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50화
162장 전투식량 프랜차이즈 (4)
수단은 지금 한창 내전 중이다.
상대가 수단 정부군인지, 반란군인지는 모른다.
그래도 공통으로 지켜지는 불문율은 있다.
유엔 소속 파견 의료팀만큼은 건드리지 않는 것.
선교 등 어떤 사적인 목적 없이, 그저 인술만을 베풀기 위해 온 이들이기에.
가급적 그들만큼은 건드리지 말자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증거가 전혀 남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다르지.'
다 죽여 버리고 약탈을 한 뒤에, 우리들은 그러지 않았다고 잡아뗄수 있으니.
실제로 몇 번 그러한 사건이 있었기에, 유엔군도 호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처럼 중앙캠프에서 먼 외지에서 맞닥뜨릴 경우,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그저 조용히 피하는 게 상책이다.
"수단 정벌은 관심 없다. 그냥 가라, 제발 그냥 좀 가라. 너희들을 위해서…… 아니, 나의 힐링 라이프를 위해서라도 제발 그냥 좀 가 줘라."
'이사장님?'
'저게 무슨 말씀이시지?'
'설마 이사장님, 지금 공포 때문에 잠깐 정신이 어떻게 되신 것은 아니겠지?'
의료팀은 하수영의 중얼거림을 듣고 저마다 속으로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는 동안, 수단 병사 하나가 차 한 대에 시동을 걸었다.
4대에 달하는 차량에 연달아 시동이 걸렸고, 의료진은 당황했다.
'차 키를 가져왔는데, 시동을 걸어? 저렇게 쉽게?'
'차 도둑질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저놈들?'
'안 돼! 차가 없으면!'
중앙캠프까지 수십㎞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야만 한다.
그것도 살갗이 타버릴 것 같은 이 태양의 작열빛을 맞아가면서.
심지어 물과 식량도 전부 차에 실려 있는데!
"다들 없는 듯이 있어요."
"이, 이사장님? 뭘 하시려고요?"
"안 돼요!"
그러나 채 붙잡기도 전에 하수영이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리고 수단 반군을 향해 크게 외쳤다.
"내 물건에서 꺼져라!"
살짝 독특한 억양과 사투리가 섞인 아랍어에, 수단 반군들은 당황해서 돌아보았다.
"저건 뭐야?"
"놈이 이 차들의 주인인 것 같습니다! 대장!"
"뭐야, 아시아인인 거 같은데?"
적은 한 명.
아니, 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아무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아시아계 관광객이거나, 유엔군을 믿고 있는 해외봉사자가 틀림없으리라.
반군 대장은 이빨을 새하얗게 드러내며 키득거리고 웃었다.
"이봐, 아시안 친구. 우리가 누구인 줄 알고 그런 객기를 부리나?"
"정부군 아니면 반군이겠지. 아니면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도적이거나."
"이 차들은 우리가 접수한다. 귀찮으니 꺼져."
굳이 죽일 생각은 없었다.
괜히 사람 목숨 뺏어봐야 유엔군만 자극할 뿐이었다.
5대의 차량, 이 쏠쏠한 전리품만 챙겨서 복귀하면 그만.
수단 반군들은 하수영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몇 명이 차량에 나눠타기 시작했다.
"오, 이거 좋은데? 우리 캠프에 있는 차들은 비교도 안 되겠어."
"역시 유엔은 돈이 많다니까. 의사나부랭이들도 이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니 말이야."
"오우, 이거 봐. 차에 에어컨도 달려 있어!"
"짐칸에는 물자도 꽤 실려 있는데?
식량, 의약품…… 오늘 재수가 좋네."
반군은 하수영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차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
하수영은 성큼성큼 그들을 향해 다가가며 거듭 경고했다.
"내 물건에서 꺼지라고 했다."
"이 미친 아시안이 정말 죽고 싶은가?"
병사 한 명이 어이가 없어서 소총을 들어 하수영에게 겨눴다.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자 대장이 제지했다.
"그만둬. 유엔 따라온 민간인 봉사자 같은데, 죽이면 두고두고 골치 아프다."
"하지만 대장! 이 건방진 놈을 그대로 두는 것은……!"
"도적놈들아. 고막 반대로 뒤집고 잘 들어라."
그리고 하수영은 이상한 발음과 사투리 섞인 아랍어로 욕설을 줄줄이 내뱉기 시작했다.
불과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반군들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할 정도로, 그들의 분노를 제대로 건드리는 심한 욕설이었다.
병사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죽여 버리겠다!"
"대장! 저래도 가만히 둘 겁니까!"
반군 대장 역시 표정이 썩어 있었지만, 최후의 침착함은 놓지 않고 있었다.
"죽여서 파묻으면 유엔 녀석들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를 겁니다!"
"안 돼! 차량이 5대인데 저놈은 지금 혼자야! 어딘가에 일행이 있다고!"
부하들은 그제야 그 점을 깨달았지만, 분노를 삭히기에는 이미 너무 꼭지가 돌아 있었다.
병사 하나가 하수영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그런데 소리가 이상했다.
병사는 당황해서 노리쇠를 잡아당겨서 안을 확인했다.
"불발탄? 하필?"
탄이 걸리는 경우는 있어도, 불발탄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 있나 하고 이를 갈며, 병사는 불발탄을 꺼내서 던졌다.
그리고 재장전을 한 후, 대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푸슛!
푸슛!
"미친! 4연속 불발이 말이 되냐고!"
말도 안 되는 일에 병사는 이를 갈며 총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군용칼을 꺼낸 그는 하수영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고, 대장이 날카롭게 외쳤다.
"흐무리뱌! 멈춰! 명령이다!"
분명한 경고가 담긴 외침.
군용칼을 쥔 병사는 우뚝 멈춘 채, 부르르 몸을 떨었다.
결국 대장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던 그는 이를 갈며 등을 돌렸다.
반군 병사들이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운 좋은 놈. 우리 코르쟈프 대장 덕분에 산 줄 알아라."
"아, 더 말하기도 귀찮네. 내 물건에 손도 대지 말고 꺼져라."
하수영이 권총을 꺼내어 그들을 겨누었고, 반군들은 반사적으로 총구를 들어 다시 조준했다.
상대가 총을 보인 이상, 더 이상의자비는 없다.
반군 대장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푸슛!
푸슛!
또다시 3연속 불발.
반군 대장은 당황해서 탄창을 꺼내어 살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오늘 뜯은 탄약 박스가 통째로 불량품이었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아까 정찰할 때는 총알이 잘만 발사가 되었는데??
'설마 알라의 가호를 받는 자?'
반군 대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절실한 이슬람 교도였다.
작전을 나갈 때마다 알라가 항상 보살펴주기를 깊이 기도하곤 한다.
'말도 안 돼!'
알라가 저 이교도를 수호한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군 대장뿐만 아니라, 부하들도 흙빛으로 질려 있었다.
그들도 알라가 상대를 수호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
미지에 대한 공포에 질린 병사 셋이 하수영을 향해 마구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이번에는 불발탄이 아니었다. 탄환의 화약은 제대로 폭발했으니까.
하지만 총탄이 튀어나가는 대신, 총신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화약의 폭발력은 탄두를 밀어내지 못했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총몸전체에 반작용을 가했으며, 세 병사들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총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저, 저주받은 자다! 가까이해선 안 돼!"
"도망쳐! 도망쳐라!"
"후후, 프랜차 갓 아빠 빽을 등에 업은 나를 그깟 총기로 해하려고 하니 인과율의 반작용 신벌을 받은…… 아니! 이 새끼들아! 내 차는 놓고 가라고!"
전장을 해쳐온 군인들답게 움직임하나는 재빨랐다.
저마다 자기들이 타고 온 차에 올라 줄행랑을 놔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리 의료팀 차량에 시동을 걸고 있던 이들도 액셀을 밟아서 달아났다.
요란한 흙먼지 뒤로, 딱 1대의 차량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이, 이사장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그렇게 혼자 맨몸으로 나서 시면 어떡합니까! 저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협상에 성공해서 다행이지만,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세요! 보아 하니 반군 같은데 저놈들은 절대로 이야기가 통하는 놈들이 아닙니다!"
"하마터면 살해당하실 뻔했잖아요!"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의료팀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상황을 이렇게 이해했다.
'이사장님이 반군을 상대로 부탁해서 우리고 타고 갈 차량 1대만은 건지셨구나.'
반군 녀석들은 아마도 겁이나 주려고 위협사격을 몇 번 한 것이리라.
그리고 자기들끼리 낄낄대다가 '자비롭게' 차량 1대만 남기고는 돌아가 버린 것이겠지.
그게 바로 의료진들이 멀리서 바라보고 파악한 상황이었다.
'이사장님…… 근데 아랍어는 대체 언제 배우셨지?'
'정말 강심장이셔. 용감히 나서서서 차량 1대만이라고 건지시다니.'
'이사장님이 아니었으면 우린 복귀도 못 하고 죽었을지도 몰라.'
다들 하수영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서서 차량 1대라도 건진 것으로 생각했다.
짐칸의 짐을 버리고 거기에 타면, 그래도 기지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수는 있으리라.
"켠왕은 안 해도 돼서 다행이긴 한데…… 저놈들, 차들을 약탈하면 어쩌자는 거야."
사실 정확히 하수영의 차는 아니고, 중앙캠프 소유물들이지만,
"그래도 내 차는 아니라서…… 재물 저주를 좀 덜 받으려나?"
하수영은 먼 방향을 바라보며 안쓰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에이, 민간인들 착취하고 죽이는 반군이 안쓰럽긴 무슨. 다 똑같이 못된 놈들이지."
***
캠프 외곽을 순찰 중이던 유엔 파견인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왜 1대뿐이지? 서, 설마?"
출발할 땐 5대였는데, 돌아올 땐 1대라니?
수단 군인들을 만나서 약탈당했거나, 혹은 습격을 받아서 겨우 도주한 게 틀림없으리라.
차량이 캠프 입구에 들어서자 유엔 파견인은 짐칸을 살피고 안도했다.
차는 1대로 줄었지만, 사람 수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수단 군인들을 만나셨나 보군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다 죽이지도 않았고, 차를 전부 뺏지도 않았다.
그래도 이동하는 데 쓰라고 차 1대는 남겨주다니.
참 자비로운 수단 군인들을 만났구나, 하고 유엔 파견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하수영의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우리가 타고 간 차량들…… 유엔군, 아니, 미군 캠프에서 빌려준 거라고 했죠?"
"네, 맞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걸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캠프 위치가 어디죠? 미군 캠프에 알려줄 반군 정보가 있어요."
"아, 그렇다면 제가 안내해 드리죠."
유엔 파견인은 얼른 조수석에 올랐다.
미군 캠프,
100여 명의 미군이 상주하고 있는 작은 캠프는 낯선 방문객을 맞이해서 부산해졌다.
"코르쟈프라면, 수단 반군 후로시디안 군벌 소속이군요."
"후로시디안 군벌?"
"반군 중에서 가장 큰 세력입니다.
수단 반군의 핵심 군벌이죠."
미군 캠프 장교는 하수영의 정보를 듣고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하수영은 그에게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물론 담백하게 겉으로 드러난 객관적인 사실만, 불발과 오폭 말이다.
"오히려 큰 세력의 정찰조에 걸린게 운이 좋았습니다. 차량만 약탈하고 인명은 건드리지 않았으니까요. 심지어 타고 갈 차량 1대까지 남겨 주지 않았습니까."
"제가 켠왕을 할 건 아니지만, 복수는 좀 하고 싶은데요."
"하하,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마음으로만 남겨두십시오."
"그 수송차량들, 여기 기지에서 제공한 거라고 들었습니다. 가격이 얼마인가요?"
"네?"
"제가 '진심을 담아서' 배상하겠습니다. 감가상각 말고 매입가격 그대로요. 얼마인가요?"
장교는 황당했다.
복수를 하고 싶다더니, 갑자기 빼앗긴 차량을 배상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