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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84화 (684/1,270)

프랜차이즈 갓 684화

171장 전략 식품 자원 (4)

도우야 초밥은 수영농장 쌀 유통을 위해 잔꾀를 냈다.

[도우야 초밥]

[무공해 청정 스시!]

[전국 모든 매장에서 쓰는 쌀!]

쌀을 포대에 담으면서, 포대에 이렇게 큼지막하게 문구를 인쇄한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우야 초밥이란 이름부터 먼저 들어오도록.

도우야 초밥.

무공해.

전 매장에서 쓰는 쌀.

이 글귀부터 눈에 들어오다 보니, 자연히 사람들은 '무공해 쌀'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물론 실제로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이 전혀 없는 깨끗한 쌀이니, 허위나 과장 광고가 아니다.

그리고 원산지 표시는 최대한 깨알같이 작게 했다.

"일본인들은 자국쌀에 지나치게 자부심이 깊어서 말이야. 한국쌀이라고 하면 거부감부터 일으킬 게 분명 하니까."

도우야 히데키 본인도 수십 년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그는 수영농장 쌀을 직접 먹어보고, 초밥도 쥐어보고 하면서 그 콩깍지를 벗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본 소비자들은 아니지 않은가.

한국산 쌀이라는 사실을 알면 곧바로 거부감을 드러내고 손도 안 댈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한 번이라도 먹어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무공해 참치, 도우야 초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베트남 쌀, 미국 쌀은 아무 불만 없이 잘 먹는 게 참 웃긴단 말이야."

"베트남 쌀은 하급이라고 깔보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일단 당장 일본 쌀이 부족하니까 저렴한 값에 이거라도 먹어준다, 그런 마인드라서 그런 걸 겁니다."

"그럼 미국 쌀은 최강대국 쌀이니까 전혀 불만이 없다. 그건가?"

"네, 그렇습니다."

아무튼 도우야 초밥은 그렇게 쌀마케팅을 잡고 유통했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거나 광고를 내보내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눈에 띄는 행동은 금물이다.

괜히 반감을 품은 이들이 원산지 한국 표시를 보고 트집을 잡을 수 있으니까.

다행히 포장 마케팅을 잘한 덕분에, 수영농장 쌀은 잘 팔려 나갔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스시 프랜차이즈 1위인 도우야 초밥의 이름만 보고 쌀을 샀다.

도우야 초밥에서 쓰는 쌀이니, 당연히 품질 좋은 일본쌀이라고 생각하고 산 것이다.

원산지까지 일일이 살펴보면서 사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었다.

***

간만에 프라임컴퍼니는 주주총회를 가졌다.

하수영, 전성렬, 정서희, 이렇게 셋이 모두 한자리에 주주로서 정식으로 모인 것이다.

주주가 셋 밖에 없다 보니, 일정통지서를 발송하거나 그런 절차는 필요 없다.

그냥 언제든지 '오늘 총회 합시다.'라는 한 마디로도 임시총회가 열릴 수 있었다.

전성렬은 한껏 너스레를 떨면서 하수영한테 말을 걸었다.

"대주주님, 갑자기 주주총회를 열자고 하니까 긴장되잖습니까.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요."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 2대 주주님."

"3대 주주인 저는 그냥 얌전히 입다물고 듣기만 할게요. 1대 주주님께서 내리시는 결정을 조용히 따르겠습니다."

지분 비율은 85:10:5.

하수영이 그저 자다가 생각난 안건을 단톡방에 올리기만 해도, 그것이 주주총회 의결이 된다.

"대단한 것은 아니니 긴장하지 마세요. 이사진에 변화를 주려는 것은 아닙니다. 두 분이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아셔야 할 사항을 정식으로 말씀드리려고요."

"그렇게 말하니까 더 긴장되잖나, 하 사장."

"음…… 사실 두 분 입장에서 마냥 반가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고 올 일이긴 했습니다."

전성렬과 정서희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로를 마주 보며 시선을 교환했다.

정서희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먼저 입을 열었다.

"드디어 그날이 온 건가요?"

"짐작하셨군요. 네, 황금비단우산버섯을 이제 국내에도 일반 유통하기로 했습니다."

황비버섯은 현재 수영마트에서만 소량이 팔린다.

일반 시중에는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는 버섯만 유통되고 있지만, 국내는 사정이 달랐다.

"그동안은 프라임컴퍼니 라면 매출 끌어올려 줘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우리 라면은 충분히 시장의 최강자가 됐습니다."

"아아, 라면 매출 뚝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네요."

"사실 국내에서는 요리에 쓸 버섯목적으로 팔려 나가는 라면이 더 많았는데 말이지."

두 사람은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하수영의 결정을 말리거나, 유예를 부탁하지는 않았다.

언제고 한 번은 넘어가야 할 산이었다.

"그럼 버섯 가격은 어느 정도로 책정할 건가?"

"프라임컴퍼니 납품 가격보다는 그래도 비쌀 겁니다. 물론 소비자들이 충분히 사먹을 수 있을 만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할 겁니다."

"그동안 꿀 실컷 빨았으니 만족하네. 어차피 이제 와서 프라임컴퍼니가 라면 황제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해."

"그건 저 역시 용납할 수 없죠. 제가 가진 지분이 85%인데요."

"라면 자체가 아니라 요리에 쓸 버섯 획득이 목적인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순 없지요. 알았어요. 언제부터 시장에 푸실 건가요?"

"얼마나 시간을 드리면 될까요?"

"그야 마음 같아서는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달라고 하고 싶죠."

정서희가 배시시 웃으며 덧붙였다.

"한 달, 더도 말고 한 달만 주세요."

"한 달은 좀 빠듯하지 않나요? 감산 준비도 해야 할 텐데."

"감산을 할 필요는 없어요. 국내에서 줄어든 만큼 해외에 내다 팔면 되니까요."

"제조라인을 더 크게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것만 조금 유예된 거지. 당장 우리 라면 매출이 줄어들 일은 없을 걸세."

"다행입니다. 제가 수영농장주이기도 하지만 프라임컴퍼니 최대주주이기도 해서, 솔직히 조금 걱정을 했습니다."

"괜찮아요. 그리고 한 달은 이것저것 출고라인 재정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 거니까요."

하수영은 가볍게 박수를 몇 번 쳤다.

"좋습니다. 그럼 임시주주총회 1순위안건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생각보다 싱거워서 다행이에요."

"우리 둘도 항상 염두에는 두고 있었거든. 하 사장 자네가 언제 그 이야기를 꺼내나 나름 긴장하고 있었어."

"수영마트에서 황비버섯만 팔기 시작하는 거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그것도 우리 더러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시그널 보낸 거 아니에요?"

다과를 곁들이며, 셋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프라임컴퍼니가 진행하는 사업들이 뭐 뭐가 있죠? 굵직한 것들 로만요. 제가 아직 모르는."

정서희가 먼저 대답했다.

"주류사와 접촉해서 제조면허를 매입하려고 협상 중이에요. 조만간 종은 결과가 있을 거 같아요."

"술이라. 저도 가까운 시일 내에 양조장 한 번 찾아가서 술 좀 빚어 봐야겠네요."

"설마 직접 개발하시게요?"

"아버지가 정말 애주가셨습니다. 다양한 술을 빚을 줄 아셨죠. 가문대대로 내려오는 유서 깊은 술을 한번 선보일 때가 됐군요."

"그거 기대되는데요."

전성렬도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질문했다.

"이번에도 고급 라인업인가?"

"고급 라인업과 보급 라인업을 동시에 가져가려고 합니다. 브랜드는 하나로 묶는 게 좋겠죠. 가칭으로 수영청주 어때요?"

"……어, 그건 좀."

"……다른 이름은 안 되겠나?"

"왜 그러시죠? 수영라면이 강남과 미국에서 얼마나 불티나게 팔리는지 두 분도 아시잖습니까."

"어, 음……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그럼. 최대주주님 뜻에 맞춰야죠."

정서희는 곧바로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

전성렬이 화제를 다시 원래 방향으로 틀었다.

"황금과자칩 덕분에 스낵 시장은 지금 1위를 차지했어. 라테제과는 이제 2류로 밀려났지. 지금 출시한 제과류만 해도 30종류가 넘어."

"오, 그새 열심히 과자 시장도 개척하셨네요."

"아이스크림이나 음료도 지금 진출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이제 그냥 라면회사가 아니라, 어엿한 종합식품회사일세."

하수영은 만족했다.

둘이 황비라면에만 안주하지 않고, 황비라면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열심히 식품 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는 걸 확인했으니.

"남원식품 공장만 가져오면 이제 통조림 시장도 우리가 완벽하게 집어삼킬 수 있죠. 아, 남원참치가 빨리 쫄딱 망해야 되는데."

"그러고 보니 참치 어획량이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요새 물고기가 잘 안 잡히나 봐?"

"전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줄고 있어서 문제래요. 수영 씨가 정말 좋은 타이밍에 양식업을 시작한 거죠. 물고기 사료로 곡물을 쓰니까 어업하고는 전혀 무관하고요."

정서희는 주먹을 꽉 쥔 채 야심, 그리고 남원 통조림 공장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오리고기 등등 통조림도 찍어내려면 갈 길이 멀어요."

"전부 제 농장에서 취급하는 것들이군요."

"그러니까요. 수영농장에서 만든 식재료들이 어디 좀 많아요? 그것들 열심히 가공하려면 회사를 더! 더! 더! 키워야 돼요."

"즉석밥도 제조세팅 끝냈고, 이제 본격적으로 팔아볼 거야."

이제 하수영이 다루지 않는 식재료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다루지 않는 식자재라고 하면, 과일 정도가 해당될까?

혹 다루지 않는 식재료가 있어도, 언제든지 금방 손을 대서 뚝딱 생산할 수 있다.

벼 등 곡물, 각종 채소, 온갖 육류, 이제는 다양한 양식어까지.

"지금 잉여현금이 꽤 쌓여 있죠?"

"그렇지. 배당은 거의 하지 않았으니까."

배당을 크게 하긴 했다.

하지만 회사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이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 수준.

여러 식품 사업을 벌인답시고 초기에 집어넣은 돈이 상당하지만, 아직도 회사 계좌에는 현금이 넘쳐난다.

"제 아버지가 아주 용한 박수무당이라고 말씀드렸죠?"

"그랬었지."

"저도 그 피를 물려받아서 제가 좀 천기를 볼 줄 알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어, 양아버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가슴으로 이어진 탯줄입니다. 지금 그런 디테일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3대 주주님?"

"……."

정서희는 괜히 찔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하수영은 다시 둘을 번갈아 보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제가 작년부터 천기를 좀 보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작황 흐름이 좋지 않을 거 같습니다. 일단 중국발 이상기후부터가 문제고요."

"어, 중국이 몰래 대기 조절 실험하는 바람에 이상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는 게 사실이었나?"

"나노소프트 경영진들은 거의 사실로 보던데요. 그 친구들은 남다른 정보력이 있을 테니, 아주 허황된건 아니겠죠."

"으음……."

전성렬은 고민에 빠져서 턱을 손가락으로 연신 긁었다.

"이상 태풍, 이상강우, 미대륙에서 미쳐 날뛰는 슈퍼 장수말벌, 그리고 이번에 일본에서 슈퍼 붉은불개미까지 발견됐다고 합니다."

"슈퍼 붉은불개미?"

"세계 10대 위험곤충인데, 이놈들이 글쎄 물이 찬 논바닥까지 굴을 파서 벼 뿌리를 갉아먹는답니다. 그런데 이번 태풍 때문에 일본은 그 위험성을 모르고 넘어갈 분위기더라고요."

"으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군."

전성렬과 정서희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런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도 전략병기, 아니, 전략식품 같은 것을 확보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 회사 이익을 그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자 이 말인 거죠?"

"네, 그렇죠."

"전략식품이라……."

둘은 그 단어가 언뜻 와 닿지 않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무기, 그렇게 활용할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하자는 거죠."

"설마 식품에 독을 넣자는 이야기는 아닐 테고……."

"아니, 식품에 독을 타면 그게 음식물 쓰레기지 왜 식품입니까?"

둘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략식품병기라,전략식품병기……."

"과제는 드렸으니 2대 주주님과 3대 주주님은 이제부터 열심히 궁리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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