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70화 (670/1,270)

프랜차이즈 갓 670화

167장 농업과 수산업 사이 (4)

남원그룹.

해양물류사업과 식품 가공 및 육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그룹이다.

특히 참치 통조림으로 매우 유명하다.

국내 재계 서열은 약 40대 중위권.

국내에서 참치 통조림이라면 '남원참치'가 대명사나 마찬가지 수준이었으니.

그런 남원그룹은 해수부가 수영농장 양식사료를 적극 밀어주자,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해수부가 중금속, 플라스틱 무공해라는 사실을 너무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어요. 그 반대 여파로 우리 남원참치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쌓일 우려가 있습니다."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남원 참치캔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입니까? 일찍이 원양선단을 꾸려서 참치를 대거 잡아서 값싼 참치 통조림을 국내에 널리 보급해, 국민들이 굶주림을 이겨낼 수 있게 한 그룹 아닙니까!"

"정부가 우리 그룹에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전혀 우리 그룹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입니다!"

현재 해수부는 국내 양식장 어주들한테 이런 식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수영농장산 식물성 천연사료를 쓰면 중금속, 플라스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생선으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보세요! 우리는 지금 국민들께 중금속, 플라스틱 무공해 생선이 얼마나 안전한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아직 곡물사료 코인에 탑승 안하신 분 없죠? 어서어서 탑승하세요!

-무공해 떡상 갑시다!!

-갑시다!

이런 분위기를 일으키고 있으니, 소비자들도 자연히 거기에 휩쓸리고 있었다.

곡물사료로 키우는 양식 생선이 자연산보다 훨씬 안전할 거라는 믿음말이다.

'사실 틀린 건 아니지.'

'자연 어획 생선은 중금속,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으니…….'

'통조림에 쓰는 참치는 사실 진짜 참다랑어도 아니고…….'

다 좋은데, 덕분에 자연 어획 생선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게 생겼다.

원양어업을 주력으로 하는 남원그룹으로서는 두고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수영농장이 경쟁자라는 겁니다."

임원 한 명이 심각한 얼굴로 브리 핑에 열중했다.

"수영농장의 생산량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국내에서 농업으로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일입니다."

"1조? 1조라고?"

"지금 전체 매출이 아니라, 농업으로만 1조라고 했는가?"

"네, 농업으로만 1조 이상입니다. 그리고 매출이 아니라 이익입니다."

사실 수영농장 이익이 1조 원을 넘었다는 것만 알 뿐, 정확히 얼마 인지는 모른다.

"수영농장이 참치 양식에 손을 뻗었을 때, 우리 그룹은 긴장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참치사료용 고등어를 구매해 주는 좋은 고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수영양식장은 더 이상 고등어를 구매하지 않는다.

남원그룹과 한 가닥 이어져 있던 끈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자연 어획 생선은 좋지 않다, 이런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

자연 어획 생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결국 목을 찔 수밖에 없다.

"음, 근데 참치 통조림은 양식으로는 어려운 건가요?"

그때 30대 중반의 남자가 손을 들어 발언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들의 안색이 일제히 굳어졌다.

질문자는 전형기 상무, 바로 그룹총수의 손주였던 것이다.

'아니, 지금 저걸 질문이라고…….'

"상무님, 양식 참치는 보통 고급횟감으로 팔리는 어종입니다."

"그런데요? 원래 모든 생선은 다 회로 먹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

어이가 없어서 입이 굳어버린 임원을 대신해서, 다른 이가 서둘러 나섰다.

"참치 통조림을 양식 참치로 만든다면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비싸지는데요?"

"적어도 지금보다 열 배 이상은……."

"뭐요? 열 배 이상이라고요?"

전형기 상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치켜뜨며 쏘아 보았다.

대답자는 왜 자신이 잘못을 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억울했다.

'열 배도 경을 칠까 봐 일부러 팍줄여 말한 건데…….'

실제로는 열 배가 아니라 백 배 그 이상으로 뛰어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양식으로만 조달을 한다면 통조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양식 장을 준비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가격 안정화에 실패하면 오히려 그룹이 큰 타격만 입을 겁니다."

임원들은 바삐 거들고 나섰다.

설마하니 그룹의 젊은 후계자의 입에서 '이제부터 참치를 양식해서 통조림을 만듭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했다.

총수 귀에 들어갔다가는 임원들을 불러놓고 경을 칠 테니까.

대체 경영수업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가 나오게 놔둔 거냐고 말이다.

전형기 상무가 지금까지 사업 관련으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흠, 그렇습니까? 통조림 사업을 양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무리겠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냐!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임원들은 하나같이 이구동성을 쳤다.

"네, 상무님. 그렇습니다."

"전 상무, 바다에서 공짜로 잡아올리는 것과 가두리 만들어서 먹이 줘가면서 키우는 것은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클 수밖에 없어."

"전무님, 하지만 원양선단을 돌리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 큰 배가 한두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 인건비며 기름값이며……."

"그걸 다 고려해도 키우는 것보다는 바다에서 잡아 올리는 게 훨씬 싸다네. 안 그러면 뭐 때문에 그 많은 원양어선들이 바다를 헤집고 다니겠나?"

"원래 자연산 회가 비싸지 않아요?"

"……."

"……."

"그러니 양식을 하면 당연히 더 싸게 통조림을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흠, 신기하네요."

임원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저게 생선가공으로 성장한 그룹 후 계자 입에서 나올 말인가…….

***

하수영은 기존 양식장용 배합사료수준에 맞춘 가격으로 곡물사료를 팔았다.

킬로당 가격을 기존 배합사료 정도로 딱 맞춘 것이다.

양식장주들은 무공해 사료를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서 만족해했다.

게다가 소화가 잘되고, 어류들이 새 사료를 좋아했기에 성장 속도가 높아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일단 잘 먹어야 건강하게 잘 크는 것 아니겠는가.

해수부도 적극 밀어준 덕분에, 곡물사료는 어렵지 않게 국내 양식장시장을 점령했다.

"좋아, 좋아. 이 정도면 양식장을 내가 독점한 거나 다름없지. 만족스러워."

같이 커피를 마시던 정서희가 말을 받았다.

"전 수영 씨가 언젠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양식장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어서 시장 자체를 삼켜 버릴 줄 알았어요."

"배달치킨처럼요?"

"네. 지금 치킨 브랜드 본사 대부 분 망해서 사업 철수했잖아요."

이름을 날리던 치킨 브랜드는 거의 망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망한 것은 본사뿐이고 가맹점주들은 수영치킨으로 간판만 바꿔 달았다.

가맹점주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매출과 수입, 여가 시간이 늘었다며 좋아한다.

황비버섯 오일로 튀겨낸 치킨의 맛은 소비자들이 치킨을 찾는 횟수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기름이 너무 비싸서 부유한 가정에서 특별히 날 잡고 튀겨 먹는 게 전부였다.)

"근데 본사들 망했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습니다."

"그래요, 아주 망한 건 아니죠. 프랜차이즈 치킨이 아니라 치킨 연구소 신세가 됐으니."

정서희의 말대로 기존 치킨 브랜드본사들은 폐업을 하거나, 아니면 수영치킨 밑으로 들어와서 메뉴 개발에 한창 몰두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처럼 일반 직원들도 간판만 바꾼 것이다.

오히려 치킨 시장이 예전보다 훨씬 커져서 그들도 상황이 좋아졌다.

오너 일가만 자리를 뺏긴 것으로 보면 된다.

"치킨이야 어차피 제가 전국 모든 지역에 직영점을 낼 것도 아니고 하니까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양식업은 전혀 다르죠."

"그렇게 많이 달라요?"

"네, 치킨은 사실 소스와 튀기는 온도만 궁리하면 되는 매우 간단한 종목입니다. 양식업에 비하면 그렇죠."

"에이, 치킨집 사장님들이 들으면 속상하시겠어요."

"비하하는 건 아니고요. 치킨은 닭고기만 취급하면 되지만 양식은 취급하는 생선 종목만 천차만별이잖아요."

"아, 그렇네요. 그래서 수영 씨가 그 모든 것에 일일이 진출을 할 수는 없다, 이거군요?"

"수영양식장에서 가능한 많은 어종을 양식하고 있지만, 제가 그 시장자체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 아니, 너무 큰 귀찮음이 따릅니다."

하수영은 커피잔을 홀짝이면서 말했다.

"지금처럼 물고기들 먹을 밥줄만 딱! 쥐고 있으면 양식시장을 지배한거나 다름없죠."

정서희는 조용히 웃다가 문득 생각 나서 말했다.

"남원그룹이 좀 어수선한가 봐요. 아는 인맥 통해서 들었어요."

"참치통조림 만드는 거기요?"

"네, 아무래도 남원그룹은 원양어 업으로 잡은 생선으로 가공식품업을 하다 보니까,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 열풍이 싫겠죠."

정서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참치캔도 죄다 어획한 생선으로 만들잖아요. 중금속과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그러게요. 참치 통조림도 그냥 양식으로 하면 간단할 텐데. 안 어려울 텐데."

"에이, 수영 씨. 양식 참치는 고급 횟감이잖아요."

"대부분의 생선은 다 회로 먹을 수 있죠."

"가격 감당이 안 되죠. 열 배, 아니 백 배 이상으로 참치캔이 뛸 텐데."

"에이, 열 배라니요. 딱 지금 가격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수영 씨라면 가능할지도요. 그런데 양식으로만 조달하면 참치캔수요는요? 캔참치용 양식장 세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죠. 하지만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앞뒤가 안 맞잖아요."

"닥터헬기를 기반으로 한 수영병원응급 시스템은 원래라면 죽었어야 할 환자의 골든타임도 샀습니다. 비즈니스 참치 양식장이야, 저렴하게 살 수 있죠."

정서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보다가 픽 웃고 말았다.

"그럼 돈으로 못 사는 시간은 뭔데요?"

"애인의 잔소리 지옥 타임…… 아니, 아무튼 통조림 사업은 충분히 양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남원그룹 앞에서 그 말을 하면 아마 모두 안 믿을 거예요."

"그 큰 원양선단을 운용하는 것보다는 통조림용 양식장 하나 돌리는 게 훨씬 쌀 겁니다."

하수영은 심드렁하게 덧붙였다.

"원래 자연산 회가 비싸잖아요. 양식회는 싸고요."

"당연히 양식하면 통조림 가격을 오히려 더 낮출 수 있죠."

"……."

정서희는 남원그룹을 상상하고는, 살짝 할 말을 잃었다.

'형기 오빠가 같은 말 했을 땐 헛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나 왜 납득되고 있니?'

"캔참치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도전을 안 해서 그래요. 도전을."

같은 말.

하지만 누구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서 신뢰도는 정반대가 된다.

"저기, 그럼 수영 씨. 통조림 공장하나 인수해서 해보지 않을래요?"

정서희는 남원그룹 통조림 제조공장라인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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