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80화
170장 텐트와 낙타 (3)
일본 양식 참치 통조림은 겉 색깔을 완전히 다르게 디자인했다.
한눈에 봐도 국산 통조림과 구별을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성역 가두리그물에서 정화 작업을 거친 덕분에, 국산 참치와 안전성 면에서는 전혀 차이점이 없지만.
"그래도 일본 수산물을 꺼려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일본 참치 통조림은 100% 일본에서 유통될 예정이었다.
그래도 생산 전후로 식약처 인증은 받았다.
생참치 상태일 때 한 번, 통조림가공 후에 표본 검사로 또 한 번.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능 물질까지 모두 검사했다.
그 모든 검사에서 일본 참치 통조림은 완벽한 안전성을 보였다.
오죽하면 식약처 직원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냥 이거 국내에서도 파시는 게 어떨까요? 남원참치보다 훨씬 안전한데요?"
"장사라는 게 팩트만으로 승부를 볼 순 없죠. 일본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는 큽니다. 그런데 우리 프라임컴퍼니가 앞장서서 일본 수산물을 가공 판매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검사 결과가 완벽한데……."
"모든 생참치의 모든 부위를 100% 검사한 게 아니지 않느냐고 불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일본 수산물을 수입해서 가공해서 파는 회사.
정서희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이미지니까.
아무튼 남원참치는 통조림 공장의 절반 이상을 프라임컴퍼니의 발주를 소화하는 데 돌렸다.
공장 직원들끼리 종종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남원 공장이야, 프라임컴퍼니 공장이야?"
"남원참치는 안 만들고 프라임컴퍼니 이름 찍힌 참치 캔만 만들고 있네."
***
일본산 참다랑어 캔이 화물선을 타고 입항했다.
일본 유통은 도우야 초밥에서 책임지고 진행하기로 했다.
유통망이 워낙 복잡하고 외국에 대한 배척성이 짙은 까닭이다.
도우야 초밥은 도매유통 경험은 없지만, 수영 참치 유통을 위해 미리 차근차근 준비해 둔 상태였다.
"90g 캔 기준으로 900엔이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군요."
한국 돈으로는 약 9,000원.
같은 양의 통조림이 2,900원인 것을 보면, 확실히 비싸다.
하지만 도우야 히데키는 오히려 저렴하다며 놀라워했다.
"적어도 2,000엔 이상은 받아야 수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정서희는 그저 웃기만 했다.
사실 그녀도 처음에는 그 정도 가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50kg에 사온 참치들이 통영 바다에서 중금속 해독을 하는 동안, 100kg 이상으로 빠르게 체중이 불어났다.
먹이가 좋고 운동량이 적어서 잘크는 것이라고 했던가.
참치를 키우는 데에 추가로 돈이 들지 않기에, 통조림 가격을 한 번 더 낮출 수 있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경쟁력이 충분합니다."
여전히 통조림치고는 매우 비싸다.
하지만 고급 참다랑어 살코기와 대뱃살을 사용한 참치라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을 줄 겁니다."
도우야 히데키는 한편으로는 아쉬워했다.
"방사능 물질이 없다는 것을 홍보포인트로 잡지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어쩔 수 없죠. 일본 정부의 방침이잖아요."
참다랑어 통조림 혼자서만 '우린 방사능에서 완벽하게 안전해요!'라고 홍보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의 다른 식료품들이 떨떠름하게 바라볼 것이다.
다른 식품들은 방사능에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일본의 모든 식료품들은 방사능 수치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외면하고 있다.
"그래도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는 것만 해도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당길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중금속 해독이야 그렇다 치고, 이미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은 어떻게 배출한 겁니까?"
"그건 양식업 비밀이라고 하네요. 사실 저도 몰라요."
"사다다케 사장이 눈을 부릅뜨고 기함하더군요. 그 비법을 알고 싶어서 몸이 잔뜩 달았습니다."
사다다케 양식장은 원양선단이 잡아온 고등어를 먹여서 참치를 키웠다.
당연히 고등어 섭취 과정에서, 참치들은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된다.
그런데 그것을 말끔히 제거하고 통조림으로 만들었으니, 일본 양식장은 지금 발칵 뒤집어졌다.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참치를 마음껏 섭취할 수 있다!'
'참치 시장이 더 커질 것이다!'
'돈이 된다!'
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정서희가 상큼하게 말했다.
"참치 통조림 유통, 잘 부탁해요."
"네, 그나저나 수영양식장 생참치 유통은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요?"
도우야 초밥이 수입하는 수영참치는 초밥 매장에서 쓸 양도 빠듯한 수준.
생참치를 도매유통하는 것은 아직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내년에는 참치 출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거예요. 그러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일본산 참다랑어 캔 판매에 대한 기대 이익은 매우 낮다.
프라임컴퍼니 입장에서, 900엔짜리 캔 1개를 팔면, 겨우 8엔 정도가 남을까?
이익률이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제조업 입장에서 이런 장사는 당연히 때려치우는 게 맞다.
그거 할 돈과 시간, 노력으로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는 게 낫다.
하지만 정서희는 개의치 않았다.
"남원그룹 통조림 공장이 우리 회사에 더욱 의존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남원그룹에 통조림 생산을 맡긴 것은, 공장을 뺏기 위한 밑그림이다.
물론 지금도 통조림 공장 확장을 위해서 부지 등을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부지를 매입하고, 공장을 짓고,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놀고 있을 수는 없잖은가?
남원그룹 통조림 공장을 뺏어서 쉬지 않고 찍어내는 게 맞지.
"엄밀히 말하면 수영 참치 캔도 손해인데."
2,900원에 팔리는 수영참치 캔.
1개 팔 때마다 1,500원 이상의 이익이 남는다. 장부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재료인 참다랑어 가격이 제대로 반영이 안 돼서 그런 것이다.
참다랑어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는 순간, 이익률은 사정없이 마이너스를 찍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황비라면도 엄청 손해 보고 판 거지. 버섯을 제값을 못 받았으니까."
참다랑어 캔을 만드는 것보다, 도우야 초밥에 파는 게 훨씬 많이 남는다.
"수영 씨도 참다랑어 캔 사업 자체를 더 재미있어 하는 거 같고."
하지만 하수영은 참치 통조림 시장을 장악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통조림 팔아서 돈을 많이 벌 생각도 없어 보인다.
***
도우야 초밥은 전국의 매장을 통해서 참다랑어 캔을 적극 홍보했다.
"질 좋고 안전한 일본 양식 참치로 만든 참다랑어 캔이 단돈 900엔입니다."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검출이 전무합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았습니다."
"임산부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는 참다랑어 캔입니다!"
도우야 초밥은 그렇지 않아도 무공해 청정 참치초밥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참다랑어 캔까지 내놓으니, 소비자들은 자연히 흥미를 보였다.
"정말 안전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100% 안전을 보증하니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비싸요? 그래봐야 통조림인데."
"일반 통조림은 가다랑어 같은 하급 참치를 쓰지만, 이 통조림은 고급 참다랑어 고기만을 100% 사용 했습니다."
도우야 초밥은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TV와 신문에도 광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업에 매달렸다.
반신반의해서 사본 소비자들은 일반 참치 캔과는 전혀 다른 맛과 품질에 놀라워했다.
"맛이 차원이 다르네."
"비싼 참다랑어로 만든 통조림은 역시 다르구나."
"한 개에 900엔이면 너무 비싸지만 참다랑어로 만든 캔이라고 하니 뭐……."
"중금속 우려가 없다는 거 치면 오히려 정말 저렴한 가격이지."
그렇게 일본산 참다랑어 캔은 일본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마트에서는 진열대에 놓기 무섭게 손님들이 쓸어 담아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제조사가 한국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도우야 초밥은 후쿠오카 양식 참치만을 100% 사용했다는 점을 거듭해서 강조했다.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은 부담 없이 참다랑어 캔을 사먹었다.
"통조림 가공만 한국에서 한 거야. 한국은 공장 인건비가 싸니까. 그래서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거라고."
"만약 일본에서 가공했으면, 비싼일본 근로자 임금 때문에 천 몇백엔은 했을 거야."
"후쿠오카 양식 참치는 세계 제일이지. 거기에서 자란 참치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
"도우야 초밥에서 쓰는 참다랑어도 후쿠오카산이잖아."
대다수의 일본 소비자들은 도우야 초밥에서 초밥 요리에 쓰는 무공해 참치가 한국산이라는 것은 몰랐다.
***
남원그룹은 참치 통조림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오너의 결정이었지만, 일부 임원들은 기를 쓰고 반대했다.
"지금 여기서 가격을 그만큼이나 올려 버리면, 참다랑어 캔이 치고 넘어올 빌미를 주는 겁니다."
"가격 상승은 안 됩니다."
하지만 오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단의 조업 기간이 늘어서 참치 조달 비용이 늘어났으니, 그것을 통조림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세."
오너의 말이라면 콩도 팥이라 믿는 임원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적자를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부터라도 가격은 올려야 합니다. 앞으로 다랑어 조달 비용은 더욱 늘어날 테니까요."
그리하여 참치 캔 가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시장 1위인 남원에서 가격을 올리자, 다른 통조림 회사들도 그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
그들 역시 가다랑어 조달 비용이 증가해서 골치를 썩이고 있던 참이었다.
여전히 일반 참치 캔은 참다랑어 캔에 비하면 낮은 상태.
하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뭐야, 통조림 가격 또 올렸어?"
"얘네는 허구한 날 가격 올릴 생각 밖에 안 하네. 프라임컴퍼니 좀 본 받던가."
"아니, 이 가격에 일반 참치 사먹을 거면 차라리 돈 좀 더 보태서 참다랑어 캔을 사먹는 게 낫지 않아?"
"그게 훨씬 낫지. 그건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도 없잖아."
"어디 유해물질만 없나? 고급 참다랑어라서 맛도 훨씬 좋지."
"난 앞으로 참다랑어 캔만 먹기로 했어."
2,900원이라는 비싼 가격이지만, 아예 손도 못 댈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참다랑어 캔은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참치 출하량 문제로 통조림 생산량은 적지, 찾는 사람들은 많지, 뭉텅이로 사는 사람들도 많지.
당연히 품귀 현상이 길어질 수밖에.
프라임컴퍼니에는 참다랑어 캔 공급이 언제 활발해지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프라임컴퍼니 고객센터는 국내 참치 양식장의 출하 문제로 당분간 공급에는 차질이 빚을 수밖에 없다고 공지했다.
[프라임컴퍼니 고객센터]
Q : 녹색 통조림 캔이 엄청나게 찍혀 나오는 걸 봤습니다. 그런데 시중 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그건 죄다 어디로 간 겁니까?
A : 그건 일본산 양식 참치로 만는 캔이라서 100% 일본에서 유통됩니다.
Q : 모든 면에서 안전하다는 식약처 인증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A : 현재 국내 유통 계획은 잡혀 있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Q : 식약처가 안전하다고 했으니까 그거라도 국내에 팔아달라고요!
빨리 참다랑어 캔 공급을 늘려달라는 소비자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때.
그러던 어느 날, 국내 오픈마켓에 녹색 참다랑어 통조림이 올라왔다.
개당 9,000원이 넘는 가격.
당연히 프라임컴퍼니는 발칵 뒤집어졌고, 얼른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과를 알게 되었다.
"국내 수입업자가 일본 도매유통에서 들여와서 오픈마켓에 파는 거라고 하던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일본 양식 참치로 만들어서 일본에 내다 판 걸, 우리나라 업자가 다시 수입해서 국내에 팔고 있다고요?"
절차상, 법률상으로는 문제없다.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표기하고 판매하고 있으니, 하지만 프라임컴퍼니입장에서는 떨떠름했다.
"근데 그게 팔리긴 팔려요?"
"불티나게 팔린답니다. 올리자마자 품절 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