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39화
159장 중고 거래 (5)
양석현은 소속부대뿐만 아니라, 합참본부에서도 아주 유명했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수영레스토랑 덕분이었다.
'부러운 자식.'
'어떻게 그런 행운을…….'
'와이프가 수영레스토랑으로 한 달에 몇천씩 벌어들인다며?'
양석현은 군인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정확히는 그의 와이프) 대령 이하 군인들은 전역을 하면 뭘 해야 할지 대체로 막막해한다.
직업군인들은 대체로 집안이 부자인 경우는 드물었으니.(사관학교, 장성급 제외) 하지만 양석현은 당장 옷을 벗어도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아내의 경제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하수영이 병특례 군사훈련을 합참본부에서 받으면서 양석현의 사연은 전 군에 쫙 퍼졌고, 그는 미래가 불확실한 모든 직업군 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되었다.
'거기다가 뭐? 전역하면 자기 밑에서 일해 볼 생각 없느냐고?'
마중을 나온 군인들은 양석현이 부러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필사적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의원님 밑에서요?"
양석현은 전혀 상상도 못 하다가 들은 제안에 당황해했다.
"저를 어디에 쓰시려고……."
"병원 경비원이 필요해서요. 아, 혹시 주변에 또 전역하는 동료들 없나요? 특수부대 출신이면 우대 대상인데."
그 말에 다른 군인들의 눈빛이 더욱 매섭게 빛났다.
"군인 월급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가,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손을 흔들어주고는, 귀빈실로 들어갔다.
복도에 남은 양석현 일행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부럽다, 양 소령."
"과장님. 그게……."
"듣자니 청담수영병원은 일반행정직원들도 연봉이 최소 5,000부터 시작한다더라. 경비원은 그보다 더 많이 받는다던데."
"강남 한복판 병원 경비가 뭐 위험할 것도 없고, 진짜 꿀직장이네. 오늘 바로 연락 드려서 감사히 받겠다고 해."
"잘되면 알지? 우리도 나중에 전역할 때 꽂아주는 거 잊지 말어."
공수원 합참의장은 태연히 걸어오는 하수영의 발걸음에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을 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다.
"오랜만이네요, 합참의장님."
"……네, 앉으십시오. 의원님."
목소리가 떨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포드 항모 때문에 보자고 하신 건가요?"
"……네, 맞습니다. 합참의장으로서 자세한 내용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요.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당연한 걸요. 자, 뭐든지 물어봐주세요."
합참의장은 미리 생각해 두었던 질문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사실 새로운 사실을 캐려는 목적보다는, 하수영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질의응답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그렇게 된 거로군요. 허어…… 그 미국이 항모 판매를 승인했다니, 참 세상 모를 일입니다."
"제 덕분에 나라가 조금 시끄러워질 수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조금…… 일본과 중국에서 당장 핏대를 세우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병원선은 핑계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항모기술을 제공하는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진짜로 제공 좀 하면 어때요. 지들이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미국이 짖으라고 하면 짖어야 하는 일본이요? 아니면 미국 1개 항모전대도 맞짱 못 뜨는 중국이요?"
미국이 작정하고 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의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형 병원선은 어디에 쓰시려고 하시는지요?"
"직장 문제로 해외에서 장기체류하는 분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선이 답이라고 결론을 냈지요."
"으음, 움직이는 병원이라면 확실히 한 척만 가지고도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겠군요."
"한 척으로는 모자라죠. 그래서 여러 척을 추가로 주문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미국이 또 항모를 판다고 했습니까?"
합참의장은 놀라서 목소리가 커졌고, 하수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좋은데, 또 이번처럼 운좋게 초도불량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어서요. 일단 아쉬운 대로 대형 크루즈선 사서 병원선으로 꾸미려고요."
"어쨌거나 기본 바탕은 항모 아닙니까? 미군이 운용을 전담한다고는 하지만, 병원선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의원님도 손발이 필요할 겁니다."
"혹시 군에서 도와주시게요?"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십시오.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드디어 이렇게 생색을 낼 수 있게 된 합참의장은 속으로 미소지었다.
부디 자신의 이런 친절함이 하수영의 마음에 씨앗이 되어 언젠가 싹을 틔우기를, 합참의장으로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그는 이제 퇴역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니까.
"아, 그럼 사람 좀 소개해 주시죠."
"사람이라면, 어떤……?"
"특수부대 출신 전역자들이 필요합니다. 병원 경비로 쓰려면 아무래도 그런 인재들이 유용할 거 같아서요."
합참의장은 눈을 빛냈다.
"오, 그럼 UDT 전 대원 같은 인재들이 필요하시겠습니다."
"해군 쪽이든, 육군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병원선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도와 드리겠습니다."
하수영은 굳이 알아서 도움을 준다는데 사양할 마음은 없었다.
***
병원선에 승선할 미군 승조원들은 어디까지나 배 운용 자체만 담당한다.
병원 역할 수행에는 일절 해당이 없다.
배 운용 외에 필요한 인력은 재단에서 직접 채용해야 한다.
부이사장 왕세경은 처음 항모 구매이야기를 듣고 헛웃음만 지었다.
"내가 우리 이사장한테 더 놀랄 일은 이제 없을 줄 알았는데, 언제나 새로운 놀람을 주는군."
염라대왕까지 만났었던 마당에 또 놀랄 일이 생길 줄이야.
"병원선 의료진은 결국 기간제 파견 방식으로 가야 하려나?"
"장기 선상 근무를 선호할 의료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돈으로 꼬셔야지, 뭐. 별수 있겠어?"
"돈으로 꼬신다고 하시면……."
"일단 공개채용 해보자고, 우리 재단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널렸잖아? 조건만 맞으면 항모근무도 자원하겠지."
그렇게 해서 수영의료재단 홍보실에서는 병원항모 근로인력 공고를 냈다.
수영병원 채용공고는 의료종사자라면 의사, 간호사 가릴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본다.
급여, 위치, 복지, 근무환경 등 모든 면에서 한국 병원 중 0순위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공개채용에 그들은 처음에는 환호했지만, 병원선이라는 사실에 당황했다.
"병원선? 그럼 배 위에서 근무하는 거야?"
"병원선이면 거의 대부분 한국을 떠나 있어야 하는 모양인데……."
"어떻게 일 년 내내 배에서 근무를해? 난 못 할 거 같아."
처음에는 꺼리는 반응이 다수였다.
하지만 공고 내용을 자세히 읽을수록 지원 희망자들의 갈등은 깊어졌다.
"간호사 연봉이 1억부터 시작……. 선상 근무인데 청담 본원하고 똑같으면 안 되지 않아?"
"청담 본원은 일주일에 4일 일하고 1억부터 시작하는 거야. 집에도 못가고 퇴근해도 내내 병원에 있어야 하는데 연봉이 똑같으면 안 되지."
"잠깐? 이게 특이한 조항이 있는데? 2개월 근무하고 2개월은 쉬는 싸이클? 그러니까 일 년에 6개월만 근무할 수 있다고?"
"뭐? 그럼 혹시 일 년 내내 일하면 2억부터 시작하나?"
"그 조항도 있어! 희망자는 일 년 내내 일하고 2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야, 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병원선 근무자는 1년에 3번, 2개월의 장기 휴가가 주어진다.
장기 휴가를 반납하고 근무해서 연봉을 챙길 수도 있다. 본인 마음이다.
일 년 내내 병원선 근무를 해도, 주4일 근무라는 것은 똑같다.
항모에는 편의, 여가시설도 갖춰져 있으니까.
"간호사 월급이 이 정도면 의사들 월급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 거야?"
"이 정도면 돈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 꽤 있겠는데."
"경쟁 장난 아니겠어. 서둘러야겠는데?"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근로 환경이라서 지원자가 없다고?
그렇다면 급여로 지불하는 돈이 충분하지 않은 건지 생각해 보라.
공개채용 내용은 마치 입사 희망자들에게 그렇게 선포하는 듯했다.
비의료진 채용 조건은 의료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른 선상 근로에 비교하면 훨씬 괜찮았다.
2개월 장기 휴가를 일 년에 3번 준다는 점이 특히 마음을 끌었다.
"눈 딱 감고 2개월만 배에 있다가 다시 2개월 쉴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근데 휴가 나오고 들어갈 때는 어떻게 하지? 배로 태워주나?"
이동 방법을 걱정했지만, 그 역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여기 봐. 휴가 갈 때 항모 수송기 타고 다이렉트로 국내 공항까지 실어준다는데?"
"국내 공항이기만 하면 어디든지 내려준다고 하니, 이건 정말 좋다."
"휴가 복귀할 때도 같은 방식이군."
"난 수영병원이 태움 같은 군기 문화가 전혀 없는 게 정말 마음에 들어."
"간호사 하는 내 친구도 태움 때문에 울면서 대학병원 그만뒀거든. 자격증 방치하다가 1년 만에 수영병원으로 복귀했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서 매우 만족스럽대."
병원에 있는 동안, 모든 근로자들은 1초도 빠짐없이 프리덤의 보조를 받는다.
프리덤이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폭언 같은 부당한 행위가 불가능하다.
업무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킬 수도 없다.
A가 B에게 업무 지시나 협조 요청을 할 때, 프리덤을 통해서 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직장 동료들이 작정하고 누군가를 은따한다고 하더라도, 프리덤을 통해서 자기 일을 하니 마이웨이를 걸을 수 있다.
인간관계가 업무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매우 적다.
***
왕세경은 자랑스럽게 지원서 목록을 보여주었다.
"이거 보게, 이사장. 간호사 경쟁률이 무려 50:1이야. 의사 경쟁률도 20:1이고."
"다른 병원들 곡소리 나겠는데요."
"곡소리 나겠지. 인력이 주르륵 빠져나갈 테니까. 억울하면 자기들도 병원 항모 사서 월급 더 주던가."
"특수부대 출신들을 경비원, 일반관리인력으로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든든하지. 아무래도 병원선이다 보니까 그런 듬직한 인력이 많아야 해."
왕세경은 경쟁률을 보기만 해도 흐뭇한지 껄껄 웃었다.
"이제 이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겠군."
"병원선을 더 늘릴 계획이라는 말도 공고로 내주세요. 그래야 탈락자들이 계속 희망을 가질 거 아닙니까."
"알았네. 추가 병원선도 항모인가?"
"공장 초도불량이 또 나오길 간절히 빌어야지요. 다른 불량은 안 되고, 추진력만 살짝 저하되는 불량이어야 됩니다."
"아, 근데 일본과 중국이 항모 때문에 난리라던데, 자네 사업은 괜찮은 건가? 황비버섯농장 들어간 거 얼마 안 됐잖아?"
"치즈덫 들고 빨리 나타나 주면 제야 고마울 뿐이죠. 근데 아직까지 중국 버섯농장은 건드리는 기색이 없네요."
"들었어. 중국인 한 명당 하루에 100g 이상씩 사먹는다며? 중국 중앙정부도 들어오는 세수에 깜짝 놀랐을 거야."
농장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버는 만큼, 중국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항모 가지고 시비를 걸고 있지만, 농장을 섣불리 건드리진 못하는 이유다.
"근데 일본 쪽은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으응? 무슨 문제?"
"도우야 초밥이 세관에서 냉동참치 컨테이너를 전부 압수당했다네요."
"그게 항모 때문인가?"
"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