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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83화 (683/1,270)

프랜차이즈 갓 683화

171장 전략 식품 자원 (3)

일본의 쌀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널뛰기에는 현물, 선물을 가리지 않았다.

이미 작년에도 태풍 때문에 한 해 농사를 망쳤는데, 비축미 창고까지 물에 휩쓸렸다.

그래서 모자라는 쌀을 해외에서 급히 수입해서 채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국의 모든 농사가 망했다.

농림수산성 장관은 혈압이 잔뜩 오른 채 장관 회의를 시작했다.

"또 외국에 비굴하게 고개를 숙이고 쌀을 사와야 하는가?"

"……."

"말들을 해보게. 저번에 사 온 비축미로는 부족할 것 같은가?"

"저번에 충분한 양을 수입한 덕분에 내년 1분기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언제고 사 오기는 사 와야 한다는 거 아닌가? 올해 농사도 제대로 망쳤으니까."

"……."

실무진들은 입을 열지 않는 것으로 긍정을 대신했다.

장관은 자존심이 상했다.

겨우 태풍 때문에 또다시 해외에 쌀 팔아달라는 동냥질을 하러 다녀야 한다니.

"그런데 대신님, 이번에 치바 지역에서 발견된 붉은불개미가……."

"그만! 지금 붉은불개미 따위가 문제인가? 태풍 때문에 벼농사를 죄다 망쳤는데?"

"하지만……."

"중요한 문제부터 처리해야지, 자잘한 사안을 언제까지 붙들고 있을 생각인가?"

장관은 더러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질색하며 말을 잘랐다.

수영농장 쌀 벌크선에 붉은불개미 수작을 시도했다가 모든 게 엎어진 후, 장관은 붉은불개미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켰다.

"베트남이는 어디든 쌀을 구매할만한 후보처를 골라두게. 미리 준비는 해놔야 할 거 아닌가."

"알겠습니다. 대신님."

장관은 아직도 바람이 거세게 부는 바깥을 바라보다가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중국 놈들 때문에 되는 게 없어."

몇 년 전 중국이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대기권에 비밀 실험을 했고, 그 영향으로 아시아 이상기후 현상이 나날이 심해진다는 풍문.

뚜렷한 근거는 없는 이야기이지만, 장관은 중국 책임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직원 한 명이 국장의 뒤를 부리나케 따라갔다.

장관 앞에서 붉은불개미 이야기를 꺼냈다가 면박을 당한 직원이었다.

"국장님, 붉은불개미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니, 모리츠케. 아까 대신님 이야기는 대체 뭐로 들은 거야? 지금 그깟 외래종 개미 이야기를 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아."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잠깐이면 됩니다."

"하…… 딱 3분 주겠네."

"감사합니다."

직원은 씩씩하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한 후 빠르게 말을 이었다.

"환경성에서 일하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치바 지역 벼 작황에 피해를 준 붉은불개미가 아무래도 기존에 알려진 종과는 다른 거 같답니다."

"뭐가 다르다는 건가?"

"일단 독성은 다소 약합니다."

"그럼 잘된 거 아닌가?"

"그런데 더 번식력이 빠르고, 활동범위가 넓으며, 식욕도 왕성하다고 합니다. 몸집도 1.5배가량 큽니다. 그래서 치바 지역에서 작물 피해가 상당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태풍에 가려져 있지만,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매년 큰 곤욕을 치를 겁니다."

"잘됐군. 녀석들도 이번 물난리 때문에 적지 않게 쓸려 나갔을 테니까."

이번의 태풍은 강우보다는 강풍 위주였다.

그래도 태풍이라는 이름값이 어디가지 않듯이, 상당한 홍수 피해가 함께 왔다.

"이 사진을 보십시오. 환경성의 친구가 준 겁니다."

국장은 사진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언뜻 보기에는 커다란 흙더미가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모양새다.

"이게 뭔가?"

"붉은불개미가 물을 타고 이동하는 겁니다."

"……뭐야?"

"이 정도면 적어도 수백만 마리 이상은 될 겁니다. 놈들은 홍수를 만나면 서로 다리와 입을 무는 방식으로 몇 주씩 뗏목 군집을 형성한 채 물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익사를 하는 게 아니라?"

"네, 심지어 위층과 아래층 개미들이 번갈아가며 교대를 하기도 합니다."

"……."

"치바 지역에 자리를 잡은 이놈들이 이번에 다른 지역까지 멀리 퍼져 나갔다고 한다면……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농작물뿐만 아니라 가축피해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국장은 직원의 말에 수긍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동시에 그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혹시…… 저번에 그 붉은불개미가 퍼져 나간 건 아니겠지?'

수영농장산 쌀 벌크선에 작업을 치려고 했던 바로 그 붉은불개미들.

영국 보험사에 물어준 보험금을 놓고, 국토교통성과 농림수산성은 서로 남 탓을 하며 치열하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는 와중에 붉은불개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 버렸고.

농림수산성에서는 내심 모른 체하면서 현실회피, 망각도피 중이었다.

"그 붉은불개미들이 치바 지역에 자리를 잡아서 서식에 성공한 거라면……."

"그만!"

국장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직원의 말을 잘랐다.

동시에 누가 듣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자네, 어디 가서 절대로 그런 말을 해선 안 돼. 알겠나?"

"구, 국장님?"

"우리는 붉은불개미를 애초에 쓴 이용한 적도 없고, 혹 그렇다 해도 완벽하게 폐기했어. 어디에서 누가 분실했다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고."

"……."

"알겠나? 이건 우리 책임이 아니야. 어차피 환경성이나 다른 부처에서 알아서 할 일이야."

"붉은불개미가 농작물과 가축에 피해를 끼치면 결국 우리 관할이 됩니다."

"아니지. 농민의 피해를 보상하는 게 우리 관할이지, 퇴치 자체는 환경성이나 해충방역부서에서 할 일이라고."

직원은 이 순간 깨달았다.

국장은 철저히 선을 그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결심했음을.

"혹시 환경성에서 근무한다는 그 친구한테 이상한 말을 흘리진 않았겠지?"

"그러진 않았습니다. 그 친구도 피해가 예상되니 미리 알고 있는 게 대비하는 데 좋을 거라고 말을 해준 겁니다."

"좋군. 자네 참 괜찮은 친구를 뒀어."

국장은 한결 안심해서 말했다.

"내년에 붉은불개미 때문에 농작물피해가 커지면 그때 가서 대책을 논의해 보자고, 일단 지금은 태풍 때문에 한해 농사가 완전히 망했으니, 쌀 수입 문제나 궁리하게."

"……예, 국장님."

직원은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렇게 붉은불개미가 더 넓게 퍼져 나가서 작물과 가축에 피해를 끼칠 위험성은, 국장선에서 조용히 묻혔다.

***

도우야 히데키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물론 농사를 망치고 신음하는 농민들에게는 불행이겠지만,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쌀 수입량을 지금보다 열 배 이상으로 늘리고 싶습니다."

도우야 히데키는 곧바로 수영농장에 그렇게 제안을 넣었다.

-매장 개수나 매출이 갑자기 열배로 늘지는 않았을 테고, 혹시 일반 유통을 생각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태풍 때문에 올해 농사를 또 망쳤습니다. 정말 2, 3년째 반복되는군요."

동아시아에 들이닥친 이상기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태풍, 강우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알겠습니다. 고객께서 구매하시겠다는데 당연히 준비해드려야지요.

"이참에 우리 도우야 초밥이 수영농장 일본총판이 되는 건 어떻습니까?"

-음, 총판이라…….

"참치뿐만 아니라 쌀, 밀, 콩 등 수영농장에서 나는 일체의 농작물을 일본에서 유통해 보고 싶습니다."

-혹시 양식 사료를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하하, 당연히 그것도 취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오해는 마시고요. 양식 사료는 당분간 해외에 수출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지 만요.

"한국의 양식업 생태계를 좀 더 키워주려고 하시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양식 시장은 좀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수영농장 양식 사료는 참치도 마다 하지 않고 먹을 정도로 물고기들이 입맛을 가리지 않는다.

양식 사료만 먹고 자란 물고기는 당연히 중금속, 미세플라스틱에서 안전하다.

게다가 일본의 양식 시장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체급이 좋다.

만약 양식 사료를 수출했는데, 일본에서 무공해 양식어들이 거꾸로 대거 수입된다면?

국내 양식업자들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

도우야 히데키는 그 말뜻을 이해했다.

"아쉽지만 그럼 양식 사료는 당분간 눈길도 주지 말아야겠군요."

-나중에 양식 사료를 일본에 팔게 된다면, 도우야 사장님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지요.

"아, 그 말씀은 우리 도우야 초밥을 수영농장 일본총판으로 삼아주신다는……?"

-이미 참치도 팔고 쌀도 팔고 하는 사이인데, 일본총판이 뭐가 대수일까요. 앞으로 잘해봅시다.

"감사합니다. 이거 제가 조만간 한번 한국으로 날아가야겠군요, 허허."

내친김에 도우야 히데키는 치바에 붉은불개미 작물 피해가 컸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하수영은 신기하다는 어조로 반응했다.

-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태풍 피해가 그 후로 닥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 붉은불개미 건은 싹 묻혔습니다."

도우야 히데키는 고소하다는 감정이 듬뿍 담긴 채 말했다.

"그런데 수영농장 쌀 벌크선에 뿌리려던 그 붉은불개미가 치바현에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이밍이 공교롭긴 하네요.

"네, 붉은불개미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처음인데, 타이밍까지 비슷하지요. 아무래도 농림수산성 녀석들이 증거를 은폐하려고 어디 갖다 버린 게 살아남은 게 아닐까 합니다."

-오, 그럴 수도 있겠어요.

"정부 녀석들이 무슨 뻘짓을 해도 저는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도우야 히데키의 음성에는 저도 모르게 체념이 묻어 나왔다.

***

일본의 어느 벼 농가.

수확을 앞두고 논에서는 물을 모조리 빼낸 상태였다.

흰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이번 태풍에서 운 좋게 피해를 입지 않아, 벼들은 멀쩡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색깔까지 멀쩡하진 않았다.

본래 녹색 빛깔을 자랑해야 할 줄기가 누렇게 말라 죽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 이 벼를 보십시오. 이유 없이 죽었습니다."

"음, 한 번 아래를 파보지."

연구원들은 곧 조심스럽게 뿌리를 팠다.

물이 빠진 부드러운 흙을 파내자, 곧 뿌리가 드러났다.

잔뿌리의 대부분이 잘려 나가 있는 것을 보고, 연구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여기 논에서 물을 뺀 게 언제라고 했지?"

"어제입니다. 강풍이 그치자마자 일찍 수확을 하려고 물을 빼다가 벼들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그럼 붉은불개미들이 물이 차 있는 논바닥 아래까지 굴을 파고 들어와서 뿌리를 갉아먹었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처음 겪는 일입니다. 붉은불개미가 이런 피해를 줬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때였다.

"찾았습니다! 여왕개미입니다!"

"오, 결국!"

선임자들은 얼른 일어나서 여왕개미를 보기 위해 달려갔다.

여왕개미를 본 순간 그들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이게 여왕개미라고……?"

"일반 붉은불개미 여왕보다 몸집이 세 배 정도는 큰 거 같습니다."

정말 알려지지 않은 신종 슈퍼 붉은불개미라도 된단 말인가?

연구원들은 시험관 안에서 이리저리 꿈틀거리는 여왕개미를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수영농장산 쌀 50만 톤이 실린 벌크선 4척이 일본을 향해 출항했다.

일본 정부는 도우야 초밥이 쌀을 들여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체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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