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81화
171장 전략 식품 자원 (1)
전성렬은 온라인몰에 당당히 올라와 있는 참다랑어 통조림을 보고 신음했다.
"개당 10,900원이라. 이걸 사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대단한데."
"낱개로 샀을 때 그 가격이고, 5개 단위로 주문하면 개당 9,950원이네요. 소비자들도 보통 5개 단위로 묶어서 사고 있고요."
"통조림을 마트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살 땐 보통 여러 개씩 사지 않나?"
결국, 판매자는 9,950원이라는 가격을 노림수로 잡은 셈.
"10,900원은 비교 대조군이겠네요.
여러 개로 사면 생각보다 가격이 싸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단위 수가 달라지면 소비자들이 착각을 일으키게 마련이지."
괜히 시장에서 9,900원, 19,900원, 99,900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되는 게 아니다.
"근데 국내산 통조림이 2,900원인데, 일본산을 9,950원에 사 먹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똑같은 공장에서 찍혀 나온 통조림.
하지만 원재료는 일본산.
3배 넘는 가격에 그걸 사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전성렬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직원 한 명이 머쓱해 하며 말했다.
"실은 저도 여기서 몇 개 샀습니다."
"뭐야, 자네도? 아니, 대체 왜 그랬나?"
"일본산 참치이기는 해도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방사능까지 모두 무해하잖습니까. 우리 수영식품 그룹에서 식약처 인증을 확실히 받았구요."
"……."
"우리 수영식품 그룹이 식품 인증가지고는 절대 장난 안 친다, 그런 확고한 믿음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다 그렇습니다."
부장도 맞장구를 치며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수영식품 그룹이 만든 거라면 무조건 믿고 먹을 수 있다, 그런 소비자 인식이 시장에 뿌리를 단단하게 내렸습니다."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이 쌓은 긍정적 이미지가 보통 단단한 게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전 국군 장병, 저소득층 가정에 무상 정기 제공하는 식재료 덕분에 충성 층도 무척 넓어졌고 말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그 가족만 따져도 회장님을 무조건 믿고 지지하는 소비층이 40만 명은 훌쩍 넘을 겁니다."
"수영이라는 브랜드라면 무조건 믿고 먹는다는 충성 층이 엄청납니다."
그리고 브랜드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강화를 가한 사업 아이템이 하나 더 있다.
"수영병원이 거기에 마무리를 했죠."
"……그렇군."
전성렬은 직원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납득했다.
'사람 살리는 병원 사업에 수조 원이상씩 쏟아붓는 사람이니까, 먹을 거 가지고는 절대 장난 안 친다고 맹목적으로 믿는 건가.'
식품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병원사업.
그것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너지를 발휘할 줄이야.
전성렬은 일본 양식 참치로 만들었어도 식품 안전성을 믿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다 좋아. 알겠다고. 그런데 국내산참치로 만든 건 2,900원인데, 자네들 같으면 세 배 넘는 돈을 더 주고 9,950원짜리를 사 먹겠냐고?"
"물량이 없으니까 그거라도 사 먹어야죠. 별수 있습니까?"
"김 대리가 정답을 말했네요. 지금 국산 통조림은 물량 자체가 없습니다. 품귀 정도가 아니라, 품귀귀 현상입니다."
"한 번 무공해 통조림 먹고 나니, 기존 일반 통조림에는 손이 잘 안가더라고요."
"식비 여유 되는 집안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품이 없어서 못 사먹는 지경입니다."
"요즘 가정들이 식품 안전성에 얼마나 예민하게 구는데요."
다른 직원 한 명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그리고 여기 유통 판매자, 서류상으로만 역수입일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일본 유통을 도우야 초밥에서 총 괄하지 않습니까? 도우야 초밥에 1차 도매업자로 대금 지불하고, 남원공장에서 출하하는 대로 바로 수령하는 거 같더군요."
"제가 유통 업자라도 그렇게 하겠군요. 어차피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과 비용 버리느니, 배 타기 전에 미리 확보하면 물류비용 아낄 수 있을 테니까요."
"이거 생각보다 짭짤하겠는데요?
국산 참다랑어 캔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2, 3년 바짝 당길 수 있겠습니다."
"유통 업자가 빈틈을 제대로 파고들었네요."
듣고 보니 전성렬은 판매자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참다랑어 캔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
그리고 수요를 전혀 맞추지 못하는 부족한 공급.
그 틈을 누구보다 빠르게 찔러 들어와서 유통 마진을 착실하게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이거…… 잘하면 통조림 섭취 트렌드 자체가 변하는 거 아닐까?'
프라임 컴퍼니는 라면 시장을 재편했다.
그 일이 통조림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다다케 양식장 참치로 만든 캔도 마다치 않는 이들은 식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넉넉한 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수영양식장 참치 치어들이 출하가 가능해지는 때가 오면?
'남원뿐만 아니라 참치 통조림 회사들은 장사 접을 준비해야겠군.'
2,900원짜리 무공해 캔이 없으니, 9,950원짜리 무공해 캔이라도 먹어야겠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함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였다.
***
"거봐라. 내가 될 거라고 하지 않았냐?"
"우와…… 정말 만 원 가까운 이 가격에 사 먹는 사람들이 있군요."
"참치회 때문에 임산부가 유산해서 온 나라가 난리 난 게 얼마나 됐다고, 소비자들은 어리석지 않아. 중요한 건 웰빙이라고, 웰빙."
두툼한 뱃살과 시원하게 벗어진 이마를 자랑하는 남자는 껄껄 웃었다.
"제로 콜라, 엘릭서 드링크, 신두, 참다랑어 캔의 공통점이 뭔지, 이제 알겠냐?"
"다른 식품들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지."
"그런데 제로 콜라 말고 다른 세개는 덜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무해 하다고 봐야……."
"야야, 대충 넘어가자. 쓸데없는 디테일에만 집착하면 멀리 있는 빙하를 못 본다. 타이타닉이 그래서 충돌한 거야, 인마."
"그건 항해술도 모르는 선주가 선장을 헛소리로 압박해서……."
"씁."
"죄송합니다."
직원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작고 낡은 사무실.
갖춰진 거라고는 컴퓨터 몇 대와 전화기 몇 대뿐이다.
"길어야 3년이다. 지금 통영에 참치 치어가 어마어마하게 많아. 그놈들이 다 자라면 이제 울릉도 마트에서도 2,900원짜리 캔이 굴러다닐 거야."
"알겠습니다, 사장님. 3년간 죽어라 바짝 당기겠습니다."
"도우야 초밥에서 물량 선점 제대로 하고, 딴 놈들이 뒤늦게 뛰어들기 어렵게. 우린 딱 2년만 제대로 하고 빠진다."
"네, 사장님."
'사장 김범석'이라는 명패가 그의 이마에 공명하듯이 햇볕에 반짝거리고 있었다.
***
통조림 사업은 여러모로 순풍을 탔다.
수영 양식장 참치 캔은 더 이상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더는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오세안, 그리고 도우야 초밥에 횟감으로 공급하는 게 1순위였으니, 통조림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렸다.
그 자리를 사다다케 양식 참치 캔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번 참다랑어 캔에 맛 들인 고급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일반 통조림은 먹을 수 없는 몸이 돼버렸으니.
"범석 물산이라, 여기 사장이 상당히 판단력이 좋네요."
"900엔짜리 통조림이 일본에서도 팔리니까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잘팔릴 거다, 어찌 보면 너무 쉬운 발상인데……."
"원래 처음이라는 게 다 그렇죠."
하수영은 정서희와 미팅 중이었다.
"지금 남원 통조림 공장은 우리 오더를 소화하는 데 라인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어요. 아, 그리고 원양어업에서 꽤 손해를 봤나 봐요."
"그런가요?"
"네, 조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출이 늘어나고, 어쩔 수 없이 통조림가격을 올렸어요."
"저런, 지금은 납작 엎드려서 소비자들 환심을 사야 할 때인데."
"우리한테야 좋은 일이죠."
정서희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남원그룹에서 이제라도 참치 양식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들이 나오나 봐요.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기 시작한 거죠."
"눈치가 빠른 사람이 적 진영에 있으면 싫지 않아요?"
"이제 와서 눈치챈다고 뭘 할 수 있겠어요? 참치 양식에 투자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는 모양인데, 국내참치 양식장은 수영 씨가 전부 꽉 잡고 있잖아요."
전부라고 해봐야, 수영양식장을 제외하면 한 곳밖에 없다.
생고등어에서 수영농장 곡물 사료로 바꿨으니, 그늘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수영이 안됐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차라리 가다랑어 양식이나 하는 게 통조림 사업에는 더 나을 텐데."
"참치 양식도 투자하고, 해외에서 원어를 사 오려고도 하나 봐요. 근데 그것도 소용없죠. 지금 해외에서도 참치 어획량이 줄어서 난리거든요. 참다랑어, 눈다랑어, 가다랑어할 것 없이요."
정서희는 몹시 즐거워했다.
"뭔가 하늘이 수영 씨를 돕는 거 같아요. 양식업에 손을 대니까 유리한 상황들만 딱딱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반대죠. 앞으로 양식업이 필수고 시장이 크게 커질 거라서 제가 손을댄 겁니다. 식량 패권을 잃을 수는 없죠."
"양식업 시장이 엄청 커질 거 같아요?"
"우리가 지금 대화하는 동안에도 수천 마리가 넘는 상어들이 죽고 있습니다. 그 하위 사슬 물고기들은 더하겠죠."
"……?"
"식량은 핵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됩니다. 그게 꼭 한 번은 오게 돼 있어요."
"꼭 마치 겪어본 것처럼 말하는군요."
정서희는 불현듯 남원그룹을 떠올렸다.
조업 기간이 과다하게 늘어난 것은, 결국 어획량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수영의 발언은 그 점을 시사하고 있는 듯했다.
'식량이 핵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된다고…… 하긴, 사람은 핵 없이는 살 수 있어도 밥 없이는 못 사니까. 그래도…….'
설마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정서희는 막연한 불안감을 억지로 눌렀다.
***
도우야 초밥은 한때 일본 곡물 선물 시장의 주 고객이었다.
전국의 매장에서 소모하는 쌀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수확 철에 맞춰서 햅쌀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쌀 확보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선물 거래였다.
지금은 거래 비중을 예전의 10%미만으로까지 낮춘 상태였다.
수영농장에서 쌀을 들여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일본 쌀을 쓰지 않으면 대외적인 이미지 문제가 된다.
그래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소량의 일본 쌀 매입은 계속하고 있었다.
"사장님, 쌀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러면 만기 시에 제법 볼 만하겠는데요."
"그래?"
"네, 수영농장 쌀로 바꾼 게 이렇게 돌아오네요. 쌀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모든 곡물의 가격이 상승할 거 같습니다."
"지난 태풍 때문에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망해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부족한 쌀을 충당하기 위해서 한국에 가서 사 오기까지 했다.
물론 일반 국민들은 전혀 모르지만.
일본인들은 쌀 파동이 날 뻔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지나갔다.
"사실 지금도 별로 안전하지는 않지. 더 많은 쌀을 비축해 둬야 비상시에 안심할 수 있을 텐데. 농림수산성 그놈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지."
"작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치바 지역은 붉은불개미 때문에 벼농사 피해가 극심한 모양입니다."
"벼농사가 망할 정도라고? 우리 일본에 붉은불개미가 그렇게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