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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634화 (634/1,270)

프랜차이즈 갓 634화

158장 이제는 군수업체 농장 (3)

"정서희 부사장님이 잔소리하시던가요?"

"네,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냐고 저녁 먹는 내내 잔소리 들었습니다. 간만에 본가 와서 한다는 게 잔소리라니. 딸자식 헛 키웠어요."

정재민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하수영이 왜 군납 전투식량가공을 자신의 공장에 맡기는지 알았다.

지금 프라임컴퍼니 식품공장은 여력이 없었으니까.

"서희가 수영농장산 작물 가공은 전부 프라임컴퍼니에서 해야 한다고, 그런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습니다."

"대주주로서 참 믿음직스러운 경영자죠."

"좋게 봐주시니 정말 고맙군요."

정재민 입장에서, 하수영은 평생을 조심해야 할 은인이었다.

당장 장남과 장녀가 하수영 밑에서 큰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반도체 파운드리와 종합식품제조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사업이 눈앞의 젊은이가 쥐고 있고, 두 자녀는 그 사업을 맡은 머리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트레일러들이 이제 오는군요."

과연 볼보 트레일러트럭이 컨테이 너를 줄줄이 싣거나 매단 채 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볼보군요."

"네, 써보니 좋아서 주문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벌써 저 많은 볼보들이 도착한 겁니까?"

"퀵서비스 시켰거든요. 제가 원래 택배 오래 기다리는 걸 잘 못해서요."

"……퀵서비스요?"

"미국에 있던 볼보 트럭들, 항공운송으로 실어 날랐어요."

"오…… 아니, 잠깐만요. 의원님?"

저도 모르게 감탄하던 정재민은 퍼뜩 떠오른 생각에 당황했다.

볼보트럭은 일단 크다. 대형 화물트럭이니.

차체가 높아서 당연히 웬만한 화물기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일반 화물기에는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요?"

"그래서 벨루가 화물기를 썼습니다. 그 벨루가 돌고래 닮은 항공 화물기요."

"……퀵 비용이 돈이 많이 들었겠습니다."

아무리 벨루가 화물기라고 해도 볼보 트럭을 몇 대 정도밖에 못 실을테니.

수십 대가 넘는 볼보 트럭을 항공운송으로 가져오려면 비용이 꽤나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선박으로 받으려면 몇 달걸릴 텐데, 그걸 어떻게 기다려요? 지금 당장 써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요."

"그, 그렇군요."

정재민은 비로소 딸의 돈 개념이 근래 들어 이상해진 이유를 알았다.

이런 고용주를 모시고 있으니, 자연히 물들 수밖에…….

"벨루가 화물기도 모자라서 미 공군 수송기도 좀 몇 대 빌렸어요."

"미 공군 수송기요?"

"네, 역시 탱크 싣고 다니는 수송기라서 그런지 운송 능력이 좋더라고요. 그 좋은 운송 능력으로 항공퀵 서비스나 하면 좋을 텐데, 전쟁터에 탱크나 실어 나르고 있으니."

"……."

"아직 세계평화가 이뤄지려면 한참 멀었나 봅니다."

"……."

그러는 동안에도 볼보트럭에 실린 컨테이너에서 1톤 포대가 차곡차곡 하역되고 있었다.

집게차량이 컨테이너 열린 상부에서 1톤 포대를 꺼내 운반 차량에 하나하나 실었다.

운반 차량은 포대 1개씩 싣고 공장 안으로 줄줄이 들어갔다.

포대에는 콩, 벼, 밀, 옥수수, 고추등 신두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제 저 재료들을 가공라인에서 잘게 부수고 가루로 만들어, 환단으로 만들고 밀봉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JM식품 공장은 돈을 받고 원재료로 신두 완제품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1차로 13억 개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매출이 1조 3,000억 원이군요. 정말 엄청납니다."

"사실 남는 건 거의 없어요."

"그렇겠지요.식품제조업이 원래 다 그렇지요."

제조업은 특성상 이익률이 매우 낮다.

정재민은 생각했다. 한 5%나 될까?

'650억…… 하 의원 입장에서는 그리 큰돈은 아니지.'

1년 치 수익도 아니고, 3년 치 비축분을 납품하는 조건이다.

납품 완료 후에는 매년 발주량이 그 1/20이라도 되려나 모르겠다.

"한 알에 겨우 천 원 받는데, 여기까지 운반하는 기름값에 JM식품 공장 돌리는 값에, 다시 국방부로 운송하는 기름값에. 개당 300원이나 떨어지려나 모르겠어요."

"개당 300원이라고요?"

정재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그럼 이익률이 30%라고?

자신은 5% 정도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다. 한 400원 남으려나요?"

"……."

"볼보트럭 구매 가격까지 치면 완전 마이너스지만, 볼보트럭은 원래 사려고 했던 거니까 아예 빼놓는 게 맞을 거 같고, 아무튼 400원 정도 남을 거 같네요."

"그…… 농장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비용은 고려를 안 하십니까?"

"아, 농장 돌리는 건 돈 거의 안들어요. 초반에 몇천억 들여서 세팅을 해놔서, 추가로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거든요."

"그, 그렇습니까?"

"농업용 전기는 또 진짜 싸더라고요. 거의 거저 수준이에요. 태양광발전까지 병용하니까, 농장 굴리는 유지비는 별로 없네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인건비 나가는 것도 아니고요. 무인공장이니까."

정재민은 잠시 멈추고 양해를 구했다.

"여기서부터는 김 부장이 잠시 안내를 맡을 겁니다. 저는 잠깐 설비좀 살피고 오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자리를 벗어난 정재민은 딸인 정서 희한테 전화를 걸었다.

-수영 씨는 잘 에스코트하고 있어요?

"너 언제 결혼할 거냐? 하 회장하고 잘 안 돼?"

-이상한 말씀은 그만하시고 수영씨 오늘 잘 케어나 해줘요.

***

하수영은 신두 가공 과정을 모니터링했다.

자동화 설비들이 콩 등 원재료를 곱게 빻은 뒤 미리 설정된 비율로 잘 혼합했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압력으로 둥글게 뭉치게 한 뒤, 밀봉하고 멸균 작업까지 마쳤다.

뜯기 편하게 된 진공포장은 아니었다.

칼이나 날카로운 도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군납품인데 이 정도면 됐지. 뜯는 것까지 너무 편하게 하려다가 단가만 올라."

그냥 이빨로 뜯어서 먹어도 된다.

하수영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쏟아지는 밀봉 신두 몇 개를 무작위로 꺼냈다.

그리고 이빨로 밀봉을 뜯어서 신두를 삼켰다.

그렇게 15개의 신두를 모두 시식해 보았다.

어느새 돌아온 정재민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정재민을 수행하는 임직원들도 조마조마한 얼굴로 하수영을 보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좋은데요. 재료들이 곱게 잘 빻아졌고, 완벽한 비율로 섞였으며, 뭉침정도도 딱 잘됐습니다."

하수영이 칭찬하자 정재민의 안색이 밝아졌고, 뒤편의 임직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만 계속 생산하면 될 거 같습니다. 바로 군대 납품해도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한 달에 몇 개나 생산할 수 있죠?"

"현재 가공라인으로는 한 달에 2억개씩 생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완납하려면 반년은 걸리겠네요. 알겠습니다. 혹시 가공라인을 더 늘릴 계획은 있으신가요?"

"다른 라인을 살짝 변경하면 얼마든지 라인은 늘릴 수 있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아, 국군 말고 다른 곳에도 납품을 고려하고 있거든요. 우리 국군만 군대는 아니잖아요?"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시는군요."

"네, 일단 미군에 먼저 수출을 하려고요."

정재민의 눈이 빛났다.

미군, 세계최강의 군대.

그곳에 납품을 한다는 것은, 자연히 미국의 동맹국들에도 판매처가 뚫린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로 전용 공장을 지으실 계획은 없으십니까?"

"이거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요. 공장 지어봤자 그 비용 회수하려면 한세월 걸리겠네요. 수익도 생각해야지요."

"……."

수익을 생각한다는 사람이, 볼보트럭 초고가형 모델을 그렇게 많이 지르고, 또 전부 항공 퀵으로 받는다고?

"그럼 우리 JM식품의 남는 가공라인을 가급적 많이 전용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오랫동안 스테디셀러가 될 거 같아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수영은 공장장의 안내를 받아 공장 다른 곳을 돌아보러 갔다.

사장실로 돌아가면서 정재민은 측근에게 물었다.

"자네 보기엔 어떤 거 같아?"

주어가 생략된 대답이지만, 측근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아가씨한테 전혀 마음 없는 거 같은데요."

"확실해?"

"적어도 현재로써는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장님을 대하는 태도가 딱 그렇습니다."

"날 대하는 태도가 어떻길래?"

꼬치꼬치 확인하며 묻고 있지만, 정재민도 어렴풋이 무슨 말이 나올지 느끼고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거나, 일말이라도 관심이 있는 여자의 아버지라면 절대 그렇게 대하지 않습니다. 못 대합니다."

"왜, 친절하고 사근사근했잖아. 젠틀하고 매너도 좋고."

"어디까지나 거래처 파트너를 대하는 태도로서 그랬습니다."

"……."

"아가씨한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사장님 대하는 태도에서 일말의 티가 났을 겁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어려워해야지요.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날 편하게 대하긴 하더군."

정재민은 하수영의 태도를 떠올렸다.

갑 파트너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태도였다.

세상 모든 갑이 저렇다면 협력업체 사장도 참 할 만한 짓일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딸에게 이성적인 마음이 있다면, 조금은 자신을 조심스러워하는 태도가 보였으리라.

그러나 하수영은 친절하고 합리적 이면서, 자신을 내내 편안하게 대했다.

"서희가 좀 더 분발해야 할 텐데. 아니, 서진이 그놈은 대체 뭐 하는 거야? 지 동생 시집보낼 마음이 있기는 한 건가?"

정재민은 괜히 애꿎은 장남에게 툴툴거렸다.

***

JM식품 공장을 나서는 길에, 맨오브 콜롬비아 영화 촬영이 순조롭게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추가 제작비가 필요하다는 추신이 있는 걸 보니, 돈 달라는 말만 보내기 뭐해서 서두가 길었던 모양이다.

하수영은 부활의 이순신, 맨 오브 콜롬비아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호의적이거나 중립적이었다.

연예계 기자들은 절대로 하수영의 심기를 건드리는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시사회 같은 행사에 일절 초대받지 못하고 따 당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 쪽은 난리네, 난리."

언론사를 막론하고, 경제 쪽 기사의 논조는 썩 좋지 않은 편이었다.

"홍일일보도 슬슬 다시 기어오르네."

하태석 회장이 사망한 이후, 홍일일보는 한동안 조용했다.

하지만 장남 하기범 회장 체제가 자리를 잡았는지, 슬금슬금 건드리기 시작한다.

하태석 회장 때만큼은 아니지만, 중립적인 척하면서 교묘하게 까는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너희가 백날 그래 봐라. 너희들 신문에 광고 주나."

신문사들이 게거품을 물수록, 하수영은 TV 지상파에 더 많은 광고비를 쓸 생각이었다.

신문사와 신문 기자들 배 아프라고.

-마스터, 록히드마틴 코즈펠트 이사 연락입니다.

"오, 그래?"

하수영은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하수영입니다."

-코즈펠트입니다. 반갑습니다.

'설마 그새 미군에서 신두 소식을 듣고 구매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코즈펠트 이사를 움직인 건가?'

마침 신두 대량가공 시스템을 막 가동한 터라, 하수영은 기대심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2만 2,000 TEU급 메가 컨테이너 선박 100척을 발주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 네. 맞습니다."

'내가 신두 수출을 준비하느라고 전용 화물선을 발주한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럴 수도 있겠어.'

-대형 선박이 필요하신 거 같은데, 고민을 하다가 미스터라면 흥미를 보일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뭔가요?"

-중고 선박입니다.

"중고라고요?"

"중고지만 좀처럼 시중에서 구경할 수 없는 흥미로운 매물입니다. 아, 구매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저도 전혀 장담 못 합니다."

"혹시 중고 항모인가요?"

-허억!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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