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64화
166장 노트에 쓰여진 것 (1)
왕세경의 활약은 큰 성과를 보았다.
의대 설립에 관해서 정부가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하겠다는 대답을 준 것이다.
왕세경이 부지런히 여러 고위 인사들을 만나면서 설득을 한 보람이 있었다.
[교육부 : 국내에서 가장 큰 병원이 의대 설립하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해.]
[보건부 : 의사 수가 늘어나면 국민들은 좀 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
[국토부 : 수영병원 의대 캠퍼스가 세워진다 해서 수도권 과밀 현상에 악영향을 더 끼치지는 못할 것.]
[국방부 : 의대생 수 증가는 병역공공의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것.]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정부 기관들의 입장표명.
이에 다수의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갑자기 뜬금 국방부는 왜 끼어들어서 한마디 거드는 거냐?"
"내 말이 그 말이다."
-해수부 : 병원선 근무할 의료진을 뽑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대환영.
바다는 늘 의사가 부족했다.
느닷없이 해수부까지 끼어들자 국민들은 이제는 황당함마저 느꼈다.
"해수부 선 넘네……."
"이걸 이렇게 억지로 끼워 맞춘다고?"
"아무리 수영병원 편 들어주고 싶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나간 거 아니냐?"
[농식품부 : 수영병원 의료진 증대는 농촌 사회의 심각한 의료서비스결핍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담수영병원은 국내 대형병원 중에서 가장 지방 의료서비스 향상에 힘을 쓰는 곳이다.]
"농식품부까지……."
"해도 해도 너무하네."
"아니, 나도 수영병원 편이긴 한데 뜬금없이 끼워 맞추려고 하니까 이상하잖아. 너네, 좀 체면은 차리자, 응?"
[통일부 : 훗날 통일을 대비하면 지금부터 병원과 의료진 숫자를 늘려놓는 게 타당할 것이다. 북한의 민간의료품질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 얘들아?"
"저기요, 통일부 장관님? 이건 너무 억지논리 아닌가요?"
[과기부 : 수영재단 의대에서 또 어떤 청담스코프 같은 뛰어난 제품이 탄생할지 사뭇 기대.]
[노동부 : 수영병원 근로현황을 보면, 의대 설립으로 인해 더 많은 고용일자리 창출할 것으로 보여.]
[법무부 : 국회의 작은 결심으로 얼마든지 의대 설립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행안부 :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수영병원의 활약을 보면, 인적 자원확보는 더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당연시돼.]
정부 조직들이 의대 설립에 관해서 조심스럽게 밝히는 입장은,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부조직들이 단체로 담합이라도 했나?"
"아니, 왜 의대하고는 상관없어 보이는 부처들까지 나서서 거들어주고 있는 건데?"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라고."
마지막 심지를 터뜨린 것은 기획재정부였다.
[건강보험 재정 향상을 크게 기대 할 수 있다. 즉 건보료 인하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영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이 입은 금전적 혜택은 지난달 말일을 기준으로 2조 3,821억 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
"뭐? 건보료가 인하될 수도 있어?"
"환자들이 그렇게 많이 이득을 봤단 말이야? 이거 진짜야?"
"적어도 완전 거짓은 아니다. 가처분 소득 아예 없는 환자들 경우에는 그냥 공짜로 수술받고 입원하고 그러고 퇴원했으니까."
"아니, 공짜로 치료를 받았다고? 그게 가능해?"
"수영병원은 가처분 소득의 19%를 넘어가는 의료비는 병원에서 대신 부담해 주는데, 가처분 소득이 없는 가난한 이들은 당연히 전부 부담해 주지."
"크게 투자해서 나중에 돈 긁어모으려고 의대 설립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돈만 벌 거면, 뭐하러 그 많은 닥터헬기와 항모까지 도입해서 병원을 운영하냐?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얼만데."
"지금부터 100년 동안 죽어라 미용 환자만 받아도 그거 헬기 투자비도 다 못 건진다."
"솔직히 수영병원, 다른 병원이 받는 것만큼만 받았어도 떼돈 벌었어. 근데 인술을 베푼답시고 돈 없는 자들은 거저 봐주고 있는 거라고."
[의대 설립으로 인해 수영병원이 마음껏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입는 경제적 가치는 한 해에 19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봐봐. 돈이라면 그렇게 깐깐한 기재부가 이렇게 극찬하고 있다고."
"이럼 밀어붙여야지. 기재부가 칭찬한 거면 이미 말 다 끝난 거다."
"듣자니 의대 세우고 운영하는 데 나랏돈은 전혀 안 들어간다는데? 재단에서 100% 알아서 자원 조달할 거라고 하는데?"
"개업의들 밥그릇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자기네 병원에서 쓸 의사들 키우려는 거니까!"
물론 발목을 잡는 이들은 역시나 존재했다.
바로 메이저 신문사들이었다.
[현재도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심화로 인해 온 나라가 고통받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어 내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킬 셈인가?]
[청담동을 중심으로 강남만 더욱 살 찌게 만드는 허가가 될 것.]
[정부는 대국적인 차원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하다못해 최소한 의대를 지방에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프리덤, 이 기사 내용이 진짜야?"
-사실(fact)이 아닌 의견(opinion)에는 진위를 가릴 수 없습니다.
"아, 그런가?"
-현재 기자는 본인의 견해를 마치 사실인 것마냥 왜곡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구나."
-그리고 이 김정아 기자는 1년 3개월 전, 강남의 발전을 위해 한국대학교를 강남구 개포동 남쪽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아니, 그럼 자기가 한 말을 지금 자기 입으로 뒤집은 거 아니야?"
-저는 사실(fact)만 짚어드렸을 뿐입니다.
***
신문 언론사들은 불같이 일어나서 의대 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나름대로 노림수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여론이 안 좋은데, 당연히 수영재단에서 연락이 오겠지?"
"의대 설립하고 싶으면 우리한테 연락해서 좋은 기사 써달라고 해야지. 이번만큼은 수영그룹도 우리 언론사들을 무시할 수 없을 거다."
기자들은 잔뜩 벼르고 있었다.
수영그룹이 TV CF에 집행하고 있는 그 엄청난 광고비.
그것을 자신들에게로 돌릴 수만 있다면, 펜이 부러지고 닳도록 기사를 쓸 작정이었다.
"이번엔 틀림없어.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어대며 반대하는데, 수영그룹도 어쩔 수 없을 거다."
"적어도 의대 설립만큼은 정부 허가가 매우 중요하니까,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그렇게 기자들과 언론사들은 행복 회로를 한껏 돌리며, 두둑한 광고마케팅비를 들고 찾아올 수영그룹 관계자를 상상했다.
그들은 수영그룹에 관한 잘못된 기사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알지 못했다.
-프리덤, 이거 진짜야?
-사실이 아닙니다. 여기 362가지 증거를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아, 됐어. 네가 맞다고 하면 맞는 거지. 난 널 믿는다.
이런 식으로, 프리덤한테 물어보면 바로 정정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기자들이 사용하는 프리덤은 최소한의 개인비서 기능만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솔직히 프리덤 별로인데, 사람들이 이걸 왜 쓰는지 모르겠어."
"난 그래서 구독 해지했어. 별로 쓸모가 없더라고."
"누구는 프리덤하고 독서 토론도 밤새도록 한다는데, 내 프리덤은 왜 그게 안 되지? 이야기하다 보면 속이 터져서 내가 먼저 말을 끊게 돼."
"역시 배운 게 없는 개돼지들이라서 프리덤 같은 하급 인공지능하고 말이 잘 통하는 게 아닐까?"
"하하, 그렇게 생각하니 이거 말이 되는데?"
수영병원 의대 설립에 관해 사회가 시끄러운 와중에도, 재단은 묵묵히 캠퍼스로 매입한 빌딩 내부 세팅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
"프리덤."
-예, 마스터.
"이제부터는 손 안 대던 농작물도 소량씩이지만 모두 재배해 보자."
-알겠습니다. 세팅하겠습니다.
"아, 물론 식용 작물만, 식용 아닌 것은 손댈 필요 없다."
-예, 마스터.
수영농장에서 다루는 작물은 골든 트러플, 송이버섯, 황비버섯, 고추, 벼, 밀, 콩, 옥수수 등이다.
하수영은 작물의 종류를 좀 더 다양화하기로 했다.
"시중에 내다 팔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언제든 양산할 수 있는 준비는 해두자고."
-미래를 대비한 준비입니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보면 언제고 세계적인 대흉 한 번 들 거 같아서 그런다. 이상 날씨도 그렇고, 미세먼지와 황사도 그렇고, 변종 장수말벌도 그렇고 말이야."
-주기적으로 재배하면서 언제든지대량재배로 돌아설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그래, 미국 하는 거 보면 그 동네만 믿고 있다가 언제 한 번 큰 코 다치겠어."
-화이자의 표적살충제를 믿지 못하시는군요.
"약이라는 게 결국 언젠가는 내성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때 가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폭력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는 걸 모르나 봐."
현재 나노소프트는 여러 농장과 직접 계약해서 양파와 당근 등 필요한 식재료를 조달하고 있었다.
나노소프트는 수분작용을 돕기 위해서, 장수말벌들이 꿀벌집을 공격하지 못하게 랩터 킬러(드론)를 운용하는 중이다.
레이저로 정확히 장수말벌 등 꿀벌천적만 죽이는 이 방식은, 현재 미국 양봉업자들에게 크게 각광받고 있었다.
미국이 랩터 킬러를 도입하지 못한 것은 너무 비싼 비용 때문이지만.
"중국 황비버섯 농장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군."
-사업을 특별히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요소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류이엔 회장이 중국 파트너 역할을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고소한 치즈덫 냄새가 가득해. 아마 지금은 황비버섯재배비법을 알아내려고 힘을 쓰고 있을 거야."
덫을 준비한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황비버섯 재배의 비법을 알아내는 것.
그러니 초기인 지금은 그 덫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세금이 아깝습니다.
"그러게. 여기서 재배해서 수출하면 세금 전혀 낼 필요 없을 텐데."
현재 중국 농장에서는 소득세 30%를 내고 있다.
한국은 작물재배 소득세를 내지 않으니, 한국에서 갖다 팔면 더 이익인데.
-그런데 마스터, 언론사들이 의대 설립을 방해하려고 온갖 음해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대로 가만 두실 겁니까?
"그렇다고 내가 내전을 일으켜서 날 반대하는 사람들의 9족을 멸하고 이 나라의 왕이 될 수는 없지 않겠냐?"
-언론사들을 손보는데 그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이게 슬쩍 손대다 보면, 어어 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진행이 되게 마련이야."
-마스터는 음해 날조 기사들을 백색소음 대하듯이 하는군요.
"저런 걸 한두 번 겪었어야지. 뭐, 나중에 진짜 의대 방해받으면 그때 가서 놈들 홍차에 코발트늄을 타던가 생각해 보던가 하자고."
-코발트늄을 홍차에 타신다고요?
"반물질을 탈 순 없잖아."
하수영은 날씨 이야기를 하듯이 경쾌한 어조였다.
***
3대 신문사를 중심으로, 언론사들은 열심히 청담동 의대 설립 반대 논조 기사를 내보냈다.
포털을 도배하고 있는 기사들을 보면, 청담동에 의대를 설립하는 것은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댓글 바이럴팀도 열심히 준비한 댓글들을 달면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요즘 포털 뉴스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죄다 수영병원 의대 이야기밖에 없어?"
"TV 뉴스에서는 의대 이야기는 되게 짤막하게 다루던데, 포털 신문분위기는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누가 보면 수영병원이 나라라도 팔아먹은 줄 알겠네."
물론 모두가 어리둥절한 것은 아니었다.
언론과 기자들의 속성에 해박한 이들은, 이런 기이한 광풍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다.
"자기들한테도 그만 광고 좀 달라고 지금 온몸으로 떼쓰는 거야."
"아니, 무슨 떼를 이런 식으로 써? 이렇게 선빵부터 계속 쳐대면 누가 기분 좋게 광고를 주겠어?"
"백두자동차도 '굳이 신문광고 해야 하나?' 하면서도 괜히 헐뜯는 기사 나올까 봐 일부러 광고 실어주는거 몰라?"
"그래?"
"똘똘 뭉친 언론사는 아무도 못 건드린다고. 근데 수영그룹은 참 신기하네. 보통 이 정도로 시끄럽게 굴면 귀찮아서라도 옛다 먹어라 하고 던져주기 마련인데."
기자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 남자는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의대 설립 못 해도 상관없다. 이건가?"
"그래 봤자 어차피 의대는 설립되고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이런 자신감이 아닐까?"
"에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정부에서 의대 설립을 쉽게 내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