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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587화 (587/1,270)

프랜차이즈 갓 587화

147장 엔터계의 황제 (3)

국내 드라마 업계가 또 한 번 술렁거렸다.

적토마 스튜디오가 받은 외부 투자금 덕분이었다.

"1,500억 원이라고? 지분이라도 판거야?"

"그게 아니고, 제작지원비로 그렇게 투자를 받은 거라는데?"

"드라마를 대체 몇 개나 제작하려고?"

"몇 개가 아니고 한 개. 이번에 고구려 배경으로 만든다는 드라마 있잖아."

"아니, 겨우 드라마 하나 제작하는데 1,500억 원을 부었다고? 대체 어떤 미친놈이야?"

이미 하수영이 부활의 이순신으로 천억대 드라마 제작비 시대를 열긴했다.

시즌1 제작비가 3,000억 가까이 되고, 시즌2도 5,000억 원이 훌쩍넘는다.

하지만 그것은 KI스튜디오만이 누린 행운이었다.

드라마판의 생태계를 벗어난, 완벽한 예외 변수.

그런데 또 다시 그런 예외 변수가 터진 것이다.

"일단 아랍계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했다는 거 같아. 공개한 자금 출처가 그래."

"아랍계 사모펀드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하는데?"

"그냥 위장이 아닐까? 겉보기에는 아랍계 자본으로 보이려고 하는."

"근데 무슨 산업에 투자도 아니고, 겨우 드라마인데 그렇게 자금 출처세탁을 할 필요가 있어?"

"모르지."

"그래도 아랍계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드라마에 그런 큰돈을 투자한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다."

"고구려 건국기가 중동에서 통하진 않을 거 같은데."

"그냥 수익만 본 게 아닐까? 부활의 이순신이 초대박을 쳤으니, K-드라마에 자기들도 얼른 투자해서 큰손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그게 가능성이 가장 높긴 한데……."

KI스튜디오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설적인 대박을 낸 적토마 스튜디오.

배우와 감독, 작가, PD들은 적토마스튜디오 주변을 갸웃거렸다.

어쨌든 드라마 한 편 제작에 1,500억 원이면 엄청난 규모의 제작팀이 꾸려질 것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도 충분할 상황이다.

"KI스튜디오에 적토마 스튜디오까지. 드라마판은 진짜 살판났네."

"영화 쪽 친구들도 되게 기웃거리더라고, 자기들도 뭐 주워 먹을 거 없나 궁금한가 봐."

"영화 쪽은 속에서 열불 좀 나겠지. 이런 큰돈이 드라마판에서만 돌고 있으니 말이야."

"영화감독들이 시나리오 싸짊어지고 KI스튜디오 찾아갔다가 대차게 까여서 크게 상심했다는 말도 있더라고."

"고주환 대표가 그렇게 매몰차고 갑질하는 사람은 아닌데……."

"어찌 되었든 간에 당분간 드라마제작판은 활화산이겠어. 아이구, 뜨거워라."

***

부활의 이순신 시즌2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제작사는 연출, 스태프, 단역, 엑스트라, 그 밖의 필요 인력을 아낌없이 고용했다.

특히 관행처럼 이어진 열악한 촬영환경에 경종을 울리기로 유명했다.

스태프 월급이 밀리는 경우는 일절없었다.

모든 스태프는 근로시간을 1분 단위까지 철저하게 따진 급여를 받았다.

보통 촬영장에서는 '일을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하루 16시간 이상씩 뼈 빠지게 일한다.

하지만 달에 80만 원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밀리곤 했다.

하지만 KI스튜디오 제작현장에서는 말단 초보 스태프도 최소 월 200 이상을 받았다.

월 500 이상씩 가져가는 스태프도 수두룩했다.

너무 많은 돈에 당혹해하는 이들에게, 고주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500만 원어치 일을 했으니까 500만 원을 주는 거야. 고맙게 생각하지 말라고."

물론 그가 원래 이런 사람이어서는 아니고, 투자자의 의향을 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 역시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내면서 온갖 감사와 좋은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고, 천국 같은 제작 일정이 끝나자 스태프와 단역 배우들은 허탈함마저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해서 제작이 이어졌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3는 아무래도 무리겠지?"

"시즌3는 없다고 못을 박았잖아. 시즌2에서 완벽하게 이야기가 종결된다고."

"하아…… 그동안 일도 편하게 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좋았는데, 이제 또 지옥 같은 지상파 제작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KI스튜디오에서 금방 또 다른 드라마 제작하지 않을까? 지금 전 세계에서 시즌2 송출권 얻으려고 돈싸짊어지고 눌러앉았다는데."

"그래도 다음 작품 들어가려면 일단 시간이 좀 걸리겠지?"

"어서 KI가 다음 작품을 준비해 줘야 하는데."

그런 와중에 적토마 스튜디오 건이 터진 것이다.

일자리를 찾는 인력들은 앞을 다투어 적토마 스튜디오를 찾았다.

"드라마 한 편에 1,500억 원이나 들인다고 하니까 분명 대우가 좋을 거야."

"부활의 이순신만큼은 아니겠지만, 거기가 너무 천국이긴 했어. KI스튜디오 반의반만큼만 되어도 대만족이다."

"통 크게 왔으니까 통 크게 베풀어줄 거야."

배우고 감독이고 스태프고 간에,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

장효주는 적토마 스튜디오 이청환대표를 만나고 있었다.

드라마 출연 섭외를 위해서 제작사대표가 직접 움직인 것이다.

일단 제시한 조건은 괜찮았다.

"총 80편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편당 제작비가 19억이 조금 안 되는 정도군요."

그것만 해도 상당한 금액이지만, 부활의 이순신에 비하면 여러모로 모자란다.

부활의 이순신 시즌1은 24부작에 3,000억 조금 못 되게 제작비를 썼으니까.

편당 125억 가까이 쓴 셈.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1,500억 원이라는 절대금액 자체는 매우 크지만, 80편인 점을 감안하면 부활의 이순신과는 비교하는 게 실례 아닌가.

"하하, 1차 제작비가 1,500억 원인 겁니다. 촬영이 진행되면 추가적인 제작비가 들어올 겁니다. 적어도 총 3,000억 이상은 투입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흐응, 그런가요."

적토마 스튜디오가 제시한 장효주의 출연료는 회당 5억 원.

그녀는 부활의 이순신에서 회당 2억 원을 받으며 본인의 출연료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적토마 스튜디오에서는 그 2.5배나 되는 금액을 제시했다.

"장효주 씨가 우리 드라마에 반드시 출연해 주십사 하는 각오를 보여 드리는 겁니다."

"알고 있어요."

"그럼 출연 계약을……."

"죄송하지만 제가 장편 드라마 출연은 삼가는 편이라서요."

"예?"

이청환의 표정이 살짝 흐트러졌다.

아니, 총출연료가 400억 원인데 그걸 마다한다고?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곤란해요. 40편 정도라면 괜찮을 거 같은데 80편은 너무 길어요."

"장효주 씨. 시나리오라도 한 번 읽어보시고 고민을 해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정말 부활의 이순신을 넘어선 초대박을 낼 자신이 있습니다."

"죄송해요."

이청환은 극구 설득했으나 장효주는 끝내 보기 좋게 거절했다.

장편이라서 곤란하다는 이유에는 이청환도 더 어쩌지 못했다.

그가 돌아간 후, 기획사 대표인 유범준이 미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체력 안 돼서 장편을 안 찍는다니? 왜 그런 핑계를 대면서 거절하는 거야?"

미팅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단 한 마디도 못했다.

모든 협상과 결정은 장효주가 직접 맡아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몇 번이고 끼어들어서 말리고 싶었는지 모른다.

"KI스튜디오가 언제 새 작품 제작들어갈지 모르는데, 80편이나 되는 장편 드라마를 어느 세월에 찍고 있어요."

"그렇게 빨리 새 작품을 시작하겠어? 아직 부활의 이순신 송출도 시작 안 했어."

"아무튼 안 돼요."

"언제부터 그렇게 고주환 대표와 끈끈…… 하긴 했지만 이건 아니지. 회당 5억이라고, 5억!"

출연료 400억이면 그중 기획사의 몫은 120억 원이다.

눈앞에서 120억 원의 수입이 날아가 버렸으니, 유범준이 미칠 만했다.

"그리고 의원님도 그랬어요. 적토마 스튜디오는 뭔가 쎄하다고."

"적토마가 왜 쎄해? 아니, 그리고 근거 없는 그런 감을 그렇게 철석같이 믿는 거야?"

"의원님 감이 잘못된 적이 없거든요. 적어도 돈에 관해서는요."

"하, 미치겠다."

유범준은 머리를 북북 긁다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님이 말씀하셨으면 그렇게 따라야지.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우리 아직 썸도 시작 안 했어요. 결혼은 무슨."

"뭐? 아직 썸도 시작 안 했다고? 아니, 2년 동안 대체 뭐 했어?"

"빈틈을 안 주네요, 그 남자."

"정서희 부사장이라는 여자하고 혹시 뭐가 있는 거 아니지?"

"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요. 그리고 정서희 씨보다는 제가 훨씬 낫죠. 대한민국 최고 여배운데."

"에휴, 알았어. 너 잘되면 다른 애들도 끼워 넣어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장효주가 거절했으니, 소속사 다른 배우들을 들이미는 건 포기해야 하리라.

"근데 그 말이 사실이에요? 이청환대표가 오일머니 물었다고."

"아랍계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한건 사실이더라. 그건 숨길 수가 없잖아."

"아랍에서 왜 K드라마에 관심을 보이죠? 전 처음에 1,500억 원이라고 해서 당연히 중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것까지 어떻게 알겠냐. 아무튼 이청환 대표만 노났네, 노났어. 대체 어떻게 그런 큰 투자를 떡하니…… 아유, 부러워."

***

적토마 스튜디오는 비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배우진을 차곡차곡갖추었다.

적토마 스튜디오도 실력과 경험이 풍부한 제작사이기에, 제작 세팅을 재빨리 마치고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자체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만 말단 스태프들은 자신들의 기대와 완전히 다른 촬영 환경에 실망했다.

"KI스튜디오 반의반은 할 줄 알았더니, 다른 제작사들하고 다른 게 전혀 없네."

"기대가 크니 실망도 크네. 에휴, 그냥 원래 먹던 물이니까 더 생각하지 말자."

기존의 고용 대우에서 달라진 게 없었던 것이다.

스태프와 단역, 엑스트라들은 실망했지만 불만을 토로하진 않았다.

"KI스튜디오가 정말 마음을 통 크게 썼던 거지, 우리나라 촬영장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래도 촬영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드라마 제목은 '위대한 태왕'.

"제가 맡을 배역을 효정이 언니가 맡았네요."

"효정이가 아주 좋아서 죽으려고 하더라고."

"출연료는 얼마래요?"

"1억 원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효정이가 편당 출연료 1억 찍는 게 처음이지, 아마?"

"언니가 무척 좋아하겠어요. 저한테 5억 불렀다는 건 무덤까지 갖고 가주세요."

"효정이가 네 그런 배려를 알아야 할 텐데."

"솔직히 그 언니는 나보다 돈도 훨씬 많으니까 출연료는 좀 덜 받아도 되긴 해요. 벌써 자기 회사도 물려받았잖아요."

"그 말 했다는 것도 효정이가 꼭 알아야 할 텐데."

***

테이블에는 하수영, 장효주, 고주환, 장기석이 앉아 있었다.

"결심했습니다. 우리 회사 지분을 인수해 주십시오."

고주환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하수영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어이 빨대의 길을 선택하셨군요."

"예?"

"아닙니다. 아무튼 좋습니다. 날 잡아서 지분 인수 절차를 진행하죠."

"감사합니다."

"구두 계약이지만 뒤집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든, 대표님이든 말이죠."

조금 의미심장한 어투에 고주환은 묘한 압박감을 받았다.

이게 대운을 타고 난 부자의 기세라는 것일까?

"부활의 이순신에 넣어둔 투자금은 계속해서 KI스튜디오에 운용을 맡기겠습니다. 그걸 가지고 드라마를 찍든, 영화를 찍든, 넷플렉스를 인수하든, 알아서 하십시오."

넷플렉스 시가총액이 200조 원이 넘는다.

당연히 인수는 어림도 없다.

하지만 고주환은 덕담이려니 생각하고 웃었다.

"참, 위대한 태왕 드라마가 지금 10편 넘게 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재미있으면 좋겠네요. 저도 이제 어엿한 엔터계 관계자이니 동종업계가 잘 되길 하는 바람입니다."

장효주가 옆에서 말했다.

"광개토대왕 일대기를 다룬 거래요. 보니까 판타지적인 요소를 좀 넣는 거 같아요. 신비한 무구와 기적 같은 술법, 뭐 그런 것들도 나오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그런 거 CG 잘하면 재밌죠. 아, 나도 그냥 거기에 돈 집어넣을 걸 그랬나?"

장기석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끼어들었다.

"근데 주효정 배우가 아까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요? 11화 대본에 뭐가 좀 있나 봅니다.

"효정 언니가요?"

"담덕 왕 출생에 얽힌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던데…… 주효정 배우도 자세히는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촬영이 더 진행되어봐야 알겠다고."

하수영이 진지하게 끄덕거렸다.

"한국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이 빠져선 안 되긴 하는데…… 진짜 잘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겠는데요."

"둘밖에 안 되는 대왕이니까요. 조금 아슬아슬하긴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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