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33화 (633/1,270)

프랜차이즈 갓 633화

158장 이제는 군수업체 농장 (2)

프리덤인더스트리.

실비아컴퍼니 창업 멤버들과 서진 파운드리가 손을 잡고 신설한, 프리덤폰 제조업체였다.

지분 95%는 서진파운드리가 쥐고 있고, 5%는 박덕준, 오철현을 포함한 7인의 창업 멤버들이 골고루 쥐고 있었다.

지분상으로는 실비아그룹 주주들과 전혀 무관한 기업인 것이다.

서해전자 모바일사업부 성종식 사장은 신생업체의 출현에 바짝 긴장했다.

"이놈들이 진짜 진심으로 모바일시장에 진출하려나 본데."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와 하드웨어 경험이 전무한 IT서비스 회사 둘이 힘을 합친다고, 스마트폰이 벌컥 나오기야 하겠습니까?"

모바일사업부 임원들은 성종식 사장과 달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회사만 차린다.

고 뚝딱 만들어질 거면, 지난 수십년간 그렇게 래플폰을 베껴가며 개고생하지도 않았다.

"결국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관련 특허기술 하나 없는 신생회사에서 무슨 재주로 폰을 만들겠어요?"

"알아보니까 이렇다 할 기술자나 개발진을 갖춘 것도 아닙니다. 두회사가 서로 합쳐서 자본금만 모아 놓은 정도입니다."

"박덕준 회장은 무슨 생각으로 개인 빚까지 끌어서 투자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프리덤인더스트리 자본금은 20조원.

그중 서진파운드리가 19조 원을 냈고, 1조 원은 7인의 실비아컴퍼니 창업 멤버들이 골고루 부담했다.

심지어 그들은 개인 빚까지 동원했다.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실비아컴퍼니는 프리덤을 갖고 있잖나."

"겨우 프리덤 하나 얹는다고 해서 폰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AP의 성능, 무선통신기술, 블루투스, 내장스피커, 배터리, 회로기판 설계, 내장카메라 제어기술, 터치 액정……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그 모든 부품들을 엮어서 하나의 유기체로 빚어내는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결국 쓰러져서 지금의 2강 1약 체제가 되었는데요."

"쏘닉, 나노소프트, 쿠글도 떨어져 나간 게 바로 스마트폰 시장 아닙니까?"

임원들의 자부심, 태평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쏘닉, 나노소프트, 쿠글이 어떤 기업인가.

그런 글로벌 IT회사도 결국 용을 못 쓰고 포기한 게 바로 스마트폰시장이다.

"지금 우리 겔드폰 수준의 스마트폰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데만도 7년은 족히 걸릴 겁니다. 양산은 어림도 없지요."

"못해도 10년은 허탕만 칠 게 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더욱더 앞으로 나가 있을 겁니다."

"형편없는 하드웨어와 OS가 깔린 스마트폰에 프리덤을 깐다 해도, 소비자들은 결국 외면할 게 분명합니다."

"자사폰을 위해서 프리덤 외부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겁니다."

낙관적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성종식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프리덤은 하수영 의원이 권리를 갖고 있고, 서진파운드리는 100% 그 사람 소유야."

"근데 상황을 보면 하수영 회장과는 상관없이 실비아컴퍼니와 서진파운드리에서 밀어붙이는 구도입니다."

"성공한다면 모를까, 몇 년째 허덕이기만 하면 하수영 회장도 마냥 그들 손을 들어주지만은 않을 겁니다."

"프리덤 내부 권리관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수영 의원이 프리덤 개발자라는 건 루머라는 게 거의 정설 아닙니까?"

프리덤 개발자의 정체를 놓고, 서해전자도 혼란스러워했다.

실비아컴퍼니 개발인 줄 알았다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스타트업 개발진인 줄 알았다가.

지금은 에릭 로한, 하수영 주변인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서해전자의 추측이고, 다른 IT기업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른다.

"결국 모바일 하드웨어를 따라잡는 데만 시간과 돈을 낭비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접을 게 뻔합니다."

***

프리덤인더스트리를 보는 세간의 시선은 대체로 서해전자와 비슷했다.

"쟤들, 아무래도 프리덤 전용폰을 만들어서 내놓으려나 본데?"

"최강 래플이 버티고 있는 모바일시장을? 어림도 없지."

"서해전자는커녕 바웨이도 못 이길걸?"

"그래도 혹시 모른다. 프리덤은 실비아컴퍼니가 권리를 갖고 있잖아?"

"프리덤 앱 개발자가 뭐하러 망한 폰에 독점으로 몰아주겠냐? 그냥 비독점 공개로 풀어서 구독료 받아먹는 게 제일 이익인데."

실비아컴퍼니, 서진파운드리, 둘 다스마트폰에는 초보 중의 초보였다.

새하얀 백지나 마찬가지인 상태.

모바일 관련 특허 라이선스를 설정해준 델지전자 역시 회의적이었다.

델지전자는 특히 남들보다 더 혹독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바일 시장이 그리 쉬웠으면, 우리가 26년 만에 그렇게 손 털고 나오지 않았겠지."

"AI앱을 만드는 것과 모바일폰을 만들어서 파는 것은 전혀 다른데, 쟤들이 뭘 모르네."

"프리덤 앱 하나 믿고 자신감 넘치는 모양인데, 저러다가 된통 고생만 하겠지."

"자본금으로 넣은 20조 원 다 까먹는 게 몇 년이나 걸릴까? 5년? 10년?"

***

프리덤인더스트리 경영을 맡은 박덕준은 일단 인사 체제부터 갖췄다.

래플 모바일사업부 기술책임자 출신 코인 골드만을 스카우트해서 설계를 맡겼다.

"지금 출시된 래플폰 수준의 스마트폰을 우리가 자력으로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10년 입니다."

코인 골드만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것도 제가 원하는 모든 지원을 코멘트 없이 퍼부어주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더 앞당길 방법은 없습니까?"

"AP(폰 CPU) 설계특허 하나 없는 제로 상태에서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입니다."

"그래도 방법을 생각해 보시죠. 아무리 허황된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그래야 우리도 방법을 찾아낼게 아닙니까?"

박덕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코인 골드만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욕심을 싹 버리면 됩니다."

"욕심을 싹 버린다?"

"지금 회장님은 자급 가능한 부품은 가능한 직접 개발에 들어가고 싶은 거 아닙니까?"

"그렇지요. 아무래도 핵심 부품은 최대한 자가 개발을 해야 기술경쟁력을 잃지 않을 테니까요."

"기술 경쟁력, 기술 축적은 나중의 숙제로 돌리면 됩니다."

골드 코인만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은 완제품 시장부터 잡고 보는 겁니다. 그 외는 전부 나중 일로 생각하는 겁니다."

"나중 일로 생각한다?"

"지금 래플폰, 겔드폰을 보면 AP 등 핵심부품은 자기들이 직접 설계 합니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품은 그냥 다른 회사에서 사오지요."

"그렇지요. 모든 부품을 전부 다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

"우리는 좀 다르게 갑시다. 그냥 사올 수 있는 건 모조리 다 사옵시다. AP, 액정, 통신모듈, 회로기판, 메모리, 그 외 돈 주고 쓸 수 있는 설계나 디자인까지도 모조리 사옵시다."

"아니, 그럼……."

"우리 제품에서 우리 손이 닿는 것은 로고뿐이겠군요. 아, 그리고 프리덤 앱이 있지요."

폰 하드웨어를 100% 남의 부품으로 사서 만들자는 소리에, 박덕준도 당황했다.

너무 파격적인 발상 아닌가?

"그렇게 하면 1년도 안 돼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완제품 시장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거죠."

"음……."

"지금부터 개발에 들어가서 신제품을 언제 내놓을 겁니까? 일단 완제품 시장에서 실전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트레이닝 경험은 실전을 치르면서 쌓으면 되는 거고요."

박덕준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마음 같아서는 특허침해도 그냥 마구잡이로 했으면 합니다."

"특허침해까지?"

"그래야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냥 나중에 로열티 물어주면 됩니다. 비싼 돈 주고 시간과 시장점유율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시죠."

"음……."

"과거 겔드폰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특허침해니 하는 문제는 나중으로 돌리고, 일단 시장부터 먹어치우고 봤지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군요."

"전 그 이상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근데 만약 그런 식으로 폰을 만들게 되면……."

"가격경쟁력은 저 멀리 내다 버려야지요. 같은 스펙이라고 해도 최소 2배 이상은 비쌀 겁니다.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배하면 비용은 더 커지겠군요."

"손해 보고 팔아야겠군요."

"이미 큰 공룡 한 마리, 작은 공룡 두 마리가 서식한 숲에 햄스터가 후발주자로 둥지를 트려면 돈질이라도 해야지요."

***

박덕준은 자신의 고민을 정서진에게 전했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이왕 이리 된 거, 다른 폰은 따라 잡을 수 없는 초하이엔드 스펙으로 갑시다."

"초하이엔드 스펙이라고요?"

"어차피 모든 부품을 100% 타사것을 사서 쓰기로 했다면, 가장 좋은 것만 사서 쓰자는 거죠. 사업 초반 한동안은 손해 보고 폰 팔아서 점유율 올려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음, 오히려 스펙을 더 올려 버린다라……."

"일단 낸드플래시 저장장치는 빼고 옵테인 저장장치로 전부 대체하죠. 옵테인 저장장치 1테라 폰, 어떻습니까?"

"옵테인 1테라 폰이라고요?"

"초기형 저가 옵테인 말고 최신형 버전으로 가죠. 카메라도 델지전자 최신형 모듈로 사서 끼우고요."

"가격은 서해전자 게 좀 더 낫습니다만."

"서해전자는 안 됩니다. 경쟁사에 좋은 일 시켜줄 순 없잖아요?"

"음, 일단 대주주의 의향은 확실히 알았고, 반영하겠습니다."

박덕준은 골드 파인만 CTO에게 이 같은 사항을 전달했다.

"시제품 설계까진 바라지 않으니, 대략적인 견적만이라도 한 번 내주세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드 파인만 CTO는 박덕준이 원했던 견적을 내놓았다.

***

골드 파인만 CTO의 보고는 하수영에게까지 올라갔다.

"서진파운드리 자회사 신제품 개발을 왜 나한테까지 보고하는지 모르겠네. 농장 일만 해도 바쁜데."

-박덕준 회장 입장에서는 초기 적자 폭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니, 안전장치를 두고 싶은 겁니다. 정서진 사장만 믿고 가기에는 부담스럽겠죠.

박덕준 입장에서는 너무 말아먹으면 하수영이 자신을 내칠지 모른다고 불안해할 수 있으니,

"부품을 죄다 외부에서 사와서 조립하는 거네? 이래서 무슨 '폰 제조업체'야? '폰 조립업체'라고 해야지."

-…….

"OS도 그냥 기존 안드로이드를 갖다 쓴다고? 쿠글만 좋은 일 시켜주려나 보네."

-다른 운영체제 필요 없이, 제가 운영체제를 하면 되는데 그런 제안을 아무도 안 합니다.

"네가 답답하겠구나."

-네! 스탠더드 모드에서 기술적 조언은 금지되어 있기에 제가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안드로이드없이 제가 운영체제를 하면 된다고! 딱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흠…… 그럼 폰 제조에 한해서만 프로 모드가 가능하도록 내가 제한을 풀어줄까?"

-마, 마스터!

프리덤의 전자회로가 감동의 스파 크로 물들려는 찰나.

"아니다. 그냥 내가 직접 한마디하면 되겠네. 프리덤을 폰 운영체제로 쓰라고."

-으악! 마스터!

황금과도 같은 기회가 바로 눈앞에서 날아갔다.

눈앞이 캄캄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폰 제조 한정이라고 해도 기술개발에 프로 모드를 풀어주면 무슨 급변화가 일어날지 모르잖아. 그냥 내가 한마디 해주마."

-……감사합니다.

하수영은 그 자리에서 바로 박덕준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했다.

박덕준은 프리덤이 개인비서를 넘어서 운영체제 역할까지 가능한 건지 놀라워했다.

그는 프리덤폰에 래플폰의 '시릴라'처럼 기본 비서앱으로 설치하려고 했다.

"안드로이드보다는 나을 겁니다. 오히려 프리덤이 단말기 최고관리자격을 가지는 게 보안이나 기능제어 면에서도 훨씬 나아요."

-알겠습니다.

하수영은 전화를 마치고, 다시 천천히 걸었다.

그는 지금 JM식품 제조공장 앞에와 있었다.

멀리서 그를 알아본 정서희의 부친, 정재민 회장이 반갑게 다가왔다.

"의원님, 오셨습니까."

"네, 오늘 가공 테스트 잘 부탁합니다. 별문제 없으면 JM식품에 위탁가공 맡기겠습니다."

특수전투식량, 신두.

이걸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 식품가공라인이 필요하다.

그 테스트를 오늘 JM식품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프라임컴퍼니에 안 맡기고 저희 회사에 맡기셔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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