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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71화 (671/1,270)

프랜차이즈 갓 671화

168장 로열 통조림(1)

참치와 광어.

둘의 공통점은 양식에 성공했다는것.

그리고 차이점은, 참치는 '겨우' 성공했고, 광어는 크게 성공했다는 것.

광어의 경우, 너무 성공한 나머지 한때 고급 어종이었다가 이제는 시장판 어종으로 전락했다.

반면 참치는 '이제야 우리도 직접 키워서 먹을 수 있게 됐어.' 수준이다.

그래서 참치는 양식이라 해도, 여전히 비싸다.

"국가별 참다랑어 포획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양식에 도전하지도 않았겠지."

종 보존을 위해 국제사회는 참다랑어 포획에 제한을 걸었다.

나라마다 연간 몇 톤까지만 잡으라고 금지를 걸어둔 식이다.

"옛날 생각이 나는구나, 프리덤. 그 때도 참치 통조림 회사하고 갈등이 붙었었는데."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응, 사냥매로 참치낚시 좀 잘 되니까 참치 통조림 회사가 질투해서 엉겨 붙더라고."

-사냥매로 참치를 낚으셨다고요?

"어, 사냥매. 왜?"

-아, 아닙니다.

"매가 급강하해서 해수면 아래까지 내려가서 참치 낚아서 배로 가져오는 방식이야."

프리덤은 가만히 생각했다.

그건 매가 아니라 영화에나 나오는 괴수 수준인데?

-그래서 통조림 회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어떡하긴, 그해 남은 할당치만큼 한꺼번에 모조리 잡아 왔지."

-그럼 그 해는 더 이상 다른 회사들은 참치를 잡을 수 없었겠군요.

"수천 마리를 부산 항만에 몰아와서 즉석 경매로 팔아치웠지. 뜰채로 뜨는 손맛이 아주 죽였는데."

프리덤은 가끔 궁금했다.

마스터의 전생들은 대체 어떤 삶의 연속이었을까?

'마스터가 전생에서의 1%만큼이라도 지금 삶에 반영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참치캔도 이제 고급화를 할 때가 됐어. 언제까지 잡어 통조림만 만들 거야? 식품에도 품격이 있어야지, 품격이."

통조림과 회에 쓰이는 참치는 다르다.

보통 다랑어를 다 뭉뚱그려서 참치라고 말하지만, 당연히 참치도 종류가 여러 가지다.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참치회나 초밥 등으로 쓰이는 고급 어종이다.

연간 어획량이 국가별 할당량이 정해져 있으며, 수백㎏짜리 개체들은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 이상이 거뜬하다.

경매에 들어가면 억 단위도 쉽게 나온다.

반면 통조림에 쓰이는 어종은 가다랑어, 황다랑어 같은 것들이다.

다랑어 중에서는 잡어로 속하는 놈들이다.

같은 다랑어속이긴 하지만, 맛이나 몸값에서 비교조차 안 된다.

수영참치 등 국내에서 양식하는 참 치는 당연히 고급 어종인 참다랑어다.

-값비싼 참다랑어로 만든 참치캔이라니. 이건 혁명이군요.

"그건 지나친 낭비가 아닌가?"

전성렬은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이지 진심으로 반대했다.

"하 사장, 일본에 참치 횟감으로 팔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그렇게 낭비를 할 필요가 있나?"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재미, 아니 의미가 있는 겁니다. 어느 누가 고급 참다랑어로 참치캔을 만들어서 팔 생각을 했을까요?"

"……."

"바로 접니다. 수영리가 가슴으로 낳은 자랑, 농부 하수영이죠."

"모르겠네, 모르겠어. 도우야 초밥은 더 더 많은 참치를 사 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하 사장 자체는 참치캔이나 만들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물론 도우야 초밥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겠죠. 거기도 소중한 바이어니까요."

"도우야 사장은 매장도 더 팍팍 늘리고, 또 본격적으로 일본 무공해 참치 유통까지 생각하는 것 같던데……."

도우야 초밥은 수영참치 일본 유통권을 갖고 있다.

모든 스시 매장에서 수영농장 식자 재를 쓰는 조건으로 얻은 유통권이다.

정작 하수영이 바쁘다 보니 쌀 말고는 식자재 공급을 잘 안 하고 있지만,

"참치 머릿수 늘리는 거야 일도 아닙니다. 당장은 물량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건 시간이 커버해 줄 수 있어요."

"그럼 그때 가서 남아도는 참치로 통조림 캔을 만들어 진출하면 되지 않겠나?"

"사장님, 생각해 보시죠. 참다랑어는 고급 어종입니다, 그렇지요?"

"그렇지."

"일본에서는 아주 환장을 하면서 찾는 비싼 식자재예요, 그렇죠?"

"그렇지. 근데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싼 참다랑어가 통조림 캔으로도 팔리고 있다면 어떨까요?"

"……."

순간 전성렬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수영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한 채 말을 이었다.

"비싼 새치류 참치로 캔 참치를 만드는 곳은 없죠. 하지만 수영식품그룹에서는 보란 듯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 말입니다."

전성렬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맛의 폭발, 아니 아니, 멋의 폭발……!"

"일본을 상대로 얼마나 자긍심이 끓겠어요? 너희 나라는 이런 거 없지, 하고 놀릴 수도 있다고요."

"참다랑어 참치캔, 참다랑어 참치 캔……."

전성렬은 몹시 충격을 받은 얼굴로 거듭해서 그 말만을 중얼거렸다.

"사실 양식장에서 참치 머릿수는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아직 다들 덩치가 작아서 그렇지요."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

"이번에 제가 출시한 곡물 양식 사료, 그게 생선들의 성장을 앞당겨줄 겁니다."

"오, 그거 좋은 소식이로군."

"네, 성장호르몬을 아주 팍팍 농축해서 넣었으니까요."

"으응? 그러면 안 좋은 거 아닌가? 양식장에서는 다들 무항생제 인증 같은 것을 받아내려고 안간힘을 쓸 텐데……."

"그만큼 곡물 사료 효능이 좋다, 이겁니다. 정말로 호르몬을 넣었겠어요?"

"놀랐잖나."

가슴을 쓸어내리던 전성렬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양식장 차린 지 얼마 안됐는데, 언제 그렇게 머릿수를 확보했어?"

"그게, 거저 굴러들어오더라고요."

"거저 굴러들어오다니?"

전성렬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하수영은 태블릿을 꺼내 전원을 넣고 그의 앞에 펼쳤다.

"한 번 보실래요?"

"으응?"

전성렬은 일단 눈을 깜빡여 눈 근육을 풀면서 화면에 집중했다.

가장 먼저 바다가 나오고, 그다음에 가두리 그물이 나온다.

이미 몇 번 사진과 영상으로 봤던, 통영의 수영양식장 풍경이다.

-뭐야? 뭐야? 이게 뭐야?

-대박! 완전 대박이다!

-진짜 우리 회장님은 대체 무슨 재물복을 타고나신 거야? 이게 말이 돼?

호들갑을 떨며 기뻐하는 양식장 직원들의 환호가 틈틈이 섞여 들린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싶어서, 전성렬은 정신을 집중했다.

좀 더 화면을 잘 보여주면 좋으련만…….

"어?"

바로 그 순간, 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화면이 바뀌었다.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광경이었는 데, 가두리 그물 안에서 유영하는 참치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참치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멸치만 한 크기의 작은 물고기 떼가 수도 없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

물고기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그물코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한다.

순간 전성렬은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듯이 보다가 하수영에게 눈을 돌렸다.

"하 사장, 이거 설마?"

"네, 보신대로 참다랑어 치어들입니다."

"다 크지도 않은 참치들이 산란을 했을 리는 없을 테고, 어찌 된 건가?"

"멀리서 온 참치 몇 마리가 양식장주변에 산란을 했어요. 사료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가 근처에 눌러앉은 거 같습니다."

"그럴 수가……."

하수영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까지 으쓱해 보였다.

"그놈들, 지금도 우리 양식장 주변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습니다."

"허허……."

"참치 한 마리가 보통 알 1,000만 개를 낳습니다. 자연에서 10일 이내에 90% 이상이 죽죠. 성어까지 크는 놈들은 100만 마리 중에 1마리 될까 말까 하다네요."

성어까지의 생존율이 무척 낮기에, 물고기들은 그렇게 무지막지한 수의 알을 뿌려대는 것이다.

"보통 참치 치어들은 태어나서 서로를 잡아먹는데, 맛있는 먹이가 풍부해서 그런지 다툼 없이 잘 크더라고요."

화면이 다시 수면 위로 돌아갔다.

어선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바쁜 직원들의 외침이 여기저기 울린다.

-제대로 잡아! 빨리!

-빨리빨리 깔아! 가두리 그물 바깥으로 다시 크게 그물을 쳐서 막아야 해!

"저건 뭐 하는 건가?"

"가두리 그물 외곽으로 다시 한번 더 크게 그물을 치고 있는 겁니다. 치어들이 나중에 커도 못 빠져나가게 하려고요."

"저 참치들 중에서 10%만 성장해도……!"

"몇백만 마리나 되는 참치가 거저 생기는 셈이죠."

"몇백만 마리라니……."

"암컷 한 마리가 한 번에 알 1,000만 개 이상을 낳는다니까요."

"한 마리만 산란한 게 아니랬지?"

"네, 여러 마리가 와서 산란했다네요. 자식들, 기왕 산란하러 올 거면 군단으로 몰려올 것이지, 겨우 분대 급이나 찾아와서 실망이에요."

전성렬은 뭐라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그저 입이 벌어지지 않아서, 영상을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양식장 직원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신바람이 나 보였다.

졸지에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셈이니.

-이야,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도 일본에서 치어 안 사와도 되는 겁니까?

-치어를 사 올 필요가 뭐 있어? 이렇게 치어들이 바글바글한데.

-아니, 집 나간 말이 암말과 새끼들을 데리고 돌아왔단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참다랑어가 먼저 찾아와서 알 깐다는 건 처음이네.

-이 치어들, 100마리 중 1마리만이라도 성체가 됐으면 좋겠네.

영상을 다 본 전성렬은 흥분해서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참다랑어 참치캔은 너무 허황된 게 아닌가, 가능하더라도 오래 걸리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이거 눈앞에 성큼 다가왔군그래."

"운이 좋았죠."

"하 사장 자네 재물운은 정말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군. 살다 살다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아무도 못 믿을 걸세."

"원래 도미 양식장 같은 곳에서도사료 때문에 자연산 도미들이 주변에 몰려들고 그럽니다. 그것과 마찬가지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래서 사료를 좋은 걸 써야 하는 겁니다."

"참치 키우는 데 대략 1, 2년으로 잡는다 치면…… 그럼 지금부터 부지런히 통조림 회사 준비해야 하는거 아닌가?"

"네, 프라임 컴퍼니가 나서야죠."

통조림 캔을 프라임 컴퍼니에 가공해서 팔면, 하수영은 그 이익의 85%만 갖는다.

전성렬과 정서희가 합쳐서 15%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재료인 참치를 회사에 공급하고 얻는 개인 수입은 100% 별개.

통조림 캔으로 얻는 배당수익보다는, 참치를 양식해서 공급하는 수입이 훨씬 더 크다.

정서희는 남원그룹 후계자 전형기 상무와 개인적으로 친하다.

집안이 같은 식품 계열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왕래도 잦았고, 전형기 역시 주변의 다른 남자들처럼 정서희한테 이성적 호감을 품고 있었다.

"형기 오빠."

"응, 서희야."

"부탁이 있어."

"뭐든지 말만 해. 내가 다 들어준다."

"사업적인 부탁이야."

"아, 사업?"

전형기는 조금 실망한 듯했지만, 이내 웃음을 머금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뭔데? 얼른 말하라니까. 편하게."

"안 굴리는 통조림 공장 좀 빌려 줘."

"우리가 안 굴리는 통조림 공장이 어딨어? 모든 라인 죄다 바쁘게 굴러가고 있는데, 근데 뭐야? 너희 회사에서도 통조림 하려고?"

"아니, 통조림을 하려는 건 아니고, 한정판 프리미엄 통조림 라인 행사를 해보려고, 그래서 공장 좀 빌려 달라는 거야."

"아하, 잠깐 쓰고 말 거니까?"

"응."

"근데 통조림이 웬 프리미엄 한정판이야?"

"비싼 참다랑어로 참치캔을 만들어서 판매할 거야. VIP 고객들 바라보고 하는 거야. 수영마트에 연회비 몇억씩 낸 분들 있잖아."

전형기는 그 말을 듣자마자 흥분해서 탁자를 쾅 하고 내리쳤다.

"내가, 내 직위 걸고 반드시 빌려 준다. 아무 걱정하지 마라, 서희야."

'참다랑어 통조림이 왜 말이 안돼! 여기 이렇게 가능성이 있잖아! 하여튼 임원들은 구태의연하다니까.'

'OK. 이제 텐트에 낙타 머리는 넣었고.'

그렇게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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