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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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668화

167장 농업과 수산업 사이 (2)

한 해에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쓰레기들이 바다로 몰려든다.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람을 타고, 강을 타고, 그렇게 종국에는 바다로 모두 흘러들어 간다.

어느 해양 국가에서는 여의도의 몇 배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로 만들어진 섬을 여러 개 볼 수 있을 정도다.

해양 쓰레기의 절반 이상은 어획그물 등 어업 쓰레기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풍화 작용을 거쳐 부서지기를 거듭 반복한다.

종래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미세한 알갱이로 분해 된다.

하지만 분자 구조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저 크기만 아주 작은, 여전히 플라스틱 덩어리일 뿐이다.

그런 플라스틱 덩어리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선에 농축되고, 결국 인간은 가장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몸에 농축하게 된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영참치는 중금속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에서도 안전한 참치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미세 플라스틱이 전혀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리된 PPT 자료를 통해 불과 몇 분 안에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 그럼 참치 말고 다른 생선들도 죄다 미세 플라스틱 범벅이었단 말이야?"

"어쩐지, 수산물이 땡기지 않더라니."

"충격이었어. 바다에 그렇게 플라 스틱 쓰레기가 많았다니."

"우린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먹고 자란 생선들을 먹었던 거네, 그동안."

"수영참치가 정말로 안전을 추구하고 있구나.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저렇게 해결하다니."

"치어 시절부터 안전한 양식용 사료만 먹고 자란다면, 정말 몸에 오염물질 같은 걸 품고 있을 수가 없겠네."

도우야 히데키도 정신없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바로 이거다!'

중금속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에서도 안전한 참치 초밥, 참치회.

유일하게 그것을 취급하는 일본 스시 브랜드.

소비자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어떻게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야 할지, 끊임없이 계산기가 돌아갔다.

그때 고리야마 상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 사장님. 그런데 의문이 있습니다."

"의문을 가질 게 뭐가 있나? 안전한 곡물 사료만 먹여서 키운 참치한테 미세 플라스틱 같은 게 축적될 일이 어디 있다고?"

"그게 아니라, 하수영 회장 발언으로는 곧 프리 플라스틱 참치도 출하를 하겠다. 이런 거 아닙니까?"

"그렇겠지?"

"근데 우리가 공급받는 참치는 이미 플라스틱도 깨끗한 것들입니다만."

"뭐야?"

도우야 히데키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반문했고, 고리야마 상무는 얼마 없는 머리숱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수영오세안에서 최초로 참치를 받았을 때, 중금속 검사를 했잖습니까."

"그랬었지."

"그 검사가 미세 플라스틱도 통합 검출하는 검사였습니다. 그때 미세플라스틱도 0으로 이미 나왔었고요."

"……."

"일회성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가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출 검사에서 항상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 모두 0이었죠."

"그걸 왜 나한테 보고를 안 한 건가?"

"보고서는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아시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우야 히데키는 황당해서 눈을 크게 뜨고 하수영을 바라봤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

서해호텔 연회장에는 국내 어업관계자들도 참석한 상태였다.

엄상용 수산정책실장은 공손한 자세로 앉은 채 하수영의 발표를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드디어 발표가 다 끝났고, 수산정책실장은 옆자리의 부하 직원을 돌아봤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하수영 '어민회장님'은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축소해서 발표하면 했지, 과장을 한 적도 없습니다."

"으음, 중금속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까지도 제로라니……."

수영참치 안전인증을 받을 때, 식약처는 중금속 검출만 시행했다.

따라서 도우야 초밥과는 달리, 미세 플라스틱도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두리그물에 걸린 성역 효과는 해로운 성분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이다.

즉 어획한 고등어를 먹이나, 곡물로 만든 인공생선을 먹이나, 오염물질은 안 쌓인다.

하수영이 인공생선을 채택한 것은, 고등어만으로 사료를 조달하는 게 언젠가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공생선이 더 영양가가 많아서 참치가 튼튼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곡물사료로 참치 먹이 급여에 성공했다는 건 정말 놀랍군. 입이 고급이라 정어리나 고등어 아니면 쳐다도 안 보는 녀석들인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먹이로 인식하는 대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하지만,

"사료 조달이 부족하지는 않겠지?"

"수영농장의 말도 안 되는 생산능력을 생각하면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더군다나 서락산에 짓고 있는 그 거대한 원통 건물형 농장이 완공된다면……!"

"그런데 말이야, 다른 참치 양식장에서도 저 곡물사료를 먹이로 쓰면, 중금속과 플라스틱 모두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렇군요!"

부하 직원은 깨달았다는 듯이 흥분해서 말을 받았다.

"수영양식장 고유의 중금속 해독비법 없이도, 중금속 없는 참치로 키워낼 수 있겠군요! 애초에 중금속이 쌓일 여지를 주지 않으니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알고 있다.

수영양식장에서는 고유의 킬레이션요법을 통해 참치 중금속을 제거한다고, 하지만 엄상용 실장은 발상을 전환했다.

그렇다면 저 곡물사료만 먹인다면, 애초에 중금속 없는 참치로 키워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사실 지금까지 수영양식장에서는 저 곡물사료로 급여를 해왔던 게 아닐까? 대외적으로는 고등어를 먹이는 척하면서 말이야."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이게 거의 확실한 거 같습니다!"

"고등어는 눈속임용으로 대충 조금만 사 왔을 수도 있지. 애초에 일개농장에서 독자적인 중금속 제독 요법을 만들었다는 게 말이 되나."

"정말 명쾌하게 모든 게 설명되는군요."

"수영양식장은 처음부터 몰래 제 곡물사료만 먹여왔다…… 그거 하나면 모든 게 설명이 되지."

"가두리그물 따위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했던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관점이었습니다."

성역의 기운이 실린 가두리그물은하수영의 영향을 벗어나는 즉시 보통 그물로 돌아간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훔쳐가서 조사를 해본 이들은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지금은 가두리그물을 노리는 이들 자체가 전혀 없는 상황.

"하수영 '어민회장님'은 이제는 비법을 공개해도 된다는 자신감이 붙으신 겁니다."

"틀림없이 수영농장 곡물만이 인공생선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거야."

"아마도 다른 지역, 국가에서 들여온 곡물로도 똑같이 인공생선을 만들어서 시험을 했겠지요. 그리고 참치들이 쳐다도 안 본다는 것을 확신을 했을 테고요."

"그래, 오랜 기간 동안 그것을 검증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확신을 얻은 거지. 자기 농장 곡물만이 가지는 독특한 형질 때문이라고."

"아! 실장님!"

부하 직원이 급히 생각났다는 듯이 외쳤다.

"하수영 '어민회장님'은 양식장 물고기들 식탁까지 노리는 게 아닐까요?"

"물고기 식탁을 노려?"

"네! 물고기들이 먹는 밥상을 독점하기 위한 비장의 한 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말에 엄상용 실장은 큰 충격을 받은 듯이 잠시 동안 굳어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돌린 그는 하수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인간의 밥상뿐만 아니라, 물고기 밥상까지 독점한다?"

"이미 축산 가축들의 밥상도 독점한 상태 아닙니까. 물고기들 밥상도 시간문제일 뿐, 항상 염두에 두고 계셨겠죠."

수영사료는 배합사료 원료로 각종 곡물을 사료제조업체에 무상에 가깝게 제공한다.

곡물은 공짜로 줄 테니, 운송보관비용만 사료업체 너희가 부담해라, 이 정도 수준이다.

수영사료가 보는 이익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덕분에 축산농민들은 부담 없이 배합사료를 급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수산업 시장은 다르다.'

국산 육류는 워낙 시장이 작아서 가격 경쟁력이 별로 없다.

그러나 수산업, 특히 양식 관련 업종은 이야기가 다르다.

"어민회장님은…… 본격적으로 양식업 진출을 준비하고 계시는 거군!"

"참치한테도 급여가 성공했습니다. 다른 어종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수영양식장에서 출하되는 모든 어종은 중금속과 미세 플라스틱이 전무하겠어."

"국민건강에 예민한 선진국에서 특히 좋아라 할 겁니다."

"이런, 미국 수출까지 이미 머릿속에 두고 계시는 건가?"

"수영한우도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수영생선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요."

***

현재 국내에는 참치양식업체가 딱 두 곳 있다.

수영참치의 등장으로 기세가 위축된 경남거제참치양식조합이다.

원래 두어 곳이 더 있었지만, 과거 국내 참치 중금속 사망 사태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폐업에 들어갔다.

줄여서 '경거조합'이라고 불리는 이 업체는, 출하된 참치를 일본에 내다 팔면서 그래도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었다.

애초에 일본 참치 시장을 노린 데다가, 어민 지원을 위해서 정부에서 여러 가지로 배려를 많이 해준 덕분이다.

수영참치 또한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그들에게 나쁜 수작을 부리지도 않았고,

"우리를 경쟁자로 생각한 적도 없을 겁니다. 어민회장님 성격, 아직도 모르세요?"

"……."

"정중히 부탁드리면 분명히 우리 조합에도 곡물사료를 주실 분입니다."

"그래요, 한 번 정중히 부탁을 해봅시다. 그런데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하나?"

"여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경거조합은 정식으로 자신들의 신분과 입장을 밝히는 정중한 요청글을 작성해서 올렸다.

"어, 문자가 왔는데요? 하, 하수영어민회장님의 답장입니다!"

"뭐야, 벌써? 아니, 글 올린 지 이제 30초도 안 지났는데?"

글을 꼼꼼하게 읽는 데만 몇 분 이상은 걸릴 거 같은데, 30초도 안돼서 답장이 왔다고?

"이 답장 내용을 전화기로 치려면 13분은 훨씬 넘게 걸릴 거 같은데요?"

"이거 전송 시간을 보니까…… 흐억! 우리가 글 올리고 2초도 안 걸려서 왔는데요?"

30초는 문자가 왔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 걸린 지연 타임이었다.

조합원들은 아무튼 옹기종기 모여서 답문을 읽었다.

그리고 다 같이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우와. 살았다!"

"뭐야, 뭐야? 참치 사료 우리 양식 장에도 공급해 주신대?"

"내가 뭐랬어요? 정중히 요청하면 들어주실 거라고 했잖습니까!"

***

도희양식장.

이곳은 도미를 키우는 양식장이었다.

양식장주 윤도희는 (남자다) 지인을 통해서 참치용 곡물사료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윤도희는 자신이 누구보다 신뢰하는 프리덤한테 의견을 구했다.

"아가야, 우리 양식장에서 그거 먹이 쓰면 뭔가 좋을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현재 우리 양식장은 정어리, 멸치, 대구어 등 동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사료를 쓰고 있습니다. 중금속, 미세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울 순없죠.

"아니, 천연사료라서 해서 좋다고 들었는데."

-바다에서 어획한 천연 어류를 재료로 만든 사료이지요.

"안 되겠다. 당장 바꿔야겠어. 이거 시중 판매는 한다든?"

-네, 합니다. 제가 알아서 구매 제안을 넣겠습니다.

"그래, 네가 나보다 훨씬 잘 아니까 알아서 처리해 다오."

윤도희는 문득 일본에서 양식업을 하는 친척을 떠올렸다.

"우리 사촌한테도 추천해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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