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40화
160장 플랜S (1)
컨테이너 압수.
도우야 초밥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도우야 초밥 관계자는 부랴부랴 세관을 찾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압수하는 겁니까?"
"수산물 수입은 일본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엄격한 허용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대체?"
"한국산 수산물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모든 식품원자재를 전수조사하라는 게 농림수산성 지시입니다."
"아니, 정확한 이유나 상황이라도 알려줘야지, 문제가 있으니 압류하고 조사하겠다만 반복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무리 항의를 해도, 공무원들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 수산물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모두 조사해야 한다.
조사가 끝나면 알려주겠다.
항만에 들어오는 모든 컨테이너를 압수한 채, 그렇게만 대답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수 조사하고 있다면서요? 조사결과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아직 조사 중입니다. 모든 조사가다 끝나면 알려주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어느 정도 단계까지 왔는지, 중간 과정만이라도 좀 알려달라는 거 아닙니까?"
"그건 알려줄 수 없습니다."
"답답해서 그럽니다! 지금 컨테이너가 전부 묶여 있어서 초밥 장사를 할 수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도우야 초밥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참치 대금은 이미 지불했으니, 수영양식장은 전혀 손해가 없다.
도우야 초밥만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냉동참치 컨테이너를 기다리며, 속을 끓이는 수밖에.
도우야 초밥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았다.
결과 통보 지연이 길어지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한국에 연락을 했다.
"참치 출하를 당분간 중지해 주십시오. 지금은 참치를 들여와 봤자 우리 도우야 초밥이 수령하지 못합니다."
수영양식장 박영식 전무는 의아했지만 알았다고 대답해 주었다.
양식장 분위기도 자연히 좋지 않았다.
"도우야 초밥이 우리 양식장 참치 출하량 대부분을 쓸어가는 바이어인데……."
수영오세안이 소비하는 참치량은 도우야 초밥에 비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다.
일본 전국에 매장을 가진 1위 스시 프랜차이즈 브랜드였으니.
특히 일본 소비자들의 참치 사랑은 각별한 수준이 아니던가.
"우리가 돈 밀린 것은 없으니 손해본 건 없지만, 그래도 매출이 잘 나와야 할 텐데 말이야."
"일본 정부가 갑자기 왜 그렇게 오두방정을 떨면서 수산물 전수검사를 하는 걸까요?"
"어디 외국 수산물에서 납이라도 나왔나?"
***
냉동 컨테이너가 압수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하수영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도우야 초밥의 손해지, 자신의 손해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야 초밥의 연락으로 알게 되었다.
단순한 세관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우리 수영참치 컨테이너만 콕 집어서 압류를 한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 수입식자재는 그냥 모두 무사통과입니다.
"이거 짚이는 게 있긴 한데 말입니다."
-네? 무엇입니까?
도우야 초밥은 하수영이 병원선으로 항모를 구입했다는 걸 몰랐다.
미국이 최신 항모를 한국에 제공하기로 했다더라, 하는 기사 한 줄 정도만 스치듯이 봤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관심 없는 영역은, 그것이 참혹한 대전쟁이라고 해도 모르고 넘어간다.
"포드 항모 때문인 거 같아요. 미국이 이번에 판 거요."
-그거 때문에 우리 일본 정부가 한국과 신경전을 벌인다는 겁니까?
하지만 그게 참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다른 한국산 수입품은 잘만 들어오고 있기에, 도우야 초밥은 더욱 황당했으리라.
"아, 그 항모 구매자가 저거든요."
-…….
도우야 초밥 부사장은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자신의 귀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까 '즐거운 검증'을 한 번 해보죠."
-즐거운 검증이요?
"마침 해운사에 벌크 화물선 한 척 계약해 둔 게 있습니다."
-지금 쌀 판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도우야 초밥은 뉴월드마트와 계약해서 수영참치 일본 유통권을 얻었다.
그 대신 도우야 초밥은 모든 매장에서 수영농장산 쌀, 양파, 당근만을 사용한다는 약속을 했다.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이행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곡물 대금은 나중에 천천히 주셔도 됩니다. 이건 '즐거운 검증'이니까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도정하지 않은 쌀만 벌크선에 가득 실어서 보내겠습니다."
-곧바로 신용장을 개설하지요.
일본 전역에 매장을 둔 도우야 초밥은, 각 매장에서 소비하는 쌀의 양도 엄청나다.
괜히 일본 최고의 스시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게 아니었다.
당연히 하수영은 도우야 초밥에 어울릴 만한 크고 아름다운 벌크 화물선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
대형 벌크 화물선이 항만에 정박해 있다.
한 가지 비포장 화물만을 신는 데 특화된 벌크선.
굵은 파이프를 통해서, 벌크선 내부의 거대한 탱크로 볍씨들이 끝없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수영은 직접 항구까지 찾아와서 벼 선적 과정을 지켜보았다.
10만 톤급 화물선의 탱크가 마침내 벼로 가득 찼다.
"프리덤, 저 쌀을 재배하고 수확하는데 얼마의 돈이 들었지?"
-가축먹이 볏짚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니, 수확 비용은 그냥 없다고 보면 됩니다. 운송비, 선적비, 수송비 정도만 들어갔지요.
하수영 입장에서는 애초에 처치 곤란이었던 부산물들.
하지만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다르다.
"우리가 도우야 초밥과 저 쌀을 킬로당 3만 원에 계약했지?"
-대외용 계약서에는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킬로당 3만 원이라는 가격.
물론 눈속임용이다.
이면계약에는 킬로당 5,000원에 파는 걸로 되어 있다.
물론 수출입 신고가 문제 되므로, 차후 발주에서 그만큼 가격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최종 조율을 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그들 눈에는 도우야 초밥이 킬로당 3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 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농림수산성 눈에는 그저 3,000억엔짜리 화물을 실은 배일 뿐이지."
심지어 도우야 초밥이 화물을 무사인수해야 수영농장이 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와, 이건 내가 봐도 너무 노골적인 덫인데. 애들이 이상하다 싶어서 안 밟으면 어떡하냐?"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이 타이밍에 충분히 의심을 해볼 법도 합니다.
냉동참치 컨테이너를 압류당한 상태에서, 보란 듯이 10만 톤의 쌀을 화물선에 실어서 보낸다?
대금은 도우야 초밥이 '인수' 후에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고?
심지어 받아야 할 돈은 3,000억엔이고?
"덫에 치즈 팍팍 뿌렸다. 고소한 치즈 냄새 때문에 쇠 냄새는 맡을 겨를도 없을 거야.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
모든 것은 하수영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벌크선 안에서 붉은불개미 군락이 발견되었소. 벌크선을 항구에서 격리하고, 샅샅이 조사해서 박멸해야 합니다."
도우야 초밥은 세관의 통보에 강하게 항의했다.
"남미 원산지 해충이 한국발 쌀 벌크선에서 발견되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잖소. 아무튼 모든 조사와 박멸이 끝나기 전까지, 화물선은 압류하고 있을 테니 그리 아시오."
일본 농림수산성은 고소한 치즈 냄새를 참지 못하고 덫을 덥석 밟았다.
-왜 일본 정부는 마스터를 건드리는 겁니까?
"그래, 딥러닝이 필요하겠지.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마."
하수영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
"지금 현재의 일본 내각은 질투가 많아. 음험하지."
-질투, 음험…….
"자기들도 없는 항모를 한국, 그것도 한국 개인이 샀다는 게 너무 배가 아픈 거야."
-그렇다고 미국의 짜증을 불러올 수도 있는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겁니까?
"항모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지들 나라에 수출하는 식자재좀 건드린 것뿐이잖아. 그러니 미국도 별말 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럴 수가…….
"원래 음험한 애들이 앞에서는 큰 소리 못 치고 뒤에서 조용히 짚신 인형에 못이나 박으면서 킬킬거리고 그러는 거야."
하수영은 저 멀리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저 방향에는 일본 정부청사가 있으리라.
"내가 참치와 쌀 가지고 귀찮게 나댄 걸로는 어쩌지 못하니까 속으로만 부들부들거릴 거라고, 그렇게 킬킬대고 있을 거다."
자기들이 그토록 원하는 전투항모.
그것을 식민지로만 봤던 나라의 국민이 개인 돈으로 샀으니, 현 총리와 그 일당들은 질투심이 골수까지 뻗쳤을 것이다.
"그게 바로 딱 현재 일본 주류 정치인들의 마인드다. 잘 입력해 둬."
-네, 마스터. 입력 완료했습니다.
"즐거운 검증은?"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서 화물선을 돌려달라는 항의를 했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습니다.
"좋아. 그럼 증거는 잡았어?"
-네, 일본 공무원이 야밤을 틈타몰래 벌크선에 잠입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영상은 잘 찍었지?"
-물론입니다.
곧 프리덤이 영상을 보여주었다.
벌크선에 잠입해 있는 초소형 드론이 몰래 촬영한 영상이었다.
두 명의 일본 공무원들이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피며 화물선에 들어선다.
곡물 탱크 입구에 선 그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를 열어서 앞에 톡톡 털었다.
초소형 드론은 그것을 남김없이 확인하고, 생생하게 영상을 찍었다.
남자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생생하게 찍혔다.
"선박 CCTV를 전부 껐다고 쉽게 안심하네. 진짜 감시카메라는 CCTV 따위가 아닌데."
물론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으리라.
군사용 카메라 렌즈를 장착한 초소형 드론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그저 CCTV가 모두 꺼진 줄만 알고 유유자적하게 화물선에 잠입해 곡물 탱크에 해충 붉은불개미 여왕개미 군락을 뿌리고 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예상하신 겁니까?
"현재 일본 정부는 먼저 우긴 다음에 그걸 사실로 만들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는 습성이 있어. 붉은불개미 조작은 좀 신선했다. 설마 남미해충을 갖고 와서 우길 줄은 몰랐네."
-한반도 해충을 쓰는 게 더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 자, 아무튼 즐거운 검증은 끝났고, 증거는 완벽하고, 명분까지 나한테 왔네?"
-좋습니다, 마스터. 이 영상을 항의문과 함께 보내어 일본 세관의 부당한 조작 행위를 비난하고, 우리의 무고함을 널리 입증…….
"상대놈이 조작 증거로 날조를 하려 하는데 왜 신사적으로 나가야 하지? 어차피 명분까지도 넘어왔는데. 이제부터는 정당방위, 정당행위, 자력구제, 긴급피난을 해야 할 타임이라고."
-마스터?
"플랜S를 가동한다."
-플랜S…… 알겠습니다.
***
농림수산성은 참치컨테이너, 곡물화물선을 돌려줄 마음이 없었다.
일단 무조건 반년에서 1년 이상은 시간을 질질 끌 작정이었다.
그 뒤에는 돌려주겠다는 뜻이 아니다.
희망고문으로 1년 정도 애를 태우겠다는 것이다.
'어디 건방진 조센징 따위가. 일본에서 번 돈으로 항모를 사다니!'
근래 내각 각료들 사이에서는 하수영에 대한 분노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식민지 노예 출신 주제에 감히 자신들도 없는 최신예 항모를 샀다는 것은, 주인으로서 자존심 문제였다.
'우리 일본에서 감히 음식 장사 따위는 할 생각도 못 하게 만들어주지!'
미국의 반응은 걱정 않는다.
겨우 이 정도 '소소한 외교적 견제'를 가지고 미국이 나서진 않을 것이다.
눈치를 채더라도 그냥 조용히 묵인 할 거라고, 그게 내각 각료들의 생각이었다.
'3,000억 엔을 허공에 날리게 생겼으니, 피눈물이 날 것이다.'
붉은불개미.
세계 1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이자, 생태계교란 생물이며, 미국에서도 악명이 높다.
사람, 가축, 곡물 등 가리지 않고 온갖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곡물선에서 그게 발견되었으니, 전수조사를 명분으로 3,000억 엔어치 곡물을 이제 합법적으로 폐기할 수 있으리라.
그랬는데…….
"장관님! 압류한 곡물 벌크선 씨버드 호가 항만에서 밤사이 침몰했습니다!"
"뭐야?"
농림수산성 장관은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멀쩡한 배가 왜 하룻밤 사이에 침몰해?
"선체 균열로 물이 샌 모양입니다!"
플랜S의 S는 Sacrifice의 S.
화물선은 '성실'하게 '희생'함으로써 플랜S를 완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