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65화
166장 노트에 쓰여진 것 (2)
정부 마음은 의대 설립 허가 쪽으로 돌아섰다.
하수영후원회는 자신들이 가진 인맥을 통해 그런 소식을 하수영에게 알려주었다.
"곧 국회에서 특별법 발의해서 상정할 거야."
"이른바 '하수영의학대학 특별법'이지. 아, 물론 정말 법 이름이 저렇지는 않네."
"사치세는 조금 물어야 할 걸세. 그래도 괜찮겠지?"
"아무렴, 괜찮고말고, 원래 사치세도 좀 팍팍 내고 그래야 진짜 부자 구단이고, 또 악의 제국 소리를 들을 만하지 않겠어?"
"어허, 의대가 어디 스포츠 구단인가? 왜 그렇게 경박한 말을 하고 그러나."
"스포츠 구단하고 다를 건 그럼 또 뭔가?"
"……."
"거보게, 김씨도 특별히 할 말 없지?"
"크흠, 크흠!"
김씨는 헛기침을 했고, 최씨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사치세라는 게 정확히 뭔가? 의대에 왜 그런 게 있어?"
"이번 특별법에 대학등록금 규모에 따라서 소득세처럼 세금을 물릴 모양이더라고."
"이런, 그건 너무 심한데."
"그 정도 페널티는 줘야지 다른 곳에서 왜 수영재단만 특혜를 주느냐는 말이 안 나와."
"그렇긴 하겠어. 서울에 대학 새로 만들어봤자 손해만 본다고 하면 누가 봐도 특혜는 아니니까."
"오히려 사치세를 많이 내면 낼수록 재단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될 걸세. 정말 돈 벌려고 대학 만드는 게 아님을 입증할 수 있잖나."
"그렇겠어."
"그런데 신문사들은 대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야? 아니, 우리 청담동에 의대 생긴다는 게 두 손 번쩍 들어 환영은 못 할망정."
"내 말이. 미친 자식들이 우리 동네에 의대 들어오는 게 그렇게 띠꺼운가?"
"기사만 보면 무슨 수영병원이 환자와 학생들 팔아서 돈잔치 벌이는 악덕의사들 모임 같다니까."
"우리 손주는 수영병원이 나라라도 팔아먹은 줄 알더라고. 하여튼 기레기 놈들. 양심이라고는 전혀 없어요."
"3대 일간지 놈들은 대체 왜 그렇게 수영병원을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 거야?"
"윤씨, 아직도 몰랐어? 수영그룹에 광고 달라고 지금 생떼 쓰는 거라고."
"뭐? 광고?"
"그래. TV 광고로 지금 조 단위넘게 돈 쓰고 있는데, 신문사 놈들이 그걸 보고 얼마나 배가 아프겠냐고."
"허허, 나 참…… 그러니까 광고 줄 때까지 저렇게 집단으로 떼쓰고 드러눕겠다, 이거 아닌가?"
후원회 노인들의 얼굴에는 못마땅한 감정이 가득했다.
자기들 동네에 의대가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다니.
그것도 다른 의대도 아닌, 후원대 상자인 하수영이 설립하는 의대인데 말이다.
"정부하고 국회는 추진 의사가 꽤 있는 모양인데, 엎어지진 않겠지?"
"신문사 놈들도 진짜 막을 생각은 없어. 그냥 광고료만 좀 뜯어내고 싶을 뿐이라니까."
"이거 우리 하수영 의원이 줄타기를 잘해야겠는데."
"줄타기는 무슨. 이렇게 땡깡 부리는 놈들 한 번 떡 주면 다음에는 떡가게 차려달라고 진상 피운다고. 초장에 아주 잡아야 돼."
***
프라임건설.
원래 서해건설이었다가 범수영그룹에 편입하게 된 건설회사.
한때는 회사가 송두리째 없어질 뻔했으나, 지금은 건설회사 중에서 사업 규모는 작지만 가장 무거운 지갑을 갖고 있다.
무려 50조 원의 현금을 갖고 있는 건설회사.
허공에 날릴 뻔한 서해전자 반도체신 공장을 서해전자에 되팔아서 받은 돈이다.
그 덕분에 서해전자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그런 과거 때문인지, 프라임건설은 서해그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이를 갈았다.
"그런데 다 같은 수영그룹인데, 왜 어느 계열사는 앞에 '수영'이 붙고, 어느 계열사는 앞에 '프라임'이 붙어요? 무슨 차이예요?"
"회장님께서 하고 싶으셔서 100% 본인 소유로 만든 사업체는 앞에 본인 성함을 붙이시고, 그게 아니면 다른 게 붙는 거라고 하더군."
"그래요?"
"프라임컴퍼니는 회장님 지분이 100%가 아니잖아. 85%라고."
"아, 그렇구나."
"서진파운드리는 100% 회장님 소유지만 회장님이 하고 싶어서 차린 회사는 아니니까 '수영'이 안 붙는 거고."
"어, 정말 그렇네. 묘하게 그런 규칙성이 있네요."
현재 프라임건설은 PM프로젝트위주로 준비하며 건설회사로서 역량을 차근차근 쌓고 있었다.
예전처럼 공사 기간 단축, 원자재절감, 최대한의 이익 창출 등에만 눈에 멀어 있던 시절은 이제 지났다.
"프라임컴퍼니 신두 공장 프로젝트, 아직도 초안이 안 나왔어요? 빨리 모회사에 보고 올려야 하는데. 지금 전성렬 사장님이 엄청 기다리 신다고요."
"오늘 안으로 마무리될 겁니다. 대표님."
"앞에 '임시'를 빼먹지 말아주십시오, 김 부장님."
"아, 죄송합니다."
신두 공장 건설 계획.
프라임컴퍼니가 발주를 맡긴 대공사.
"장차 전 세계에 내다 팔 신두 식품을 만드는 공장이에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무한한 확장 편의성입니다."
"네, 대표님."
이도공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건축 사무소도 신경 써야지, 프라임건설 사장 노릇도 해야 하지.
일복이 터진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하루빨리 프라임건설 운영을 안정화시키고, 다시금 원래대로 건축사 사무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직원들이 자신을 정식 사장으로 대할 때마다 그는 기가 찼지만 웃으며 넘겼다.
"대표님, 도곡동에 상가 빌딩 하나 매물로 나왔는데, 이거 저희 회사에서 매입하는 게 어때요?"
"철거해야 할 건물입니까?"
임원은 이도공 사장이 바로 핵심을 꿰뚫어 보자 화색을 띠었다.
이 머리 좋은 젊은 전문가 사장은 첫마디에서 바로 보고자의 의중을 캐치한다. 대화를 풀어나가기 매우 쉽다.
"네, 건물은 철거하고 여기에 주상복합식 거주형 타워를 하나 짓는 게 어떨까 해서요. 저희가 PM을 하고 시공 자체는 다른 1군 건설사에 발주하고 말입니다."
프라임건설이 중요시하는 것은 실제 시공 능력의 육성이 아니었다.
바로 PM, 건설 자체를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리더로서의 역량이었다.
"으음, 확실히 실전 경험을 쌓기는 해야 하는데…… 근데 왜 주상복합 건물입니까?"
"회장님께서 청담수영병원 직원들 기숙사 문제로 고민이 크시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청담동 강 건너편 광진구에 대단지 아파트형 기숙사를 짓고 있지 않나요?"
"그룹 덩치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기숙사는 한 채라도 더 많이 짓는 게 유리할 겁니다. 위치도 광진구보다는 매우 좋고요."
"흐음."
"우리는 프로젝트 지휘감독 위주로 하고, 현장 건설은 다른 1군 건설사에 맡기는 경험도 이제 직접 부딪쳐 봐야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초고층 주상복합타워를 PM으로 진행해 보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 되겠죠. 좋습니다. 진행합시다."
"네, 그럼 입찰 공고 올리겠습니다."
임직원들은 속으로 감동이 벅찼다.
한때는 망해 없어질 뻔한 회사.
하지만 지금은 서해그룹 임원들을 싹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 1군 대형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하청을 주는 회사가 되었다.
"우리도 이런 큰 건설 프로젝트를 총괄지휘하는 것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설계와 시공, 그리고 안전입니다."
이도공은 거듭 강조했다.
"돈은 까짓거 좀 손해 봐도 됩니다. 하지만 돈 외적인 것에서는 절대 손해를 보지 맙시다."
"알겠습니다. 돈만 손해 보자, 다른건 절대 손해 보지 말자…… 모든 사원들의 머리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런데 1군 대형건설사들도 자존심이 있는데, 입찰에 나설지 모르겠군요."
마음 같아서는 시공도 직접 하고 싶지만, 신두 공장 건설도 동시에 추진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 건설업계에서는 우리 회사를 천외천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우리 회사가 현금 50조 원을 쥐고 있잖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모그룹 관련 공사 프로젝트도 얼마든지 따낼 수 있고요. 1군 건설사들도 목만 빼놓고 하청 안 떨어지나 고대하는 중입니다."
"다행이군요. 쓸데없는 힘 씨름은 생략해도 될 것 같으니."
회사 통장에 50조 원이 들어 있으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계륵이 될 뻔한 반도체 공장을 50조 원에 사준 서해전자가 고마울 정도다.
직원들도 전부 알고 있었다.
신 반도체 공장 건설이 두 번이나 회사의 운명을 바꿔놓았던 트리거라는 것을.
***
모처럼 직접 학교에 등교한 하수영은 강의가 끝나고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바로 대한의사협회장 송현성이 찾아온 것이다.
"반가워요, 후배님."
송현성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하수영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밝은 미소에서 송현성은 대화가 잘풀리겠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손을 억세게 쥐는 압력감에 숨이 가빠왔다.
"반갑습니다, 송현성 씨."
"크…… 윽!"
"근데 정보가 느리시네요. 제가 기수 관행을 싫어한다는 이야기는 못들으셨나 보죠?"
"미안…… 미안합니다. 같은 학교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편한 마음에……."
"선배 대접은 내가 마음에서 우러나왔을 때 해주는 겁니다. 아래에 당연하게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하수영은 여전히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으며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바쁘신 분이 그런데 학교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의대는 캠퍼스도 다른데."
"그…… 이번에 의대를 설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사협회장으로서 공적으로 긴히 나눌이야기가 있어서요."
"아, 그거라면 충분한 자격이 되시죠. 그럼 자리를 옮기실까요?"
하수영은 캠퍼스 벤치로 그를 안내했다.
손수 자판기 캔커피까지 뽑아오자, 송현성은 송구스럽다는 듯이 두 손으로 받았다.
"우리 재단 의대 설립이, 기존 의료시장에 영향을 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까?"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협회 소속의사들이 궁금해하고, 또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의대를 설립하면, 그 배출인력은 모조리 우리 재단에서 흡수할 생각입니다. 개업의 시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하수영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오히려 우리 병원이 의사들을 대거 고용함으로써 의료노동시간에 큰 활력을 불어넣지 않았나요?"
"……그건 그렇습니다."
"실력이 안 되는 의사들을 대거 사회에 쏟아낼 계획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철저히 재단을 위한 소수정예로 육성할 겁니다."
하수영은 캔을 따면서 말을 이었다.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기존 농가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알아보셨다면, 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솔직히 송현성은 그 부분은 잘 몰랐다.
그냥 농사로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있다,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 뿐이다.
"근데 의외네요. 평생 절 피해 다니실 줄 알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찾아오시고 말입니다. 좀 놀랐어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청담스코프 견제하려고 실명 환자와 가족들 꼬드겨서 광화문 시위 사주까지 했잖아요. 근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만나러 오고, 또 후배님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거죠?"
하수영은 진심으로 신기한 것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송현성 협회장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역시 협회장 클라쓰라서 남다른가. 자기멘탈 보호가 장난 아니시네."
"이, 이사장님!"
"제가 노트에 송, 현, 성, 이 세 글자 궁서체로 잘 적어놨습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더라도 절대 잊지 않으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