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638화
159장 중고 거래 (4)
하수영을 항상 눈여겨보는 정부 행정조직들이 있다.
먼저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농식품부가 있고, 중금속 제로의 무공해 참치 양식 기술에 침을 질질 흘리는 해양수산부가 있으며.
청담수영병원의 존재감에 눈이 멀어버리기 직전인 보건복지부도 있고.
이제는 프리덤 소유권자가 하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행정안전부도 있으며.(프리덤을 재난대응지원시스템으로 싸게 쓰고 싶어 한다)
드라마, 영화 쪽에 막대한 돈을 푼 덕분에 문화체육관광부도 열심히 갸웃거리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뭐 친해질 만한 구실이 없을까 하고 늘상 눈치를 살피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도 하수영이 벌인 각종 프랜차이즈 사업의 규모를 의식하고 있고.
의외겠지만 환경부도 수영목장 때문에 잔뜩 의식하고 있다.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수영그룹' 전체로 보면 피고용인 수가 상당하기에, 고용노동부 역시 눈을 떼지 못한다.
조성만, 임탁정 검사의 근황을 들은 법조인들은 하수영과 친해지지 못해서 안절부절못했다.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역시 호시탐탐 눈을 치켜뜨고 하수영을 의식하고 있다.
교육부, 통일부, 이렇게 2개 행정기구 정도만이 그나마 하수영과 연관이 없다.
그리고 국방부.
이 부처는 농식품부 이상으로 하수영 관련 일거리에 치이는 행정조직이다.
"포드 항모 구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백악관, 의회 승인은 어떻게 얻어낸 거야?"
합참의장은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상식선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전개였으니까.
미국이 항모를 개인한테 판다고?
"네, 추진력이 안 나와서 군함으로는 어차피 쓰지도 못하고 폐선 처리 해야 할 판이다 보니 건조비라도 건지자는 결정을 내린 거 같습니다."
"겨우 건조비 건지자고 그 최고군 사기밀 덩어리를 넘긴다고? 국가보안상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 백악관이 미친 건가? 의회 친구들도 단체로 약이라도 먹었나?"
"저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지만, 차근차근 앞뒤를 따져보니 의외로 말이 되더군요."
"그게 어떻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합참의장은 어이가 없어서, 한 번 설명이나 해보라는 듯이 턱짓했다.
"일단, 배 소유주, 그러니까 선주는 하수영 의원이지만 항모 자체는 여전히 미국 국적의 선박으로 남습니다."
"……으음, 그 점은 아쉽군."
합참의장은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항모를 국군에서도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항모의 관리와 운용, 경호, 정비 등 일체의 행위와 감독은 미군이 합니다. 즉 배 등기부 소유주에 하수영 의원의 이름만 올라간 겁니다."
"……그런가."
"하수영 의원은 선주이지만 병원선으로만 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군사적인 목적이 있는 운항 지시를 하면, 관리하는 미군은 그것을 당연히 거부할 수 있고요."
미국과 맺은 계약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즉 미국 입장에서는 배 기밀이 새어나갈 염려가 전혀 없는 겁니다."
"……그렇군."
"건조비용도 건지고, 훈련 TO도 늘릴 수 있고, 또 최초의 항모 병원선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효과까지 얻는데, 운용비용도 모두 하수영 의원이 부담합니다."
"승조원 월급까지 전부?"
"월급이야 미군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고정비니 해당은 없지만, 병원항모에 체류하면서 나가는 지출은 하수영 의원 부담이라고 합니다."
합참의장은 이제야 납득이 갔다.
이런 계약 내용이라면, 백악관과 의회가 충분히 승인을 해줄 만했다.
-옛다, 네가 선주해라.
-근데 병원선으로만 써야 돼, 알았지?
-그리고 배 관리는 우리가 맡아서할 거니까 넌 우리한테 지시만 해.
-운영비는 당연히 네가 내고, 딱 이런 상황이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차라리 그 돈으로 훨씬 더 큰 크루즈 선박을 사서 병원선으로 운용하는 게 낫지 않나?"
초대형 크루즈라면 항모를 개조한 것보다 더 많은 편의시설, 병실을 설치할 수 있을 텐데?
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굳이 미군에 운용을 구속받을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거야 그렇지만, 하수영 의원 속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닥터헬기로 최신형 대형수송헬기를 쓰는 사람인데요."
"……그건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결정이었지."
3성 장군은 계속 보고했다.
"현재 포드 항모는 미국에서 한창 내부 개조 중입니다."
"무장은?"
항모는 전투기 운반선이다.
그래서 다른 군함에 비해서 무장수준이 매우 얄팍한 수준이다.
""ESSM, RAM 발사기와 근접방어 무기체제는 그대로 놔두는 거 같습니다."
"병원선이 굳이 그런 무장이 필요한가?"
"대양에서 해적이라도 만나면 몸은 지켜야 하니까 놔두는 듯합니다. 어차피 미군이 관리할 테니 상관은 없겠지요."
"허참."
"수송기, 조기경보기, 무인 함상 공중급유기, 대잠헬기는 갑판에 실을 수 있을 정도만 남기는 거 같습니다."
"수송기야 물자, 인력 수송에 필요할 테니 그렇다 치고, 조기경보기와 무인 함상 공중급유기는 대체 왜? 병원선에 그런 게 필요한가?"
"조기경보기는 해적선을 멀리서부터 탐지하는 게 필요하고, 공중급유기는 닥터헬기 때문에 남겨두는 모양입니다."
"……."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아니, 납득이 되는 것 자체가 지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잠헬기는 어디에 쓰려고, 라는 질문은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쨌든 간에 바다를 떠다니는 병원 항모가 곧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온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결국 그만큼 우리 군이 뒤치다꺼리 해야 할 게 늘어났단 소리고."
"그렇습니다."
일단 무장을 갖춘 항모가 아닌가.
병원선이니 뭐니 해도, 군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냥 미국 전략항모에 준하는 관리대응을 해주라고 해."
합참의장은 하수영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에게 안 좋은 감정을 품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나름대로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딸이 수영레스토랑 가맹점 신청에서 탈락한 게 속이 쓰렸다.
그렇다고 은근히 청탁을 하기에, 상대는 너무 큰 거물이 되었다.
'농장 수입만 매년 조 단위로 나온다고 했지…….'
작물 팔아서 쥐는 현금만 매년 조단위.
심지어 식량작물이기에 단 1원의 세금도 안 낸다.
"이번에 귀국하면 하수영 의원하고 자리 한 번 만들어 봐. 명분은 있지 않나? 어쨌거나 최강 항모를 구매한 개인 아닌가?"
"네, 알겠습니다."
합참의장은 슬슬 퇴직 이후를 생각해야 했다.
하수영을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로 만들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친해져야 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날 구실을 만들어야 한다.
***
"생각보다 안 반기네."
국내 언론을 확인한 하수영은 덤덤하게 말했다.
군사 커뮤니티는 불이라도 난 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 외는 대부분 심드렁했다.
몇몇 언론사에서 '미국이 최신 항모를 중고 병원선으로 한국에 팔았다.'라는 내용으로 기사를 내보내긴 했지만, 밀덕 냄새 가득 풍기는 댓글들 몇 개만 달려 있을 뿐이었다.
-대다수의 대중들은 군사무기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도 13조 원짜리 병원선을 구매했는데, 이렇게 무관심할 줄은 몰랐네."
-메이저 언론사들은 마스터에 관해서 좋은 기사를 쓰기를 꺼려 합니다.
그 막대한 광고비를 언론사에 전혀 뿌리지 않는 하수영은, 기자와 데스크 공공의 적이었다.
-홍일일보는 자금세탁이 의심된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거기 회장은 자기 아버지가 어떤 몰골로 저승차사들한테 끌려갔는지 봤어야 했어. 계속 죄를 짓네, 죄를 지어."
언론사들은 돈 낭비다, 자금 세탁이다, 탈세다 등등의 핑계를 대며 비난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역시 이번 중고 거래를 축하해 주는 건 우리 '스페이스 포뮬러' 회원들밖에 없구나."
스페이스 포뮬러.
하수영이 운영하는 F1 관련 커뮤니티다.
주로 F1 레이싱을 다루지만, 그 외의 일반 차량, 특수 차량,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IT기기, 생명공학 등 최신 기술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항모 구입은 마침 회원들의 입맛에 딱 맞는 화젯거리였다.
물론 회원들은 사이트 오너가 하수영이라는 것은 모른다.
F1에 관심이 많은 매니아, 혹은 한국모터스포츠 전직 카레이서로 알고 있다.
"다음 주 레이싱 리뷰도 올려야겠는데. 이번엔 시간을 내서 관람하러 가야겠어."
-요즘 너무 주인장 리뷰가 뜸하다고 네임드 회원들의 아쉬움이 큽니다.
"얼굴이 여기저기 팔리니 마음 놓고 구경 다니기도 이제 쉽지가 않아."
문자 메시지함에는 문자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항모 구입을 축하한다는 내용, 그게 정말이냐는 질문 등 다양했다.
항모 구매 축하 문자만 10만 개가 넘었다.
6만 명이 넘는 수영치킨 점주들, 병원 의사들,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주들이 보낸 것이다.
-공무원들이 보낸 문자는 제가 따로 빼놓았습니다.
"어디어디서 보냈냐?"
-일단 행정부 18부 18청은 모두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얼굴 한 번 안 본 사람들도 있을 텐데. 병원선 하나 산 게 뭐 대수라고 축하까지."
-검찰에서는 조성만, 임탁정 검사정도만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가 아는 검사라고 해봐야 그 둘이 전부지."
-그리고 합동참모본부에서 항모관련으로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음, 일단 군함을 샀으니까 만나서 소명 정도는 해줘야겠네. 적당히 날짜 잡아."
-연락했습니다. 회신 왔습니다. 지금 당장도 상관이 없으니, 언제든 편할 때 가급적 빨리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 그럼 지금 바로 가지, 뭐."
하수영은 합참본부가 있는 용산으로 향했다.
***
"온다! 온다!"
"하수영 예비역 선배님 오신다!"
저 멀리 캠핑카가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자, 합참본부는 외곽부터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헌병들은 평소보다 더욱 군기 잡힌 모습으로 경계를 섰고, 지나가던 차량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검문소 앞에 정차한 하수영은 고개를 내밀었다.
"합참본부 주임원사님 문자 받고 왔는데요. 하수영이라고 하면 아실 겁니다."
"예! 전달받았습니다! 바로 들어가 시면 됩니다!"
"신분증 같은 거 안 맡겨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출입통제 장교는 진땀을 흘렸다.
얼굴과 이름이 신분 그 자체인데 무슨.
'현역 군인 중에서 당신을 모른다면, 그건 스파이일 겁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기다렸다는듯이 사람들이 맞이하러 왔다.
그중 반가운 얼굴이 끼어 있었다.
"오, 양석현 소령님. 혹시 합참본부로 발령받으신 건가요?"
"아닙니다! 발령은 아니고 잠시 임무 때문에 파견 나와 있습니다!"
"나진희 점주님도 잘 지내죠?"
"아주 잘 지냅니다! 의원님 덕분에 장사도 잘되고 가정이 매우 평안합니다!"
양석현 소령의 아내는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주였다.
하수영이 병특 3주 군사훈련을 받을 때, 그가 먼저 알아보고 하수영을 위해 이런저런 편의를 봐준 인연이 있었다.
"의원님,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하수영은 양석현 소령 일행의 안내를 받아 합참본부로 들어섰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데, 양석현 소령이 의외의 이야기를 했다.
"저, 곧 전역합니다. 영광스럽게도 의원님을 모시는 이번 임무가 군에서 제 마지막 임무가 될 거 같습니다."
"오, 그래요? 전역하면 가맹점에서 사모님 돕는 건가요?"
"아직은 정하지 못했습니다. 안사람도 급할 거 없으니 천천히 쉬면서 생각하라고 해줘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럼 내 밑에서 일해 볼래요? 월급은 많이 줄게요."
그 말에 정작 양석현이 아닌, 다른 장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