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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98화 (598/1,270)

프랜차이즈 갓 598화

149장 진상은 언제나 환영이야 (3)

오항윤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하수영은 재미있다는 감정을 품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만 봐도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돈이 변호사 수임료로 자기를 극딜한다는 건 무서워하지도 않네. 아니, 아예 그런 생각 자체가 뒷전이네.'

그의 표정에 자리 잡은 것은 아까워서 미치고 죽겠다는 간절한 발작.

30억을 현찰로 받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현실에서 온 망연자실함.

본래 돈에 대한 탐욕이 가장 강한 자다.

바로 눈앞에 그득히 쌓인 현금의 실체를 봤고, 그게 자기 것인 줄 알고 순간 미친 듯이 심장이 폭주했다가.

그게 아니라는 것에 극도로 큰 상실감에 빠진 것이다.

저 돈이 자기를 죽일 비수가 된다는 것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위기심부터 떠올리기에, 그가 가진 탐욕은 너무 지저분하고 커다랬다.

그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내 것이 아닌 돈.

그것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미쳐버리겠지.

"나는 병다리날갯속, 아니, 오항윤당신이 우리 가게에 타격을 주기 위해 주작글을 올렸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말투가 조금 변했지만, 오항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충혈된 눈으로 가득히 쌓인 현금다발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아마 돌아가는 판을 보면 당신 혼자 저지른 일이 아니라, 누군가가 뒤에서 사주……."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오항윤은 하수영을 돌아보고는, 목소리를 쥐어짜 내듯이 외쳤다.

"이거 저한테 주시면! 제가 전부!! 다 알려드리고 증거도 싹 다! 넘겨 드리겠습니다!"

"……."

"이 돈 저한테 전부 주시면, 아니 아니, 절반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다 알려드릴게요!"

오항윤의 목소리는 오랜 가뭄의 논처럼 쩍쩍 갈라지고 있었다.

하수영은 말을 멈추고 물끄러미 지켜봤다.

그의 서늘한 눈빛을 보고 오항윤은 펄쩍 뛰듯이 외쳤다.

"절반! 그럼 절반! 절반만 뚝 떼어 주세요! 제가 아는 거 전부 불게요! 네?"

"……."

"아니, 아니다! 반의반! 반의반만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7억 5,000만 원! 그것만 주시면 제가 발도 핥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하수영이 팔짱을 끼자 오항윤은 잠시 주춤했다가, 죽어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6억 원만이라도…… 그 밑으로는 저도 곤란합니다! 그, 그 정도는 받아야 저도 다 넘길 수 있다고요!"

"6억만 줘도 다 넘길 수 있다?"

"네! 물론입니다!"

오항윤은 화색이 돼서 고개를 위아래로 재빠르게 흔들었다.

하수영은 차갑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30억 다 주면 어떡할래?"

오항윤의 얼굴이 기쁨으로 붉어졌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까지 진솔한 행복을 표정에 담을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이 표정만 보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단언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영원히 따르고 충성하겠습니다! 사장님!"

"겨우 30억 원에 영혼까지 팔겠다는 거냐?"

"팔 수 있습니다! 제 영혼은 사장님 겁니다!"

"짖으라고 하면 아주 짖기까지 할 기세구나."

"짖을까요? 멍멍! 멍멍! 왈왈!"

급히 네 발로 엎드린 오항윤은 개흉내까지 내면서 짖어댔다.

하수영은 웃음기를 완전히 지운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찰병 주제에 그래도 최소한의 객기는 있을 줄 알았는데, 돈만 주면 탄약고 열쇠도 갖다 바칠 친구였네."

"네! 맞습니다! 정찰병입니다! 김주필이 보낸 정찰병입니다! 아! 김주필이 누구냐면……."

오항윤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술을 한 것도 아니고, 마약을 흡입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가득히 쌓인 돈의 실체가 뿜는 향기에 취해 있었다.

누구라도 지금 그의 눈빛을 봤다면, 마약중독자로 오인을 할 것이다.

"됐고, 넌 지금 몸이나 숨기고 조용히 기다려. 때 되면 부를 테니 나와서 증언해."

"숨어 있다가 증언만 하면 됩니까?"

"그래. 증언까지 하고 나면 저 돈은 네 거다."

"알겠습니다! 기쁘게 기다리겠습니다!"

"가봐."

"네!"

오항윤은 돈이 자기 것이라도 된 것처럼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뛰어나갔다.

"……놀랐습니다."

주희도 사장이 조용히 다가와서 말했다.

그는 질렸다는 표정을 한 채, 오항윤이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꿀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차라리 연기라면 믿을 수 있겠습니다."

"주 사장님."

"네, 회장님."

"저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애초에 그런 주작 리뷰도 올린 거예요."

"……아."

주희도는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듯이 표정이 멍해졌다.

"약간의 돈이면 자기 자존심이고 인생이고 뭐고 다 팔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와는 뇌 구조 자체가 달라요."

"그, 그렇습니까."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주 사장님만 더 패닉에 빠질 겁니다. 심연을 오래 바라보면 심연에 먹힌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거죠."

주희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가 불현듯 물었다.

"설마 진짜로 돈을 주실 것은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저놈 줄 바에는 주 사장님 키우시는 고양이 사룟값으로 탕진하는 게 낫죠."

"제 고양이가 저 친구보다 더 귀엽게 울 텐데, 한 번 데려올까요?"

"하하, 농담도 참."

"30억 앞에서 위선을 피울 만한 위인은 못 됩니다. 제가요."

"……."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고, 주희도도 쿡쿡 실소를 흘렸다.

"아무튼 녹화는 잘된 것 같으니, 이제 목소리만 잘 따면 되겠군요."

"아, 그래서 잠적하라고 한 거군요?"

"네, 그래야 김주필이라는 그 양반이 목소리 편집본 듣고 기겁하지 않겠어요?"

대화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서 오항윤을 사주한 이에게 들려준다.

그럼 사주한 이는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황할 것이다.

주희도는 표정을 진지하게 잡고 물었다.

"누가 봐도 홍일일보가 주도한 짓입니다. 첫 기사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압니다. 저도."

"홍일일보 데스크에서 주도한 일인지, 아니면 일부 늙은 베테랑이 용돈벌이 목적으로 벌인 일인지가 관건이겠습니다."

"후자라면 적당한 선에서 끝맺는 게 낫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네, 아무래도…… 회장님은 정치적 입지도 있고 하니 펜은 조심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벌도 권력자도 결국 깃털펜은 못 당해냅니다."

굽히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도 딱 적당한 선에서 조율을 할 테니까요."

"언짢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십시오.

그만큼 언론은 버거운 상대이다 보니…… 3대 일간지가 기사 담합하면 대기업도 골로 갈 수 있어서요."

"알고 있어요. 광고 달라고 지금 공사 치는 거잖아요?"

주희도는 조금 놀라서 반문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아까운 지면 할애까지 하면서 우리 매장을 깔 이유가 그거 말고 더 있겠어요?"

기업은 언론사에 광고를 주고, 그 대가로 기업에 유리한 내용을 보도 한다.

그렇게 기업은 돈으로 언론의 힘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다.

"보통 광고주가 갑이라고 생각하는 데, 사실은 대형 언론사가 갑입니다. 흡족할 만큼 광고료를 안 주면 악의성 기사를 퍼뜨리기 시작하니까요."

신흥 강소기업이 등장한다.

그럼 먼저 호된 채찍질을 담은 기사를 내보낸다.

기사 때문에 느닷없는 타격을 받은 신흥기업은 어쩔 수 없이 광고를 주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추켜 세워주는 기사로 덮어준다.

채찍을 먼저 휘두르고,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강제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기 문명 돌아가는 걸 보면 대기업 광고주라고 다르지 않을 거 같네요."

"네, 본질적으로는 대기업도 똑같습니다. 그래서 혼맥으로 겨우 묶어두고 통제하려고 하죠."

주희도는 광고 마케팅에서 오래 일을 했기에, 누구보다 그런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맛있는 먹이를 충분히 주는 주인이기에 따르는 거지, 배를 고프게 하면 언제든지 이빨을 드러내는 맹견입니다."

"주인도 못 알아보는 망할 맹견이죠."

"누굴 주인이라고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근데 채찍질이 좀 늦게 들어오지 않았어요?"

주희도는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했다.

"회장님 상황을 고려해서 어느 정도 수위로, 어떻게 작업할지 정교하게 가늠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아하,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지 이것저것 재보느라 시간 걸렸다는 거네요."

"광고료로 매년 얼마 정도 요구해야 할지 계산했을 겁니다. 너무 적게 받으면 자기들이 아쉽고, 너무 많으면 관계 자체가 틀어질 테니까요."

"유괴범의 몸값 계산 말이죠? 저도 그거 많이 해봤습니다."

"네?"

"아, 정말 아이를 유괴하고 계산했다는 건 아니고요. 상대 약점 잡은 다음에 몸값, 아니, 배상금 계산해서 요구하는 거 꽤 해봤죠."

"아아, 그렇군요."

주희도는 잠시 놀랐지만, 곧 별거아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하수영이라면 사업을 하다가 그런 계산을 많이 해봤을 테니까.

***

"광고 달라고 찡찡대는 우리 귀여운 협박쟁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마스터가 원하신다면 해킹으로 해당 언론사의 모든 데이터를 쓰지 못하게 잠가버릴 수 있습니다.

"인마, 랜섬웨어는 신사답지 못해. 그리고 난 곤장이나 백 대 정도 치려는 거지 죽이려는 게 아니야. 죽어버리면 다음에 또 나랑 놀아줄 놈들이 줄어들잖아?"

-마스터, 곤장 백 대를 한 번에 치면 일반적으로 대부분 죽습니다.

"약해 빠져서 그래. 맷집을 키워야지. 현실에 안주하고 있으니."

하수영은 부활의 이순신이 한창 방영 중인 CVN케이블 본사 앞에 캠핑카를 세웠다.

방송국 관계자 중에 차와 주인을 알아본 이가 있는 모양이다.

헐레벌떡 전화기를 꺼내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일단 우리 광고협박범 가슴 한 번 가볍게 철렁 흔들어주고, 설마 심장멎어서 급사하진 않겠지?"

***

홍일일보 본사.

김상범 주필은 갑자기 오항윤이 연락 두절이 되자 의아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꺼져 있다는 메시지만 나올 뿐이었다.

"녹음 따러 간다고 가놓고 왜 갑자기 잠적이지?"

오항윤이 수영레스토랑 본사에서 3,000만 원을 합의금으로 부른다.

그 돈을 받는 대신 글을 내리거나, 혹은 번복 글을 올려주기로 약속한다.

물론 미끼 작전이다.

그 대화를 녹음해서 적절하게 편집해서 기사 소스로 활용하면, 프랜차이즈 영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기로 했는데…….

"그렇게 때려대고 있는데 매출이 더 이상 안 떨어지는 것도 이상하고."

오히려 매출이 다시 빠르게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벌레 다리 위생 문제로 그렇게 여러 언론들이 포화를 퍼붓는데도.

"소비자들 충성도가 정말 남다르군. 그런 기사들이 도배했는데도 꾸준히 찾아주다니. 이런 사업체는 아주 오래 가지."

곤혹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무너뜨리는 보람은 더 클 것이다.

힘든 만큼 과실은 더욱 달콤할 테니까.

'연간 광고료로 300억 원만 받아내도…….'

무리한 금액은 아닐 것이다.

사업체가 어디 한둘이어야지.

라면, 치킨, 인스턴트라면, 스낵, 엘릭서 드링크 등등.

몇몇 대기업들은 호되게 한 방씩 먹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같은 제조업일 때 이야기.

대중의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언론사는 제조서비스업체가 아무리 커봤자 맛있는 먹잇감이다.

"주필님! 부활의 이순신! 부활의 이순신이!"

"뭐? 무슨 일이야?"

"CVN에 광고 폭탄을 집어넣었습니다! 추가 광고비로만 1,000억 원을 집행한답니다! 지금 CVN은 초대박이라고요!"

"뭐? 1,000억을 거기서 더 끼얹는다고?"

김상범 주필은 눈앞이 노래졌다.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 왔다.

금방이라도 파열된 소장이 대장을 뚫고 직장을 뒤집어놓을 것 같은 배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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