비유가 아니라 정말 제조원가 미만으로 가격을 매겨서 팔 겁니다. 무조건 생수보다 훨씬 싸게.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요리에 쓸 거 아니겠습니까.

"아, 먼저 시장 장악부터 하려고 하시는 거군요. 이해했어요."

초반에는 저렴한 가격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점유율을 높인다.

소비자들을 한껏 길들여놓은 후에는 비로소 원하는 가격까지 조금씩 전진한다.

흔하지만 착실한 정공법이다.

그런데 하수영의 추가 대답이 의외였다.

-돈 벌 생각은 없습니다. 영구적으로 말입니다.

"계속 손해를 보고 판다고요?"

-적자가 너무 커지면 손익이 0으로 맞춰지게 변동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흑자를 남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손해 안에서,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파는 게 목적입니다.

"그런 사업을 할 이유가 있어요?"

전성렬도 이에 동의했다.

"나도 동감일세. 사업이라는 게 결국 돈 벌자고 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돈은 못 벌고 손해만 볼 거라면 그게 무슨……."

"이게 스포츠 구단 같은 회사 이미지 사업도 아니잖아요. 어디까지나 제조품 판매인데."

분명 금전적 마진을 생각하지 않고 추진하는 사업도 있다.

예를 들면 스포츠팀 운영 같은.

하지만 제조품 판매업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결국 금전 이익 아니겠는가.

-전략 병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수영만능조리용수는 돈을 긁어 담을 때가 아니라, 그것의 공급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것에 바로 그 무서움이 있는 겁니다.

벌써 이름까지 지어뒀어?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것에 무서움이 있다……."

전성렬과 정서희는 살짝 홀린 듯한 표정으로 그 말만을 중얼거렸다.

설명이 가슴에 확 와 닿는다.

-네, 전략 병기는 원래 터지지 않고 있을 때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이죠.

"핵폭탄처럼 말이지."

-바로 그렇죠.

"그럼 그 물은 우리가 언제 시음할 수 있겠나? 일단 한 번 맛을 보고 싶은데."

-조만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준비 작업 하느라고 땅 좀 샀습니다.

"아, 포천 근처에 땅을 산다는 게 그거 때문이었나?"

-네.

"그럼 그 근본이 되는 물이 포천에서 생산되는가 보군."

-아뇨, 물은 그냥 대충 깨끗한 지하수 쓰면 됩니다. 중요한 건 첨가물이죠.

둘은 이제 완전히 이해했다.

무언가 아주 특별한 첨가물을 물에 타서 음식맛을 좋게 만드는 조리용수로 탈바꿈시킨다.

"혹시 수영파우더를 물에 탄다는 건 아니겠지?"

-엘릭서 고춧가루는 그 자체가 혀를 자극해서 맛을 좋게 느끼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른바 음식에 입히는 갑옷 같은 거죠.

"수영파우더가 음식의 본질 자체를 바꿔놓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

-네, 하지만 수영만능조리용수는 다릅니다. 요리가 지닌 본연의 맛 자체를 끌어올려 주죠.

"당연히 수영파우더와 중첩해서 사용한다면 효능이 배가 될 테고?"

-바로 그렇죠.

"궁금하군. 빨리 맛보게 해주게."

엘릭서 고춧가루(수영파우더)는 요리에 중독성 있는 맛을 부여한다.

요리를 사람의 외모로 비유한다면, 엘릭서 고춧가루는 고급 향수 같은 것이다.

반면 조리용수는 피부 자체를 좋게 만들어주는, 보습제에 비할 수 있다.

그것이 적절한 포지션 비유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성역과 약간의 엘릭서를 서로 섞어주면 전부 끝나지."

물론 물에 엘릭서를 직접 섞지 않는다.

아무리 극소량이라고 해도, 인간에게 엘릭서를 직접 먹일 수는 없다.

꾸준히 농축되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한 방울'의 효력에 도달하게 될테니.

-과수원은 결국 위장이 되겠군요, 마스터.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유는 만들어줘야 세상이 납득할 거 아니겠냐?"

엘릭서 비료는 작물들마다 다양한 효능을 발휘한다.

골든 트러플처럼 절대로 자생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게 하기도 하고, 황비버섯처럼 성장이 빠르고 맛이 좋아지는 것에서 그치기도 하고.

송이버섯처럼 건강 증진 효능을 부여하기도 하며, 고춧가루처럼 음식에 뿌리면 중독성 있는 맛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번에 하수영이 꺼낸 조합은 바로 잣나무와 엘릭서 비료, 그리고 성역이었다.

성역에서 엘릭서 비료로 자란 잣나무의 잎을 물에 담근다.

그럼 엘릭서의 영향력이 적절히 변질돼서 물의 성질을 변화시킨다.

주신의 권능이니만큼, 인간의 기술로는 탐지하지 못하는 변화다.

엘릭서 고춧가루처럼 요리에 중독성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요리 자체의 맛을 증가시킨다.

특히 물을 많이 쓰는 국물 요리, 밥, 반죽 같은 것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가정에서 부담 없이 쓰려면 못해도 1리터에 100원 밑으로 받아야 할 텐데."

-정수기 물통처럼 대용량 사이즈로 팔면 더 가격을 낮출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포장비와 운송비입니다.

"결국 손해 보고 팔 수밖에 없겠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이 될 것이다.

물론 금전적으로는 손해겠지만, 보이지 않는 더 큰 무형의 이익을 얻는다.

"중국 버섯농장으로 번 돈 여기에 넣는다고 생각하면 되지."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다.

자신이 그저 꽉 쥐고 있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그 중간에서 나는 사람들 밥상을 더욱 단단하게 쉴 수 있을 테고."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세상의 밥상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상상 이상의 권력이 된다.

무한의 전생 속에서, 하수영이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종류의 권력이기도 했다.

전쟁권력, 수명권력, 금전권력, 기술권력, 마법권력 등등은 지겹도록 누려봤지만, 밥상권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다.

***

정서희와 전성렬은 조리용수 판매를 위해 열심히 사업 기획을 준비했다.

"1리터, 2리터, 3리터, 5리터, 10리 터, 그리고 20리터, 이렇게 세부적으로 나누죠."

"가장 큰 통을 18.9리터로 안 하고?"

"미터법 안 쓰는 미국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죠. 지들이 아쉬우면 5.28갤런이라고 표시하겠죠."

20리터면 정수기 대형 생수통(18.9리터)보다 약간 더 많은 양이다.

"물통이야 주문해서 받으면 그만이지만, 포장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겠군."

"조리용수 포장공장은 포천 쪽에 지으면 될 거 같은데요. 거기서 조리용수를 만들어낸다고 했으니까요. 근데 수영 씨는 언제 오는 거죠?"

"곧 올 때가 됐는데……."

둘은 지금 하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조리용수의 효능을 보여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수영이 나타났다.

"오래 기다리셨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요리 종류는 뭐로 할 거예요?"

"국물 요리의 맛을 가장 간단하게 느낄 수 있는 요리로 해볼 겁니다. 바로 우리 프라임컴퍼니의 얼굴, 황비버섯라면이죠."

전성렬이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오, 좋아. 좋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하수영은 곧바로 네 개의 냄비를 동시에 불 위에 올렸다.

정서희가 질문했다.

"그런데 왜 냄비가 네 개인가요?"

"당연히 비교군이 있어야 맛 차이를 더 잘 느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네 그릇이나 못 먹는데."

"두 분에게 냄비 하나를 반씩 나눠서 드릴 겁니다. 그럼 실제로는 라면 두 그릇이 되죠. 다 드실 필요 없이 맛만 충분히 보면 되니, 한 그릇 정도를 드시는 게 될 겁니다."

하수영은 능숙한 손길로 라면을 끓였다.

"계란, 파 같은 것은 일절 넣지 않겠습니다. 조리용수 본연의 차이를 느껴 보세요."

물이 펄펄 끓었고, 하수영은 라면 4개를 각각의 냄비에 넣었다.

4개의 냄비를 총 8개의 그릇에 나눠 담은 후, 엘릭서 고춧가루통을 꺼냈다.

그리고 그릇 절반에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렸다.

"이건 일반 물, 이건 조리용수, 이건 일반 물에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린 것, 마지막으로 조리용수에 엘릭서 고춧가루를 뿌린 겁니다."

일반 물.

조리용수.

일반 물+고춧가루.

조리용수+고춧가루.

둘은 각각 이 4가지 조합을 맛보게 되었다.

"잘 먹을게요."

"잘 먹겠네."

둘은 천천히 젓가락과 수저를 들었다.

어느 순간 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수저를 들어 국물도 맛봤다.

입을 다문 채, 둘은 바쁘게 젓가락과 수저만을 움직였다.

마침내 시음이 다 끝났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릇 1개만을 남기고, 3개의 그릇을 모두 싹싹 비웠다.

"여러 가지 조합으로 비교하니, 차이를 확실히 알겠어."

"엘릭서 고춧가루야 평소에도 자주 먹어서 그 중독성을 잘 알지만, 조리용수가 끌어올리는 맛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조리용수가 아니라 수영만능조리용수입니다. 명칭은 분명히 해주세요, 두 분."

전성렬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향수와 피부 보습제라는 자네의 비유가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

"국물 메뉴로 맛보니까 맛 차이가 선명하게 느껴져요. 수영…… 만능조리용수로 지은 밥이나 반죽한 빵도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그럴 줄 알고 제가 미리 밥과 빵도 준비해 왔습니다. 물 빼고는 전부 같은 쌀과 밀가루, 조리도구를 썼습니다."

하수영이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지은 밥과 구운 빵을 꺼냈고, 둘은 그것들도 시음했다.

그리고 대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주 좋아요. 가격만 적당하면 정말 잘 팔릴 거 같아요."

"이제 일반 가정에서 수돗물이 아니라 특별히 구입한 조리용수, 아니, 수영만능조리용수로 밥을 짓고 요리를 하는 시대가 오는 건가."

"가정밥상의 특이점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네요. 와, 빨리 이걸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데."

"말씀드렸지만, 생수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팔아야 합니다."

"근데 이거 생수로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 그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좋은 생각이야."

"그냥 물만 먹으면 평범한 보통 물로 느껴집니다. 그건 참고하세요."

"아, 그건 좀 아쉽네요."

전성렬과 정서희는 신이 나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톡이 와서요…… 어?"

양해를 구하고 폰을 확인한 정서희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무슨 일인가?"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우리 입장에서 나쁜 소식은 아니네요."

"뭔데 그러나?"

"남원그룹 원양선단이 태평양에서 미 해군에 체포당한 상태래요."

"아니, 미 해군 영역도 아닌데 왜 체포를 당해?"

"조업 중에 선원이 죽었는데, 시신을 그냥 바다에 버렸나 봐요."

"뭐?"

전성렬은 얼른 남원그룹 주가를 확인했다.

주가는 이미 폭락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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