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44화 (644/1,270)

프랜차이즈 갓 644화

161장 슬기로운 부이사장 생활 (1)

포드항모로 인한 질투.

그로 인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오히려 공을 던진 일본 정부의 눈탱이를 때렸다.

구상금 30억 달러를 물어준 일본 정부는 누구 예산에서 그걸 책임지느냐를 놓고, 국토교통성과 농림수산성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참치 냉동 컨테이너를 돌려받을 수 있었던 이유.

다름 아닌 궁내청(일본 황실 업무관장) 장관의 개입이었다.

"성분 조사 끝났으면 이제 빨리 돌려주시게. 이미 깨끗하다고 결과 나왔는데 계속 잡고 있는 이유가 뭔가?"

궁내청 장관이 그렇게 압박하는데, 세관 입장에서는 별수 없었다.

실제로 검사 결과는 깨끗하지만 눈치를 보느라고 더 묶어두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더군다나 농림수산성은 국토교통성이랑 피 터지게 싸우느라, 참치 컨테이너 관리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궁내청 장관이 개입을 한 이유도 알고 보면 소소했다.

바로 노모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도우야 초밥에서 깨끗한 참치를 먹고 싶은데, 그게 세관에 묶여 있다는구나. 어떻게 손을 써줄 수가 없겠니?

궁내청 장관 입장에서는 참치 검사결과가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만 풀어주라고 압박을 하는 게 전혀 부담되지도 않았다.

더군다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모가 한 부탁이 아닌가.

***

하수영은 다시금 쌀 20만 톤을 벌크선에 실어서 보냈다.

이번에도 일본에서 건조하고, 일본 해운사에서 운영하는 선박이었다.

보험 역시 똑같이 영국의 IFS보험에 들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하수영의 귀책사유가 전혀 없으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구상권 청구로 지불한 보험금도 모두 회수한 상황이니.

농림수산성은 이번에는 곡물에 수작을 부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총리도 마찬가지.

한 번 호되게 일을 치르고 나니, 곧바로 다시 건드릴 의욕이 나지 않았다.

뭔가 제대로 부정을 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도우야 초밥은 근데 왜 한국산 쌀을 20만 톤이나 수입한 건가?"

"수영농장과 맺은 계약 때문이랍니다. 모든 매장에서 수영농장산 쌀을 쓰기로 했다고……."

"아니, 왜 맛좋은 일본 쌀을 쓰지 않고 한국 쌀을? 그런 식으로 국부를 유출해서야 되겠어?"

"참치 일본 유통권을 얻는 대신 수영농장 쌀을 쓰기로 한 것 같습니다."

"그까짓 무공해 참치가 대체 뭐라고…… 중금속 그거 조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총리는 도우야 초밥의 행태가 한심했다.

힘들게 돈을 벌어서 한국에 갖다 바치는 모양새가 아닌가.

눈에 거슬린다.

"도우야 초밥인지 뭔지 한 번 손을 봐줘야 될 거 같은데."

"총리 각하, 하지만 도우야 초밥은 각계 유명 인사들이 많이 애용하는, 우리 일본 최고의 초밥입니다."

"그래 봐야 프랜차이즈 초밥집 아닌가?"

"전국 1위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도우야 초밥은 주요 도시에서는 VVIP를 위한 특실도 별도로운용합니다. 그래서 명사들이 많이 사랑합니다."

총리는 입맛을 다셨다.

사실 자신도 도우야 초밥을 몇 번 이용하곤 했다.

무공해 참치도 먹어봤다.

맛이 좋긴 했지만, 중금속이 정말 없는지는 혀끝으로 알 수가 없었다.

"중금속 제로라는 게 정말 사실인가?"

"네, 사실입니다. 식품검사에서 전혀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으음……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수영양식장에서는 제독용 먹이를 꾸준히 먹이고, 또 중금속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먹이를 먹인다고 합니다."

"양식용 먹이라고 해봐야 정어리나 고등어일 텐데, 그것들도 결국 중금속이 있을 텐데?"

해양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하는 참 치는 중금속에 포함된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중금속이 잔뜩 쌓인다.

총리는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먹이에 중금속이 있으면 아무리 제 독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텐데?

"그건 수영양식장의 비법이라서 아직. 사실 일본 양식업체들도 제독 비법을 탐내서 모방을 하려 하지만,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방법을 알아내면 좋을 텐데. 그럼 굳이 비싼 돈 주고 사올 필요도 없고 말이야. 방법이 없겠나?"

"내각정보실을 움직여주시면……."

총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양식장 비법 하나 알아내자고 내각정보실을 동원하자고?

첨단 통신, 반도체 기술 따위라면 모를까?

"아무튼 일본 1위의 초밥 프랜차이즈가 한국 참치를 자랑스럽게 메뉴로 내놓는 것 자체가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야."

"네, 총리각하."

"그리고 중국의 황비버섯 농장은 어떻지?"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중국 인구가 오죽 많습니까? 그 많은 인구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황비버섯을 사먹으니, 천문학적인 매출이 나온다고 합니다."

총리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대체 왜 우리 일본에서는 황비버섯 가격이 그렇게 높은 건가?"

"수영농장에서 재배 비법으로 단가를 대폭 낮추었기 때문에…… 우리 일본 농장은 여전히 황비버섯 출하가격이 비쌉니다."

"또 그놈의 비법!"

이건 뭐만 하면 비법이다.

버섯 비법, 양식 비법, 곡물 비법.

비법, 비법, 비법, 비법…….

'정말 내각정보실이라도 돌려야 하나?'

"수영농장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정리해서 가져와. 한 번 적을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미국에서 나노소프트가 수영레스토랑으로 잘나간다는 이야기는 막연히 들었다.

하지만 총리는 수영농장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한국, 그 조그만 식민지에서 잘나가는 농장이라고 해봐야 뻔하지.'

그 생각은 직원이 들고 온 보고서를 보고는 박살이 났다.

"이, 이렇게나 많이 번다고? 조선의 일개 농장 따위가?"

"예, 각하. 특히 나노소프트 수영레스토랑 북미 매출은 내년에 1,000억달러를 확실하게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밀을 제외한 주요 식재료는 본사인 수영농장에서 구매한다.

북미에서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데, 여기에 중국의 황비버섯농장도 있다.

"이게 사실인가? 중국에서 하루에 수백억 엔 상당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중국인 한 명이 하루에 100g씩만 사먹어도, 2,800억 엔입니다."

"……."

"세금과 중국 파트너 측 이익을 제해도, 수영농장 입장에서는 수백억엔씩 가져갑니다."

"중국 식품 시장은 박살이 났겠군."

"아무래도 타격이 좀 있습니다."

중국인 한 사람당 하루에 200엔씩 쓴다 가정하면, 한 달이면 6,000엔.

3인 가구 기준으로는 18,000엔.

사람이 하루에 쓰는 식품비는 정해져 있다.

황비버섯을 그만큼 많이 사먹는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당연히 지출을 줄인다는 뜻이 된다.

다만 그 줄어든 지출이 여러 곳으로 분산이 되어 아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뿐.

"내각정보실장을 호출해."

"예? 아!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총리는 결심을 굳혔다.

황비버섯 재배 비법과 참치 양식 비법을 반드시 빼내리라고.

***

송단용은 청담수영병원 본원 경비원이었다.

그는 본래 운동선수 출신인데, 이번에 상시채용을 통해 병원에 입사했다.

원래는 경비회사 입사를 생각했으나, 연봉이나 복지조건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무슨 병원 경비원이 이렇게 많이 받어?"

급여도 급여지만, 사내복지몰 '수영몰'이 그는 마음에 들었다.

매달 50만 원 이내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는 주로 소고기나 생선을 사곤 했다.

가끔은 아쉽기도 했다.

"부모님께 드릴 수 있으면 좋은데……."

배송은 회사에 등록된 주거지로만 가능했다.

가능한 직원이 직접 섭취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잘 먹고 다녀야 건강히 출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30대에 먹은 걸 40대에 돌려받는다니…… 이사장님 마인드는 참 신기해."

경비팀은 병원일에 매우 만족했다.

근무 강도도 높지 않고, 급여가 높으며, 복지는 말할 것도 없다.

듣기로는 어떡하면 복지를 더 높여 줄까 궁리하는 게 이사장님의 취미라고 했다.

병원 내 직원 식당도 평가가 아주 좋았다.

밥이 특급호텔 수준으로 잘 나오는 터라, 출근할 때 삼시 세끼를 병원에서 해결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세 끼까진 아니더라도, 저녁 약속이 없는 한은 저녁도 병원 직원 식당에서 해결하고 나가는 게 대부분이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1306호에 상황 발생!"

"뭐, 상황 발생?"

"진짜 오랜만에 상황 발생이로군. 규모는 어느 정도야?"

"그건 모른다. 연락이 안 돼. 가봐야 할 거 같아."

경비원 넷이 우르르 움직였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10층 대기실에서 출발을 했기에, 힘들지도 않고 훨씬 빠르다.

1306호에 도착한 경비원들은 바닥에 엎어진 식판을 볼 수 있었다.

"비싼 돈 받아먹고, 이딴 걸 지금 환자 식단이라고 주냔 말이야! 니들 같으면 이런 걸 먹고 빨리 나을 수 있겠냐고!"

50대 남환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지침대로 멀찍이 물러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환자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벙어리야! 벙어리냐고! 왜 입 꾹닫고 말을 안 해! 앙!"

옆 침실 환자들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아무 말도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환자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

"뭐야…… 왜 다들 말이 없어?"

"무슨 일입니까?"

바로 그때, 키가 190㎝에 달하는 덩치 좋은 정장 차림의 경비원 넷이 우르르 들어왔다.

덩치 큰 남자 넷이 동시에 들어오자, 환자는 곧바로 위축돼서 목소리가 쪼그라들었다.

"아, 아니…… 당신들은 뭐요?"

"병원 경비원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비싼 병원비 받으면서 매번 이런 풀 쪼가리만 나오니까……."

경비원 하나가 간호사를 향해 물었다.

"병원의료비 지원 대상이 아닌가요?"

"아뇨, 당연히 지원 대상이시죠."

경비원은 다시 환자를 보고 말했다.

"환자분의 월 가처분 소득의 19%를 초과하는 금액은 병원에서 지원합니다. 건강보험과 별도로 병원 자체에서 시행하는 거죠."

"그, 그거야……."

"그리고 환자 식단은 영양팀에서 엄격히 관리해서 메뉴를 구성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그래도 이런 풀쪼가리를 어떻게……."

"프리덤."

-622호 격리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좋아, 시행하자."

경비원이 병상을 잡고 끌어내자 환자와 보호자가 당황했다.

"아, 아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주변에 피해를 주셨으니 병실을 옮기는 겁니다."

"병실을 옮긴다고요?"

"네,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지금 당장 옮기셔야 합니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덩치 좋은 남자 넷이 위압감을 주는 저음으로 말하자, 환자와 보호자는 바로 쪼그라들었다.

"보호자분, 622호로 오시면 됩니다."

환자는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경비원은 네 방향에서 죄수를 호송하듯이 병상을 에워싸고 이동했다.

622호라는 글자가 보이자, 환자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병실 내부는 이상하게 컸다.

적어도 20인실은 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전에 있던 병실보다 빽빽하게 병상을 채워놓은 것 같았다.

마치 다른 종합병원 다인실에 입원했을 때, 딱 그 정도 간격이었다.

무엇보다, 병실 중앙에 앉아 있는 덩치 좋은 두 명의 경비원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두 경비원이 자신을 쳐다보자, 환자는 오금이 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교도소를 감시하는 간수 같은…….

***

왕세경 부이사장은 보고를 받았다.

"그래, 팬텀존 환자가 나왔다고? 오랜만이군."

"42일 만입니다."

"의료비 지원 명단에서도 삭제하고."

"네, 이미 삭제했습니다. 환자가 수술비 납입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지연한 게 이럴 때는 득이 되는군요."

622호.

통상 팬텀존이라 불리는 곳.

바로 환자나 보호자 중 한 명이라도 진상일 때 옮겨지는 20인실 병실이다.

2인 1조의 경비원이 병실에 교대로 상주하며, 환자나 보호자들이 의료진이나 간병인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팬텀존을 나가는 길은 오직 두 가지뿐이다.

퇴원을 하거나, 병원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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