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79화
170장 텐트와 낙타 (2)
사다다케 코키는 대규모 참치잡이 선단을 가진 선단주였다.
또한 규슈 최대 규모의 참치 양식 장을 거느린 이장주이기도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참치 어획량 제한이 들어갈 조짐이 보일 때, 바로 참치 양식에 뛰어들었다.
몰래 잡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같이 담지 않는 법, 결국에는 양식과 병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참치를 잡아 판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알뜰히 투자해서 불린 그는, 가진 자금을 참치 양식장에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일본에서 가장 큰 참치 양식장, 손꼽히는 규모의 참치잡이 선단을 가진 선단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도우야 초밥……."
세단을 타고 귀가하던 중 거리에서 눈에 띈 간판에 그는 침음성을 흘렸다.
식사 시간대가 아님에도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다른 한가한 초밥집과 비교되는 풍경이다.
"왜 도우야 초밥은 우리 양식 참치는 쓰지 않는 거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원래 그는 도우야 초밥에 양식 참치를 납품하고 싶어 했다.
일본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프랜차이즈 1위 스시 브랜드였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모든 참치 어장주, 아니, 양식하는 이라면 도우야 초밥에 고정납품을 하고 싶어 한다.
스시에서 어디 참치 초밥만 만들겠는가?
광어, 새우, 문어, 연어 등등 다양한 생선으로 초밥 등 요리를 만든다.
하지만 도우야 초밥은 1위라는 위명을 지키기 위해,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연어만 취급해 왔다.
그래서 양식장주들은 대부분 도우야 초밥 납품을 포기했던 상태.
양식어들은 그보다 하위 브랜드의 스시 집, 일식집, 횟집, 혹은 외식 매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의 양식 참치가 도우야 초밥의 그 철옹성을 뚫은 것이다.
"심지어 도우야 초밥에서 직접 한국까지 찾아가서 납품을 해달라고 했었지."
중금속 완전 무반응 참치.
임산부가 매일 먹어도 안전한 참치.
일본 소비자들은 그 점에 열광해서 도우야 초밥을 찾았고, 도우야 초밥의 매출은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로 상승하고 있다.
'대체 수영양식에서는 어떻게 참치를 키우길래 중금속을 없애는 건지.'
많은 부를 쥐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 비법을 전수받을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 번씩 고개를 든다.
'아무래도 사료가 답인 거 같은데.'
한국의 다른 양식장에도 공급을 시작했다는 곡물 사료.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사료이니만큼, 그것을 먹여서 무공해 참치를 만든 게 아닐까?
사다다케 외의 다른 어장주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등어 말곤 안 먹는 참치한테 어떻게 곡물 사료를 먹이는 데 성공했는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양식장 본사로 돌아오자,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오셨다고 하셨습니까?"
"네, 프라임컴퍼니 부사장 정서희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한국 최고의 라면 회사이지만, 일본 양식장주 입장에서는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희 회사는 분기 매출이 약 5조원에 달하는, 한국 최고의 식품회사입니다."
"5조 원이라고요?"
사다다케는 놀란 표정을 한 채 정서희의 명함을 다시 한번 살폈다.
분기 매출 5조 원이라면, 자신의 양식장과 참치선단은 그 앞에서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
"저희는 이번에 한국에서 참다랑어 통조림 유통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네? 참다랑어 통조림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시했는 데, 생각보다 잘 팔리고 있습니다."
양식 참치가 모자라서 사가려는 것인가?
"그래서 일본에서도 같은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요."
"일본에서 참다랑어 통조림 유통이라…… 하지만 너무 비싸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텐데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귀사는 참다랑어만 꾸준히 공급해 주시면 됩니다."
"참치를 사겠다는 구매자를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얼마나 원하십니까?"
"현재 50kg 이상 성체 참치가 몇 마리나 있나요?"
"현재 출하 가능한 참다랑어는 2천마리가 있습니다."
"네? 겨우 2천 마리요?"
"……우리 사다다케 양식은 작년에만 1만 마리 이상의 참치를 출하했습니다. 이건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대기록입니다."
"그, 그렇군요."
정서희는 얼떨떨했다.
일본 최대의 참치 양식장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규모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수영양식장보다 못한 거 같은데?
"그럼 그 1만 마리를 우리가 모두 선점할 수 있을까요?"
"그건 곤란합니다. 우리 사다다케참치를 믿고 꾸준히 발주를 넣어주는 업체 사장님들에 대한 신의를 제버릴 수 없습니다."
"그럼 2천 마리 중에서 당장 얼마나 가능한지요?"
"800마리 정도는……."
"1,500마리. 대신 가격은 다른 업체 납품가보다 10% 무조건 더 올려드리겠습니다."
사다다케는 한참 생각을 한 끝에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음 출하 시에도 알려주셔야 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참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사다다케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활어째로 직접 가져가시겠다고요?"
"네. 운송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참치는 쉬지 않고 헤엄치지 않으면 호흡을 못 해서 죽습니다. 포획하는 순간부터 숨이 막혀 죽는단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 때에 맞춰서 양식장 문만 열어 주시면 됩니다."
"……?"
사다다케는 어떤 식으로 참다랑어들을 가져간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
"일본 참치로 통조림을 만들어서 일본에 유통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회사 이름을 걸고 만드는 것이니 품질 관리에 허점이 있을 수는 없죠."
원래 정서희는 당연히 일본 참치니까 일본에만 유통을 하려고 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 수산물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방사능은 문제가 없어 보이고, 우리 양식장에서 몇 달간 해독 작업거치면 중금속도 제거할 수 있을 거 같네요.
하수영의 그 말을 듣고는, 진지하게 한국에도 유통을 할까 생각을 했다.
지금 한국은 참다랑어 통조림이 모자라서 소비자들이 난리였으니까.
'일본산 양식 참치라는 것을 눈에 잘 띄게 표시하고, 중금속 수치 같은 것도 정확하게 밝힌다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텐데.'
하지만 정서희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아무리 솔직하게 표시한다 하더라도, 일본 양식 참치를 썼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는 불쾌감을 줄테니까.
"수영 씨, 예정대로 갈게요. 일본 참치는 남원 식품공장 접수하는 도구로만 쓰는 걸로."
"꽤 비싸게 팔아야겠네요."
"네, 참치 매입가가 있으니까요. 손해 보고 팔 수는 없죠."
한국에서는 2,9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불가능하다.
일본 양식 참치를 산 돈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어떻게 참다랑어들을 양식장으로 데려간다는 거죠?"
"우리 브라우니가 알아서 인솔해줄 겁니다."
그 말에 응수라도 하듯이, 요트 옆에서 첨벙 하고 거대한 참치가 쇼를 그리듯이 뛰어올랐다.
"엄청 커 보이는데 150㎏밖에 안되나요?"
"지금은 400kg 이상은 될 겁니다."
"그, 그렇게 빨리 자라나요? 원래 참치들이?"
"녀석이 우리 양식장에 눌러앉은 게 얼마나 오래됐는데요. 그동안 질좋은 사료를 꾸역꾸역 처먹어댔는데. 나중에 1톤급 이상으로 성장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농담이시겠죠. 1톤짜리 참치가 어디 말이 돼요?"
정서희는 피식피식 웃어넘겼다.
둘은 지금 흰 요트에 타고 있었다.
하수영이 얼마 전에 구입한 개인 요트.
작은 선실과 조종실, 그리고 단층갑판만 있는 작은 요트였다.
호화 요트의 기준에는 턱도 못 미치는 사이즈.
대신 몸집이 작은 만큼 좁은 만에서도 이리저리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하수영도 그 날렵함 때문에 작은 사이즈로 구매한 것이다.
"정말 이걸 타고 남해를 건너시려고요?"
"겁이 나시면 지금이라도 내리세요."
"그러다가 파도에 뒤집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럼 제가 서희 씨 업고 남해까지 헤엄쳐 가겠습니다. 저 수영 잘하고 구명 활동은 더더욱 잘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바다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사람 하나를 업고 해안까지 갈 수 있다고요?"
그러면서도 정서희는 끝내 요트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걱정이 되긴 했는데, 하수영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믿어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닥터헬기가 10분 안에 날아올 테니까.'
사실 퀸 스텔리온이라는 보험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
가두리그물 한쪽 문이 열렸다.
참치치기 참다랑어, 브라우니 폰제니스 2세가 가두리그물 밖을 유영하며, 참치들만 들을 수 있는 신호를 보냈다.
'나의 졸들아, 나를 따르라!'
참치들에게는 이렇게 들리지 않았을까?
'참치 퀸'의 호출을 받은 참치들은 일제히 그쪽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50kg 이상 가는 1,500마리의 참치들이 완전히 빠져나왔다.
하수영은 얼이 빠져 있는 사다다케양식장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고생했어요! 우린 이제 갑니다!"
그리고 하수영이 탄 배는 통영을 향해 힘찬 항진을 시작했다.
"……."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참치들을 그냥 바다에 풀어준 거 아니야?"
"아니, 대체 왜?"
물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참치들을 바다에 풀어준 줄로 생각했다.
"기껏 비싼 돈 주고 사서 참치들을 바다에 풀어줬다고?"
"뭔가 사고가 터진 거 아니야?"
일본 직원들은 도저히 자기들끼리는 해답이 나지 않아서 상사한테 보고했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바이어 요청대로 일하다가 아무래도 사고가 터진 거 같습니다!"
"뭐? 에이, 이래서 역시 내가 현장에서 직접 통제해야 했는데!"
정서희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현장에 나가지 않고 밑에 지시만 했는데, 기어이 사고가 터진 모양이다.
말을 들어보니 직원들이 고지식하게 바이어의 요청대로만 하다가 참치들을 바다에 그만 방류하고 만 것 같다.
서둘러 사과하기 위해서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서희의 목소리가 상큼했다.
-아, 참치는 잘 받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데려가는 중이니 걱정 마세요. 대금은 바로 입금해 드렸습니다.
"네? 참치를 잘 받았다고요?"
-네, 좋은 거래였습니다.
사다다케는 전화를 끊고서도 한참 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
하수영은 새로 친, 비어 있는 가두리그물로 참치들을 집어넣었다.
국산 참치들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어획 고등어 먹이를 먹고 자란 양식 참치들은 당연히 몸에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등이 쌓여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문제없이 팔리는 수준이지만, 하수영의 기준으로는 용납이 안 된다.
"우리 양식장에서 해독 작업을 모두 거친 후에, 통조림으로 가공해서 일본에 팔면 됩니다. 출하 시기는 제가 따로 알려줄게요."
"그런데 우리 너무 빨리 온 거 아니에요? 남해가 이렇게 좁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작은 요트가 더 날렵한 법입니다."
성역의 기운에 노출된 일본 참치들은 완벽한 정화 작용을 거쳤다.
온몸의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등 유해성분이 소멸했다.
그뿐만 아니라 몸집도 부쩍부쩍 커졌다.
먹이가 좋은 탓에, 50kg에 사온 참치들이 100kg 이상을 돌파한 것이다.
곡물 사료로 먹이를 교체한 뒤, 참치들은 몸집이 커지고 살찌는 속도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출하된 참치들은 냉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남원참치 통조림 공장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