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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36화 (636/1,270)

프랜차이즈 갓 636화

159장 중고 거래 (2)

하수영과 코즈펠트를 제외한, 모두가 굳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포드급 항모를 병원선으로 쓰겠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이게 말이 돼?

특히 베글턴 해군대장의 표정이 볼만했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냐 하면,

'개인이 무슨 돈으로 최신예 항모를 사겠다고?'

'개인이 무슨 자격으로 군함을 사겠다고?'

'외국인이 어떻게 미 항모를 사겠다고?'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싹 달아났으니까.

그 대신 다음 질문들만이 무제한으로 증식하며 그의 뇌 시냅스를 꽉채우고 있었다.

'항모를 병원선으로 쓰겠다고?'

'포드에 환자를 태우겠다고?'

'병원선으로 항모를 사겠다고?'

'포드는 병원선인가? 포드는 병원선인가? 포드는 병원선인가?'

'포드를 병원선으로 쓸 수는 있나?'

'내부 개조를 하면 병원선으로 의외로 쓸 만하지 않을까?'

'병원선이니 추진력 부족은 큰 문제가 안 되지 않나?'

다음 순간, 베글턴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부르르 떨었다.

'미친, 베글턴! 지금 무슨 말도 안되는 생각들을 떠올리고 있는 거냐!'

포드는 항모인가?

항모는 병원선인가?

병원선은 포드인가?

포드는…….

베글턴 해군대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을 힘들게 떨쳐냈다.

심연을 맞닥뜨린 자, 심연에 잡아먹힌다고 하더니.

하마터면 지금 자신이 그 꼴이 날 뻔했다.

"군사 항모를 개인, 그것도 외국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걸 금지하는 법은 없지 않나요?"

"그거야……."

"있어요, 없어요?"

당연히 없지!

세상 어느 법전에 '항공모함은 개인에게 팔면 안 된다.'라는 조항이 있겠냐고!

법률 제정 시 그런 조항을 넣자고 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가장 먼저 치매를 의심받을 텐데.

"제가 알기론 없거든요. 그러니까 문제 될 건 없네요. 조건만 맞추면 되는 거죠."

"그 조건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행정부와 의회에서 승인하지 않을 겁니다."

항모 사겠다는 개인한테 백악관과 의회 핑계까지 대야 하는 건가?

베글턴은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새삼 서글퍼졌다.

"돈은 충분히 있습니다."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시안이라서 안 되는 건가요?"

"이, 인종차별성 의도는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그럼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인가요?"

"출생지 가지고 차별할 의도도 없습니다!"

"아니면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후원하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니란 말입니다!"

베글턴 해군대장은 왜 손주뻘 동양인 청년과 이런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코즈펠트까지 끼어들었다.

"제너럴 베글턴, 미스터 하가 먼 태평양을 날아온 뉴욕까지 온 것은 그만큼 진심이라는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말 잘했소, 코즈펠트, 당신은 록히드마틴의 이사가 아니오? 우리 미군을 위한 군수업체란 말이지. 그런데,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가져오는 게 실수라는 생각은 안 드는 겁니까?"

"실수라니요. 우리 록히드마틴은 퀸 스텔리온 30기, 공중급유기 3기를 팔아서 7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베글턴은 순간 경직되었고, 조 위드너는 흡족한지 끄덕였으며, 코즈펠트는 미소 지었다.

"헌팅턴 인걸스 인더스트리즈와 미해군에도 그런 좋은 기회를 소개해 주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든 겁니다."

"항모를 외국에 넘기는 게 어째서 좋은 기회라는 말이오?"

"그 항모가 애물단지이지 않습니까? 부분 수리로 기대 추진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실전 군함 자격은 박탈당할 텐데요."

베글턴의 안색이 일그러졌고, 코즈펠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다 만든 항모를 갑판부터 시작해서 전면 해체해서 터빈을 교체할 수도 없고요. 새로 만드는 게 더 낫겠지요."

"……."

"130억 달러짜리 값비싼 군사박물관을 만들 겁니까? 아니면 건조 비용이라도 건져보시겠습니까?"

"……건조 비용을 건진다?"

조 위드너 부사장이 솔깃해서 끼어들었고, 하수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130억 달러에 사죠. 물론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내겠습니다."

"인테리어라고 하셨습니까?"

"병원선으로 활용하려면 내부를 싹뜯어고쳐야지요. 필요 없는 시설들은 다 들어내고, 병원선에 맞는 시설들로 채워 넣어야 하지 않겠어요?"

조 위드너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포드 항모 때문에 그간 회사 전체가 골치 아팠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책이 내려올 줄이야.

'이 딜을 받으면 회사의 손해는 없다!'

미 해군에 약간의 위약금은 물어야겠지만, 130억에 달하는 건조비 원가는 건질 수 있다.

아니, 전면 인테리어를 통해 오히려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으리라.

'내부를 병원선으로 개조하는 건 어렵지 않아.'

자사 조선소는 군용 병원함 건조경험도 상당한 편이었으니까.

집 나간 보더 콜리가 양 떼를 몰고 다시 돌아온 격이다.

"아니, 잠깐만! 나는 판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항모는 그렇게 쉽게 팔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니아니, 그것보다 미스터 코즈펠트! 지금 그런 군 기밀을 관계없는 민간인, 그것도 외국인에게 발설했단 말이오!"

"아, 걱정 마십시오. 사전에 백악관관계자의 양해는 구했습니다."

"양해를 구했다고?"

"Yes, 닥터헬기 플래폼으로 퀸 스텔리온을 전격 채택한 현대판 슈바우이가 애물단지 포드 항모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니, 백악관도 흔쾌히 브로커 활동을 허락했습니다."

"이, 이게 무슨……!"

"물론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상당한 난항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일단 확실하게 우군을 확보하고 진행하고 싶은 겁니다."

"대통령도 아는 거요?"

"VIP까지는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지요. 저도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군요. 하지만 제너럴 베글턴, 우리는 지금 시급한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코즈펠트는 장난기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못을 박았다.

"실전배치를 못 할 130억 달러짜리 항모를 대체 어디에 쓴단 말입니까?"

"……."

"해양 군사박물관? 기념물? 해양놀이터? 신병 훈련시설?"

"……."

"전 모두가 윈윈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그뿐입니다."

"……찬물을 주시오."

"Yes."

잠시 후 웨이터가 냉수를 가져왔고, 베글턴은 단숨에 들이켰다.

어느새 가라앉은 그는 하수영을 향해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너무 당황해서 내가 큰 소리를 쳤어요. 멀리서 뉴욕까지 오셨는데, 오자마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드린 것 같아서 유감이군요."

"제너럴 베글턴, 죄송하지만 짚어드릴 게 있습니다. 우리가 뉴욕으로 미스터 하를 초대한 게 아니라, 미스터 하가 우리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초대한 겁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우리가 있는 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미스터 하의 소유물입니다."

베글턴은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코즈펠트는 껄껄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구매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VIP라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흥분을 가라앉히니, 편견이 걷어진다.

편견이 걷어지니,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항모 소유권은 미스터 하수영이 갖지만, 일체의 운용과 경호는 미해군이 전담하게 될 겁니다. 항모건조, 무장에 관한 기술이나 기밀이 유출될 염려는 없는 거죠."

"비용은?"

"비용 역시 미스터 하수영이 지불할 겁니다. 퀸 스텔리온도 그런 식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너무 손해가 아니오? 이분입장에서는 부당한 계약인데……."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퀸 스텔리온을 산 것은 닥터헬기로 쓰기 좋은 성능 때문이지, 그걸 군사수송헬기로 쓰거나 기술을 빼돌리거나 할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반박 자체가 불가능한 완벽한 대답이었다.

이미 퀸 스텔리온도 그런 식으로운용을 하고 있다는데, 무슨 말을 더하겠는가.

"하지만 병원선이라면 항모보다 더 적합한 선박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그 선박들, 포드항모보다 큰가요?"

"그, 그렇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비교가 안 될 만큼 작지요."

"자고로 배는 크고 아름다워야 합니다. 병원선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해요. 안 그래도 몸 아픈 환자들이 마땅히 산책할 만한 갑판도 없으면긴 입원 생활의 스트레스를 어디서 풀겠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초호화 크루즈유람선을 사서 병원선으로 쓰는 것이……."

조 위드너가 황급히 나섰다.

"제너럴 베글턴, 정녕 우리 회사 재정에 구멍이 뚫리는 걸 보고 싶으신 겁니까? 그래도 오랜 파트너인데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미스터 하의 입장을 고려해서 말을 한 거지. 귀사가 잘못되라고 그런 건 아니오."

"제 입장을 고려하신다면 포드 항모를 파시면 되는데요. 크고, 번거롭게 기름을 채워 넣을 필요도 없고, 선체 갑판이 높아서 해적들 습격 걱정 안 해도 되고, 진짜 병원선으로 적격입니다."

베글턴은 다시 한번 심연을 마주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

세계 최강의 항모가, 선체 갑판이 높아서 해적 습격 걱정을 안 해서 좋다고?

'만약 포드 항모에 자아가 있다면, 저 말을 듣고 통곡했겠지. 불량 터빈이 잘못 달린 죄로 군함 취급도 제대로 못 받는다고…….'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니, 미군이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었다.

항모 및 장비운용을 미군이 일체 시행한다면, 장비나 기술이 유출될 염려는 일절 없다.

그에 대한 비용도 청구할 수 있으니, 운용경험도 쌓고 일거양득이다.

'항모 운용병들을 대거 투입해서 경험을 쌓게 할 수도 있으니…….'

포드 항모의 승조원은 약 4,300명.

4,300개에 달하는 훈련 TO가 거저 확보되는 셈 아닌가.

"그런데 문제가 있소. 항모는 당연히 호위함이 필요한데, 그건 어떻게 할 겁니까?"

"군함도 아니고 병원선인데 호위함이 필요할까요?"

"병원선이라 해도 적성국의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만한 목표요. 호위함 없이 비무장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항모 보안 문제 때문에라도 불가한 일이오. 백악관을 어떻게 설득할 겁니까?"

본인은 자각을 못 하지만, 이미 이쪽 편에 선 듯한 뉘앙스였다.

"그럼 호위함으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 한 척 팔면 되지 않을까요?"

"무장한 이지스 구축함을 팔 리가 있겠소?"

"아아, 제가 말하는 건 진짜 군함을 팔라는 게 아니라 호위함 서비스를 팔라는 거죠."

"호위함 서비스?"

"네, 놀고 있는 호위함 한 척을 경호용으로 상시 붙여주는 거죠."

조 위드너 부사장이 얼른 말했다.

"미 해군은 전 세계 거의 모든 바다에서 상시 작전을 펼치고 있지요. '병원 항모'의 이동 동선에 맞춰서, 해당 지역에서 작전 중인 구축함이 그때그때 호위를 식으로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 비용 역시……."

"그래서 호위함 서비스를 산다고 했잖아요."

병원 항모가 움직일 때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미 해군의 경호를 받는다? 그 비용은 당연히 지불하고?

갑자기 베글턴이 폭소를 터뜨렸다.

"허참…… 처음에는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그럴싸하게 느껴지니 내가 할 말이 없군요."

"제너럴 베글턴?"

"좋습니다. 나도 안 그래도 포드항모가 골칫덩이가 되는 바람에 마음이 안 좋았어요. 책임지고 한 번 밀어붙여 봅시다."

코즈펠트와 조 위드너의 안색이 밝아졌다.

베글턴이 하수영에게 물었다.

"근데 병원 항모가 필요할 정도로 귀 병원의 의료활동 반경이 넓습니까?"

"그 반대죠. 병원 항모 정도는 있어줘야, 병원의 의료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지 않겠어요?"

"오오, 그렇군요."

베글턴 해군대장이 청담동 돈 씀씀이에 물드는 데는, 20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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