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628화 (628/1,270)

프랜차이즈 갓 628화

156장 람보르기니 VIP (3)

하수영은 농대학장, 남상진을 포함한 8명의 교수들 앞에서 '람보르기니 트랙터 렌탈 서비스' 계획을 설명했다.

"대량의 고급형 트랙터가 전국 곳곳에 지원되면 농가의 일손을 덜기가 한결 쉬울 겁니다. 농사뿐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도 곧바로 대응하기도 수월하겠지요."

교수들은 끄덕였다.

"하긴, 나무나 구조물 같은 게 쓰러져서 난감할 때 당장 차고에서 트랙터를 끌어올 수 있다면 사는 게 편하겠습니다."

"집집마다까진 아니어도, 마을마다 트랙터가 있다면 농사일이 편해지겠어요."

"그런데 월 9만 원은 너무 저렴한 거 아닙니까? 거의 트랙터 보험료수준인데요."

"맞습니다. 보험료 수준으로만 받으려고요. 농가에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아예 무상으로 지원해 주면 괜히 다른 생각이 드는 게 사람 마음이라서요."

트랙터는 수영농장 소유로 둔다.

단지 저렴하게 농가들을 상대로 렌탈을 해줄 뿐이다.

"그전에도 작은 농가에는 경운기나 이앙기 같은 저렴한 것들 그냥 사서 줬습니다. 그걸 좀 더 업그레이드 확장해 본 거죠."

람보르기니 트랙터는 가격대가 높다 보니 그냥 줄 순 없다.

천 대 단위로 사서 전국 곳곳에 쫙 뿌려 버린다.

그리하여 농부라면 람보르기니 트랙터를 늘상 접할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수백만 농민들의 머릿속에 이런 사고의 씨앗을 심는다.

'람보르기니? 아, 트랙터? 그거 힘좋지.'

'그거 개똥밭에서도 굴러다니는 흔해 빠진 차량 아닌가?'

'서울은 강남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차라고? 맞는 말이네. 내 기억하기로 강남이 옛날부터 황소 다니던 논밭이었으니께…….'

벌써부터 설렌다. 히죽히죽 웃음도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굳이 우리 학교를 통해서할 이유가 있는가요? 이미 수영 학생은 농민들 사이에서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은데 말입니다."

"우리가 농업대학이긴 하지만 농민들의 삶과 그리 밀접하진 않아요."

"농기계와 농사의 효율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도 있긴 하지만……."

학장은 왜 굳이 학교와 함께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학장 교수님, 저 조기졸업하고 싶습니다."

"……."

"나중에 석사, 박사 학위도 따야 해요. 그런데 이런 실적 같은 거 만들어놓으면 좋잖아요? 없어서 나쁠거 없잖아요?"

"으음, 실적이라."

"이거 가지고 논문도 쓸 거예요.

제목도 생각해 놨어요. '람보르기니 트랙터 5,000대 전국농가 도입으로 인한 국내 농가 생산율 변화 추이에 관한 고찰' 이라고요."

한 교수가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제가 교신저자를 맡겠습니다!"

다른 교수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저는 공동저자를 맡겠습니다! 아니, 한 교수. 양심이 있어? 아이디어를 본인이 낸 것도 아니면서 교신 저자를 맡겠다고?"

"아니, 학부석사 과정 논문은 원래 학생 본인이 교신저자를 할 수가 없어서…… 아니아니, 그럼 제가 1저자를 맡겠습니다! 실험 데이터 모으는 것은 자신 있어요!"

"무슨 소리. 농기계 보급과 전문성변화가 농가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바로 내 전공 분야라고!"

윤가광 교수는 자신만만하게 덧붙였다.

"수영 학생,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꼭 나와 함께 합시다. 내가 근사하게 논문 뽑아줄 테니까."

"윤 교수님 전문 분야이긴 하네요."

"그렇지요? 이건 나랑 해야 해요.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냈고, 실험 데이터? 트랙터 사온 것만 해도 이미 실험은 혼자 다 한 거 같은데?"

윤가광 교수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그냥 그 이상은 아무우우우! 것도 할 필요 없어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이걸로 졸업논문 합시다."

학장이 점잖게 제지하고 나섰다.

"논문의 스케일을 봐. 이게 어디 학부 졸업논문에서 멈출 레벨인가? 수영 학생, 그 논문은 써놨다가 나중에 박사 과정에 제출하는 게 나을 거요."

"아니, 그러다가 아이디어 도둑맞아서 누가 먼저 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이미 우리 8명이 들어버렸는데, 여기서 입 가벼운 사람이 실수로 흘릴지 어떻게 압니까!"

윤가광 교수가 벌컥 화를 내자, 학장은 조용히 반문했다.

"누가 이 아이디어를 실험할 건데?"

"……어, 그게."

"6억짜리 람보르기니 트랙터 5,000대를 누가 박사 논문에 쓰겠다고 살수 있나?"

교수들은 일제히 말문이 막혔다.

어버버하던 윤가광 교수가 번쩍 생각난 듯 하수영을 돌아봤다.

"근데 1,400대라고 하지 않았어요?"

"1차로 1,400대요. 최종적으로는 5,000대 이상을 도입하는 게 목적입니다."

"6억짜리 5,000대면…… 3, 3조원!"

"그래도 쌀 판 돈 아직 5조 원이 남습니다. 트랙터 말고 뭘 또 사야 할지 고민이에요. 그것도 오늘 같이 의논해 보죠."

다들 얼이 빠진 표정을 보였다.

그런 고가 트랙터를 5,000대까지 사겠다니.

그래서 전국 농가에 렌탈로 뿌리겠다니.

"원래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나갑니다. 기왕이면 쉽게 나가더라도 지역사회에 의미 있게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정말이지, 수영 학생은 우리 한국의 농업을 부흥하기 위해서 신이 보낸 영웅일세 그려."

학장은 몹시 감동한 눈으로 하수영을 응시했다.

목소리가 살짝 젖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제대로 감정이 움직인 모양이다.

"아무튼 그럼 논문은 윤 교수님께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초안만 미리 잡아두고 박사 과정까지 뭉개고 있어요. 어차피 실제 데이터 나오려면 몇 년은 지켜 봐야 하니까."

"그냥 졸업논문에 쓰려고요. 석박사 과정 되면 또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겠죠."

"……!"

"아끼면 거름 됩니다. 농부라면 잊지 말아야 할 속담이죠."

트랙터 농가렌탈지원 사업은 그렇게 학교 측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정부나 민간연구소, 농식품부와 농협 등에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면 하수영을 수월하게 도울 수 있다.

물론 하수영이 직접 할 수도 있다.

'그런 번거로운 일은 학생을 위해서 학교가 맡아서 하라고 비싼 등록금을 받는 거 아니겠어?'

교수들은 다 같이 한 마음이었다.

트랙터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다른 농기구 쇼핑이 화제에 올랐다.

"콤바인도 많이 사는 게 좋겠죠?"

"음, 제 생각은 반대예요. 지금 콤바인은 그리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콤바인이야 수확 철에나 쓰니 뭐 돈 주고 빌려서 쓰면 그만이에요. 사시사철 쓸 일 많은 트랙터하고는 다릅니다."

벼나 보리를 수확해서 탈곡하고, 짚단을 묶는 일 밖에 할 줄 모르는 콤바인, 농사에 없어선 안 되지만, 일 년에 딱 한두 철만 쓰고 마는 농기계이기도 하다.

"그보다는 소방 헬기를 도입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하수영은 눈빛이 달라지면서 자세를 바꿨다.

헬기라는 단어에 저도 모르게 몸이 반응한 것이다.

"가뭄 피해는 잊을 만하면 오죠.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는 아닌데, 아무래도 강우가 몰아서 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서 저수지 확보가 중요하죠."

"그런데 저수지 물도 말라 버릴 때가 있고, 혹은 수로 고장 같은 문제로 저수지에서 충분한 물을 끌어오지 못해서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하수영은 손뼉을 쳤다.

"그렇죠. 그래서 소방헬기로 논밭에 물을 준다고요?"

"물 분사기 같은 거야 일반 농가에서도 얼마든지 갖출 수 있잖아요? 우리 수영 학생이라면, 일반 농가에서는 절대 도입할 수 없는 하이테크얼리어댑터 농법을 지원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오, 좋다. 수영 학생, 이것도 논문으로 쓰죠? '소방헬기의 대대적인 도입을 통한 전국 농가의 가뭄 방지 효용성에 대한 고찰.' 캬, 죽이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급히 검색하던 남상진 교수가 빙고를 외쳤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만든 담수량 2천 리터짜리 헬기가 200억 원인데요? 트랙터 5,000대 사고 남는 5조 원으로 250대는 살 수 있겠어요."

"겨우 2천 리터면 좀 아쉽지만, 대수가 250대나 되니까 웬만한 가뭄은 끄떡없겠습니다. 그냥 비 오듯이 농지에 물 뿌려줄 수 있겠어요."

"국산 헬기 주문해서 몇 년 손가락 빨고 기다리느니, 차라리 시콜스키에서 사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지금 주문해도 오래 기다려야 전부 받아볼 수 있다는 게 단점이긴 하죠."

"수영 학생 병원에서 쓰는 닥터헬기도 록히드마틴, 시콜스키 합작품이잖아요."

하수영이 팔짱을 낀 채 끄덕였다.

"음, 시콜스키라면 더 크고 좋은 헬기를 더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겁니다."

"역시."

"한국항공우주산업 헬기는 결함 문제도 있고 해서 좀 그래. 안전한 시콜스키 거 쓰는 게 나을 거야."

"좋아요, 그럼 헬기는 시콜스키 걸로 주문하겠습니다. 5조 원이라고 해봤자 소방헬기 몇백 대 하면 끝나겠네요."

하수영은 매우 후련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역시 교수님들과 의논하길 잘했습니다. 트랙터 사고 남은 돈을 어디에 쓸까 생각이 많았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아니, 뭘요. 우리가 한 게 뭐 있다고……."

"아닙니다. 교수님들이 아니었으면 소방헬기를 사서 가뭄 상황을 대비한다는 발상을 제가 어디에서 얻었겠어요?"

윤가광 교수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소방헬기니까 당연히 산불이 나면 긴급지원도 갈 수 있고, 그래서 산불이 농가에 번지는 것을 차단해 피해를 막을 수도 있고."

"와우, 일거양득이군요."

하수영은 상기된 얼굴로 교수들을 향해 말했다.

"정말 등록금과 기부금이 아깝지 않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들."

우리보고 스승님들이래.

교수들은 저마다 코끝이 찡했다.

***

하수영은 록히드마틴을 통해 헬기 제조업체, 시콜스키에 문의했다.

시콜스키는 흔쾌히 수락했다.

-담수량 4,000리터짜리 헬기를 대당 120억 원에 인도할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헬기보다 훨씬 싸고, 물 운송량은 두 배나 된다.

-일단 한 달 안에 40대를 인도할 수 있습니다. 마침 계약 취소된 재고가 있어서요.

"오, 좋네요. 그럼 바로 갖다 주세요."

-써보시면 매우 만족하실 겁니다.

민간 소방헬기이기 때문에 판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퀸 스텔리온처럼 미군이 관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하수영은 류이엔한테 약 4시간의 미팅을 대가로 쌀 판 돈 80억 불을 모두 쓸 곳을 찾았다.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이지. 돈이 돌지 않고 묶여만 있으면 경제가 굳는다고."

무엇보다 농가의 삶의 질을 올려주는 데 썼다는 데 뿌듯했다.

농가 지역사회마다 람보르기니 트랙터와 소방헬기가 한 대씩 있다면, 주민들은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가뭄이 들어도, 산불이 나도 이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리라.

하수영은 류이엔한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쌀 판 돈을 어떻게 쓰기로 했는지 알려주었다.

-……정말, 제가 지급한 대금을 그렇게 농가를 위해 뜻깊게 사용하실 거라고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인간의 모든 먹거리는 결국 농가에서부터 나오니까요."

-제가 식품업을 가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그런 지출 쓰임새가 더 뜻깊게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구매하기로 한 쌀 4천만 톤을 의미있는 방향으로 사용해야겠습니다.

하수영은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역시 류이엔 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심이야."

이런 사람이 아니면 자신의 중국진출은 시작도 안 했을 테니.

하수영은 지금도 열심히 덫을 준비하고 있을 중국 내 세력들을 상상했다.

그들은 14억이라는 거대한 시장, 거기서 벌 수 있는 막대한 돈을 치즈라고 내밀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수영한테는…….

"류이엔 회장이야말로 진짜 치즈였네."

-마스터. 병무청에서 연락 왔습니다.

"뭐?"

-올해 예비군 훈련 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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