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60화 (660/1,270)

프랜차이즈 갓 660화

164장 추진 샤프트가 무릎 꿇었던건 (5)

나미호와 나디아호.

두 병원 항모는 사이좋게 내부 세팅을 마감하고 있었다.

나미호는 인테리어 개조는 다 끝났기에, 의료장비들을 설치하고 주거공간, 공용공간 등에 필요한 물자를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반면 나디아호는 전투항모 관련 시설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들어 내야 했다.

당연히 나미호가 더 빨리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병원 항모는 앞으로 각각 본원급 대우를 받게 된다.

청담동 본원과 모든 것이 대등한 조건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미호의 초대병원장은 윤석 병원장이 맡기로 했다.

"……이와 같이, 귀하를 나미호 병원장으로 임명합니다. 재단 이사장, 하수영."

하수영이 근엄하게 읽으며 임명장을 건넸고, 조촐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윤석은 상기된 표정으로 임명장을 받아 들고 각오를 보여주었다.

"청담수영병원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해주세요."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었다.

항모에 상주하게 될 의료진 편성도 꾸려야 했고, 함에 들일 물자도 비축해야 했다.

하지만 최윤석의 마음은 이미 드넓은 대양에 닿아 있었다.

'내가 세계 최초의 항모 병원장이다……!'

의학 역사에 길이 남을 타이틀을, 자신이 거머쥐지 않았는가.

[수영병원, 지나치게 오만하다.]

[일개 병원이 자체 의대 특혜를 노린다? 있을 수 없는 일!]

[국방부는 민간병원이 전투함을 소유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

날을 세우는 기사들이 은근슬쩍 보이기 시작했다.

왕세경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대수롭지 않은 듯이 흘려 넘겼다.

"이 언론인 놈들은 왜 또 이렇게 지랄이야."

"안 그래도 연락이 왔습니다. 저번에 병원 항모 도입 때 좋은 기사 많이 써줬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가 없다면서……."

광고를 달라는 것이리라.

왕세경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누가 언제 기사 써달라고 했어? 우리 재단은 돈 주고 기사 사는 그런 곳 아니라는 거, 이제 다 알지 않나?"

"그 습성을 어디 하루아침에 버리겠습니까."

"하여튼 모기장 밖에서 앵앵거리는 모기떼 같은 놈들이라니까."

세경그룹 시절부터 오른팔이었던 고창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그룹에서 지상파에 집행하는 TV 광고료 때문에 지금 신문사들 죄다 눈이 뒤집어졌습니다. 포털도 마찬가지고요."

계열사, 관계사 도합해서 조 단위로 집행되는 TV 광고료.

그것을 그림의 떡 바라보듯이 구경만 해야 하는 언론사들은 미칠 듯이 배가 고플 것이다.

"우리 이사장이 자기들 약 오르라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생각은 못하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닙니다. 신문사 광고가 별로 효과가 없으니 TV로 올인을 했다고 여기고 있을 겁니다."

"발전이 없어요, 발전이. 쌍팔년도에 선동기사 허위기사로 기업들 협박해서 돈 뜯어내던 수법에서 달라진 게 전혀 없네그려."

"그래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떠들어 대면 지속적인 이미지 소모가 우려 되니……."

"떡떡거리는 놈들한테 떡 하나 던져 주자고?"

"입마개를 물려서 소리를 못 내게 해야지요. 떡을 왜 줍니까."

"놔두시게. 이사장이 나중에 알아서 할 거야."

"이사장님이요?"

"우린 재단 운영만 신경 쓰면 돼. 아무튼 그래서, 쓸 만한 빌딩은 좀 추려봤어?"

"네, 고비드 타워와 듀랭프시티입니다."

왕세경은 다소 못마땅한 듯이 끄덕이다가 물었다.

"둘 다 삼성동이지?"

"네, 우리 병원 바로 옆에 있는 초고층 마천루 빌딩입니다."

"위치만 봐도 알짜배기인데, 그 빌딩을 판다고? 갖고 있기만 해도 시간 지나면 가치가 천정부지로 오를 텐데."

고비드 타워는 50층, 듀랭프시티는 45층짜리 초고층 빌딩이었다.

수영병원과는 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건면적뿐만 아니라 대지면적도 넓어서, 입구에는 넉넉한 야외쉼터도 딸려 있었다.

"확실히 서울 시내에서 대학 캠퍼스로 쓰기에는 그만한 빌딩은 없는거 같군."

"넉넉하게 2조 원 정도면 두 채 모두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VIP병실로 흑자 낸 거 탈탈 털어도 안 될 거 같은데."

"그래도 빌딩은 남죠. 지출이 아니라 자산으로 묶이는 거니까요."

"건물주가 팔긴 하겠대?"

"두 채 모두 미국계 부동산펀드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데?"

"각각 프리미엄을 2,000억씩만 얹어주면 기꺼이 팔겠답니다."

"음, 2,000억 원이라."

그럼 두 채 합쳐서 대충 2.4조 원?

왕세경은 알겠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구매 계약 추진하게."

"청담동이 아닌 게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적격의 매물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의대 캠퍼스로 쓸 거면 아무래도 병원 바로 옆인 게 낫겠지."

"그런데 정부 허가가 안 나왔는데, 캠퍼스로 쓸 빌딩부터 사도 괜찮은 겁니까?"

자체 의대 설립은 걸림돌이 많다.

일단 수도권 밀집 때문에, 서울에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학법, 교육법, 의료법 등 넘어야 할 규칙과 장애가 태산이다.

재단에서 대출혈을 모두 감수하겠다고 해도, 서울 시내에 새로운 대학을 세우는 것 자체가, 남들에게는 특혜로 비칠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하는 숙제였다.

"허가는 나중에라도 받으면 돼. 하지만 땅은 달라.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는 못 사지."

"그렇지요."

"일단 땅부터 확보해 놓지. 추진하게."

"네, 부이사장님."

***

나미호가 드디어 먼저 모든 내부 세팅을 마치고, 태평양을 향해 출항했다.

의료 인력은 아직 100%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지원자는 많았지만 서류심사나 면접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으니.

지금 나미호는 필요 의료 인력의 30% 정도만 채워진 상태.

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당장 병원선으로서 기능하기에는 충분했다.

"차후 채용 인력들은 항공기에 태워서 보내면 되니까, 일단 배부터 먼저 보내놓지요."

"알겠네, 이사장."

그리하여 나미호는 부푼 꿈을 안은 채 태평양을 향해 출항했다.

재단에서는 성대한 환송회 따위는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출항하는 날, 항구에는 꽤 많은 일반인들이 모여서 병원 항모의 출항을 반겼다.

"축하한다, 나미호!"

"미국 바다에서 우리 남편 만나면 치료 좀 잘해주세요!"

"우리 신랑이 지금 수술받으려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대요! 잘좀 해주세요!"

알고 보니 그들은 해외 출장을 간 가족을 둔 이들이었다.

병원 항모의 운용 목적을 알고 있기에, 미국에 체류 중인 가족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으리라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다.

갑판에 서서 멀어지는 환송객들을 바라보는 병원 직원들의 표정에도 뭉클함이 깃들었다.

"나…… 병원 항모 근무에 지원하길 정말로 잘한 것 같아."

"나도 그래."

"월급을 떠나서 이런 특별한 경험을 언제 어디서 해볼 수 있겠어?"

바다로 나오자, 대기 중이던 한국해군 구축함들이 진형을 갖추며 따라붙고 있었다.

무려 10척이 넘는 기동함대가 진형을 잡으며 호위하듯이 따라오고 있었다.

미리 재단과 약속된 호위 서비스.

갑판에 선 병원 직원들은 그 장엄한 풍경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 저거 독도함 아니야?"

"포드 항모에서 내려다보니까 독도 함도 그냥 애기네, 애기."

"세종대왕함이다! 우리나라 최신 이지스 구축함도 있어!"

"이야, 동해 기동함대 주력 함선들은 죄다 나온 거 같은데?"

최윤석도 그 광경을 보면서 가슴이 흐뭇해졌다.

"보기 좋은 광경이군요. 안 그렇습니까, 교수님들?"

"네, 그렇습니다. 병원장님."

"국군이 이렇게 크게 환송을 해줄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호위 서비스 제공한다고 해서 구축함 한 척 정도 붙여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동함대 전체를 붙여줄 줄은 몰랐네요."

한국 해군이 이렇게 정성 들여서 호위 임무를 수행할 줄이야.

그것도 한낱 민간 병원선인데 말이다.

최윤석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꺼내서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응? 김 교수? 그 대포 카메라는 대체 뭔가?"

"제 취미가 카메라인 거 잊으셨나요? 항모 근무하면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아서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10척이 훌쩍 넘는 동해 기동함대의 호위.

그 중심에서 당당히 물살을 가르는 포드급 항공모함 나미호.

최윤석은 마치 자신이 항모전단의 제독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미군 함장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함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병원장이시니 제독급이라는 게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겠군요. 적어도 제독 직무대행급은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부관도 옆에서 얼른 거들었다.

"미군 내부 지침이 있습니다. 하수영 이사장님을 적어도 제독급에 준하는 예우로 대하라고 말이지요."

"오, 그렇습니까?"

"그렇게 해야 서열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제독이라고 해서 함의 구체적인 운용 자체를 지시하거나, 함장 자리에 앉을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지요."

어디로 가자, 여기에 멈추자, 이런 대략적인 지시는 할 수 있어도, 키를 꺾어라, 엔진을 멈춰라 등의 세부 지시는 엄연한 함장의 권한이다.

한국 기동함대는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한 상황이었다.

모든 수병들은 지금 상황을 분명하게 인지했다.

"잘 들어라. 우리는 지금 항공모함 호위함으로서 훈련을 하고 있는 거다."

한국에는 항모가 없다.

당연히 항모 호위 훈련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미군과 협동 훈련을 할 때는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엄연히 동맹국의 항공모함을 호위지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엄연히 '자국 항모'를 호위하는, 한국 해군으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호위 훈련이었다.

그래서 지금 기동함대 내부는 미친듯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적 미사일! 항모 갑판으로 향합니다! 채프 발사!"

"어뢰 포착! 거리 3,000!"

"골키퍼 가동하라!"

"골키퍼 가동! 요격 성공!"

기동함대는 지금 미친 듯이 가상훈련에 임하는 중이었다.

상황은 최초의 아군 항모전단이 독도 해역에서 일본군과 대치 중이다가 우발적인 기습을 받았다는 것.

실제로 미사일, 포탄, 어뢰를 발사하진 않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 진행을 통해서 실전과 같은 상황을 연출해서 이끌어 나간다.

"우현에 피탄! 3번 출입문 주변 완전 초토화!"

"김 일병! 뭐 하고 있어! 주변 초토화라고 하잖아!"

"네?"

"지금 김 일병 바로 그 위치잖아!

넌 지금 사망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예! 일병 김호식! 사, 사망했습니다!"

"김호식 대체 병사는 즉각 투입하도록!"

시뮬레이션 가상상황은 함대 간의 전면전으로 돌입했다.

대형 상황판에는 항모를 비롯한 각 함대가 입은 피해 내역이 실시간으로 출력되고 있었다.(물론 가상상황) 이수호 제독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음 지시를 생각했다.

"모항 갑판에 피탄! 갑판의 30%가 무력화된 상황입니다! 함재기 이함에 제약이 걸립니다!"

함 시체안치소.

사망 판정을 받은 장교와 병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이런 훈련이 의미가 있습니까?"

"야, 우리 해군도 언젠가는 항모도입할 거 아냐? 그때를 대비한 거지. 사실 이럴 때 아니고 언제 훈련을 해보겠어?"

"그냥 구축함으로 가상 항모라 가정해 놓고 훈련을 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기분이 안 나잖아, 기분이."

"……."

"그래도 진짜 항모 기동함대 한복판에 딱 놓고 호위하면서 훈련을 해야 그게 실감이 나지. 안 그렇냐?"

사망 판정 장교도 끼어들었다.

"우리 장군님들, 평소에 항모 항모얼마나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 얼마나 신나시겠어?"

"그런데 전시가 되더라도, 어차피 우리 해군이 징발을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미군이 운용하는데……."

"징발은 못 해도, 우리 해군에 편입돼서 도와줄 수는 있지. 윗분들도 그런 거 다 고려해서 이런 훈련 하는 거다."

"장군님들은 다 계획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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