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42화
160장 플랜S (3)
화물선 씨버드 호의 항만 침몰은 대외에 발표되지 않았다.
항만 주변은 철저히 통제되었다.
아예 자위대까지 나서서 쥐새끼 한 마리도 드나들지 못하게 철벽을 쳤다.
덕분에 다른 선박 선장들은 영문을 몰라서 항구관리소에 항의하느라 힘만 빼고 있었다.
"아니, 오늘이 바로 출항 예정일인데 출항을 못 하다니요!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 해당 항만에 폭발테러 위험이 있다는 정보가 있어 봉쇄된 상태입니다. 부디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립니다."
"폭발테러 위험이 있으면 당연히 바로 배부터 빼야지, 이런 게 어디 있어요!"
"유감입니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항구관리부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무대포로 대응했다.
자기 배를 먼발치에서 확인조차 할 수 없게 된 선장과 승조원들은 어디가서 울분을 터뜨릴 수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슬금슬금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선박 한 척이 항만에서 침몰했다는 말이 있던데."
"뭐? 확실해?"
"봉쇄라인 멀리서 봤더니 인양선들이 항만 주변으로 움직이고 있더라고, 지금 이 시국에 인양선이 뭐하러 항만에 들어가겠어?"
"정말 일본 정부 말대로 폭발테러 때문에 선박 몇 척이 침몰이라도 한 건가?"
"그런데 폭발테러가 있었다면 주변에서 그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그러게. 배가 침몰할 정도라면 정말 엄청 큰 폭발이었을 텐데……."
출처가 의심스러운 소문은 항만에 배가 묶인 선장과 승조원들에서부터 출발해, 항구 전체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국토교통성은 침몰 소문이 퍼지자 화들짝 놀랐다.
"아니, 대체 정보통제를 어떻게 관리했기에 벌써 그런 소문이 퍼진단 말이야?"
"자위대 녀석들이 늑장을 부린 때문입니다."
밑의 직원들은 장관의 속도 모르고, 모든 걸 자위대 탓으로 돌렸다.
"1초라도 빨리 봉쇄라인을 설정했어도 모자랄 판에, 우리가 요청하고 무려 6시간이나 지나서야 자위대가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럼 자위대 올 때까지 손 놓고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건가?"
"아닙니다! 그동안은 경찰의 협조를 받아서 항구관리직원들이 한시도 비우지 않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 항구 전체에 떠들썩한 저 소문은 뭐란 말인가!"
아직 대응 시나리오도 안 짰는데, 사건 이벤트 전개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항구에 드나드는 사람들 중에 항만 구석에서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으니.
"인양선을 그렇게 대놓고 들여보내니까 당연히 소문이 그렇게 퍼지지! 적어도 위장이라도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나!"
직원은 억울했다.
넓은 바다에서 인양선을 무슨 재주로 감출 수 있단 말인가.
위장 페인트를 칠한다고 뭐 인양선이 바지선이나 어선으로 보이기라도 할까?
"대신님! 큰일입니다!"
"뭐? 무슨 일인가?"
"지금 화물선이 자체 내구성 문제로 침수된 거 아니냐는 소문이 꽉돌고 있습니다!"
"자체 내구성?"
국토교통성 장관은 깜짝 놀랐다.
절대로 퍼져선 안 될, 그래서 철저히 막으려고 했던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대체 출처가 어디야? 어떤 놈이 그딴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야?"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항구에는 이미 소문이 쫙 났습니다!"
"모른다고 하면 다야! 어서 가서 알아내! 그리고 소문을 모두 차단해!"
애초에 이미 퍼진 소문을 차단한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할까.
말도 안 되는 지시지만, 까라고 하면 까야 한다.
고루하고 경직된 일본 관료 사회일수록 그런 경향이 무척 심하다.
'씨버드가 일본 선박이라는 게 소문나서는 안 된다.'
해양산업은 국토교통성의 관할.
일본산 선박의 신뢰에 국제적 치명상이 가해지면 곤란하다.
'잘못하다가는 할복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배와 화물 가격이 어느 정도지?"
"배의 인수 가격이 90억 엔, 화물의 가치는 3,000억 엔 정도 됩니다."
"보험사는?"
건조사도, 해운사도, 모두 일본이니 당연히 보험사도 일본일 거라고 생각했다.
"선주가 든 보험사는 일본 회사입니다. 그런데 화물은……."
"한국이겠군."
한국에서 온 화물이니 당연히 한국보험사에 화물에 대한 보험을 들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영국 회사입니다."
"뭐? 영국 회사?"
해양보험의 원조국이자, 재보험 시장의 고인물인, 그 영국의 회사라고?
국토교통성 장관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거 안 되겠다. 화물주를 만나봐야겠어."
"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부하를 보고 있으니, 장관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 답답한 친구야! 지금 상황이 이해 안 되나? 화물주가 보험을 청구하는 순간 영국놈들이 끼어들 거고, 그럼 우리가 숨기려고 하는 사실이 모두 까발려질 수 있단 말이야!"
"그,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빨리 화물선주를 찾아봐! 도우야 초밥이라고 했지?"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국토교통성은 깊은 이해당사자는 아니었기에, 이 사건에 얽힌 본질을 알지 못했다.
하수영의 포드 항모 구입 때문에 질투와 시기가 폭발한 내각.
그래서 국토교통성은 몰랐다.
농림수산성이 내각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사실을.
***
'일본 조선소가 만들고, 일본 해운 사가 운항하는 일본 선박이, 일본 항만에서 압류당한 뒤, 갑자기 가라앉았다!'
이런 소문이 퍼지려는 것을 막는 게 국토교통성의 목적이었다.
농림수산성이 붉은불개미 작업을 치려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기에, 서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
"오, 그래?"
농림수산성 장관은 반색했다.
"우리가 낸 소문이 그렇게 잘 퍼지고 있다고?"
"네, 배 결함으로 침몰한 거라는 소문이 이미 쫙 퍼졌습니다."
"다행이야. 이대로만 계속 밀어붙여."
"네, 장관님."
일본 선박이라는 사실은 농림수산성도 알았다.
아마 향후 일본 선박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이해했다.
하지만…….
'알 게 뭔가. 지금 중요한 건 대의다.'
일본 정부가 침몰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피하는 것.
무엇보다 그것이 중요했으니까.
"생각 이상으로 소문이 잘 퍼지고 있어서 곧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갈 듯합니다."
"그리고 그 두 친구…… 잘 지켜 봐. 알았지?"
은근한 장관의 어조에, 국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
화물선에 붉은불개미를 뿌리러 간두 직원.
그 둘이 행여나 실수하지 않도록 잘 지켜보라는 뜻이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 두 친구, 술 같은 거 잘 안 하나?
"한 친구는 입에도 대지 않고, 다른 친구는 말술입니다만, 지금까지 술자리에서 말실수한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 자네만 믿겠네. 그리고 말술이라는 친구는 웬만하면 당분간 술은 삼가라고 해."
"네, 대신님."
기왕이면 술을 안 마시는 게 좋다.
장관 면담을 끝낸 국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소문이 정말 확실하게 잘퍼지고 있긴 하네."
생각보다 너무 잘 퍼진다.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이 소문을 멀리멀리 날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국장은 조금 찜찜한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어 떨쳐냈다.
"가츠모토! 어디 있나!"
"예! 국장님!"
"자네, 당분간 금주 지시 떨어졌어. 술 한 방울도 입에 댈 생각도 하지 말아."
"네? 국장님, 설마 제가 술 먹고 말실수 같은 걸 하겠습니까?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안 그랬지만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사안이 워낙 중대하니 자네도 조직과 국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여."
"……알겠습니다."
"근데 하시야마는 어디 갔나?"
하시야마.
가츠모토와 함께 붉은불개미를 화물선에 살포한 직원이다.
"며칠 휴가 냈습니다. 집안에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음, 역시 술을 안 먹는 친구라서 그런지 믿음직스럽군."
"예?"
"정말 집안에 일이 있겠어? 혹시나 싶으니까 휴가 내고 며칠 잠적해 있겠다, 그런 뜻 아니겠냐고."
가츠모토는 국장의 은근한 칭찬에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넌 왜 그렇게까지 안 하느냐는 질책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 시각, 휴가를 낸 하시야마는 특급호텔 고급 일식집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1인당 수만 엔을 호가하는 코스요리.
자신의 월급으로는 감히 엄두도 낼수 없는 값비싼 음식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조금도 식욕이 나지 않았다.
'도우야 초밥 사장이 왜 나를 콕집어서 만나자고 했지?'
눈앞의 도우야 히데키 사장이 사교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찔리는 게 있는 사람이 다 그런 법이다.
도우야 히데키 입장에서 농림수산성 소속인 자신은 전혀 알지도 못할 텐데, 어떻게 이름과 연락처를 알고 연락을 했을까?
"식사는 입에 맞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훌륭한 요리였습니다. 제 평생 이런 고급 일식은 처음 먹어봅니다. 정말 깊은 품격이 느껴지는 정통 일본 요리로군요."
"다행입니다."
"이제…… 말해주시지요.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것은 하시야마 상이 더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만."
"그런가요?"
도우야 히데키 사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재생했다.
10초도 채 안 되는 짧은 영상이었다.
무심코 바라보던 하시야마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바로 동료와 함께 씨버드 화물선 갑판을 기웃거리는 영상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건 샘플입니다. 원본은 따로 있죠."
큰일 났다.
하시야마는 흙빛이 된 채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씨버드의 곡물은 원래 도우야 히데키가 인수해야 했을 화물.
거기에 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당연히 도우야 히데키는 자신이 배가 침수당할 짓을 해놓았다고 의심하리라.
"화물 탱크에 붉은불개미를 살포했더군요. 맞습니까?"
하시야마의 표정이 더욱 새파랗게 질렸다.
배에 구멍을 뚫었다고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더 난리다.
차라리 배에 구멍을 뚫었다고 오해 하는 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더 나을 텐데.
붉은불개미는 잘못 퍼져서 터를 잡아버리기라도 하면, 일본 전역에 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금 항구에는 배 결함으로 침몰했다는 소문이 아주 파다합니다."
"그, 그게……."
"그 소문을 농림수산성에서 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아십니까? 우리도 같은 소문을 냈습니다."
하시야마는 이제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어찌 된 건지 모르지만, 상대는 다 알고 있었다.
'젠장, 분명히 배에 있는 CCTV는 전부 꺼진 것을 확인했는데!'
숨겨진 비밀 CCTV라도 있었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림수산성에서 일하면, 월급은 괜찮게 받습니까?"
"무슨 의미인지……."
"제 제안을 들어주시면 충분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남은 평생을 일하지 않아도 호의호식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시야마는 당황했다가, 이내 무슨 말인지 감을 잡았다.
"저는 대일본 농림수산성의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공무원입니다. 무슨 달콤한 말씀을 하시던 가에……."
"착수금 5,000만 엔에 잔금 9억 5,000만 엔, 총 10억 엔입니다."
"성심을 다해서 뜻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원화로 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
일개 공무원인 하시야마로서는 평생 꿈꿔볼 수 없는 돈 앞에, 자연히 머리와 무릎이 숙여졌다.
하시야마는 도게자(바싹 엎드려 절하며 사죄하는 행동)를 하며 극진한 마음을 내보였다.
"붉은불개미가 배 철판을 갉아서 침몰했다고 내각에 보고가 올라가게 하십시오. 또한 다른 부처에도 소문을 내셔야 합니다."
"……예?"
하시야마는 너무 황당해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아니, 붉은불개미가 어떻게 그 단단한 배 외곽에 구멍을 낸다고?
조금만 상식이 있는 이라면 듣자마자 코웃음을 칠 이야기 아닌가?
"아시겠습니까? 붉은불개미가 철판을 갉아서 배가 침수된 겁니다. 농림수산성에서 그 이야기가 퍼져 나와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뭔가 심각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은 맞는 거 같다.
툭.
두툼한 봉투가 눈앞에 던져졌다.
"계약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