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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88화 (588/1,270)

프랜차이즈 갓 588화

147장 엔터계의 황제 (4)

'위대한 태왕'은 10화 촬영을 마치 자마자 곧바로 방영을 시작했다.

첫 주에 1, 2화 방영.

촬영을 모두 마친 부활의 이순신 시즌 2보다 앞선 방영이었기에,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놀라움은 잠시, 시청자들은 곧 위대한 태왕의 마력에 푹 빠져들었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 1 끝나고 먹먹했는데, 간만에 볼 만한 세련된 사극 건졌다.

-1020 여자애들도 재밌다고 꺅꺅거리고 보는데 말 다했지.

-담덕 왜 이렇게 사랑스러움? 막막 지켜주고 시포>.<

-주효정이 이렇게 눈빛 연기를 잘 했다고?

-그동안 주효정이 A급이긴 한데 톱레벨은 아니라는 평이 자자했는 데, 이번 드라마 끝나면 자타공인 톱스타로 뛰어오를 듯.

-미친, 주효정 몸매가 저렇게 예술이었냐? 아무리 봐도 동양인 체급이 아니다 ㄷㄷ

-조만간 부활의 이순신 시즌2도 방영하면 대체 어느 걸 본방사수해야 하는 거지?

-위대한 태왕 제작한다 말 나오자마자 촬영 들어가고 방영 시작하는거 보면, 그동안 밑준비는 다 되어 있었나 보네.

-그러게. 빨라도 반년은 있어야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벌써 튀어 나올 줄은 몰랐다.

-정작 촬영 다 마친 부활의 이순신 시즌2는 아직도 방영 편성 중이라고 하던데.

위대한 태왕은 시작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1화부터 등장한 화려하고 장대한 그래픽에 시청자들은 푹 빠져들었다.

연출 스케일만 보면 부활의 이순신에 모자라지 않을 듯이 보였다.

그저 돈을 펑펑 쓰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캐릭터들의 등장, 만남, 감정선도 자연스럽고 흡입력이 있었으며,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초반부터 감정선을 밸런스 있게 잘잡은 덕분에, 지금 '담덕&진초' 앓이를 하는 시청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담덕은 광개토대왕.

진초는 그런 담덕의 연인이자, 주효정의 배역이었다.

***

주효정은 손톱을 깨물면서 11화대본을 읽고 있었다.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갑자기 왜 이런 전개가 나오는 거지?'

씬#12

태사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들 근본을 감출 수는 없는 법이옵니다. 주군.

담덕 : 그만하라. 천기는 함부로 누설하는 법이 아니거늘, 어찌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태사 : 주군이야말로 진정한 하늘의 손자이거늘, 감히 참칭하는 저들의 무도함을 언제까지 두고만 보실 것이옵니까.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근데 담덕은 처음부터 쭉 고구려왕의 핏줄로 나왔는데, 뭐 출생의 비밀이 랄 게 더 있어?'

주효정의 역할을 담덕의 여인, 진초.

소꿉친구이자 호위무사이며,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무척 마음에 드는 배역이었고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생각보다 잘 해냈다고 흡족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11화 대본에서 뭔가 이상한 조짐들이 잡힌다.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설마 출생의 비밀 따위를 엮어 넣으려는 것은 아니지? 작가님, 피디님, 제발 자제해 주세요. 저 이번 드라마로 꼭 성공하고 싶단 말이에요."

주효정은 울 듯한 마음으로 혼자 빌었다.

***

부활의 이순신 시즌 2가 방영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해외 방송국과 송출 협상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기습적으로 위대한 태왕이 먼저 방영을 시작한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한창 기세등등한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는데, 굳이 맞불을 놓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기왕이면 무혈입성이 좋지. 강력한 적이 자리 잡고 있는데 뭐 하러 쳐들어가?"

눈치게임에서 졌으니 일단 쉬어가자.

KI스튜디오는 느긋하게 송출 협상을 진행하면서, 위대한 태왕의 반응을 살폈다.

4화 방영까지 마쳤을 때였다.

13화 대본을 받아든 주효정은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 고담덕이 하늘의 손주라는 말이 그런 의미였어?"

-11화에서는 의구심만 있었지만, 이것으로 복선이 가리키는 바가 확실해졌습니다. 고구려의 시조가 한 나라의 핏줄이라는 말이군요.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복선이야!"

-아직은 암시 단계이긴 합니다만.

"암시고 뭐고 간에 이런 건 말이 안 되지!"

주효정은 곧바로 기획사 대표 정재필한테 전화를 넣었다.

"대표님, 대표님! 지금 13화 대본 나왔는데 이거 보셨어요?"

-아니, 아직. 왜 그래?

"일단 빨리 보세요. 보시고 난 다음에 이야기해요."

-알았어. 금방 전화 줄게.

다급한 주효정의 목소리에 정재필은 일단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그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이거 야단났다.

"아직 촬영 안 들어갔으니까 얼른 대본 수정 해달라고 요청해야죠."

-하늘의 손주라고 몇 번이나 언급한 그건 어떻게 하지?

"아, 그거야 어떻게든 얼버무리던지 짬처리하던가 해야죠!"

-일단 내가 알아볼게.

그리고 무려 2시간 동안이나 정재필한테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그 점이 주효정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있으니 이렇게 늦어진다는 것 아니겠는가.

마침내 전화가 왔다.

-……안 된다고 하는데.

"네?"

-중요한 반전을 위한 복선이라서 절대 뺄 수 없대.

"중요한 반전이 대체 뭔데요?"

-중요한 반전이라서 알려줄 수가 없대.

"알고 보니 고구려 시조가 한나라 핏줄이고, 그래서 고구려 왕실은 한 제국의 번국이다, 뭐 그런 반전인가요?"

-몰라. 말을 안 해줘.

"이대로 방영 나가면 시청자 게시판 터지는 거 아시죠?"

-그렇지만…….

"저, 이거 못 찍어요. 저희 집안이 광복군사령부 모험부장 배출한 집안인 거 아시죠? 저 집안에서 쫓겨나요. 아니, 그전에 제 자존심 때문에 못 찍어요."

-야, 나도 이게 문제인 건 아닌데 그렇게 무턱대고 내지를 일은 아니지.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

"작가진이 개소리하는데 해결책이고 뭐고 그런 게 어딨어요!"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도중 자진하차 하면 너 이 바닥에서 평생 출연 못 해. 독립영화 같은 곳이나 돌아야 할 판이야.

"그럼 제가 케이블 방송국 하나 인수하든가 차리든가 하면 돼요."

-…….

그제야 정재필은 주효정이 효원그룹 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털털한 성격 때문에 가끔 이렇게 까먹곤 한다.

"일단 감독이랑 작가 제가 한 번 만나서 물어볼게요. 대체 그놈의 중요한 반전이라는 게 뭔지."

-알았다. 내가 어떻게든 자리 만들어볼게.

그날 저녁, 정재필 대표는 바로 자리를 만들었다.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기에 감독과 메인작가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았다.

"효정 씨, 내일도 새벽부터 촬영시작해야 하는데 촬영 없다고 이렇게 체력 소모하면 곤란해요."

"13화 대본 때문에 그래요, 감독님."

"그게 문제가 있습니까?"

"대체 그 중요한 반전이라는 게 뭐죠?"

"그건 배우라 해도 말해줄 수 없습니다. 알잖아요."

"정말 고담덕, 아니, 고구려 왕실이 한나라의 핏줄이라는 설정인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일단 부정하니 정재필은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효정은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다.

촬영진이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걸 어디 한두 번 봤어야 말이지.

"혹시 투자 측에서 드라마 설정에 개입을 했나요?"

"아랍계 사모펀드가 왜 그런 설정개입을 하겠어요? 잘 팔릴 드라마만 만들면 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온전히 감독님이 작가님과 의논해서 만든 설정이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메인작가도 옆에서 거들었다.

"중대한 반전을 위해서 추진력을 얻으려고 무릎 굽히는 거니까 흥분하지 말고 대본과 연기에만 집중해요. 걱정하지 말고."

"아유, 알겠습니다. 이거 죄송합니 다감독님, 작가님, 우리 효정이가 이런 큰 드라마 여주인공은 첫 출연이라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네요, 하하."

정재필 대표가 얼른 나서서 거들었지만, 주효정의 표정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감독, 작가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프리덤, 넌 어떻게 생각해?"

-감독과 작가의 주장의 진위를 판별할 충분한 근거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없잖아?"

-하수영 마스터께 자문을 구해보시죠.

"그래, 수영 씨는 엔터계 큰손이니까 뭔가 남모르는 정보가 있을 거야!"

연락을 하자 하수영이 만나자고 했다.

야심한 시각이었기에 둘은 하수영이 인수한 클럽(구 핀익스)에서 만났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제가 하도 답답해서요."

"괜찮습니다. 안 그래도 궁금했습니다. 부활의 이순신 방영을 늦추는 경쟁자잖아요."

"저, 대본은 어디까지나……."

"걱정하지 마세요. 유출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저도 비난받을 각오하고 보여드리는 거라서요. 미안해요."

하수영은 대본을 받은 채 흥미로운 눈으로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

1화부터 13화까지 현재 나온 모든 대본, 그는 대본을 그저 읽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통찰안(주신의 지식보고 접근권한, 초급레벨)을 발동한 채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현재로써는…… 그 중요한 반전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네요."

"건국왕실에 한나라의 피가 섞였다는 그 대사는요?"

"이게 반전을 위한 트릭 장치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정보가 있어요."

"뭐죠?"

하수영은 통찰안이 보여주는 정보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위대한 태왕.]

[블록버스터 드라마.]

[총괄투자 : 중화사직인화 필름]

[총 책정 제작비 : 25억 위안]

[……중략……]

"사실 제가 오늘 막 접한 정보가 있는데요."

"어떤 정보죠?"

"이 드라마, 아랍계 사모펀드가 진짜 투자자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 그럼요?"

"아랍계 자본으로 위장한 중국 자본입니다. 중화사직인화 필름에서 최종적으로 25억 위안까지 준비했네요. 대략 4,300억 원 정도 될 것 같아요."

주효정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게 진짜예요?"

"실투자자 이름과 투자 금액은 확실합니다. 이래서 투자자 실명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니까요."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다 알려줬다.

***

그날 새벽.

연예 기사 코너는 온통 한 종류의 헤드라인으로 뒤덮였다.

[위대한 태왕 주효정, 긴급 하차선언!]

[아닌 밤중에 홍두깨?]

[주효정, 갑작스러운 하차 이유는 무엇?]

[임신설, 결혼설 나돌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위대한 태왕의 주연, 주효정이 갑작스러운 하차 선언을 한 것이다.]

[주효정, 감당해야 할 위약금이 백억 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 정확한 금액은 계약서 조항을 봐야 알 수 있다.]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잘나가는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이유는 역시 재벌의 아이를 임신해서인가?]

[주효정, 곧 기습 결혼할지도?]

주효정의 드라마 하차 기사가 연예란을 뒤덮었다.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에 억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적토마 스튜디오는 매우 당혹스러워 하면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오해가 있다면 대화로 풀어보겠습니다."

적토마 스튜디오는 그렇게 결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끝내 하차 번복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유를 밝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주효정을 비난하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정말 재벌 아이 임신한 거 아냐? 그래서 급히 결혼하려고 하차한 게 아닐까?

-위약금이 몇백억이 될지도 모른다는데, 그거 기꺼이 감당하려면 재벌가에 시집가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효정이 누나 집안 자체가 준재벌 집안인데 무슨 재벌하고 벼락치기 결혼한다고 이런 대작 드라마를 하차하냐?

-어디 아픈가? 지금은 말할 수 없는 큰 병이라도 생긴 거 아냐?

비난과 궁금증이 섞인 추측이 판을 쳤지만, 누구도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주효정 측은 끝까지 침묵을 지켰고, 적토마 스튜디오는 어쩔 수 없이 방영을 일시 중지하고 새 여배우를 섭외했다.

이미 방영된 편은 어쩔 수 없지만, 미방영 촬영본에서 주효정의 얼굴은 전부 잘려 나갔다.

대신 새 여배우가 주효정을 대신해서 그 자리에 들어갔다.

그렇게 위대한 태왕은 어렵게나마 정상화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었다.

적토마 스튜디오는 주효정의 기획사에 180억 원의 위약금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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