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82화
171장 전략 식품 자원 (2)
도우야 히데키는 얼른 일본 올해 벼농사 근황을 알아보았다.
농사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날씨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으니.
농림수산성도 처음에는 올해 농사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바로 붉은불개미가 넓게 퍼지면서 농사에 큰 피해를 준 것이다.
땅에 개미집을 넓게 지으면서 작물의 뿌리를 파헤치니, 작물들이 결국 말라 죽어버렸다.
이놈들의 뿌리를 망치는 습성 때문이다.
모든 작물들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로 잡아도 20% 이상의 면적이 손해를 볼 것으로 보였다.
"근데 붉은불개미가 작물에 이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나?"
"저도 처음 봅니다. 흙더미 때문에 보통 수확량에 방해를 준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큰 피해를 주는 경우는 못 들어봤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울트라 슈퍼 붉은 불개미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여기에 수확 직전에 태풍이라도 한 번 들이치면 난리가 나겠군."
"그래서 국내 곡물 선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같습니다."
"가만, 수영농장은 문제가 없으려나?"
"거기는 100% 폐쇄 농업을 하고 있어서 외부 요인이 피해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병충도 농약을 치지 않고 드론들이 레이저로 일일이 지져서 죽인다고 하던데요."
"다행이군."
도우야 히데키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시 수영농장 쌀을 전 매장에서 쓰기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농림수산성 놈들, 벌을 받은 거야. 저번에 되도 않는 붉은불개미 음해 조작을 하려고 해서 하늘이 분노한 게 틀림없어."
도우야 히데키는 농림수산성의 협작질을 잊지 않았다.
수영농장 쌀 벌크선이 붉은불개미를 들여온 것처럼 음해하려고 했던 바로 그 짓 말이다.
그래서인지 고소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농사를 망친 농민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어차피 그들은 보험이나 국가 배상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가만, 쌀이 모자라게 되면 우리가 수영농장 쌀을 들여와서 한 번 유통을 해보는 건 어떨까?"
"좋은 생각인 거 같습니다. 안 그래도 기껏 세팅해놓은 물류 유통망을 참치 통조림에만 쓰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음, 유통이라…… 이참에 제대로 크게 한 번 해봐?"
도우야 초밥은 어디까지나 프랜차이즈 스시 브랜드다.
참치 유통을 욕심낸 것은 그 대상이 바로 참치였기 때문이었고,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니까, 슬그머니 욕심이 생긴다.
아예 수영농장 생산물들을 일본에 유통하는 독점 업체로 변신을 해볼까?
***
서울의 대학 설립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대 언론사에서 입에 게거품을 물면서, '청담 수영병원만을 위한 특혜'라고 비난하는 법안이었다.
시사에 관심 없는 이들은 처음에 기사만 보고 정말 그런 건가 생각했다.
"프리덤, 이 법이 정말 수영병원만 배 불리게 해주려고 만든 법이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 기사들은 이 법의 조건을 통과하려면 수영병원만 가능할 거라는데?"
-그 법의 조건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장기 적자를 떠안는 길입니다.
"그래?"
-네, 이익 회수가 거의 불가능한 장기 적자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럼 이런 법을 왜 만든 거야?"
-수도권 과밀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의대 설립은 허가할 수 없지만, 이 정도로 희생을 감수하겠다면 사회 공익적인 목적이 충만할 테니까 특별히 허락을 해주겠다, 이런 취지인 겁니다.
"아, 그렇군. 근데 신문 기자들은 대체 왜 이렇게 헛소리를 하는 거지?"
-언론사에 대한 개별 평가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혹시 자기들한테만 광고 안 준다고 지금 지랄을 떠는 거 아냐? 수영그룹이 TV는 광고 엄청 주고 신문사는 전혀 안 준다고 들은 거 같은데."
-제가 답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았어."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병원 재단에서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법안이 논의되고 있을 때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기에, 불필요하게 행보를 낭비하지 않았다.
***
왕세경은 요즘 병원 항모를 운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1번 함인 나미호는 지금 캘리포니 아 해상에 머무르며 환자를 받고 있다.
환자는 영주권이 없거나, 이민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아메리카 체류하는 한국인.
미국, 캐나다, 멕시코, 남미 등을 가리지 않고 받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를 매우 저렴하게 누릴 수 있기에, 병원 항모는 언제나 환자들로 만선이었다.
"절대 무분별하게 받지 말게. 환자를 챙기는 것도 좋지만 승무원들이 더 중요하네. 무리한 과로를 시켜선 안 돼."
"네, 부이사장님.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해서 환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나디아호도 빨리 가동을 하긴 해야 할 텐데……."
왕세경은 입맛을 다셨다.
나디아호는 내부 세팅은 전부 마쳤다.
식량 등 언제든지 항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물자도 전부 실어 놨다.
신선한 채소 같은, 장기 보존에 불리한 물자만 신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작 의대를 확충하던가 해야 했어. 의사 숫자가 부족하니 박박 긁어모아도 겨우 항모 한 척 운영할 정도밖에 안 되잖나."
"사실 저희 병원 본원만 해도 서해 서울병원 세 배가 넘는 의료진 인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청담 수영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등 의료진을 대거 수집하는 통에, 다른 대형 병원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해상에서 운영 중인 나 미호도 사실 100% 인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일단 병원 항모를 굴릴 정도만 갖추고 출항을 내보낸 상태였던 것이다.
"이거 다른 병원에서 인력이 못 빠져나가게 반협박 같은 것으로 잡아두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금 특히 수도권 병원들은 인력 관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병원들 재정이라고 해봐야 뻔한데. 우리 병원보다 더 월급을 챙겨주지는 못할 텐데, 무슨 재주로 붙들고 있는 거지?"
"의료계에 우리 병원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 병원으로 이직하고 영영 자기들은 얼굴 안 보고 살 거냐고 압박하면 힘들 겁니다. 다들 학연으로 이리저리 복잡하게 이어져 있으니까요."
"이래서 우리도 빨리 의대를 가져야 한다니까. 역시 병원 하나만으로는 안 돼."
왕세경은 문어발 사업으로 유명했다.
세경그룹은 거의 건드리지 않은 사업이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인 영역에 진출했다.
그래서 왕세경은 복합 사업체의 강점을 잘 알고 있다.
'병원 사업도 결국 그렇게 되어야 해.'
지금 하수영 의료재단은 병원, 그리고 약국 1개(본원 앞에 있는)만 거느리고 있을 뿐이다.
서해그룹에서 제약, 헬스, 웰빙, 보험, 의료 기기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그러니 어중간한 등급의 의사들이 나디아호 근무에 지원하기를 주저하는 것이리라.
'나중에 수영병원을 그만두었을 때 갈 데가 없으면 어떡하지?'
잘나가는 의사면 걱정 없다.
하지만 혹시 모를 뒷일을 염두에 둘 의사들은 선뜻 지원을 못 할 수도 있다.
의사 생활을 일이 년 해먹고 말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안 되겠어. 우리 재단도 본격적인 종합 의료 그룹 체제를 갖춰야겠어. 제약, 보험, 헬스, 의료기기 등 닥치는 대로 시작하자고."
닥터헬기, 병원 항모 등 크고 굵직한 기둥만 세워서는 안 된다.
기둥 사이사이를 차지할 벽, 마루, 천장 같은 자잘한 것도 이제는 채워 넣어야 할 때다.
"앞으로 우리 의대와 간호대는 등록금 0원으로 한다."
"네? 부이사장님, 그것은……."
비서는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특별법에 따라 서울에서 대학을 운영하려면 적자가 많이 발생한다.
등록금이라도 많이 받아야 어느 정도 적자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전액무료라니.
"그렇게 해야 재능이 있어도 가난 때문에 포기하는 인재들을 긁어모을 수 있지 않겠나."
"하지만 의대에 합격하기만 하면 재학 비용은 손쉽게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준다고 할 텐데요."
"그것도 벅차서 꿈을 포기하는 가난한 학생들도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지금 우리 재단은 그런 한 명 한 명까지도 아쉬운 상황이야."
왕세경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저 13조 원짜리 항모가 놀고 있는 걸 보면서도 느끼는 게 없나?"
"……."
항모값만 13조 원이고, 각종 함재기와 병원 설비 세팅 비용까지 합치면 20조 원은 거뜬하게 넘을 것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시간과 인력일세. 그 점을 분명히 알아두게."
"……알겠습니다."
"이사장도 분명히 내 생각에 찬성할걸세. 뭐하면 한 번 물어볼까?"
재단 운영은 왕세경에게 전권을 맡겼기에, 이 정도로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왕세경은 내심 자신의 발상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얼른 연락을 했다.
그런데 하수영이 한술 더 떴다.
-학생들 용돈은 안 주십니까?
"용돈? 웬 용돈?"
-원래 최고의 대학은 최고의 학생들에게 용돈도 챙겨주고 그러지 않나요? 그래야 돈 없는 학생들이 알바에 시간 뺏기지 않고 학업에 열중 하지요.
"……."
왕세경은 순간 수치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사장 자네는…… 늘 내게 새로운 벽이 되어주는군."
-최고의 인재들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돈을 아껴선 안 됩니다.
"알았네. 의대와 간호대, 둘 다 모두 내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일궈보지."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겁니다.
"정말 든든하군."
-하는 김에 약학과, 방사선학과나 물리치료학과, 의료 기기 연구학과 같은 학부도 전부 포함시키는 게 어때요? 의사뿐만 아니라, 의료 관련인력을 총괄해서 키우는 종합 의료대학교가 되는 겁니다.
"오늘부터 밤을 새워야겠어."
***
항모 나디아호.
병원 항모로서 모든 변신과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지만, 부산의 어느 항구에서 아직도 쓸쓸히 대기 중이었다.
항모 내부 의료 시설 상태를 점검한 김판식 교수는 갑판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높은 함교를 올려다보았다.
같이 출장 온 동료 교수가 옆에 와서 섰다.
"우리 나디아호는 언제쯤 출항하려나?"
"아직 사람이 부족해서 할 수 없지. 그래도 나미호만큼은 모여야 이 큰 병원을 어찌어찌 굴릴 거 아닌가."
"휘유, 벌써부터 긴장되는군."
"보니까 우리 나디아호는 북대서양쪽에서 활동할 거 같던데."
"그럼 미국 동부와 유럽, 아프리카 쪽의 우리 국민들을 주로 커버하겠네."
"아마 그렇겠지."
"인도양 쪽에도 하나 배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프리카 동부, 인도 쪽에도 우리 국민들이 있을 텐데."
"인도양에서는 아마 항모가 아니라 크루즈선 병원선으로 운영하지 않을까 싶어."
"하긴, 애초에 항모 2척을 얻은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행운의 중첩이었지."
수영병원에 근무하는 이들은 인도양에도 병원선을 한 척 더 배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또 새로운 항모를 얻을 것이냐, 아니면 병원 크루즈선이 될 것이냐를 놓고 내기가 오가기도 했다.
그때였다.
툭. 툭. 투툭…….
"비가 조금씩 오는군."
"태풍 온다는 말이 있던데. 이번엔 우리 한반도 직격이래."
"우리 나디아호라면 태풍에도 끄떡없겠지?"
두 교수는 쏟아지는 비를 피해, 나디아호 내부로 들어갔다.
***
한반도를 향해 진격하던 태풍은 갑자기 남서해 부근에서 일본으로 진로를 틀었다.
이번 태풍은 그리 많은 비를 뿌리진 않았다.
대신 강한 바람을 주로 뿌려댔다.
고목도 뽑혀 나가는 강풍이 일본의 드넓은 농지를 덮쳤고, 알곡을 맺은 벼들은 거센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땅에 쓰러져 버렸다.
붉은불개미에 얻어맞고 그로기 상태였던 일본 곡물 시장은 KO 펀치까지 얻어맞은 셈이다.
곡물 선물 시장이 요동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