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51화 (651/1,270)

프랜차이즈 갓 651화

162장 전투식량 프랜차이즈 (5)

기묘한 계약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이 저의 진심입니다."

미군이 의료팀 중앙캠프에 무상으로 제공한 짐차.

총 4인이 탑승할 수 있으며, 뒤로는 트럭처럼 길게 짐을 실을 적재칸이 있다.

최대 규모의 반군인 후로시디안 군벌에 4대를 약탈당한 그 차량에 대한 매매계약이, 지금 진행되고 있었다.

"각 차량의 출고가는 7만 달러 정도군요."

군용도 뭣도 아닌, 그저 오프로드에서 쓰기 적당한 운송 차량.

"제가 이 차들을 공장에서 출고하자마자 샀다고 합시다."

"미스터, 그 차들은 8년 넘게 굴린……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몇천달러 정도밖에 안 하는 차들입니다."

"감가상각은 안 중요해요. 무조건 출고가로 갑니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니, 잠깐만요? 이 차들의 생산지가 캘리포니아라고요? 그렇다면 거의 14,000km를 날아서 이곳에 온 셈이군요?"

"그렇긴 합니다만……?"

미군 군수장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 만든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가 왜 중요한가?

"그렇다면 당연히 터보팬 엔진 달린 전략수송기가 싣고 왔겠지요? 이곳은 내전 중인 수단이니까요."

"예?"

몇 년 넘게 굴린 중고 수송차량이, 머에 실려서 왔는지 무슨 재주로 알겠는가.

'탱크도 아니고, 항공 운송을 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대충 다른 화물과 함께 배에 싣고 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운송 비용이…… 적어도 100만 달러 이상은 들었을 거 같네요."

"그, 그렇게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정말 전략수송기로 실어 날랐어도 그 정도 운송비는 절대 안 들었을 건데?

"그리고 중앙캠프에서 4대 손실로 인해 앞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실이 예상되겠고요."

당장 그거 4대 없다고 큰 문제는 없을 텐데?

"사람을 살리는 캠프에서 운송 차량 같은 중요한 물자를 무려 4대나 손실했으니, 미래 예상 피해는 실로 천문학적인 수준이겠어요. 제가 지금 여유가 그리 많지 않으니, 대충 1억 달러로 봐주세요."

"네? 그거까지 배상을 하시겠다고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군수장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정말 차량 4대 약탈로 중앙캠프에 1억 달러를 물어줄 기세다.

'안 되지, 안 돼! 말도 안 되는 돈을 받을 순 없어!'

그는 힘들게 하수영을 설득한 끝에, 차량 출고가 28만 달러와 추정운송비 100만 달러, 128만 달러로 배상을 끝내기로 했다.

'1억 달러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그런 수표를 받아오면 오히려 자신이 부대사령관한테 박살이 난다.

자원봉사를 온 민간인 거부를 상대로 되도 않는 삥을 뜯었다고 말이다.

"1억 달러 정도는 물어드려야 균형이 맞는데……. 제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고 하니까 미군에서 봐주는군요."

하수영은 그렇게 못내 아쉬워했다.

마치 미군에 돈을 퍼주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 같았다.

하수영은 그 자리에서 미국은행 수표에 숫자를 적고 사인을 해서 장교에게 주었다.

"자, 저는 친애하는 대한민국 혈맹국인 미합중국 연방군에게, 저의 부주의로 그만 약탈당한 초고성능 극강 가성비 전장필수물자 수송차량 4대를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정중히 사죄하며 이와 같이 배상을 하는 바입니다."

"어, 음. 감사합니다. 사령부에 잘 전달하고, 부족한 차량은 지금 즉시 중앙캠프로 다시 내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캠프 야외 활동을 할 때 호위 차량을 붙이겠습니다."

"아,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그만 한국으로 돌아갈 거거든요."

"그, 그러십니까……."

"네, 애초에 제가 여기 온 것은 현지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서였으니까요.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제 그만 돌아갈 겁니다."

하수영은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던 동료 장교가 그제야 다가와서 어깨를 툭 쳤다.

"무슨 일이야? 말투만 보면 무슨 우리 전술핵탄두라도 몰래 들고 가서 잃어버린 기세였는데?"

"CPB-2 차량, 수단에서 8년 굴린 거 4대."

"엥? 그거 중고 가격으로 대당 몇 천 달러밖에 안 하잖아?"

"……심지어 본인 책임도 아니고 그냥 야외 활동 중에 수단 반군을 만나서 약탈당한 거였지."

"그런데 그걸 고스란히 물어준 거야? 휘유, 한국에서 알아주는 재벌이라던데, 역시 통이 크네."

동료는 수표 외에 작은 박스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 박스는 뭐야?"

"야전식량인데, 시식해 보라고 하더라고."

"아, 의료캠프에서 한창 핫하다는 그거?"

"일단 차량 배상배로 받은 수표는 부대 지휘관에게 가져다…… 흐어억!"

무심코 수표를 확인한 군수장교는 화들짝 놀랐다.

"왜 그래, 브로? 무슨 일이야?"

"앞에, 앞에 9하나가 더 붙였어!"

수표에는 128만 달러가 아니라, 9,128만 달러가 당당하게 쓰여 있었던 것이다.

군수장교는 얼른 하수영을 쫓아갔지만, 그는 이미 기지를 벗어나고 없었다.

중앙캠프에 부랴부랴 전화를 해서 하수영과 간신히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수영의 반응은 간결했다.

-그래요? 제가 실수로 깜빡하고 앞에 9 하나를 더 적어 넣은 모양이군요.

"미스터, 이 수표는 바로 찢어버리겠습니다."

-안 됩니다. 수표책이 이제 없어요. 그냥 그대로 넣어두세요.

"아까 분명히 수표책 많이 남은 거 봤습니다만?"

-제가 실수로 불을 엎질렀어요.

"불을 엎질렀다고요?"

-아, 불에 빠뜨렸어요. 그래서 다 타서 이제 없습니다.

"미스터! 이것은……."

-부대 지휘관에게 전해주세요. 의료캠프를 위해 제공해 주신 귀중한 미군의 물자를 제 부주의로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조촐한 배상이지만 그래도 너그러이 양해해 달라고요.

"미스터, 이런……."

결국 군수장교는 상황 그대로 지휘관에게 보고했다.

의외로 지휘관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음, 우리 미군 장비를 몇십억 달러 이상 구매한 큰손이니, 그 정도 돈 씀씀이는 아무것도 아니지."

"몇십억달러라고 하셨습니까, 써?"

"우리가 타국에서 고생한다고 더 챙겨준 거 아니겠나. 아무튼 수표는 이리 주게. 내가 정식으로 군 예산에 편입시키지. 그리고 그 박스는 뭔가?"

몇십억 달러라는 말에 정신이 가출할 뻔하던 군수장교가 얼른 대답했다.

"아, 야전식량인데 시식하라면서 줬습니다. 의료 캠프에서 한창 인기가 많은 그 야전식량 같습니다."

"아, 그래? 어디 줘 보게."

지휘관은 눈을 빛내며 손을 뻗었다.

박스를 연 그는 투명한 비닐에 밀봉된 신두들을 보고 흥미로워했다.

"이게 하루에 2알만 먹어도 전혀 배고프지 않다는 그 전투식량인가?"

지휘관 역시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한국군이 최근 들어 채택한 전투식 량이라는 것도,

"이 쬐끄만 한 게 과연 그만한 에너지를 갖고 있나……?"

그는 시험 삼아 한 알을 까서 입에 털어 넣었다.

금방 포만감이 밀려왔다.

"부드럽고 맛도 적당하며, 무엇보다 섭취가 아주 간단하군."

입에 넣자마자 씹을 틈도 없이 부드럽게 녹듯이 식도로 넘어가는 맛도 일품이다.

"흠, 열량만 정말 충분하다면 장기 특수작전 활동에 정말 좋겠는데."

그리고 다음 날 오후.

"아직까지 배고픈 게 느껴지지 않다니…… 정말 효과적인 전투식량이로군."

다시 며칠 후,

"부관, 상부에 올릴 보고서를 하나 작성해야겠다."

"네, 무슨 내용으로 작성할까요?"

"한국군이 보급받는 신상 전투식량을 우리 미군도 도입해야겠어. 이건 야전 활동에서 정말이지 꼭 필요해."

유엔 지휘 아래 수단에 파견 나와 있던 미 육군 캠프는, 신두의 맛에 눈을 떴다.

***

후로시디안 군벌.

수단 최고의 반군 세력인 이곳 사령부에 참사가 발생했다.

"불이야! 불이야!"

"빨리! 빨리 불을 꺼! 소화기를 가져와!"

"물! 물을 갖다 부어!"

"모두 움직여! 어서!"

간부들은 물론이고, 고급 장교들도 저마다 흙빛이 되어 한 몸 한뜻으로 불을 끄려고 달려들었다.

평소 턱짓 하나로 거들먹거리던 고급 장교들도 상의를 벗어 던진 채 불을 끄기 위해 애썼다.

불이 난 곳이 하필이면 다이아몬드원석 보관 창고였던 것이다.

탄소덩어리인 다이아몬드는 당연히 화재에 취약하다.

"아아……!"

"불길이 전혀 안 잡힙니다!"

그러나 불길은 전혀 잡히지 않은 채, 끝내 창고의 모든 것을 태워 먹었다.

잿더미로 변한 다이아몬드 원석 창고를 보고, 지도자 후로시디안은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서방 세계에 팔아서 군자금을 충당할 다이아몬드 원석이 모두 불타 버렸다.

하필이면 창고를 가득 채워서, 이제 막 출고를 하려고 할 타이밍이었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자, 장군님."

그때 다 죽어가는 듯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돌아보니 군의 돈을 관리하는 최측근이었다.

"뭔가?"

"창고 안에…… 저번 원석 출고로 받은 달러뭉치가 보관돼 있었습니다……."

"뭐라고?"

후로시디안은 눈을 부릅떴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쏴죽일 듯한 기세에, 측근은 몸을 벌벌 떨었다.

"지금 네놈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불탄 창고에 있었다고 둘러 대고 이제 착복하려는 게 아니더냐!"

"저, 절대로 아닙니다!"

"내가 이런 버러지를 키웠다니!"

분노한 후로시디안 장군은 그대로 권총을 뽑아 갈겼다.

탕! 탕! 탕!

"당장 이놈의 거처를 샅샅이 뒤져라! 이놈 아랫것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예! 장군님!"

후로시디안은 확신했다.

욕심 많은 놈이니, 원석 창고에 난 불이 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즉시 돈을 빼돌렸을 것이다.

돈을 창고에 보관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자기가 꿀꺽하려고 했겠지.

하지만…….

"장군님, 빼돌린 돈 같은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샅샅이 뒤지고 모두 고문해! 분명히 어딘가로 빼돌려뒀을 것이다!"

"장군님! 불탄 달러뭉치가 발견됐습니다! 양이 엄청납니다!"

"뭐야?"

후로시디안은 놀라서 얼른 달려갔다.

과연 무너진 기둥 사이에, 완전히 검은 재로 변한 달러들이 보였다.

지폐는 불에 타더라도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한다.

그득히 쌓인 불탄 달러더미를 본 후로시디안은 저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아아, 형제여…… 내가 분노에 눈이 멀어서 무고한 형제를 죽이고 말았구나……!"

화제로 인한 직접적인 사망자는 전무했다.

재무담당 측근만 억울하게 총에 맞아 죽은 것이다.

그러나 후로시디안 군벌의 비극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며칠 후, 불량 RPG 대전차미사일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RPG 대전차미사일이 대형 탄약수송차에 실려 있었다는 것.

그리고 탄약수송차 20여 대가 줄을 지어 뭉쳐 있었다는 것.

당연히 연쇄 폭발이 일어났고, 20여 대에 실린 그 많은 탄약이 모조리 허공의 불꽃놀이로 산화하고 말았다.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겠으나, 후로시디안 입장에서는 차라리 병사 천 명 정도가 죽는 게 더 나았으리라.

그 비싼 탄약이 모조리 허공으로 날아갔으니.

그러나 후로시디안 군벌의 '재정번아웃'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

훗날 수단 전체의 세력 재편과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재정적 불운이 시작된 것이다.

며칠 후, 약탈을 위해 다른 중소군벌을 덮치러 갔다가 도리어 이쪽이 전멸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까스로 승리한 중소군벌은 당연하다는 듯이 전멸한 후로시디안 부대의 물자를 모두 챙겼다.

그중에는 하수영이 잃어버린 수송차량 1대도 끼어 있었다고 한다.

***

한국에 도착한 하수영은 애타게 기다렸던 기분 좋은 소식을 받았다.

-마스터, 미 국방부의 연락입니다. 신두 구매 문의입니다.

"역시 험지에서 고생하는 최전방 부대에 찔러준 보람이 있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