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590화 (590/1,270)

프랜차이즈 갓 590화

147장 엔터계의 황제 (6)

치명적인 막장 설정.

위대한 태왕이 위태로운 설정을 드러내는 순간, KI스튜디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곧바로 국내 방영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동시 방영 일정이 꼬였지만, 지금은 위대한 태왕을 죽여 놓는 게 더 중요했다.

고주환도, 하수영도 그 점에서는 동의했다.

"지상파는 황금시간대가 죄다 선점당한 상태니 케이블을 알아봐야겠어."

아무리 부활의 이순신이 대단하다고 해도, 한창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갑자기 끌어내릴 순 없다.

적어도 조기종영을 할 틈은 줘야 한다.

그래서 KI스튜디오는 케이블을 택했다.

막 방영을 하려던 드라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신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그쪽 제작사에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바닥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케이블 측도 부활의 이순신 시즌 2 방영에 쌍수를 들어 반겼다.

광고 등 방송 수익 이야기에 이르자, 케이블 측은 난색을 표했다.

"요구하신 광고 정산 비율은 어렵겠는데요. 상부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KI스튜디오는 기존보다 더 높은 광고 수익률을 요구했다.

케이블 측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다.

아무리 글로벌 초대박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건 관행에 어긋나는 수준 아닌가.

"부국장님이 아직 저희 회사 상황을 잘 모르시나 봅니다."

장기석 실장은 자신만만했고, 고만태 부국장은 기분이 조금 나빠졌다.

KI스튜디오가 초대박을 쳐서 잘나가는 건 알지만, 그래 봐야 제작사 아닌가.

방송 플래폼을 가진 케이블사에 감히 비비려고 하다니…….

"KI스튜디오가 돈 쓸어담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래도 관행에 어긋나는 수준은 아닌 겁니다."

"우리 드라마에 최소 월 50억 원이상의 광고가 확정적으로 붙을 겁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고만태 부국장은 놀라서 자세를 바꿨다.

"24부작이니 대충 300억 원의 광고가 이미 확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 광고가 대체……."

"일단 프라임컴퍼니에서 라면과 스낵류 광고를 대대적으로 퍼부을 겁니다. 그밖에 새로 출시한 간편식품광고도 있지요."

"……!"

"프라임오일, 웰빙, 효원식품, JM 식품, 수영목장, 수영레스토랑, 수영오세안, 수영양식, 수영치킨, 수영향신료, 수영사료, 수영마트, 수영펜션……."

"그, 그 많은 곳에서 전부 광고를 넣는단 말입니까?"

"한 곳에서 월 몇억만 집행해도 월 50억은 확정적으로 붙지않을까요?"

고만태 부국장은 그제야 KI스튜디오의 물주가 누구인지 떠올렸다.

하수영이 드라마를 위해 광고를 작정하고 몰아준다면 가능한 일이다.

"회장님이 그러시더군요. 한 번쯤은 광고 총력전을 하려고 했는데, 기왕이면 부활의 이순신에 밀어주고 싶다고 말입니다."

"그럼……."

"광고 정산 비율을 더 올려주시지요."

고만태 부국장은 저도 모르게 자세를 꼿꼿하게 바로 했다.

원래 방송국은 제작사한테 갑이다.

하지만 KI스튜디오는 제작사이면서, 동시에 초대형 광고주였다.

드라마도 자기가 찍고, 광고도 자기 드라마에 달고.

그것도 아주 크고 굵직한 것들로만,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에 이런 제작사가 또 나올 수 있을까?

"말이 300억 원이지, 그 몇 배 이상으로 집행될 수도 있습니다. 수영그룹은 지금까지 광고에 그리 많은 돈을 쓰지 않았거든요."

"죄송합니다."

결국 케이블 측은 무릎을 꿇었다.

보고를 받은 드라마 국장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미디어 송출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방송사 힘이 예전 같지 않은데, 이제는 제작사가 드라마 찍고 드라마에 광고도 붙이고 하는 시대가 되었군."

"KI스튜디오가 특별한 거지요."

"수영그룹에서 인수한다고 했지?"

"거의 확정적입니다. 아마 드라마방영 시작하면서 발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돈 주고 광고하겠다는데 비율높여줘야지. 그렇게 해줘."

"예, 국장님."

그렇게 부활의 이순신 시즌 2 방영일정이 확정되었다.

***

[KI스튜디오, 수영그룹의 품에 안기다!]

[수영그룹, 800억 원에 지분 80%인수!]

[소유와 경영은 엄격히 분리할것.]

[고주환 대표, 부활의 이순신 수입은 고스란히 재투자 될 것이라고 밝혀.]

[부활의 이순신, CVT에서 방영 시작!]

[수영그룹, 막대한 광고비 집행 예정! 부활의 이순신 거침없이 밀어줄 것으로 보여.]

[고구려 왕실 근본 논란에 휩싸인 위대한 태왕, 진정 위태로운 경쟁자를 맞이하나?]

부활의 이순신 시즌 2는 방영 첫날부터 시청률 1위를 찍으며 위대한 태왕을 찍어 눌렀다.

위대한 태왕은 동시간대 시청률 2위는커녕 3위까지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하수영도 이순신 밀어주기에 적극 나섰다.

시즌 1처럼 제작비만 지원해 주고 방치하지 않고, 홍보에 적극 나선 것이다.

"마케미야 대표님, 이번에 엘릭서 드링크 광고 한 번 제대로 때려보죠."

"부이사장님, 병원 홍보 영상 아직도 제작 안 됐어요? 빨리 광고 붙여야 하는데."

"역시 기름장사가 효자라니까. 광고비 시원하게 턱턱 집행하는 거 보니 숨통이 다 트이네."

그 말에는 정서희가 조금 어이없어 하긴 했다.

"언제는 정유업에 관심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기름 장사로 번 돈에는 관심이 있죠. 돈은 잘못이 없잖아요."

"정유 수익으로 병원 운영 말고 하시는 걸 못 본 거 같은데요."

프라임오일은 공짜 기름을 팔아서 번 돈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처음에는 병원 재단에 많이 빨려 나갔지만, 이제 병원이 흑자로 돌아 서면서 더 이상 추가로 나가는 돈은 없었다.

하수영이 기름 판 돈에 손을 대지 않으니, 계좌에는 돈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서진파운드리도 하수영의 마수를 피할 순 없었다.

"정 대표님, 서진파운드리 광고도 드라마 방영 시간에 좀 넣죠."

"우리 회사는 B2B라서 TV 광고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만……."

"그래도 광고 한 번 해요. 같은 식구끼리인데 좀 챙겨줘야지요."

"아, 알겠습니다. 광고 붙이겠습니다."

식품, 기름, 엘릭서 드링크, 한우, 수영레스토랑, 수영참치, 수영양식장.

치킨, 수영향신료, 수영사료, 수영마트, 뉴월드마트, 하우스플러스, 수영펜션.

실톡, 병원, 프리덤.

심지어 청담동 강변에 짓고 있는 초대형 수영문화복합센터(개방공원식 아파트 주거단지) 광고까지 붙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농협에서도 광고 좀 붙여주시죠. 아, 농협은행도요."

김산 농협회장은 두말 않고 승낙했다.

농협은행도 17조 원(수해 때 국가와 농협에 쌀 판 돈)을 예치한 예금주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S은행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단위 예금을 해둔(부동산 수집용도) 하수영의 요구를 군말 없이 따랐다.

JM식품, 효원식품을 비롯한 국내식품회사들도 광고 발주에 줄줄이동참했다.

CVT케이블은 전율을 느꼈다.

"이게…… 부활의 이순신이 가진 진정한 광고 동원력인가."

"시즌 1 때도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완판은 쉬웠지만, 이건 상상 이상입니다."

하수영이 동원한 광고주들은 거액의 웃돈을 제시해서 광고를 붙였다.

케이블이 원래 기대했던 금액의 몇 배를 훌쩍 넘는 거액이었다.

드라마는 너무 잘 뽑혔고, 시청률은 대박을 쳤으며, 풍성한 광고비덕분에 드라마국은 웃음꽃이 피었다.

예능국에서도 뭐 떨어지는 거 없나 하고 드라마국을 기웃거릴 정도였다.

***

한편, 위대한 태왕은 위태함을 넘어서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비난은 그치기는커녕 거세어지기만 했다.

"그래도 한 가닥 기대는 있었다. 고구려 왕실이 한나라의 핏줄이라는 이야기가 사실 악역의 개소리라는 반전 말이야."

"생고구마 한 포대를 통째로 삼키는 거 같은 발암 전개네."

"이제 와서 농축 사이다를 드럼째 퍼부어도 목 막힌 거 안 뚫릴걸."

"대체 무슨 생각으로 뜬금없이 한 나라와 엮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그 반대가 아닐까? 고구려 왕실이 한나라 핏줄이라는 게 아니라, 한나라가 고구려 왕실 핏줄이라는 반전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지금 상황을 해결한 방법은 그 전개뿐인 거 같은데."

"알고 보니 한나라도, 고구려도 고조선에서 갈라져 나온 핏줄이다! 뭐 이런 거?"

"근데 그 전개로 가도 역겨운 건 변함없는데. 대체 왜 대륙을 뜬금없이 엮는 건지, 진짜 제작진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그렸고, 비난은 폭주했으며, 시청자 게시판은 아예 폐쇄되었다.

너무 많은 욕이 올라오는 바람에 시청자 게시판을 닫아버린 것이다.

배우들은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이라고 이런 전개를 용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계약에 묶여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촬영에 임할 뿐이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당연히 싸늘했다.

"주효정 씨가 밑도 끝도 없이 사퇴한 게, 혹시 이걸 미리 알아서가 아닐까?"

"13화 때 한나라 핏줄 언급이 되긴 했지. 근데 그거 한 줄 때문에 과감하게 빠져나간다고? 180억 원이나 물어주면서?"

"그냥 주효정 씨는 다른 이유 때문에 하차한 건데 전개가 막장이 된 거지. 우연의 일치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SNS에서는 주효정의 선견지명이 대단하다고, 하차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주효정은 무책임한 하차로 인한 불명예를 상당수 씻어 내리고 있었다.

대중은 주효정이 이런 전개를 예상하고 미리 강경 하차한 것으로 오인했다.

-갓효정;;; 개지림. 개같은 역사왜곡 드라마 찍느니 차라리 위자료 180억 물어주고 말겠다, 이거 아님?

-위자료도 주효정이 자기 돈으로 냈다더라.

-와, 그게 정말이면 갓효정이 진짜 이런 사태 예상했다는 건데.

-아니, 이런 상황에서도 촬영을 강행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고? 진짜 기어이 꾸역꾸역 촬영하고 있네.

-돈은 받았으니 제작은 해야겠다. 그런 게 아닐까? 중국에 갖다 팔면 잘 팔리긴 하겠다.

한때 부활의 이순신을 위협할 강력한 다크호스는 그 이미지가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마침내 일이 터졌다.

[위대한 태왕 제작, 중국 자본으로 밝혀져.]

[아랍계 사모펀드로 위장한 중국미디어자본. 왜 그래야 했는가?]

[적토마 스튜디오, 사실상 중국 미디어 그룹 자회사나 마찬가지.]

[주효정은 이 모든 걸 알았다?]

위대한 태왕 제작자본이 아랍계 사모펀드가 아니라 중국 자본이라는 기사가 세상을 강타했다.

시청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고, 비로소 위대한 태왕의 뒤도 돌아보지 않는 급전개를 납득하게 되었다.

-미친……. 팔아먹을 게 따로 있지 나라와 역사를 팔아먹는 회사가 세상에 어디 있냐.

-동북공정 드라마 ㅅㄱ, 갓효정 선경지명 지렸다.

-갓효정님…… 한때 무책임하다고 비난해서 죄송합니다. 아아, 당신은 진정 여신입니다.

-갓효정 찬양해 갓효정 찬양해 갓 효정 찬양해 갓효정 찬양해…….

-건국훈장 받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집안답다. 180억 내고 말지 드러운 역사매매 컨텐츠는 안 찍겠다. 이거지.

시청자들은 해명을 요구했지만, 적토마 스튜디오는 아랍계 사모펀드의 투자가 맞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아랍에서 들어온 돈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전에 중국에서 아랍에 넣은 돈인지 아닌지 그걸 말하라고!"

"YES or NO로만 대답해요. 이 쉬운 걸 왜 못합니까?"

"아랍 펀드라는 거 누가 몰라요? 아랍에 그 펀드를 만든 돈이 중국산이냐고 묻잖아요, 지금!"

시청률은 이미 1% 이하로 떨어졌다.

촬영장 분위기는 당연히 최악이었고, 결국 방송사는 방영 중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계약에 묶여 고역을 치르던 배우들은 이것으로 일단락된 줄 알았다.

그러나 적토마 스튜디오는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적토마 스튜디오, 방영 중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촬영할 것이라고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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