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47화
162장 전투식량 프랜차이즈 (1)
성재완 감염내과 교수.
근래 수단을 덮친 변종 에볼라와 싸우던 그가 신두를 알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수단 도쓰린 마을의 다국적의료팀은 아프리카 한국군 파견부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성재완은 나라도 같고, 오랫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다 보니 부대원들과 꽤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성재완 교수는 오늘 마을 외지를 함께 움직인 부사관들이 하루 종일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밥을 먹으러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혹은 누가 밥을 갖다 준 정황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근데 여러분들은 식사 안 하셔도 괜찮은 겁니까? 오늘 도통 밥을 먹는 걸 못 봤는데."
"아, 전투식량으로 대충 때웠습니다. 밥 먹으러 복귀하고 설거지하고 그러는 게 귀찮아서요."
"전투식량 먹는 것도 못 본 거 같은데요."
"몇 초밖에 안 되니까 못 보셨을 겁니다. 이거거든요."
그러면서 군인들은 계란 노른자 크기의 밀봉된 환단을 꺼내 보였다.
"그냥 포장 찢어서 입에 털어 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 쬐끄만 거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거요?"
그 말에 군인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웃었다.
"하루에 2알만 먹으면 5,000의 열량을 낼 수 있죠. 아주 든든합니다."
"네, 전투식량으로 정말이지 이만한 게 없습니다."
"영양 밸런스도 만점이라서 이거만 먹어도 탈이 안 난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이번에 특별히 수송기로 보급받았습니다."
"신기하네…… 그거 혹시 우리도 좀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냥 한 박스 드리죠. 오늘 막사 복귀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그날 저녁.
캠프로 복귀한 성재완 교수는 약속대로 신두 한 박스를 받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배고픈데. 잘됐군."
이 쬐끄만 게 정말 그만한 효과가 있을까?
성재완 교수는 반신반의하면서, 일단 밀봉을 털어서 입에 톡 털어 넣었다.
"음?"
당연히 건빵처럼 물 없이는 못 먹을 정도로 텁텁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전혀 없이, 혜에서 사르르 녹으며 식도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포만감.
"이건……."
성재완 교수는 눈을 부릅떴다.
아니, 이 작은 걸 먹었다고 벌써 배가 부른 느낌이 든다고?
"이러다가 한밤중에 배 꺼져서 금방 배고파지는 건 아니야?"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성재완 교수는 포만감과 활력에 취한 채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는 얼른 신두 1알을 다시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오늘은 환자들과 직접 접촉을 해야 하기에, 전신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유엔에서 제공한 전신방호복에 손을 뻗던 그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그쳤다.
"잠깐? 이거 혹시 가능할지도?"
에볼라는 치사율이 매우 높다. 걸리면 절반 이상이 죽는다.
대신 그만큼 감염력이 형편없어서 아프리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숙주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오래 살아야 전염이 팍팍 되는데, 비실비실하게 있다가 금방 죽어버리는 까닭이다.
물론 의료진 입장에선 1%의 감염가능성도 낮추기 위해 언제나 전신 방호복을 착용하고 의료활동을 한다.
그리고 전신방호복을 입기 전에 반드시 기저귀를 찬다.
생리 현상으로 중간에 방호복을 벗어야 하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서다.
모닝 대변을 보고 방호복을 입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식사를 위해서 중간에 한번 벗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점심은 먹어야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특히 의료진은 스트레스와 긴장감, 활동량이 엄청나기에 중간에 적어도 2번 이상의 식사를 한다.
많이 활동하는 사람은 방호복을 중간에 3번까지 벗기도 한다.
그만큼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다.
"헬멧 안에 물 먹는 빨대는 있으니까…… 잘될지도 모르겠는데?"
그는 식용 테이프를 꺼냈다.
식용 테이프로 방호복 헬멧 물 빨대 기둥에 신두를 둘둘 감았다.
그리고 기저귀를 차고, 방호복을 입고 의료활동에 나갔다.
"으흐흐…… 이거 효과 만점인데?"
한창 활동을 하다가 배가 고파졌다.
성재완은 보통 2번의 중간 끼니를 챙긴다.
그런데 오늘은 첫 중간 끼니 타임보다 훨씬 지나서야 배가 고팠다.
"성 선생님, 배 안 고프십니까? 그러다가 쓰러지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아침에 고열량 음식을 먹었더니 할 만하네요."
"그래도 식사는 하셔야지요."
"안 그래도 방금 먹었습니다."
"네? 아니, 식사하러 안 가시고 계속 여기에 계셨잖아요?"
식사도 철저한 순서가 있다.
외부 소독을 철저히 마치고, 방호복을 벗고, 다시 소독을 하고, 그리고 식사를 한다.
그다음 다시 처음부터 새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 투입된다.
"방호복 입으면서 점심에 먹을 거 헬멧 안에 미리 넣어뒀습니다. 그거 먹어서 괜찮아요."
"초코바 같은 거라도 넣으셨나? 근데 겨우 그거 먹고 괜찮겠어요?"
"이따가 배고프면 그때 벗죠, 뭐. 지금은 거뜬합니다."
"네, 식사 억지로 거르지 마세요."
성재완과 동료들은 다시 전신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는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
"그나저나 변종 백신이 얼른 나와야 할 텐데……."
"이번 변종은 좀 많이 고약하군요. 치사율이 너무 높고, 진행이 빨라요. 그만큼 전파율은 형편없이 떨어지지만……."
성재완은 안쓰러운 표정을 삼킨 채, 의식이 없는 환자의 팔뚝에 수액 링거를 꽂았다.
설사, 구토, 출혈 등으로 체액과 전해질을 크게 소진하는 특징상, 이정도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저녁이 되자, 동료들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2시간 동안 밥을 한 번도 안 먹는다고?
"성 박사, 대체 뭘 먹었기에 그렇게 하루 종일 거뜬한 겁니까?"
"아, 전투식량 먹었습니다. 효과가 좋더군요."
"전투식량이요?"
"네, 한국군 군인들한테서 조금 얻어서 먹었습니다. 내일 또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유럽에서 온 의사가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나도 한번 먹어볼 수 있습니까?"
"저도요."
이곳은 아프리카. 당연히 미칠 듯이 덥다. 전신방호복을 입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중증환자치료 건물에는 유엔군이 빵빵하게 에어컨 바람을 세팅해 놓았다.
적어도 의료진이 더워서 쓰러지는 일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곳에서 봉사하는 의사들은, 안락한 삶을 마다하고 먼 아프리카 오지까지 자원해서 달려온 이들.
갑갑한 방호복을 벗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이들이었다.
당연히 성재완의 오늘 활약, 그리고 전투식량에 관심을 보였다.
"이겁니다. 아침에 옷 입기 전에 하나 드시고, 식용 테이프로 헬멧급수 빨대에 붙여놨다가 중간에 하나 더 드시면 됩니다."
"호오, 이 작은 콩 같은 거 2알만 먹어도 하루 종일 거뜬하다고요? 정말이지 믿을 수가 없군요."
러시아 출신 의사가 신기한 듯이 밀봉된 신두를 이리저리 살폈다.
성재완은 의사와 간호사 등 스무명의 동료들에게 신두 2알씩을 나눠주었다.
내일 방호복 입기 전에 먹어보라고 하면서.
효과는 끝내줬다.
유엔 의료팀은 적어도 끼니를 채우기 위해 방호복을 벗고 다시 입는 수고로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저녁이 되자마자 동료들이 앞을 다 투어 찾아왔다.
"닥터 성! 그 전투식량을 줘요! 우리는 그게 절실합니다!"
"방호복 오래 입으면 갑갑해도 벗고 입는 게 귀찮아서 그냥 입고 다녔는데, 이 전투식량 정말 죽여줍니다!"
"또 없어요? 이걸로는 부족해요!"
그렇게 한 박스는 금세 동이 났다.
성재완은 한국군 부대에 다시 요청했고, 부대지휘관은 흔쾌히 5박스를 내어 주었다.
"이 이상은 곤란합니다. 우리 부대가 소모할 물량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이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물론 머릿수가 있다 보니, 작은 박스로는 애초에 오래 가지 못했다.
성재완은 이 전투식량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부대에 물어보았다.
"민간업체가 근래에 납품한 것으로 압니다. 수영농장이라고 했던가?"
"아, 혹시 청담수영병원과 같은 계열인 그 수영농장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성재완은 속으로 빙고를 외쳤다.
바로 자신이 근무했던 그 병원 아닌가.
그는 얼른 돌아가서 최윤석 병원장의 연락처로 메일을 보냈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동료들의 탄원을 모아서 유엔 의료기구 본부 상층부에 전달을 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운 의료진들에게 한국군 신형 전투식량이 얼마나 대단하며, 꼭 필요한 물품인지를 적극 어필했다.
이렇게 해서, 청담수영병원에 유엔의 정식 공문이 오게 된 것이다.
***
"왜 수영농장에 연락을 안 하고 우리 병원으로 온 거야? 성 교수야 우리 병원 사람이니 우리 쪽하고 말하는 게 편해서 그렇다 치지만, 유엔 이 친구들은 왜?"
최윤석 병원장이 대답했다.
"수영농장 연락처를 찾기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닐까요?"
"으응? 농장 연락처 찾기가 어려워?"
"제가 알기로 이사장님이 이제 농장용 연락처는 따로 공개하지 않으시는 걸로 압니다. 어차피 초대형 B2B 위주이시다 보니 아무래도……."
"그럼 연락은 돌려줘야겠…… 아니, 아니지. 이거 잘하면 병원 의료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아이템 아닌가?"
최윤석도 얼른 수긍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재단이 수영농장에서 구매해서 유엔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 과정에서 중간 유통을 취한다면?
어차피 병원이 100% 하수영 건데, 무슨 상관이랴.
쌀통에 들어가야 할 돈이 구급상자에 대신 들어간 것뿐이다.
쌀통이든 구급상자든, 어차피 한집에 사이좋게 있는데.
"지금 신두를 국군에 얼마나 팔고 있지?"
"프리덤? 혹시 알고 있냐?"
-현재 1알에 1,000원 가격으로 납품되고 있습니다.
"자국군 전투력 향상을 위한 군납물품 가격이라면 뭐 저렴할 수도 있겠지."
왕세경의 눈빛에 탐욕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그는 죽음을 극복하고, 명계의 존재를 대하며, 개인적인 물질욕은 털어버렸다.
하지만 병원 성주신이자 경영자로서의 탐욕은 전혀 별개다.
병원이 돈을 잘 벌어야 더 많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으니.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세상 아닌가.
본인을 위한 돈 욕심은 없지만, 남을 위한 돈 욕심은 오히려 무한대가 되었다.
남에게 베풀고, 남을 살리기 위한 돈은, 끝없이 탐욕하고 갈구한다.
"유엔이면 돈도 많을 거 아냐? 조금 넉넉하게 가격 받아도 돼."
왕세경은 그 자리에서 하수영한테 전화를 걸었다.
병원 운영은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만, 신두 구매는 물량을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프리덤한테 이미 사정은 들었습니다. 저는 부이사장님의 생각에 찬성입니다.
"그렇지?"
-네, 국군이야 우리나라 군대고 또 궁극적으로 제 농장을 지켜주는 존재이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줬죠. 하지만 그 외 다른 데서는 좀 더 비싸게 받아도 괜찮아요.
"물량은 얼마나 받을 수 있겠나? 아, 우리가 신두 유통을 하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의료물품 내에서만 할 걸세."
-아예 신두 유통사업을 단독으로 운영하셔도 괜찮은데.
"병원 운영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네. 그래서 물량은 얼마나?"
-얼마든지. 부이사장님이 원하시는 만큼이요.
언제나처럼 시원스러운 대답.
왕세경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담은 진심 어린 칭찬을 했다.
"역시 청담동 스케일은 가슴을 웅장하게 해주는 떨림이 있다니까. 과연 누가 병원에 활주로를 깔 생각을 했겠는가?"
-지금 집에도 활주로 없으면서 활주로 딸린 병원 구매했다고 돌려 말씀하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