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52화
162장 전투식량 프랜차이즈 (6)
수단의 미군 부대 지휘관은 신두의 효능에 홀딱 반해서 정성 들인 보고서를 올렸다.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전천후 필수품이니만큼 무조건 충분한 양을 보급해 줄 것!]
신두의 장점은 일일이 열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넘쳐났다.
작은 무게와 부피, 충분한 칼로리와 풍부한 영양소, 간편한 식사, 편리한 보관성, 다 죽어가는 환자도 부담이 없는 뛰어난 흡수 능력…… 등등.
보고서는 미 국방성까지 올라갔고, 결국 장관까지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흐음, 수영농장에서 한국군 부대에 납품하는 전투식량이라고?"
"네, 장관님. 한국군은 전 병력이 3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을 일단 한꺼번에 발주했습니다."
"한국군이 그만큼 좋게 봤다는 건데. 우리 수단 아군 캠프에서도 이렇게 극찬을 하고 있고 말이야."
"여기 샘플과 성분분석표, 그리고 활용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정리 해 뒀습니다."
"조금 이따가 읽어볼 테니, 요약해서 설명을 해주게."
"활동량이 높은 전투병사 기준으로 하루에 2알이면 모든 에너지 보급이 충분합니다. 보다시피 보관과 휴대가 용이해서, 오지에서 낙오되더라도 한 달은 식량 걱정이 없죠."
"그 작은 덩어리에 2,500k라는 열량이 뭉쳐 있다고?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모두 검증된 사실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밀봉된 신두알을 이리저리 살폈다.
"필수영양소가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어, 장기간 신두만 먹어도 영양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으음."
"비단 전투식량뿐만 아니라, 위 절 제 환자 등 소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들을 위해서도 매우 좋은 식품입니다."
부관은 그 뒤로도 장점만 줄줄이 늘어놓았다.
장관이 잠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장점이 그리 많다는 건 내 이해했네. 그럼 단점은 뭔가? 가격이 비싼가?"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한국군에 1알에 1달러 정도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겨우 1달러라니!"
장관은 눈을 부릅뜨며 놀라워했다.
"그 정도 가격이면 기아에 시달리는 빈곤국 난민들에게도 정말 좋은 식량이 되겠는데."
"네, 그 가능성도 높이 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식품입니다."
"그래서 단점은 뭔가?"
"굳이 단점을 지적하자면…… 식도락의 즐거움이 없다, 정도일까요?"
"식도락의 즐거움이라."
"한입에 툭 털어 넣으면 식사가 끝이니, 육즙이 줄줄 흐르는 스테이크를 우물거리거나, 덩어리를 잔뜩 넣은 소시지 빵을 씹는 맛 같은 것은 느낄 수 없겠지요."
"그건 단점이라기보다는 그냥 제품의 특징이라고 봐야 할 거 아닌가? 전투기가 잠수 능력이 없다는 걸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아! 그렇군요. 전투기가 잠수 능력이 없는 것은 당연한 특징인데……."
"수영농장이라면 우리 미군하고도 매우 친근한 사이지."
"그렇습니다. 특히 군수업체들이 매우 좋아하는 큰손이지요."
1억4,000만 불(1,400억 원)짜리 닥터헬기 30기.
조기경보기 3기.
그리고 140억 달러짜리 초도불량항공모함까지 선뜻 사준 귀한 고객.
"시콜스키에 추가 헬기 주문을 넣은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뭐야? 또 헬기 주문을 했어? 근데 왜 나한테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지?"
"군용 헬기가 아니라 산불진압용 헬기라서 그렇습니다. 이번에 40대를 인도했습니다. 대당 1,200만 달러입니다."
"오……!"
장관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한국도 산악지대가 많으니, 산불이 나면 고생이 심하겠군."
"산불 진압은 보조 목적이고, 가뭄을 대비한 농업용이 주목적이라고 합니다."
"가뭄 대비?"
"네, 비가 오지 않을 때를 대비한 농수 공급용 헬기라고 합니다. 총 50억 달러까지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시콜스키는 아주 신이 났겠군."
"아주 신났습니다."
"한 개인이 이렇게 많은 미군 장비를 사준 적이 있었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미 국방부에서 하수영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이유는 재정적 이득 말고도 또 있다.
바로 군사무기의 철저한 평화적 활용이다.
퀸 스텔리온, 조기경보기, 포드 항모.
원래는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들.
그러나 하수영은 그것들을 사람을 살리는 목적으로 활용한다.
그것도 전장이 아니라 일상의 터전에서.
"아무튼 우리 군의 현용 전투식량 MRE보다 가볍고 간편한 것은 큰 장점이군. 한번 샘플 주문을 넣어보게."
"네, 협상팀을 보내겠습니다."
부관을 내보내고, 장관은 수단 근황 보고서를 확인했다.
가장 큰 반군인 후로시디안 군벌중앙기지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였다.
[항공정찰 판독 결과, 다이아몬드원석 창고에 불이 나서 모조리 불타버린 것으로 확인되며…… 또한 며칠 후, 소유 중인 중화기 탄약 1/10에 달하는 물량이 오폭으로 증발되었고…….]
"가장 큰 군벌이 이리 휘청거리고 있으니, 조만간 수단에 또 피바람이 불겠어……."
***
주한미군 에디든 대령은 본국의 지시를 받고 하수영을 만났다.
그도 하수영이 미국에서 어떤 존재감을 가지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샘플이 필요하시다고요? 아, 그럼 당연히 드려야지요. 얼마나 필요하신가요?"
상대가 영어가 유창해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1만 알 정도는 주셔야 저희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리기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 준비해 뒀습니다. 바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벌써 준비를 해두셨다고요?"
에디는 대령 일행은 속으로 조금 놀랐다.
겨우 샘플 요청인데, 이렇게 적극적일 줄이야.
"시간은 금이라고요, 대령님. 비즈니스는 빨리빨리 처리하자는 게 제 신조입니다."
"샘플에 대한 가격은 당연히 지불……."
"아! 마음껏 시식하라고 드리는 거니까 돈은 필요 없습니다. 누가 시식을 하는데 돈을 내요? 안 그래요?"
"그러시다면야……."
에디는 대령 일행은 그렇게 신두샘플 1만 알을 가지고 복귀했다.
샘플은 장거리 수송기를 타고 미국까지 직통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에디는 대령은 1성장군을 에스코트해서 다시 찾아왔다.
"신두의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얼마의 물량을 원하시죠?"
"1차로 10억 알, 추가로 매년 5,000만 알의 물량을 꾸준히 공급받고 싶습니다."
"10억 알이면 미 상비군 전체가 1년을 먹을 수 있는 양을 미리 비축하겠다는 뜻이군요."
하수영이 정확히 꿰뚫어 보자 미군 장성은 속으로 감탄했다.
"네, 그렇습니다."
"가격은 1알당 3달러입니다."
"한국군에는 1알에 1달러 정도로 납품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제가 병특으로 군 복무 면제도 받았고, 또 조국 디스카운트이기도 합니다. 타국 군대하고 대우가 같으면 되나요."
"……."
당연히 1알에 1달러로 생각하고 온 미군 장성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에 2알씩 먹는다 쳐도, 병사 한 명의 하루 식비가 6달러밖에 안됩니다. 절대 비싼 건 아니죠."
"음…… 좋습니다. 계약합시다."
미 국방부는 그 자리에서 수영농장과 계약을 체결했다.
무기도 아닌, 어디까지나 식량.
때문에 정부의 승인 절차 같은 것은 일절 필요하지 않았다.
***
JM식품 정재민은 소식을 듣고 반가워했다.
"매년 1억5,000만 달러짜리 캐시카우가 추가된 셈이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산 라인이 될까요?
"라인을 늘려서라도 이건 맡아야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전화를 끊은 정재민은 가벼운 흥분에 휩싸였다.
앞으로 신두가 열어갈 식품 시장의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저 쓸 만한 군용 전투식량으로만 생각했던 신두가 미군에까지 납품된다.
미 군납.
대한민국 어느 방위산업체도 해내지 못한 것을, 국내 농장이 해낸 것이다.
그 규모도 일시불 30억 달러에, 매년 1억5,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니.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앞으로 많이 바빠지시겠습니다."
"수영농장에서 군납 말고 일반 출시도 준비 중이니, 지금 생산 라인으로는 안 돼. 공장을 더 짓든가 인수하든가 해야겠어."
"국군 납품, 미군 납품, 일반 출시까지 고려하면 그 물량이 어휴……! 정말 엄청나겠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는 어때?"
"설문 조사를 해보니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젊은 1인 가구 층이 열광적입니다. 잠잘 시간도 확보하고 설거지도 건너뛸 수 있어서 좋다고요."
"사람이 하루에 먹는 양은 정해져 있잖나. 파이가 줄어들 품목이 뭐가 있을까?"
"아무래도 시리얼 제품들은 타격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그렇겠어. 확실히."
시리얼,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기 좋은 인스턴트식품.
"아예 이참에 우리 시리얼 제품 라인은 전부 싹 빼버리고 신두 생산라인으로 변경하자고."
"시리얼 완전 철수를 생각하십니까?"
"신두가 일반 시장에 자리 잡으면 시리얼은 설 자리가 없어."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열량이 너무 높습니다. 일반 출시를 고려하면 1알당 열량은 반드시 변경해야 합니다."
"애초에 군용 전장 식량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기본 열량이 매우 높을 수밖에."
전장에서 하루에 최소 5,000를 소모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었다 보니, 기본 열량이 매우 높다.
"구성량을 좀 줄이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니까 상관없겠지. 1알당열량은 1,000kcal가 적당하지 않을까?"
"네, 그 정도가 적당할 거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하루 2알에서 3알 먹으면 충분할 테니까요."
"그럼 그 부분은 그렇게 계획서를 만들고, 아 참, 운동 웨이트 보충제로서도 괜찮지 않을까?"
"탄수화물 비중을 좀 더 낮추고 단백질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조하면 충분히 먹힐 거 같습니다."
"정말이지 안 끼는 데가 없는 식품이야. 그렇지 않나?"
"네, 맞습니다."
국군 납품, 미군 납품.
바쁘거나 귀찮은 게 질색인 일반인들도 환호하며 찾을 것이고, 웨이트 보충제로서도 충분히 먹히고, 환자 식단으로도 좋을 것이다.
"소화 능력 떨어지는 고령층 원기 보충으로도 그만이고 말이야."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 자체가 사실 에너지를 소모하는 운동이나 마찬가지죠. 내장에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쌓이는 거니까요."
"시리얼 라인 전용하는 것으로는 안 되겠고, 진짜 공장 하나 크게 새로 지어야겠는데……."
그때였다.
인터폰이 울리며 비서가 급히 말했다.
-사장님, 따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서희가 웬일로? 일단 들여보내요."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서늘한 눈빛을 한 딸이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일어났던 정재민은 딸의 안색을 보고 흠칫했다.
"딸? 눈빛이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니?"
"들었어요. 신두를 미군에도 납품하고, 일반 식품 시장에도 출시한다고요?"
"……."
정재민은 아차 싶었다.
동시에 딸이 왜 찾아왔는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딸, 아니 된다. 이것은 하수영 농장주가 오롯이 우리 회사에 맡긴……."
"프라임컴퍼니가 라면 생산하느라 허우적거리니까 할 수 없이 외부에 맡긴 거죠. 수영 씨는 프라임컴퍼니 오너라고요, 오너."
불타는 두 눈동자.
이런 알짜배기 사업을 '외부인'손에 맡겨놓을 수 없다는 마음이 이글거린다.
그게 설령 친정 기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우리 프라임컴퍼니, 오늘부터 신두 전용 새 공장 짓기로 했어요. 공장 가동할 때까지만 잘 부탁드릴게요."
"아니, 딸아! 아버지도 먹고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