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62화
165장 수영의과대학이 필요해 (2)
-괜찮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하면 굳이 항모를 이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수영은 시원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미 동부는 대서양이고, 그쪽은 나디아호로 커버를 할 예정이라서요.
"아, 그렇군요."
-사실 두 척을 갖추고 나니 욕심이 나네요. 한 척만 있을 땐 몰랐는 데, 이제는 인도양에도 한 척을 더 놓고 싶어졌습니다.
태평양, 대서양.
이렇게 큰 대양에 각각 1척을 배치하기로 했으니, 비어 있는 인도양이 괜히 마음에 걸린다.
-포드 항모 한 척을 더 건조해서 팔아주시면 안 되겠지요?
"죄송하지만 곤란합니다. 나미호는 전투부적합 판정 때문에, 나디아호는 나미호 때문에 엮여서 민간용 전 환이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미 해군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예외들이 가득했기에 의회의 승인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정상적으로 제조될 항모를 병원선으로 넘기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리고 미 해군도 포드 항모전력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아, 그렇네요. 앞으로 최대 10년 안에 포드 항모 5척을 도입하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
"네, 양해해 주십시오."
-그럼 혹시 퇴역시켜야 하는 항모가 나오면 연락 주세요. 제가 중고 값 잘 쳐드릴게요.
네필드 장관은 순간적으로 현역에서 활동 중인 니미츠급 항모들을 떠올렸다.
모두 10척이며, 1975년 출시 모델들이다.
'가장 오래된 녀석이 벌써 45년이나 활동을 했으니…… 아니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장관은 저도 모르게 '중고 가격'을 계산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하수영의 대화 흐름에 빠질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투 적격항모들을 민간용으로 팔 수는 없지.'
군사 박물관으로 전환을 할지언정, 일개 개인한테 팔 수는 없다.
나미호의 전투부적격 판정 같은 예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중고 매물 나오면 꼭 연락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네필드 장관은 속마음과 다른 말을 내뱉었다.
***
헌팅턴 인걸스 인더스트리즈.
조 위드너 부사장은 요즘 신이 났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최고의 VIP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하, 모두 조 부사장이 힘을 쓴 덕분입니다. 우리 이사회도 그것을 잊지 않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조 부사장의 활약 덕분이에요."
이사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그들은 조 위드너 덕분에 130억달러가 넘는 적자덩어리가 될 뻔한 포드항모 2번함을 살릴 수 있었다.
위약금과 건조비로 날릴 뻔한 돈을 고스란히 세이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미 해군이 정식으로 포드항모 개량형 5척을 발주하기로 했습니다."
이사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10년 안에 5척, 그리고 다시 10년 안에 5척, 이렇게 20년 안에 최종적으로 10척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1번함, 2번함을 건조 운용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가득하니, 3번함은 더욱 획기적인 성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군요."
"건조 기간과 비용 역시 5% 이상 세이브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써는 아예 5척 동시 건조에 들어가도 괜찮을 거 같군요."
대량의 수주를 눈앞에 둔 이사회 분위기는 무척이나 밝았다.
"그나저나 우리 행운의 여신은 서부 해역에 마침내 들어왔다고요?"
"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수영병원 의료수준이 정말 최고라고 자자하던데, 항모 병원 역시 그렇겠지요?"
"듣자니 서울 본원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사망자가 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하수영 이사장님이 인수한 뒤로 말이지요."
이사들은 크게 놀랐다.
"아니, 수영병원 본원은 큰 종합병원 아닙니까? 그런데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모두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을 했습니다."
"허허…… 정말 수영병원의 의료수준이 대단히 높은 모양인가 보군요."
이사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고 보니 수영병원은 청담 스코프, 그 놀라운 인공안구도 개발한 곳 아닙니까?"
"저도 들었습니다. 실명자로 하여금 빛을 되찾아 주게 하는 놀라운 장비라고 말이지요."
"1회 시술비용이 1,520억 원이나 된다고 하던데…… 역시 획기적인 기술이라서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항모 조선소 회사의 이사쯤 되면, 금전적인 부족함은 겪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그들은 미국의 살인적인 의료비와는 무관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만약 나나 가족이 큰 병이 걸리면, 나미호에서 진료를 받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 명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병원이라니,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기운이라는 것도 무시 못 하지.'
항모 조선소 임원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뱃사람 특유의 미신에 너그러운 편이다.
"하수영 이사장이 인도양에 배치할 병원 항모 한 척을 더 구매하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기왕 배치하는 거, 새 포드 항모를 하나 더 배치하는 게 밸런스가 맞을 텐데요."
"허허, 미 해군이 허락을 하겠습니까? 기존에 판 2척도 추진력 미달이라는 예외 사항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딜이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항모를 미 해군이 아닌 다른 곳에 팔아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이거 생각보다 굉장히 짭짤한데 말이지.'
하수영이 2척을 사가는 바람에, 회사의 매출이 그만큼 더 늘어나지 않았는가?
조 위드너 부사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미호처럼 추진 샤프트를 일부러 부실하게 만든다면 1척 더 파는 게 가능할 수도…….'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미 해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 고의성을 의심하며 집요하게 추궁하고 물어뜯으리라.
아쉽지만 일부러 부실하게 만들어서 하수영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
캘리포니아 해역에 배치된 나미호는 즉각 영업을 시작했다.
주대상은 바로 한국에 삶의 기반을 둔, 미국 영주권 없는 한국인들이었다.
주로 미국에 단독 출장, 혹은 여행을 온 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 한국인들은 청담 본원과 동등한 지원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몇천만 원이 들어갈 수술을, 단돈 몇십만 원 이하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영주권 고려해서 체류하는 이들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조기 유학을 온 이들이 큰 수술을 받기 위해 문의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비할인 가격을 친절하게 알려주니, 대번에 꼬리를 말고 물러났다.
물론 그중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따지는 이들도 있었다.
-나도 엄연한 한국인인데, 왜 나는 치료비를 그렇게 비싸게 받는다는 겁니까?
"병원 항모는 자선사업입니다. 당연히 모든 것은 재단 마음대로 결정 합니다."
-그게 무슨……!
"자선사업이니까요."
-그건 그렇다 치고, 치료비 할인을 안 해주는 이유나 말해줘요!!
"병원 내부에 따라 판단한 결과, 귀하는 할인 대상이 아닙니다. 정치료를 받고 싶으시다면, 원가 그대로 내면 됩니다."
-그 원가라는 게 존스홉킨스에서 치료받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싸니까 그렇지!
"항모 병원을 운영하는데, 당연히 땅에 붙어 있는 병원보다 비쌀 수밖에 없지요."
가장 먼저 캘리포니아에 출장 온 한국인들이 나미호 고객이 되었다.
직장의료보험을 적용해도 수천 달러가 넘어갈 병원비 때문에 걱정하던 이들은, 나미호에서 치료를 받고 매우 만족해했다.
"정말 치료비가 이거밖에 안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고객님은 할인가 적용 대상이시거든요."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미국 병원이라면 오천 불 이상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미호에서 요구한 치료비는 2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나미호가 운용하는 닥터헬기 덕분에, 육지에서 항모까지 오가는 것도 매우 편리했다.
그렇게 나미호는 캘리포니아 해역에서 한국에 삶의 기반을 둔 한국인들로부터 크게 각광받았다.
***
나디아호 인테리어가 모두 끝났다.
의료장비 세팅도 마치고, 필요한 물자도 모두 적재했다.
이제 나디아호는 언제든지 대서양을 향해 출항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출항 일정은 마냥 늦어지고 있었다.
"배는 준비됐는데, 탈 사람이 없구나. 사람이 없어."
현재 나미호 의료진도 100%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니, 나디아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원 경쟁은 치열했지만, 지원서를 넣었다고 무턱대고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영병원은 언제나 최고를 추구하고 있으니까.
어중이떠중이를 쓸 바에는, 아예 배를 비워두고 만다는 게 왕세경의 방침이었다.
"하 이사장, 결국 우리 손으로 직접 의료진을 키워내야만 하네."
"예정된 일이었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긴 했습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군."
"아, 삼성동에 병원으로 쓸 고층빌딩 구매하셨다면서요?"
"응, 청담 본원하고 바로 붙어 있어서 아주 좋아. 싸게 2조 4,000억주고 샀지. 지금 내부 갈아엎고 의대로 개조하고 있네."
"빠르시군요. 아직 허가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허가가 언제 떨어지든 간에 준비를 미리미리 해놔야지. 그래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잖은가."
"맞는 말씀입니다. 시간은 귀중하죠."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면, 가능한 왕창 사두자는 게 내 신조일세."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의대 설립이 틀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 따위는 두 사람에게 없었다.
안 되면 되게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이뤄졌을 때, 즉각 의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그런데 빌딩이 꽤 크던데, 1채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는 김에 약대, 간호대도 설립을 해보려고 말이야."
"역시 부이사장님이십니다."
"마음 같아서는 종합대학 하나를 통으로 세우고 싶지만, 그것은 재단 취지하고는 너무 멀어져 있어서 참은 걸세."
왕세경은 문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부채질을 했다.
"그나저나 보건부 이 친구들은 왜 이렇게 대답이 없는지 모르겠어.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주기라도 해야 할 거 아닌가."
"서울 한복판에 의대를 새로 설립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갈등이 많겠지요."
서울 대학 설립은 수도권 인구과밀화 억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괜히 서울에 새로운 대학 설립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몇십 년 동안 착실하게 서울에 인프라 다 모아놓고는, 사람들한테 서울에 오지 말라고 하니. 이 무슨 모순인지."
"대학설립운영 법 규정은 저도 봤는데 참 복잡하더군요. 아무튼 잘되어야 할 텐데요."
"잘 되게 만들어야지. 필요하다면 로비나 협박을 해서라도 말이야."
"협박이요?"
"버티는 놈들한테 내가 일일이 말해주고 있다네. 나중에 우리 병원에 입원하고 싶으면, 본인과 6촌 이내 혈족은 '팬텀존'에 입원하게 될 거라고 말이야."
팬텀존,
진상 환자 및 보호자를 수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십 명 이상의 다인실.
"지들도 언젠가는 아플 걸 아는지, 그렇게 말하면 다들 무서워하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해주더라고."
"조만간 의대 설립으로 좋은 소식이 오겠네요."
"안 오면 오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둘은 흐뭇하게 서로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