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55화 (655/1,270)

프랜차이즈 갓 655화

163장 만능 식품 (3)

신두를 정기구매해서 사원들 점심 식사로 쓰자.

그 대신 점심시간을 줄이던가, 아니면 강제로 낮잠을 자게 해서 업무효율을 높이자.

서해물산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대기업 소리를 듣는 회사들은 전부 다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뉴월드마트, 하우스플러스에서 돌아온 대답은 정중한 거절이었다.

"심지어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데요?"

"아니, 배짱 장사도 정도가 있지.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주)서해보험 사장은 어이가 없어서 뉴월드마트에서 돌아온 공문을 내팽개쳤다.

"혹시 우리가 깎아달라고 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대량 구매 시 할인 적용 가능하냐고 한 번 슬쩍 물어본 거 가지고 이렇게 다짜고짜 거절한다고?"

"수영식품그룹 콧대가 장난 아닙니다. 국내 식품시장은 꽉 잡고 있다고, 아주 도도해요."

"음……."

"사장님, 사실 수영농장이 우리나라 식품 시장에서 가지는 위상이…… 반도체 시장에서 서해전자사업부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정도인가?"

"네, 수영농장산 생산물 없이는 아예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서해보험 사장은 그 말을 선뜻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식품만큼 대체가 쉽고 가능한 종목이 또 뭐가 있다고?

"아무튼 그럼 할인 이야기는 빼고 다시 제안을 넣어 봐."

"네, 사장님."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할인 이야기는 아예 빼고 문의를 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1년치 구매량에 대한 금액을 선결제하겠다는 문항까지 넣었는데도,

"대체 왜 이러는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히 수영농장 입장에서는 이득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인데, 왜 다짜고짜 거절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물량이 딸려서 그러는 건 아닐까? 지금 B2C로 나가는 물량도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제가 한 번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김 이사. 자네가 수고 한번 해줘."

처음에는 부장급 인사를 보낼까 했다.

하지만 뉴월드마트에서 괜히 심기라도 상하면 안 되는지라, 이사급 인물이 직접 나섰다.

뉴월드마트 본사를 찾아간 김 이사는 신두 정기 대량 구매에 대한 문의를 꺼냈다.

상대는 난처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음, 마트 외의 B2B 거래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알지 못해서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이해가 안 되는군요. 우리 서해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신두를 구매한다고 치면 그 양이 엄청날 겁니다. 금액도 금액이거니와 거래 편의성도 높죠."

원래 알짜배기 B2B 거래는 이익이 높고 거래 자체도 편리한 법.

그것을 마다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당분간은 B2B 거래는 없으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시면 될 거 같습니다."

"허어, 언제쯤 가능한지 기약도 없습니까?"

"네, 현재로써는 그렇습니다."

그렇게 신두 정기구매를 위해 나섰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들은 왜 이런 좋은 거래를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는지, 끝끝내 이해 하지 못했다.

***

뉴월드마트 황태진 회장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좋은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그래서 그는 직접 청담동으로 찾아 가기까지 했다.

거기서 들은 이유는 뜻밖이었다.

"기업가들이 사원들을 노예처럼 굴리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노예처럼 굴리다니요?"

"왜 신두를 정기구매하려고 하겠어요? 점심시간을 그저 에너지 주사놓고 건너뛰기 위해서겠죠."

"그건……."

"사원들 점심식사가 몇 초면 끝나니까, 점심 메뉴를 고를 자유까지 박탈해서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하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황태진은 납득이 갔다.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뉴월드마트 직원들 점심 메뉴를 신두로 대체하려고 했던 계획을 백지화해야겠다고,

"보세요. 직장인들 바쁜 아침을 신두로 때우고 급히 출근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점심까지 신두로 처리해서야 되겠습니까?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는데."

"삼시 세끼를 신두로 때우려는 사람들도 많긴 합니다만."

"본인 선택으로 그런다면 전혀 문제없죠. 회사나 상사가 그걸 강요하기 시작하면 이건 큰 문제죠. 저는 신두 제조자로서 그런 꼴을 두고 볼수가 없네요."

"회장님……."

"물론 100% 예방은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제 손으로 그런 불합리한 관행을 거들어주고 싶진 않습니다."

회사에서 신두를 구매하지 못한다면, 사원들에게 직접 구매해서 점심 시간을 때우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

하수영이 그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그래서 온라인 판매도 개인당 구매 가능한 수량을 제한하신 거군요."

"자본가들 생각이야 뻔하죠. 어떻게든 쥐어짜 내고 또 쥐어짜 낼 생각밖에 없죠."

황태진은 괜히 뜨끔했다.

하수영이 말한 자본가들 생각에서, 자신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럼 앞으로도 편의점, 마트, 병원같은 곳만 B2B로 판매하시겠군요."

"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요."

"다른 나라는 일반 기업에도 B2B로 대량 판매를 하시겠다는 뜻이십니까?"

"외국 기업들이 근로자들 점심시간을 어떻게 처리하는 그것까지 제가 알 바는 아니죠. 정당하게 돈 받고 팔면 그만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현재 신두는 군납은 수영농장이 직접 처리하지만, 편의점 같은 일반소비자 판매는 뉴월드마트와 하우스플러스에서 유통하고 있다.

하수영과 헤어진 황태진은 곧바로 뉴월드마트 박태규 사장한테 전화를 했다.

뉴월드그룹 시절부터 자신의 오른팔이었다가, 이제는 당당히 뉴월드마트의 사장이 된 인물.

-네, 부회장님. 박 사장입니다.

"박 사장, 내가 회장님한테 이유를 들었는데……."

설명을 듣고 난 박태규는 바로 수긍했다.

-회장님 인품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시지요. 국내 일반 기업과 거래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 같습니다.

"박 사장, 그리고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신두와 황비라면, 이 두 가지 무기를 우리가 너무 썩히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드나?"

-무슨 말씀이신지……?

"뉴24 말이야."

-아!

뉴24.

뉴월드마트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사업.

기존의 편의점 브랜드를 인수해서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이지만.

JS25와 DU, 식스일레븐.

이 세 편의점 프랜차이즈 공룡에 가로막혀서 좀처럼 성장세가 낮다.

"하우스플러스의 369플러스 편의점 브랜드하고 협업하면, 충분히 그 세 브랜드를 무너뜨리고 우리들이 1, 2위를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대형마트는 뉴월드와 하우스플러스가 명실공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편의점 장사는 둘 다 시원찮은 편이다.

그 두 회사가 편의점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걸 모르는 소비자들도 꽤 많다.

"우리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보는데, 박 사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 역시 긍정적으로 봅니다.

두 회사 모두 청담수영마트의 자회사.

같이 협력해서 편의점 시장을 먹어 치우자고 의기투합하면?

황비라면과 신두를 무기로 삼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미래가 아닌가.

-임형필 사장하고 바로 약속 잡겠습니다.

"아니, 이런 큰 건을 월급쟁이 사장 사위와 이야기할 순 없지. 장승빈 회장과 내가 직접 만나서 이야기 틀 테니까, 자네가 자리를 준비해 줘."

-네, 그럼 제가 그룹 비서실에 연락해서 일정을 잡겠습니다.

"좋아. 이참에 편의점 시장, 우리가 한 번 집어삼켜 보자고."

황태진은 흥분되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편의점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는 힘들었다.

JS25, GU, 식스일레븐의 아성이 너무나 공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길이 보인다.

'그 세 편의점에 신두 공급을 끊고, 우리 두 편의점 라인에만 쫙 깔아놓으면…….'

황비라면과 신두.

대체 불가능한 이 두 가지 독점상품을 미끼로 내걸면, 틀림없이 그 아성을 부술 수 있으리라.

***

-인테리어 마무리가 끝났습니다.

이제 바다에 띄우면 됩니다.

미국, 조 위드너 부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항모 병원선 인테리어가 다 끝났다는 내용이었다.

하수영은 귀염둥이 병원 항모의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윤석 병원장을 포함한 다수의 의료진.

그리고 장효주와 정서희도 함께 움직였다.

두 여자는 원래 같이 움직일 생각이 없었는데, 꼭 한 번 병원 항모를 구경하고 싶다고 부탁해서 흔쾌히 들어주었다.

항모 개조 중인 도크로 향한 최윤석 일행은 거대한 항모의 함체를 보고 휘파람을 불며 놀라워했다.

"우와…… 세계 최고 항모라고 하더니, 크긴 정말 크구나."

"와, 항모가 저렇게나 컸어요? 저건 배가 아니라 무슨 떠다니는 빌딩같네."

"선상 근무에 관해서 부정적이었는 데, 항모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

"나도 당장 신청해야겠어. 내 평생 언제 병원 항모에서 근무한 적 있다고 자랑할 일이 있겠냐고."

"아! 저기 이사장님이십니다!"

누군가가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외쳤다.

과연 하수영이 좌우에 장효주와 정서희를 데리고 순찰하듯이 항모를 둘러보고 있었다.

몇몇 직급 높아 보이는 미국인들이 찰싹 달라붙어서 열심히 설명을 브리핑하는 모습이 보인다.

최윤석 일행은 먼발치에서 보고 감탄했다.

"이야…… 우리 이사장님, 정말 그림 좋네요."

"예쁜 미인을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좌우에 거느리고, 부럽다, 부러워."

"이 사장님이 과연 어느 쪽을 택하려나? 나는 장효주에 한 표."

"에이, 우리 청담동 스타일이라면 둘 다지. 왜 굳이 하나를 포기해야 해?"

"솔직히 내가 이사장님이라면 둘다 선택할 거 같은데."

"자, 빨리 갑시다. 곧 진수식을 거 행한다고 하잖아요."

최윤석 일행은 얼른 하수영을 향해 움직였다.

진수식이라고 해봐야 조촐한 수준이었다.

이미 한 번 진수식을 거친 함선이라서, 그냥 하수영은 간단하게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항모는 갑판 아래로 거대한 천을 늘어뜨린 채,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일행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높은 갑판 위로 드러난 함교뿐이었다.

"자, 두 분 숙녀께서는 이제 손도끼를 들고 줄 앞에 서주세요."

하수영이 권하자 미국인 수행원이 얼른 나무상자를 가져와서 열었다.

붉은 천으로 장식된 상자 내부에는 화려하게 치장된 조그만 손도끼가 있었다.

두 여자는 각각 손도끼를 쥐고는, 서로를 견제하듯이 바라보다가 하수영한테 물었다.

"그런데 이런 건 원래 한 명이서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수식도 두 번 하는데, 두 명이서 하면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한 명한테만 하라고 하면 다른 한 명이 분명 저한테 삐질 거잖아요."

"그건 맞죠."

"그건 맞아요."

"그냥 둘이 동시에 해요."

"그래요, 효주 씨."

두 여자는 항모 선두에 연결된 긴 밧줄 앞에 섰다.

동시에 손도끼를 내리쳐서 밧줄을 자르자, 도르래에 연결된 밧줄이 빠르게 당겨졌다.

끝에 매달린 술병이 배 선두에 부딪히며 박살 나서 술이 흘렀고, 동시에 항모 갑판에서 축포가 터지면서, 갑판 아래를 감싸고 있던 천이 일제히 걷어졌다.

군함 특유의 연회색 도장이 아닌, 온통 새하얗게 눈에 잘 띄는 페인트도색이 시선을 어지럽혔다.

배 우현에 크게 그려진 붉은 십자 마크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고,좌현 선미 부근에 크게 칠해진 한 글 표기가 눈길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포드수영병원]

"우와아아! 수영병원 만세!"

"포드병원 만세!"

한국에서 온 일행은 물론이고, 항모 인테리어에 참가했던 헌팅턴 인걸스 인더스트리즈 임직원과 기술자들도 한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하수영이 마이크를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오늘로써 우리 청담수영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병원선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며, 의료 교과서에 길이길이 남겨질 감격의 현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방에서 축포가 터지기 시작했고, V-23 우스프리 수직이착륙기.

MQ-25 무인 함상 공중급유기.

시호크 대잠헬기.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어디선가 나타난 다양한 함재기들이 상공을 비행하며 차례차례 갑판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경계 임무를 맡은 대잠헬기와 호크아이 조기경보기를 제외하고, 모두 새하얀 바탕에 붉은 십자 마크로 도색이 되어 있었다.

미 해군 함재기가 허공에서 공중곡예를 펼치며, 유색 연기로 멋진 글귀를 만들었다.

[포드수영병원 항모 진수식을 축하합니다!]

[미합중국 해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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